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고

정상회담장에 '취재단’도 불허 대통령실 배포 내용 받아써..우상호 "독재국가 회귀"

"저런 걸 '받아쓰기'..취재하는 게 아니고, 기자들은 왜 데리고 갔냐, 국내에서 보도자료를 뿌리면 되지”

국민뉴스 | 기사입력 2022/11/15 [00:24]

정상회담장에 '취재단’도 불허 대통령실 배포 내용 받아써..우상호 "독재국가 회귀"

"저런 걸 '받아쓰기'..취재하는 게 아니고, 기자들은 왜 데리고 갔냐, 국내에서 보도자료를 뿌리면 되지”

국민뉴스 | 입력 : 2022/11/15 [00:24]

최경영 "정보 조절을 통한 언론통제라고 볼 수 밖에 없는 행태들이 계속 벌어져"

 

윤석열 대통령이 13일 캄보디아 프놈펜의 한 호텔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이 동남아 순방전 MBC 취재진의 전용기 탑승 불허로 비판을 자초한데 이어 전날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과 한일 정상회담 현장을 순방에 동행한 공동취재단에 공개하지 않아 언론탄압 논란에 불을 지폈다.

 

이는 미국 뉴욕 방문 당시 벌어진 조 바이든 대통령을 향한 비속어 논란과 한국과 일본의 최대 현안인 ‘강제징용’ 배상 문제를 놓고 줄곧 저자세 입장을 취해 온 윤 대통령의 발언들이 취재진에 의해 기사화되면서 여론의 비판이 이어졌다. 이번 조치는 이번 순방에서도 발생할 수 있는 윤 대통령의 외교적 실수를 원천적으로 차단해 논란을 없애보겠다는 미봉책으로 해석된다.

 

14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인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독재정권 시절에도 이 정도까지 취재 제한을 하지는 않았다”라며 “독재국가로 회귀하는 느낌”이라고 윤 대통령의 동남아 순방을 평가하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전두환 정권때 연세대 학생회장을 지낸 우 의원은 이날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당시를 돌이키며 “내용을 가지고 나중에 핸들링을 하는 것이지. 협조를 구하고, 보도 지침 주고. 그런데 이거는 민주주의 국가에서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규정했다.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통상 각국 정상과의 회담은 ‘풀(대표) 기자 취재’ 형식으로 공개되는데 대통령실은 13일 프놈펜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과 한-일 정상회담을 공동취재단에 공개하지 않았다. 이번 회담은 대통령실 관계자가 회담장에 들어가 관련 내용을 전하겠다는 것으로 편집된 발언과 영상·사진만 취재진에 전달된다. 반면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한일 정상회담 이후 발리로 떠나기 직전 기자들과 만나 각국 정상과의 회담 성과 등에 대해 13분 동안 설명했다.

 

우상호 의원은 대통령실이 취재진을 따돌리고 정상회담 내용을 단순히 보도자료로만 배포한 것을 두고 “대통령실에서 풀어준 것만 받아쓰라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아울러 “이제 언론과의 관계를 통제형으로 바꾸겠다고 하는 입장인 것인지 한번 들어와서 한번 물어봐야 될 것 같다. 바람직해 보이지 않다”라고 강조했다.

 

또 우 의원은 'MBC 전용기 배제'와 관련해 "아주 옹졸한 짓"이라며 "권력자를 비판하는 언론에 대해 위정자가 저렇게 노골적인 배제를, 그것도 불이익을 준 거다. 비행기 타고 오지 말고 알아서 와라, 이런 식인데 되게 졸렬한 처사”라고 힐난했다.

 

그는 “MBC만 적으로 돌리려다가 전 언론이 경각심을 갖게 된 것 아닌가”라며 “오히려 손해 볼 짓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MBC 배제에 한겨레와 경향신문도 동참해 대통령 전용기를 이용하지 않고 독자적으로 취재에 나섰다. 또한 이번 순방에서 윤석열 정부의 처사에 분노한 캄보디아 교민들이 MBC에 숙소 등 편의를 제공했다는 후문도 전해지고 있다.

 

최경영 KBS 기자는 이날 "대통령실 MBC 출입기자만 전용기 탑승배제 - 한국에서 전용기 타고가는 동안 기자 간담회 없음"이라며 "공식회의 석상에 대통령실 취재기자, 촬영기자 취재 배제- 질의응답도 없었음 -대통령실 카메라맨이 촬영해서 배포"라고 대통령실의 언론 통제를 페이스북을 통해서 밝혔다.

 

최 기자는 이어 "MBC를 사실상 '제재'했는데 대통령실 출입기자들이 반발해서 성명까지 내니 본보기를 더 보여준 것이라고 해석할 수 밖에"라며 "이 와중에 간담회가 없었던 전용기내에서 2명의 기자만 따로 선택되어 불려갔다고 한다"라고 전했다.

 

이어 "그 2명의 기자는 무슨 말을 들었을까? 사실이라면 전형적으로 검사들이 맘에 드는 쿵짝이 맞는 취재기자들 자기 방에 오게 해서 따로 브리핑해주는 행태와 똑같음"이라며 "정보 조절을 통한 언론 통제라고 볼 수 밖에 없는 행태들이 계속 벌어진다. 권위주의와 민주주의 그 사이에 있다. 이미 한계치를 넘은 것인지도..."라고 비판했다.

 

최 기자는 전날 페이스북에서는 “권력과 언론이 상호 긴장관계가 아닌, 한 몸이 된 듯한 나라, 공산당 일당 독재국가들의 특징”이라며 우크라이나 전쟁을 보도하는 푸틴 일당독재 러시아 언론을 지적하면서 대통령실 통제하에 놓인 한국 언론도 짚었다.

 

그는 “9개월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직후 ‘앞으로 며칠내 러시아 군은 우크라이나 수도를 함락해 승리의 행진을 하고 있을 것이다’라고 러시아TV는 예측했다”라며 “틀렸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최근 러시아 군이 점령지역의 최대거점 도시 헤르손에서 철수하고, 우크라이나가 빼앗긴 영토 일부를 다시 회복했다”라며 “러시아 언론은 헤르손 철수 결정도 국방장관이 한 것이지 나와는 아무 상관도 없다는 대통령실의 황당한 변명도 아무런 비판없이 그대로 받아만 쓰고 있다”라고 꼬집었다.

 

아울러 “러시아 언론은 누구를 위해 일하고 있는가?”라며 “러시아 국민이 아닌 푸틴을 위해, 푸틴의 잘못된 행동을 엄호하고, 지켜주고, 변명해주기 위해 일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최 기자는 “권력과 언론이 한 몸이 된 듯한 나라의 특징”이라며 “우린 저 정도는 아니니까, 그나마 이 정도라서 다행인가요?”라고 냉소했다.

 

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 9월 뉴욕 순방 당시 비속어 발언과 국익에 불리한 보도를 했다는 이유로 MBC 취재진의 대통령 전용기 탑승을 거부했다. 그러자 언론단체는 물론 야당과 시민사회단체들이 대거 들고 일어나 비판했지만, 자신의 부적절한 언행을 사과하기는커녕 MBC 취재진만 뺀 채 순방을 강행했다. 

 

 

 

 
  • 도배방지 이미지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