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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법스펙, 표절에도 내로남불.."이것이 한동훈식 공정인가?"

"돈을 주고 논문에 이름 얹어 대학 가는 게 '한국식 입시 전략'이냐는 조롱 섞인 말까지 듣고 있다"

정현숙 | 기사입력 2022/05/25 [00:23]

편법스펙, 표절에도 내로남불.."이것이 한동훈식 공정인가?"

"돈을 주고 논문에 이름 얹어 대학 가는 게 '한국식 입시 전략'이냐는 조롱 섞인 말까지 듣고 있다"

정현숙 | 입력 : 2022/05/25 [00:23]

학계 "행위 자체가 문제, 몰인식..'미수'라고 부정한 과정 눈감아지는 것 아냐" 

불이익 도래한 美 교포사회도 '일파만파'

 


미국에 거주하는 처조카 2명이 고교 시절 쓴 논문들의 표절 논란과 함께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심각한 '모럴 해저드'와 '내로남불'이 재조명 되면서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아울러 미국 교포사회에서도 파장이 커지고 있다.

 

한 장관 딸은 조카들과 함께 '약탈적 학술지'에 논문을 게재했고, 이 논문들은 단어와 문장 구조만 바꾼 '교활한 표절(Sneaky Plagiarism)'이란 지적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처조카들은 아이비리그에 속하는 펜실베이니아대 통합 치대에 재학 중이거나 올해 하반기에 입학 예정이다.

 

앞서 한 장관은 딸의 논문 표절과 관련해 "입시에 쓰이지도 않았고 입시에 쓰일 계획도 없는 습작 수준의 글을 올린 것"이라고 문제가 안된다는 듯이 해명했다.

 

그러나 한 장관 딸이 아직 대학에 지원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처조카들의 경우와 다를 뿐 미국 유명대 입시를 준비하면서 편법스펙을 쌓고 있는 과정이 '스펙 공동체'나 다름없이 진행됐다. 이번에 밝혀지지 않았으면 딸이 준비한 논문 등이 결국 입시에 쓰일 용도라는 합리적 추론이 나온다.

 

24일 '한국일보'는 습작용 논문이라고 해도 ①약탈적 학술지에 게재한 행위 ②교활한 표절을 한 행위 자체가 문제이며, 이번 논란을 바라보는 한 장관의 인식은 더 큰 문제라는 학계의 비판을 전했다.

 

이날 매체에 따르면 한 장관의 처조카 2명이 작성한 논문 7편 중 4편이 학술지에서 철회됐다. 이 중 이달 11일 철회된 자폐 스펙트럼 관련 논문의 경우 학술지 측이 "일부는 문장을 통으로 베껴 문서화된 사기에 가깝고, 저작권 침해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철회했다.

 

한 장관 처조카들의 표절로 피해를 입은 이상원 뉴멕시코주립대 교수는 "단순히 표현과 문장을 베낀 표절 수준을 넘어, 실제 데이터를 모으고 연구를 수행했는지조차 의심된다"라며 "조작 정황이 큰데, 이는 매우 부도덕하며 표절과는 차원이 다른 문제"라고 강조했다. 

 

학계에선 한 장관이 딸의 비정상적 스펙 쌓기에 대한 해명 발언도 연구윤리에 대한 몰인식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질타했다. 작성한 글이 '습작용'이라고 하지만, ①약탈적 학술지에 출판하고 ②'교활한 표절'을 한 행위는 불법에 가깝기 때문이다. 

 

서울 사립대의 A 교수는 한국일보에 "학술지에 게재 한다는 것은 책임진다는 의미"라며 "약탈적 학술지에 논문을 올리는 과정에 부모가 관여했는지, 알고도 묵인했는지 조사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성년자이기 때문에 학습 과정에서 부모가 바로잡고 가르쳐야 할 문제이지, '연습용이라 문제 되지 않는다'는 태도는 매우 부적절하다"라며 "이것이 한동훈식 공정인지 되묻고 싶다"라고 강조했다.

