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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 구청장, 윤대통령·이상민과 10·29 참사 전날 '오찬'.. 불붙은 '정부 책임론'

박희영 "핼러윈 안전전념" 채팅방으로만 전파..참사 당일 이태원 현장 대신 고향 방문, 모순된 행보 드러나

정현숙 | 기사입력 2022/11/18 [00:02]

용산 구청장, 윤대통령·이상민과 10·29 참사 전날 '오찬'.. 불붙은 '정부 책임론'

박희영 "핼러윈 안전전념" 채팅방으로만 전파..참사 당일 이태원 현장 대신 고향 방문, 모순된 행보 드러나

정현숙 | 입력 : 2022/11/18 [00:02]

'시민 안전 걷어차고 용산구 '치적' 홍보에만 전념'

 

단체 채팅방 '용산의힘'에 참사 전날인 10월 28 박희영 용산구청장이 올린 내용. 독자 제공

 

 

박희영 용산구청장이 10·29 이태원 참사 전날 윤석열 대통령과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을 만나고 온 뒤 지역 관계자들에게 "핼러윈 안전에 만전을 기하겠다"라는 취지를 전파했던 것으로 '노컷뉴스'가 확인했다.

 

그간 알려진 박희영 용산구청장의 '핼러윈 참사' 당일 행보를 감안하면 '모순' 그 자체인 발언이었던 셈이다.

 

17일 '노컷뉴스'에 따르면 매체가 단독 입수한 당시 SNS 대화내용을 보면 박 구청장의 관심사는 오로지 자신이 펼친 구정 홍보에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과의 오찬 자리에 놓인 자신의 명패를 촬영해 게시하기도 했다. 시민의 안전보다 구청장으로서의 치적이 우선이었던 것은 아닌가 하는 비판이 제기된다.

 

박 구청장은 지난달 28일 오전 9시 서울전쟁기념관 '피스앤파크'에서 열린 '전국시장·군수·구청장 대상 국정설명회'에 참석했고, 오후 12시경부터 1시간가량 이어진 대통령과의 오찬간담회에도 자리했다. 

 

그는 윤 대통령이 앉은 헤드테이블에서 대통령 옆옆자리에 앉았다. 해당 테이블에는 대통령뿐만 아니라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조재구 대한민국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 대표회장(대구 남구청장) 등 총 11명이 있었다. 다른 서울시 구청장들은 오찬장 뒤쪽에 앉은 것으로 전해졌다.

 

용산 이태원 핼러윈 데이 축제가 바로 다음 날로 10만이 넘는 대규모 인파를 예상하고도, 재난사태에 대응하는 최고 컨트롤 타워인 대통령과 행안부 장관, 지자체장이 한자리에 모여 핼러윈 안전전념을 말로만 다짐한 꼴이 됐다. 언행 불일치로 수백명의 사상자를 낸 공동정범이라는 지적과 함께 정부책임론의 파장이 커지고 있다.

 

박 구청장은 이날 (10월 28일) 오후 12시 2분 '용산의힘'이라는 카카오톡 단체 채팅방에 오찬장 사진과 함께 "대통령님과 함께 오찬 예정이다. 바야흐로 용산시대임을 실감한다"는 메시지를 올렸다. 해당 채팅방에는 용산구를 지역구로 둔 국민의힘 소속 지역 정치인과 핵심 당원 등 520여 명이 모여 있어 구청장 등이 치적을 알리는 곳으로 파악됐다.

 

이후 오후 8시 34분 당원 중 한 명이 "청장님이 전국 시장·군수·구청장을 대상으로 국정설명회가 있어 대통령실에 다녀오셨다"라면서 "오늘 일정을 모두 마치시고 곧 있을 핼러윈 데이를 맞아 안전과 방역활동에 전념을 다하신다고 하셨다"라고 글을 올렸다.

'이태원 참사' 하루 전인 지난달 28 윤석열 대통령과 오찬 자리에 함께한 박희영 용산구청장. 온라인 갈무리

 

 

이날 박 구청장의 다른 일정은 오후 3시 '2022년 구민공감 현장소통(원효2동)'과 오후 5시 30분 '아파트공감나누기 한마당(한강로동)'이었다.

 

박 구청장은 정작 앞서 열린 10월 26일 '핼러윈 대비 관계기관 간담회', 10월 27일 '핼러윈데이 대비 긴급대책회의' 등에는 모조리 불참했다.

 

용산구청이 작성한 '주간 행사 계획'엔 참사 당일인 10월 29일이 공란으로 나와 있다. 박 구청장은 참사 당일 오전 경남 의령군의 집안 제사에 참석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오후 2시부터 30분 동안 의령군수를 면담하고 오후 4시경 서울로 출발한 구청장은 오후 8시 20분경 퀴논길 인근 자택으로 귀가했다.

 

그 시간 동안 박 구청장은 '용산의힘' 채팅방에 핼러윈 관련 안전에 대해선 일절 언급하지 않고 오후 12시 23분, 오후 3시 35분, 오후 6시 3분, 오후 7시 40분, 오후 8시 32분 등 여러 차례 본인의 인터뷰 기사와 용산구청 홍보 영상 링크만 올렸다.

 

박 구청장 스스로가 '안전을 챙기겠다'고 공언했던 핼러윈 참사 당일, 관내를 벗어나 있던 데다가 대규모 인파가 몰린 시민의 안전 문제에 신경을 쓴 흔적은 어디에도 발견되지 않는다.

 

박 구청장은 참사가 일어난 후에도 서울소방재난본부가 주재한 상황판단회의에 한 차례도 참석하지 않은 것으로 보도된 바 있다. 또 귀가 이후 재차 이태원 중심 거리 인근인 퀴논거리 현장을 둘러봤다는 설명도 거짓으로 드러나 비판받았다.

 

경찰청 특별수사본부는 박 구청장을 지난 7일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로 입건하고 11일 출국 금지했다. 경찰은 핼러윈을 앞두고 안전사고 예방 조치를 충분히 취하지 않은 이유 등을 중심으로 수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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