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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옷 서랍까지 뒤져 수치심”..한동훈 관련 MBC기자 ‘과잉충성?’ 압수수색 행태 고발

[임현주 MBC 기자가 기록한 그날] "과잉수사의 정의는 뭔가요?"

백은종 | 기사입력 2023/06/01 [10:33]

“속옷 서랍까지 뒤져 수치심”..한동훈 관련 MBC기자 ‘과잉충성?’ 압수수색 행태 고발

[임현주 MBC 기자가 기록한 그날] "과잉수사의 정의는 뭔가요?"

백은종 | 입력 : 2023/06/01 [10:33]

범죄 혐의를 받을때 자신의 아이폰 비번을 숨기고 떳떳하게 공개하지도 못한 법무부장관 한동훈의 국회 인사청문회 자료를 타사 기자에게 건넨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는 임현주 MBC 기자가 “기자이기 이전에 한 개인이 감당하기 힘든 일을 겪었다”며 경찰의 ‘과잉’ 압수수색 행태를 고발했다.

 

 MBC 임기자 브런치 스토리 켑쳐  © 서울의소리

 

 

자신을 18년차 기자이자 아이 엄마로 소개한 임 기자는 31일 블로그 플랫폼 브런치에 올린 “‘과잉수사’의 정의는 뭔가요?” 제목의 글에서 지난 30일 오전 경찰의 자택 압수수색과 관련해 “(당일) 변호사님과 함께 영장 내용을 확인하고 신체, 의복, 소지품에 대한 수색에 협조하고 차량 수색이 끝난 뒤 주거지에 대한 압수수색이 진행됐다”고 전한 뒤 “도대체 기자가 얼마나 중한 죄를 지었길래 판사가 기자의 신체, 의복, 소지품에 집, 차량, 사무실까지 영장을 발부했을까”라고 반문했다.

 

이어 “경찰은 집안 모든 피시(PC), 유에스비(USB·이동식저장장치) 등을 확인했고, 취재 수첩과 다이어리 등을 확인했다. 2006년에 사용했던 다이어리부터 취재수첩까지, 자료란 자료는 열심히 들여다봤다. 과연 20년 전 다이어리와 10여년 전 취재수첩 등이 한 장관님의 인사청문회 요청안 파일과 무슨 연관이 있는지 상식적으로 납득이 되지 않았다”고 적었다. 

 

임 기자는 경찰이 본격적인 압수수색에 앞서 “휴대전화부터 제출하시죠. 한동훈 장관도 휴대전화 압수수색은 협조하였다”라는 말도 꺼냈다고 전했다. 그는 “경찰이 영장집행을 나와서 기자에게 ‘한동훈’을 언급하는 이유는 무엇이며, 무엇보다 중립적이어야 할 수사기관이 마치 한동훈의 대변인 같은 발언을 하며 휴대전화 압수수색에 협조를 하라니, 압수수색을 경찰에서 나온 건지 검찰에서 나온 건지 헷갈릴 정도였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임 기자는 압수수색이 이뤄진 몇 시간 동안 최대한 경찰에 협조했으나, 과잉 압수수색을 비롯한 경찰의 수사 행태에 대해선 크게 불쾌했다는 심경을 남겼다. 그는 “경찰이 방에 들어가서 XX(속옷 지칭)까지 손으로 만지면서 서랍을 뒤지는 것을 보는데, 솔직히 화가 났다”며 “휴대전화도 제출했고, 업무용 노트북도 제출했는데 굳이 가족들이 살고 있는 공간에 속옷 서랍까지 다 들춰보며 수치심을 주는 이유는 뭔가”라고 물었다.

 

또 “경찰은 압수수색 전 이미 두 차례나 저희 집을 방문했고, 마치 미행하듯 기자 차량이 주차장에 들어오자마자 경찰차가 따라 들어오고 기자 차량 아파트 출입 기록을 2개월치나 떼가면서 가족 얼굴이 담긴 영상들을 왜 찍어가신 건지. 이 사건 수사와 저희 가족들은 무슨 연관성이 있는 건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경찰은 한동훈이 지난해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국회에 제출한 자료가 임 기자를 거쳐 열린공감TV 취재진에게 넘어간 것으로 보고 수사를 벌이고 있다. 해당 자료에는 한동훈의 주민등록초본, 부동산 매매계약서 등 개인정보가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이 문제 삼고 있는 한동훈의 청문 자료 유출 혐의에 대한 입장도 일부 밝혔다.

