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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원의 X파일 발언, 의도적인가 실수인가?

정인대 칼럼 | 기사입력 2022/06/15 [00:04]

박지원의 X파일 발언, 의도적인가 실수인가?

정인대 칼럼 | 입력 : 2022/06/15 [00:04]

 

 

 

문재인 대통령은 2020년 7월 3일 박지원 전 민생당 의원을 국정원장에 내정했다. 청와대는 내정 이유에 대해 "박지원 후보자는 4선 국회의원 경력의 정치인이고 정보력과 상황판단이 탁월하다"면서 "제18,19,20대 국회 정보위원회에서 활동해 국가정보원 업무에 정통하고 2000년 남북정상회담 합의를 이끌어내는데 기여했다. 현 정부에서도 자문역할을 하는 등 북한에 대한 전문성이 높다는 평가"라고 설명했다. 

 

기이한 것은 박지원 전 원장은 과거 더불어민주당 내에서 문재인 대통령 측과 갈등을 겪다 탈당했던 인물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정부의 핵심 권력기관인 국정원장에 박지원을 임명한 것은 정말 파격적이었다. 그러한 박지원 전 국정원장이 퇴임 후 구설수에 올랐다. 어느 정도 박지원의 인품을 고려했을 때, 예견되었던 사항이기도 하다. 그 가벼운 입을 절대로 가만히 둘 양반이 아니기 때문이다. 

 

박지원 전 국정원장은 지난 6월 10일 방송에 출연, "과거는 과거대로 묻고, 역사 속에 묻고 나와야 된다고 하는데 소위 국정원에 보면 정치인, 기업인, 언론인 등 우리 사회의 모든 분들을 존안 자료, X파일을 만들어서 보관하고 있다. 여야의 불행한 역사를 남겨놓으면 안 되니까 특별법을 제정해서 파일들을 폐기해야 된다고 하는데 이걸 못 했다"며 아쉽다고 말했다. 박지원 전 원장은 11일에도 방송 인터뷰에서 "우리나라 민주주의와 개인정보를 위해서도 그 정도는 밝혀도 문제가 없지 않느냐"라고 밝혔다. 

 

필자가 생각컨대, 박지원은 국정원장 재임시 아마도 폐기를 원하기 보다는 내용을 확인하고 별도로 보관하기에 바쁘지 않았을까, 자신의 과거 미국생활과 사생활, 추문은 가장 먼저 폐기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80대의 늙은 나이에 조용히 살지 민주당에는 뭘 먹을게 있다고 복당을 신청하는지 짜증도 난다. 그리고 박지원이 민주당에 복당 신청을 할 자격이나 있는지 궁금하다. 

 

이 당 저 당 떠돌다가 문재인 정부에서 70대 노인을 국정원장으로 앉힐 때 나는 우려했다. 그 이전에 문통이 북한을 방문할 때 동행하는 모습에서 어느 정도 감지는 했지만 보기 싫었다. 그러던 차에 민주당 출신도 아니었던 박지원이 국정원장에 임명될 때 나는 국정원 내부의 보안, 기밀 서류를 박지원이 다 보았을 것이고 훗날 이 자료를 자신의 정치적 자산으로, 활용하지 않을까 신경쓰였다. 

 

역시나 박지원은 방송에 나와서 득의만면한 태도를 보이면서 국정원의 X파일 이야기를 끄집어냈다. 마치 정치인들의 뒷조사 자료를 모두 알고 있다는 식의 설레발을 펼쳤다. 나아가 "국회에서 '의원님들, 만약 이것(X파일)을 공개하면 의원님들 이혼당한다'면서 개인 사생활의 발언까지 해댔다. 이에 정계, 재계는 물론 여러 사회단체의 인사들은 박지원의 발언에 신경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되었다. 그러자 언론에서 박지원 발언에 대해 상반된 견해를 쏟아냈다. 

 

국정원 역시 11일에 보도자료를 내고 "사실 여부를 떠나 원장 재직 시 알게 된 직무 사항을 공표하는 건 전직 원장으로서 부적절한 행동"이라며 유감을 표했다. 그러자 박 전 원장은 11일 SNS에 "국내 정보를 더 이상 수집하지 않지만, 이제는 그 자료들이 정쟁으로 비화하지 않도록 고민해야 하고, 실제로 국회도 이러한 논의를 하다가 중단된 것이 아쉽다는 점을 말한 것"이라 해명하며 공개 발언에 유의하겠다고 사과했다.

 

6월 13일에 경향신문과 조선일보는 상반된 사설을 냈다. 

 

경향신문은 ‘구시대 잔재 ‘국정원 존안자료’ 조속한 폐기 옳다’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국정원직원법 위반 시비가 일지만, 비밀로 치부돼 온 국정원 존안자료 실체를 전직 국정원 수장이 공증한 격”이라면서 “존안자료는 그대로 두면 권력자로 하여금 활용하려는 욕망을 부추기고 정보기관의 불법 행위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여야는 박 전 원장이 공론화한 국정원 존안자료를 조속히 폐기하기 바란다”고 했다. 다시 말하면 박지원의 폭로로 드러난 ‘존안자료’ 폐기를 강조한 셈이다. 

 

그러나 수구언론 조선일보는 ‘업무상 취득 정보로 정치 희화화시키는 전 국정원장’ 이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이 자료를 폐기하자는 취지에서 한 말이라지만 전직, 그것도 직전 국정원장이 재직 중 들여다본 정보를 누설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며 “위법 여부를 떠나 재직 중 취득한 정보를 누설하지 않는 것은 정보기관 출신의 기본적인 직업 윤리”라고 비판했다. 다시 말하면 박지원의 발언이 부적절하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향후 입을 함부로 놀리지 말라는 뜻으로 경고성 글을 올린 것이다. 

 

현재 81세의 나이에 민주당 복당을 신청하고 다시 정치의 전면에 나서고 싶은 박지원의 열정은 대단하다. 그러나 박지원이 그동안 우리 정치사에 영향을 미친 부분은 그다지 좋은 면이 없다고 할 것이며, 특히 철새처럼 정당을 오가는 모습에서 나이값을 못한 태도는 비판받을 내용이다. 향후 민주당에 복당하여 무슨 역할을 하려는지 몰라도 원로로서 아니면 내친김에 당 대표라도 하고 싶은 것은 아닌지 크게 우려된다. 우리나라 정치 발전과 민주당의 미래를 위해 조용한 처신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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