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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연 론(論) "'구정물' 한국 관료사회에서 어렵게 피어난 '연꽃'..목민관의 길에 가장 가까운 경제관료"

김기만 칼럼 | 기사입력 2022/06/01 [05:56]

김동연 론(論) "'구정물' 한국 관료사회에서 어렵게 피어난 '연꽃'..목민관의 길에 가장 가까운 경제관료"

김기만 칼럼 | 입력 : 2022/06/01 [05:56]

 

나웅배, 한덕수에 비해 각각 23, 8살 적은 관료 후배 김동연은 먼저 '흙수저 신화'의 주인공. 

 

청계천 빈민, 광주대단지 난민 출신으로 덕수상고-국제대 야간-홀어머니와 동생 셋의 소년가장을 거친 그는 고교 졸업 후 낮엔 은행원, 밤엔 대학생, 새벽엔 고시공부생인 각고의 노력 끝에 1982년 한 해에 행정고시, 입법고시에 동시 합격해 인생을 바꾼다. 

 

개천에서 용이 날 수 있음을 보여준 그는, 그 어렵다는 풀브라이트 장학생에 뽑혀 미국 미시간대에서 정책학 석박사를 한다. 대단한 인생 반전(反轉)이다. 

 

김동연의 한 채 아파트는 19평형. 재산신고액은 22억 원. 땅 한 평 없고, 피트니스센터나 골프회원권도 없다. 공직 생활 32년에 장관, 부총리까지 한 것을 생각하면 '미스터 클린', '찐서민'이다.

 

'성완종(고 경남기업 창업자) 리스트'에 있던 정, 관계와 언론계 등 5백여 명 중에서 김동연은 노대래 전 공정거래위원장과 함께 끝까지 선물 하나 받지 않은 공직자로 확인되었다. 

 

2013년 국무조정실장 때 27세의 장남이 백혈병으로 사망했다. 그는 장례식 당일 업무에 복귀해 당시 국무조정실이 만든 '원전비리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주위에 아들 투병소식을 알린 바 없고, 아들의 부고도 내지 않았으며 당연히 부의금도 받지 않았다.

 

혹시 '세상에서 가장 슬픈 일'이라는 참척(慘慽)을 겪고도 일만 하는 '일벌레'가 아니었나? 절망과 절규를 이겨내기 위한 몰입이었다. 

 

문재인 정부의 초대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으로 2년 일하고 받은 급여 총액이 3억 5천만 원. 그는 이 중 40%인 1억 4천만 원을 "사회 취약계층에 써달라"며 기부했다. 신고재산이 83억원, 예금이 53억 원이면서 사회에 환원한 건 거의 없고 어느 해는 적십자회비 1만 원이 사회 기여의 전부인 어떤 관료와는 전혀 다르다.

 

김동연은 깡치가 있다. 영혼 없는 공무원과는 달랐다. 박근혜 정부 때 국무조정실장(장관)이었던 그는 "이 정권에 더는 봉사할 수 없다"는 결심을 하고 사표를 낸다. 그러나 사표는 즉각 반려된다. 몇 개월이 지나 그는 몸이 매우 아프다고 칭병(稱病)하여 자리에서 물러났다. 그 뒤 박 전 대통령의 모 주요국 대사 제안도 거절했다.

 

부총리 출신인 김동연은 지금 3년째 연금 생활자이다.  

 

그가 경제부총리에서 물러나 자연인이 되자 여러 로펌에서 영입 제안이 왔다고 한다. 그 중 한 곳은 "한덕수 전 총리보다 나은 예우를 하겠다"고 제안했다가 반응이 없자 백지수표를 제시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모두 20여 곳의 영입제의를 거절했을 뿐만 아니라 그 흔한 사외이사 한 건도 없다. 클래스가 다르지 않은가?

 

그는 "워낙 가난하게 살아봐서 연금생활이 불편하지 않다"고 말한다.

 

2018년 5월 한국경제신문이 각계 전문가 140명에게 의뢰해 청와대와 행정부 경제라인에서 고위 관료들의 업무능력 등위(等位)를 매겼다.김동연이 1위였다. 췌언(贅言)이 필요치 않다.

 

문재인 대통령으로부터 총리 제의를 받고도 사양한 바 있는 김동연. 그런 그가 2015년, 아주대 총장 제의를 수용한 것은 백혈병으로 2013년 27살에 먼저 세상을 뜬 아들을 생각한 고려(考慮)에서였으리라 짐작한다.

 

남들이 부러워하는 미국 국제개발은행(IDB)에 근무하던 장남이 원인도 모르는 백혈병으로 갑자기 세상을 달리했을 때, 김동연은 아마 모든 세상의 모든 명리(名利)를 포기하고 싶어졌을 것이다. 

 

이런 그를 일으켜 세워온 곳이 대학이었다고 한다. 죽은 아들과 비슷한 또래의 젊은이들에게 그가 가진 모든 것을 주겠다는 심정으로, 매일 아들과 대화한다는 기쁨으로 총장 일을 했다는 것이다.

 

다산(茶山) 정약용 선생이 강조한 목민관의 필수 덕목(德目)은 수기치인(修己治人), 멸사봉공(滅私奉公), 여민동락(與民同樂)을 앞세우고, '섬김의 공복(公僕)'정신으로  백성을 받드는 것.

 

김동연의 경기지사 도전은 바로 '다산의 목민관'이 되어보겠다는 의지의 표명으로 보인다. 그는 실제로 그런 목민관의 길에 가장 가까운 경제관료로 보인다.

 

김동연은 경기지사 할 만한 자격, 능력, 정책, 비전, 인품을 고루 갖추었다고 생각한다. 이제 그의 삶에 무언가 감동과 스토리가 있고, 하늘 우러러 부끄럼 없이 살아온 '희귀동물', '천연기념물', '딸깍발이'들이 새 세상의 주인공이 되기 바란다. 

 

김동연은 '구정물' 한국 관료사회에서 어렵게 피어난 '연꽃'이다. 국민이 지키고, 키우고, 더 잘 활용해야 할 '보물'이라고 필자는 감히 확언(確言)한다. 마지막 판단은 국민 몫이다.

 

글쓴이: 김기만 전 동아일보 파리특파원, 노조위원장/청와대 춘추관장/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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