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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희 존경한다는 이준석의 승자독식 '공정론'

"박정희와 이준석의 능력주의는 '승자독식'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는 것이 아닐까"

김환태 | 기사입력 2021/07/17 [17:26]

박정희 존경한다는 이준석의 승자독식 '공정론'

"박정희와 이준석의 능력주의는 '승자독식'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는 것이 아닐까"

김환태 | 입력 : 2021/07/17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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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국힘당 이준석 대표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가장 존경하는 정치인으로 '박정희'를 꼽았습니다. 그리고 그 이유로 '경제 발전' 때문이라고 말했다지요.

 

사람마다 누구나 존경하는 사람, 좋아하는 사람이 다를 수가 있고 그 이유 또한 천차만별일 것입니다.

 

더욱이, 다른 정당도 아니고 한국의 유구한 수구 정치 세력의 적통 본산이라 할 수 있는 국힘당 대표가 박정희를 좋아하고 존경하는 것이 하등 이상한 일은 아닐 것입니다.

 

문제는 그 존경의 타킷과 내용을 둘러싼 균형감과 역사의식이며, 그것이 오늘 우리 시대의 맥락에서 어떻게 재구성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상식적인 성찰이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박정희가 지독하게 가난했던 나라인 대한민국의 경제 발전의 초석을 놓은 사람이라는 점에 대해서는 큰 이견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것은 비단 박정희를 일종의 신처럼 떠받드는 사람들뿐 아니라 그를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진보 계열의) 사람들도 일정 부분 인정하는 바입니다.

 

하지만 박정희 신화를 언급하려면 반드시 함께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들이 있다는 것 또한 잘 알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길게 나열할 것도 없이, 무엇보다 박정희 식의 경제 발전을 위해서 엄청난 인권이 희생되었고, 민주주의가 억압을 받았으며,  또한 경제 성장의 열매가 특정 지역, 특정 계층, 특정  그룹의 사람들에게 집중되었다는 것입니다.

 

사실 박정희 시대의 경제 성장이 가능했던 것은 당시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살기에 급급했던 민초들의 피땀이 가득 배인 희생과 인내가 뒷받침되었기에 가능했던 일이었습니다. 그러므로 박정희 신화를 언급하려면 반드시 이런 부분에 대한 성찰이 동반되어야 합니다.

 

하지만 이준석 대표를 위시하여 한국의 수구-우파 세력은 항상 이 점을 생략하거나 삭제 혹은 건너 뜁니다. 과연 그것이 온당한 일일까요? 저는 이 점이 특히 우리 시대의 맥락에서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이준석 대표가 국힘당의 수장 자리에 도전하면서 내건 가장 대표적인 논리가 소위 '능력주의'와 '공정'이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그는 페미니즘 이슈와 더불어 자신이 내건 능력주의와 공정 프레임을 갖고 많은 젊은 청년들, 특히 '이대남'으로 불리는 남성 청년들의 열화와 같은 지지를 얻었습니다.

 

폐일언 하고, 그렇다면 만약 오늘 우리 시대에 박정희 시대에 같은 방식으로 경제 성장이나 사회 발전을 도모하는 지도자가 있다면, 그럼 이준석 대표를 포함하여 그를 지지하고 선호하는 사람들은 과연 그런 식의 경제 발전을 '공정'이라는 틀로 받아들일 수 있을까요?

 

아니 백보 양보해서 이준석 대표가 말하는 '능력주의'와 박정희 가 남긴 유산을 연결해보면 어떤 논리가 도출될까요?

 

결국 박정희와 이준석의 능력주의는 '승자독식'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는 것이 아닐까요?

 

또는 박정희가 영남과 육사 카르텔을 앞세워 대한민국의 기회를 독식하고 경제 성장의 열매를 과점했다면, 이준석의 능력주의는 오늘날 능력 있는 부모를 잘 만나 남보다 우월한 환경과 위치에서 앞서 달린 사람들이 누리는 사회적 자산의 과점을 정당화시켜주는 것이 아닐까요?

 

이준석 대표는 그걸 가리켜 '공정'이라는 교묘한 언어로 포장한 것이 아닌가요?

만일 그렇다면 이런 식의 능력주의와 공정이라면 과연 그것이 지금의 대한민국에서 어떤 가치가 있는 것일까요? 그것은 회복하고 수호해야 하는 가치인가요, 아니면 타파하고 폐기처분해야 하는 가치인가요? 

 

무역 규모 기준 세계 10대 경제 강국에 진입했지만 여전히 사회적 양극화 문제가 심각한 한국사회에서, 이런 가치관은 극복되여야 하지 않을까요?

 

이렇듯 이준석 대표가 박정희를 소환해서 ,한쪽으로 치우친 자신의 정치관과 인간관을 정당화하려는 은밀한 행위에 대해서는 단호한 분석과 비판이 따랴야 한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나저나, 이준석 대표가 가장 존경한다는 박정희는 (잘 알려진 대로) 일본 육사 출신으로 만주에서 근무한 이력이 있는 데다, 대통령이 되어서도 평소 일본어를 즐겨 쓰거나 일본에 대한 동경심이 특별했던 것 같습니다. (영화 <남산의 부장들>에도 비슷한 장면이 잠깐 나오지요.)

 

어찌 보면 20세기 우리 민족의 가장 큰 치욕이자 아픔이었던 한일 강제 병탄의 후유증 내지 아물지 않은 상처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역사적으로 일본은 반복해서 우리 민족에게 큰 아픔을 안겨주었던 나라입니다. 그래서 우리 민족의 가장 큰 과제 하나는 어떻게든 일본을 극복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도 매우 아이러니하게도 우리 역사에는 항상 민족 내부에서 일본을 동경하고 편드는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물론 지금도 마찬가지입니다.

 

가령 국힘당의 어느 정치인은 최근 이런 말을 했습니다.

"일본 정부는 한국의 정권 교체를 바란다."

대한민국의 정치인이 이런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다니, 정말 놀랍지 않습니까? 

그런 한국 내부의 동지들이 있다고 자신해서일까요?

 

주한 일본 대사관의 공사란 작자는 최근 문 대통령이 일본을 상대로 '마스터베이션'을 하고 있다고 말해서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고작 일개 외교관이 자신이 주재하고 있는 나라의 대통령을 향해서 이런 식의 무례한 표현을 쓸 수 있다는 것 자체가, 그들이 아직도 우리 나라를 어떤 식으로 보고 있는지를 나타낸다고 생각합니다.

 

 

현실이 이렇게 엄중하고 참담할진데, 그런데도 이 나라의 야당 정치인들이 일본을 그렇게나 좋아했던 박정희를 다시 소환하고, 또 일본 정부가 원하니 한국의 정권 교체를 해야 한다는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배설할 수 있는 게 저로서는 놀랍기만 합니다.

 

이러고도 국민의 세금으로 월급을 받아가며 정치를 하는 것을 보면 확실히 그들이 '능력'이 있는 게 분명하나, 그렇지만 그런 세상이 '공정'한 것인지는, 저는 동의가 되지 않습니다.

 

글쓴이: 김요한 새물결아카데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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