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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의 시대, 한인회의 달라지는 위상과 차세대의 적극적 한인회 참여를 바라보며

권종상 논설위원 | 기사입력 2021/03/01 [00:01]

코로나의 시대, 한인회의 달라지는 위상과 차세대의 적극적 한인회 참여를 바라보며

권종상 논설위원 | 입력 : 2021/03/01 [00:01]

https://www.seattlen.com/hot/965?page=10

 

아마 세계 어딜 가도 한인회가 있다는 건 잘 아실 겁니다. 그리고 대부분 한인회들은 해외에서 동포 자제들이 뿌리를 잃지 않게 하기 위하여 한글을 가르친다던지, 우리 명절을 챙긴다던지 하는 활동들도 하면서, 나름으로는 한국에 대해 알리는 활동들을 합니다. 특히 이제 코앞으로 닥친 3.1절이라던지, 광복절이라던지 하는 때엔 우리가 식민지였을 때의 기억과 조상들이 어떻게 나라를 찾기 위해 노력했는가 등을 가르치지요.​

 

그러나, 한인회 활동은 아무래도 한계가 있었습니다. 늘 비슷비슷한 활동, 비슷비슷한 조직, 그리고 늘 거의 같은 인물들이 중심이 되다 보니 참신성이 떨어지고 나름으로의 한계를 도정했습니다. 게다가 한국의 정치와 맞물려 한인회가 무슨 한국 정치인들의 하부 현실정치조직 같이 되어 버리는 경우도 많았고, 그들이 던져주는 떡고물 때문에 이권 다툼이 벌어져 송사가 나는 경우도 없지 않았었습니다. 모두 이렇게 되면 한인회 같은 건 없어져도 되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 지 오래 됐었습니다.​

 

특히 이런 한인회를 누가 이어가느냐 하는 문제가 있었습니다. 아무래도 이런 한인회라면 결국 지금의 1세대들이 사라지고 나면 없어지는 것 아니냐는 질문은 계속돼 왔고, 실질적으로 그런 고민들이 없지 않았습니다. 시애틀 한인회도 그런 면에선 마찬가지였지요. 비록 역사는 오래됐으나 동포들로부터 별로 점수 못 받고 그저 그런 감투싸움만 하는 사람들이 모인 자리로 인식되기도 했었습니다.​

 

그런데, 이 코로나 창궐이 이런 인식들을 바꿔 버렸습니다. 지금 현 시애틀-워싱턴주 한인회(회장 이수잔)에서 주정부와 연방정부의 코로나 타격 소상공인 지원을 위한 사업들을 본격적으로 시작하면서 '동포들이 적극적으로 찾는 한인회'가 된 겁니다. 이중언어가 되는 이들이 모이고, 이들이 한인 자영업자들이 영어를 잘 몰라 받기 힘든 지원 혜택들을 찾아주는 일을 하면서 당연히 2세들도 함께 한인회를 중심으로 모이는 현상이 일어났습니다.​

 

특히 대면 활동이 어려워지는 상황이 오자 비대면으로 행사를 하는 일이 많아지며, 어쩌면 내실보다도 겉치레에 치중할 수 밖에 없어 필연적으로 불필요한 비용을 지출해야 했던 행사비가 줄어들며 재정도 탄탄해지고, 1세와 2세들간의 대화도 온라인으로 더 잘 이뤄지며 이해의 폭도 넓히는 계기가 됐습니다. 그러면서 올해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온라인으로 치러야 하는 3.1절 행사는 실질적으로 2세들이 주도하는 첫 한인회 주요 행사가 됐습니다.​

 

물론 한국의 위상이 과거와 달리 엄청나게 중요해진 것도 2세들의 한인회 활동 참여에 적지 않은 몫을 했을 겁니다. 문화, 방역, 심지어는 지난 미국 대선에서 봤듯 정치 부문에서조차 미국을 앞서가는 힘을 보여주는 대한민국의 위상이 2세들을 한인회로 끌어들였고, 이젠 그것이 자연스럽게 차세대로 한인회의 주요 역할이 넘어가는 계기를 만들어 내고 있는 것이지요. 지금까지 우리 세대까지만 존재하다 없어질 수도 있었던 한인회가 자연스럽게 다음 세대에게 바톤을 넘겨 주는 과정인겁니다.​

 

이런 활동을 인정받아 한인회는 미국 정부로부터 지원금을 받았고, 그것을 통해 이제 발달장애 아동을 돕는다던지 하는 일로 사업의 지평을 넓히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돌아보지 않았던 곳들을 돌아보기 시작한 겁니다. 이것은 한인회의 위상 자체를 높이는 일이기도 합니다. 심할 때는 '동네 사랑방에 불과하지 않는다'는 비난도 들었던 곳이 이제 제대로 일을 찾아 하면서, 또 시기가 그리 맞물리며 위상과 역할을 찾아 가는 거지요.​

 

이게 군사 정권 때라면 가능했겠습니까? 그렇게 의전 찾아대던 보수정권 때면 가능했을까요? 과거처럼 대규모 대면 행사들이 가능했다면 그랬겠습니까? 참 모든 게 다 때가 있는 모양입니다. 그리고 그 때에 가라앉는 것들은 물론 많지만, 이렇게 새로 부상하는 부분들도 생기게 됩니다. 우리의 국운이 이런 것인가 싶기도 합니다.​

 

시애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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