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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포스트, 남성편중 내각 지적에 윤 대통령 "여성이 못 올라와서".."국제 망신"

정현숙 | 기사입력 2022/05/23 [12:07]

워싱턴포스트, 남성편중 내각 지적에 윤 대통령 "여성이 못 올라와서".."국제 망신"

정현숙 | 입력 : 2022/05/23 [12:07]

"선진국 대통령의 자격이 있는가?".."국제 망신 당한 것"

 

'성 불평등 관련 압박 질문에 한국 대통령이 불편함을 드러냈다’ 제목의 '워싱턴포스트' 갈무리

 

지난 21일 한·미 정상회담 공동기자회견에서 윤석열 정부 내각의 ‘남성 편중’을 지적한 '워싱턴포스트' 기자의 현장 질문이 주목을 받았다. 윤석열 대통령의 성 차별적 인식이 논란이 되면서 워싱턴포스트는 지면 기사를 통해서도 꼬집었다. 

 

윤 대통령은 워싱턴포스트 기자의 질문에 “공직사회에서, 예를 들어 내각의 장관이라고 하면, 그 직전의 위치까지 여성이 많이 올라오지 못했다”라고 답했다.

 

장관으로 기용할 만한 ‘스펙’을 갖춘 여성이 부족하다는 시각으로 여성 장관 부족을 사실상 여성 책임으로 돌리며, 성차별 개선 의지가 부족한 편협한 사고를 국제사회에까지 고스란히 드러냈다.

 

윤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이날 정상회담을 마친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질문을 던진 기자는 워싱턴포스트 소속 백악관 출입 기자로 다음과 같은 핵심질문을 던졌다.

 

"지금 내각이 거의 다 남자다. 대선 기간 동안 남녀평등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했는데, 한국에서 이러한 여성의 대표성을 증진하기 위해 어떤 일을 할 수 있다고 보나. 남녀 평등을 위해 어떤 일을 계획하고 있나?"

 

예상치 못한 질문에 당황하면서 뜸을 들이던 윤 대통령은 “장관 직전 위치까지 여성이 많이 올라오지 못했다”라며 “여성의 공정한 기회를 사회가 적극적으로 보장한 지 오래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의 답변 내용을 두고 워싱턴포스트는 같은날 [성 불평등 관련 압박 질문에 한국 대통령이 불편함을 드러냈다] 제목으로 윤 대통령의 여성가족부 폐지 공약과 남성 편중 내각 현황을 보도하는 반박성 기사를 냈다.

 

매체는 "한국이 임금, 정치 발전, 경제 참여 면에서 남녀 평등이 선진국 중 최하위권"이라면서 "윤석열 정권의 내각은 장관급과 차관급 모두 남성이 압도적으로 많다"라고 지적했다.

 

또 윤 대통령이 선거운동 기간 여가부를 없애자고 제안했던 것을 상기시키며 "이 발언은 일부 젊은이들, 특히 양성평등을 위한 운동에 반대하는 '반 페미니스트' 주의를 주장하는 이들에게 구애하는 것으로 보였다"라고 꼬집었다.

 

'한겨레'는 22일 [국제 무대에서도 논란 된 '서오남' 내각] 제목의 사설에서 "한국과 미국 등에 생중계됐던 지난 20일 한-미 정상회담 공동기자회견에서 ‘서오남’(서울대·50대·남성) 내각으로 불리는 새 정부의 극단적인 성불균형 인선이 입길에 올랐다"라고 보도했다.

 

'尹 정부' 첫 내각을 보면, 국무위원 19명 중 여성은 달랑 3명이다. 윤 대통령 답변대로라면 ‘그 직전 위치’인 차관급에라도 여성을 다수 발탁했어야 한다. 하지만 현재까지 차관과 차관급 인사 41명 가운데 여성은 2명에 불과하다. 윤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부터 여성가족부 폐지 공약을 내세웠고, 일부 남성의 반페미니즘 정서를 자극해 ‘성별 갈라치기’에 앞장섰다는 비판을 받았다.

 

국회 청문회를 거치지 않아도 차관과 차관급 인사는 대통령의 임명만으로 바로 업무를 수행할 수 있다. 따라서 41명 차관급 인사 중 여성이 2명뿐인 현실은 전적으로 윤 대통령의 뜻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아울러 윤 대통령이 이날 워싱턴포스트 기자 질문에 "직전(장관) 위치까지 여성이 많이 올라오지 못했다"라고 답변한 것이 무색한 모양새다. 윤 대통령의 발언을 두고 "국제 망신"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선대위 대변인은 "윤 대통령은 국제사회에 부끄러운 성평등 인식을 보여주었다"라면서 "장관에 발탁할 만한 여성이 없었기 때문에 임명을 하지 못했다는 궁색한 변명은 성평등 인사에 대한 의지 부족을 감추기 위한 비겁한 책임회피"라고 맹비판했다.

 

이 대변인은  "윤석열 대통령은 후보 시절 '구조적 성차별은 없다'며 왜곡된 성평등 인식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면서 "윤석열 정부가 여가부 폐지를 고집하고 남성 중심의 인사를 계속한다면 대한민국의 성평등은 요원하다"라고 힐난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마저 이날 SNS를 통해 "여성이 고위직에 올라오지 못했다면 결국 여성이 선천적으로 남성보다 무능하다는 얘기인데 이걸 말이라고 하냐"라며 "그게 왜 문제인지도 모른다는 것으로 아예 문제를 문제로 인지를 하지 못하고 있다...국제 망신 당한 것"이라고 비난을 쏟아냈다.

 

이주열 의사는 이날 페이스북에서 "선진국 대통령의 자격이 있는가?"라며 "아... 외국신문 기자가 한국 정부에 대한 문제제기를 야당보다도 더 날카롭게 꽂는구나.."라고 한숨을 쉬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은 이 질문에 대해 대답도 잘 못했다. 과거에 여성에게 기회를 안줬었다면. 문재인 정부땐 왜  지금보다 장, 차관에 여성이 많았었나?"라며 "기회를 많이주기 위해 노력 중이라는 말도 거짓말이다. 자기가 직접 여가부 폐지를 공약화해서 젠더 갈라치기를 하지 않았나"라고 비판했다.

 

그는 "민주당은 지금이라도 우리나라 국민들 중 오십대 남성들만을 정치 핵심에 발탁하며 여성은 능력없어서 못쓰겠다고 하는 이런 정부, 국민의 지극히 일부만을 능력있다고 인정하는 이런 정치의 위험성과 편협성을 비판하면서 선거운동을 해나가기 바란다. 윤석열 정부는 공정을 입으로만 떠들었지, 벌써 인사에서부터  젠더 불평등의 정부임을 외국인들한테까지 지적받는다고"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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