 

다른 사립대의 B 교수는 "결과가 발생하지 않은 '미수'이기 때문에 부정한 과정이 눈감아지는 건 아니다"라며 "정의를 다루는 법무부 장관이 비윤리적 방법을 토대로 성취한 결과물을 두둔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라고 비판했다. 

 

부모 지위를 이용해 스펙을 쌓는 일에 비교적 관대한 미국도 이번 일은 ‘입시 부정’에 가깝다고 보면서 미국 한인 사회도 들끓고 있다. 논문 표절뿐 아니라 대필 작가를 고용해 에세이를 쓴 정황, 앱 대리 개발 등 불법적인 방식으로 대입용 스펙을 쌓는 행위를 용납하기 어렵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한국일보 인터뷰에 응한 교포들은 공통적으로 "일반인들은 감히 상상도 못해본 입시 비리인데, 관련된 사람들은 하나같이 '몰랐다'고 말하며 교묘히 빠져나갔다"라며 "자녀도 이름을 올렸으면서 '사용할 생각이 없는 스펙이고 습작용'이라고 일관하는 한 장관의 태도에도 화가 난다"라고 분노를 표출했다.

 

교포들은 한 장관 자녀와 조카들이 연루된 '스펙 공동체' 의혹으로 직·간접적인 피해를 보고 있다고 호소했다. 한 장관의 처형인 진모(49)씨는 캘리포니아주에서 입시 컨설턴트로 활동하면서 한인 학부모들을 끌어모았다. 한 장관 자녀 및 둘째 조카와 에세이 작성, 봉사 단체 등 활동이 겹치는 학생은 총 18명이다.

 

'스펙 공동체'에 포함된 일부 학생들은 약탈적 학술지에 글을 게재해 장학금을 받고 리더십 활동을 하는 데 활용했다. 결국 다른 학생들의 기회를 빼앗았다는 비판이 나온다. 한인 A씨는 "진씨가 지인들에게 '부모가 생각도 못한 스펙을 만들어 줬는데 왜 고마워하지 않느냐' '그래서 이런 스펙을 안 쓸 거냐'며 뻔뻔하게 대응했다"라며 "학부모 항의가 계속되자 참가비 명목의 돈을 돌려줄 테니 조용히 해달라는 말을 들었다"라고 밝혔다.

 

이곳에 10년째 거주 중이라고 밝힌 한인 C씨는 매체에 "한 장관 자녀와 조카, 그리고 일부 부유층 학부모들의 비뚤어진 욕망으로 미국 사회에서 한국 학생들을 색안경 끼고 볼까 걱정"이라며 "돈을 주고 논문에 이름을 얹어서 대학 가는 게 '한국식 입시 전략('Korean tactic)이냐는 조롱 섞인 말까지 듣고 있다"라고 말했다.

 

캘리포니아주에서 대학 입시컨설팅 학원을 운영했던 한인 D씨는 "이런 방식의 스펙 쌓기는 듣도 보도 못한 방식"이라며 "미국은 초등학교 때부터 표절이 얼마나 심각한 범죄인지 가르치며, 학교 과제를 제출할 때도 표절 검사 사이트에 올리게 돼있다. 대입에 눈이 멀어 이런 행동을 저지른 걸 보면 윤리의식이 심각하게 결여된 게 분명하다"라고 꼬집었다.

 

이번 일로 한동훈 장관 처조카들이 졸업한 고교와 캘리포니아주 산호세 지역의 한인 학생들이 향후 입시에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처조카가 재학 중인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대학신문은 "표절 의혹을 받고 있는 논문들이 이전에 발표된 연구와 유사하며, 표절률 역시 미주 지역 한인 학부모들이 작성한 청원글과 일치한다"라고 보도했다. 대학신문이 논문 표절 의혹을 대서특필함에 따라 이에 대한 확실한 소명을 하지 못하면 퇴학 위기에 처할 수있다.

 

한국일보는 이번 논란을 계기로 고위 공직자 자녀들이 비정상적 방법으로 '격에 맞지 않는' 대입용 스펙을 쌓고 있는 문제를 공론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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