 

이에 대해 임 기자는 “국회를 출입하는 기자는 1천명이 넘는다. 외신기자까지 하면 약 1300명에서 1500명 정도 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인사청문회 기간이면 인사검증 자료들이 공개되고, 기자들은 그 자료들을 토대로 취재하면서 인사청문 대상자에 대해 검증하는 보도를 한다”고 했다.

 

임 기자는 한동훈을 향한 공개 질문도 남겼다. 그는 “인사청문회 당시 기자들이 따님 국제학교에 다니는 것 취재할 때 미성년자니까 자녀에 대한 과잉 취재는 문제가 있다고 하지 않았나. 취재와 수사당하는 입장에서 어떤 게 더 공포스러울지, 한번쯤 생각해봤나”라며 글을 맺었다.

 

임 기자는 이 사건과 별도로 지난해 윤석열의 ‘바이든·날리면’ 비속어 발언 논란을 보도한 뒤 여당으로부터 명예훼손 혐의 등으로 고발된 상태다. 2020년에는 ‘검사 술 접대’ 사건 보도와 관련해 한동훈으로부터 3천만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당하기도 했다.

 

경찰이 지난 30일 한동훈 인사청문회 자료 유출 혐의를 받는 MBC 임 기자의 소속 부서 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에 앞서 전국언론노동조합 엠비시본부 조합원들과 대치하고 있다. 언론노조 MBC본부 제공

 

 

아래는 MBC 임 기자가 브런치 스토리에 고발한 글 전문

 

기자는 기록하는 사람입니다. 기자이기 전에 한 개인이 감당하기 힘든 일을 겪으며, 기록을 남깁니다.

 

저는 18년 차 기자입니다. 저에겐 아이가 있습니다. 아이는 엄마가 기자라는 이유만으로 늦은 저녁 뉴스 화면을 통해 엄마 얼굴을 보는 날이 더 많았습니다.

 

주로 경찰과 검찰 등 수사기관을 오래 출입한 터라, 아이가 유치원을 다닐 때는 아이 친구들이 "아줌마, 경찰이에요? 검찰이에요?" 묻곤 했습니다.      

 

아이는 엄마가 기자로 일하면서 자기 일을 좋아하고, 일 하는 걸 행복해한다고 느꼈는지, 친구들에게 우리 엄마가 경찰청에서 일한다, 검찰청에서 일한다고 말했던 것 같습니다. 정확히는 경찰청을 출입했었고, 검찰청도 출입했었으니, 아이의 시선이 아주 틀린 건 아니었지요.

 

기자생활 하면서 가장 보람되게 일했던 곳도 사회부였습니다. 민중의 지팡이인 경찰이 정권의 눈치를 본다고 욕을 먹을 때도, 검찰의 무소불위 권력이 국민들께 비난받을 때도, 저는 검경 조직 내에 사명감을 갖고 일하시는 분들이 계시기에 그분들을 믿고 응원하며 저는 제 자리에서 맡은 바 소임을 다하려고 노력해 왔습니다. 아이에겐 늘 바쁜 '기자' 엄마인 게 미안했지만, 그래도 우리 사회에 누군가는 해야 할 일들을 묵묵히 하고 있다고 생각했기에 저는 제 직업을 자랑스럽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어제는 하마터면 아이에게 '못볼꼴'을 보여줄 뻔했습니다.

 

어제(30일) 오전, 서울청 반부패부 소속 경찰관들이 집으로 들이닥쳤습니다.     

 

저는 지난해 9월 정치팀에서 대통령 해외 순방 발언 보도로 수사를 받고 있었기 때문에 그 건으로 압수수색이 진행된 것인 줄 알았습니다. 그래서 경찰관분께 물었습니다.     

 

"요즘은 명예훼손혐의로도 주거지와 사무실 압수수색영장이 발부되나요?"

 

한참 지난 이야기를, 지금에 와서 주거지와 차량까지 압수수색한다는 게 좀 이해가 안 됐습니다. 그런데 수사관 얘기는, 이번에는 다른 건으로 왔다는 겁니다.          

지난해 4월 한동훈 법무장관에 대한 인사청문회 당시 인사검증자료를 A매체 기자에게 파일로 전송해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가 인정된다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좀 구체적으로 내용을 설명해달라고 했더니 경찰은 알려줄 수 없다면서 저에게 대뜸 이렇게 말을 했습니다.

 

"휴대전화부터 제출하시죠. 한동훈 장관님께서도 휴대전화 압수수색은 협조하셨습니다."

 

저는 제 귀를 의심했습니다.     

 

경찰이 영장집행을 나와서 기자에게 '한동훈 장관님'을 언급하는 이유는 무엇이며, 무엇보다 중립적이어야 할 수사기관이 마치 한동훈 장관님의 대변인 같은 발언을 하며, 휴대전화 압수수색에 협조를 하라니, 압수수색을 경찰에서 나온건지 검찰에서 나온건지 헷갈릴 정도였습니다.  

 

저는 말문이 막혔습니다.     

 

"한 장관님께서 당시 휴대전화 제출 과정에서 검사와 몸싸움이 벌어져 독직폭행으로 문제 제기하지 않았던가요? 제 기억엔 끝까지 휴대전화 비밀번호는 알려주시지 않으신 걸로 아는데, 어떤 협조를 하셨다는 말씀인지?..."

 

경찰은 더 이상 한동훈 장관이 휴대전화 압수수색에 협조했다는 말은 하지 않았습니다.

 

얼마 후, 변호사님이 도착했고, 경찰이 제시한 영장을 읽어봤습니다.     

 

도대체, 기자가 얼마나 중한 죄를 지었길래 판사가 기자의 신체, 의복, 소지품에 주거지 집, 차량, 사무실까지 영장을 발부했을까.

 

변호사님과 함께 영장 내용을 확인하고 신체, 의복, 소지품에 대한 수색에 협조하고 차량 수색이 끝난 뒤 주거지에 대한 압수수색이 진행됐습니다. 경찰은 집안에 모든 PC, USB 등을 확인했고, 취재 수첩과 다이어리 등을 확인했습니다. 2006년에 사용했던 다이어리부터, 10여 년 전 사용했던 취재수첩까지... 집안에 자료란 자료는 열심히 들여다봤습니다. 과연 20년 전 다이어리와 10여 년 전 취재수첩 등이 한 장관님의 인사청문회요청안 PDF 파일과 무슨 연관이 있는지 상식적으로 납득이 되지 않았습니다.      

 

아니, 사건 발생은 작년 4월이라고 영장에 나와있는데 2006년 다이어리는 왜 필요하며, 10여 년 전에 쓰던 취재수첩까지 들여다볼 필요가 있는지 물었습니다. 

 

경찰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간혹 일부러 옛날 수첩이나 다이어리에 메모를 해 놓는 분들도 계셔서요."          

 

저는 몇 시간 동안 최대한 수사기관 분들께 수사 진행 협조를 했습니다. 찾으시는 물건들은 갖다 드리고, 회사 업무용 노트북은 압수 목록에 작성하셨고, 그 외에도 명함과 각종 서류 등을 챙기셨습니다. 제가 혹시라도 질문하면 경찰은 판사님께서 영장을 괜히 발부하셨겠느냐며, 절차에 따르라고 했습니다.

 

서울중앙지법 윤재남 영장전담 판사님.

 

저는 수색 장소, 신체, 물건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해 주셨으니, 저도 최대한 협조했습니다.

 

하지만 경찰이 방에 들어가서 팬티까지 손으로 만지면서 서랍을 뒤지는 것을 보는데, 솔직히 화가 났습니다. 영장을 발부하신 부장판사님도 같은 여자시던데, 영장에는 기자의 주거지를 압수수색하면서 속옷까지 수색하라고 영장 범위에 적어 놓지는 않으셨던데요. 이런 경우는 어떻게 받아들여야하는건가요.

 

지난해 4월 한동훈 장관님의 인사청문회 파일이 문제가 되는 것이라면 저희 집에서 그 범위에 한해 압수수색을 하면 되는 것 아닌가요. 휴대전화도 제출했고, 업무용 노트북도 제출했는데.. 굳이 가족들이 살고 있는 공간에 속옷 서랍까지 다 들춰보며 수치심을 주는 이유는 뭔가요.      

 

저는 정말이지, 경찰이 속옷 서랍을 열고, 만질 때 상당히 불쾌했습니다. 그래서 정중히 부탁드렸습니다.           

 

"여기는 속옷이 있는 서랍이라고 말씀드렸는데, 속옷은 손은 좀 씻고 수색해 주시죠."

 

몇 시간가량 집안에 대한 수색이 끝나고, 다음엔 사무실로 이동했습니다.

 

기자들은 노트북을 사용하는데, 이미 노트북은 집에서 확보하셨으면서 제 부서 책상까지 다 확인하셔야 한다며 경찰은 직원들과 대치를 이뤘습니다.

 

언론단체들은 이 사건이 발생한 시점이 1년 이상 지났고, 기자 업무가 보통 개인 휴대폰과 전자기기 등으로 이뤄진다는 점, 뉴스룸에는 언론사가 보호해야 할 수많은 취재원 정보와 취재 관련 정보들이 모인다는 점에서 언론사에 대한 압수수색은 부당하다고 비판했습니다.           

 

저는 어제 아침 압수수색을 당하면서 처음으로 한동훈 장관님의 개인정보유출 위반 혐의란 새로운 저의 죄명을 듣고, 새로운 사건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대통령에 대한 명예훼손 수사에 이어, 현직 법무부장관에 대한 개인정보유출 수사라... 솔직히 기자 개인이 감당하기엔 저에게 '죄가 있다'고 하시는 분들이 너무 높은 분들이셔서, 겁도 나고 두렵습니다.     

 

국회를 출입하는 기자는 1천 명이 넘습니다. 외신기자까지 하면 약 1천3백 명에서 1천5백 명 정도 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인사청문회 기간이면 인사검증 자료들이 공개되고, 기자들은 그 자료들을 토대로 취재하면서 인사청문 대상자에 대해 검증하는 보도를 합니다. 그런데 그 당시 무슨일이 있었다는 것인가요.

 

난생처음 압수수색을 경험하고 휴대전화와 노트북을 제출하고 나니, 군인이 총과 칼을 뺏기면 이런 기분일까 싶었습니다.     

 

그리고 오늘,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경찰이 압수수색 전 이미 두 차례나 저희 집을 방문했었고, 2개월치 차량 기록과, 저희 가족들이 엘리베이터를 드나드는 영상들을 모두 촬영해 갔다는 사실을요.  

 

물론 압수수색을 위해 주거지 사전 탐문은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마치 미행하듯, 기자 차량이 주차장에 들어오자마자 경찰차가 따라 들어오고, 기자 차량 아파트 출입기록이 2개월치나 떼가면서, 가족 얼굴이 담긴 영상들을 왜 찍어가신 건지. 이 사건 수사와 저희 가족들은 무슨 연관성이 있는 건지 묻고 싶습니다.      

 

한동훈 장관님, 인사청문회 검증 당시 따님 국제학교에 다니는 것 기자들이 취재할 때 미성년자녀니까 자녀에 대한 과잉 취재는 문제가 있다고 하지 않으셨었나요? 미성년자녀는 장관님 자녀에게만 해당되는건 아니지요? 취재와 수사. 어떤 게 더 당하는 입장에서 공포스러울지, 한번쯤 생각해보셨나요?

 

수락석출, 물이 빠지고 나니 돌이 드러난다는 말처럼 언젠가는 흑막이 걷히고 진상이 드러나는 날이 오겠지요. 그때까지 묵묵히, 저는 기자로서 제 길을 걷겠습니다.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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