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둥훈이 급하긴 급했던 모양이다. 3월 들어 국힘당이 격전지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수도권은 물론, 충청, 부울경마저 흔들리자 갑자기 대구에 있는 박근혜를 만난다는 보도가 나왔다. 웃기는 것은 윤석열과 한동훈이 수사해 구속시킨 사람이 바로 박근혜란 점이다.
윤석열은 이미 네 번이나 박근혜를 만났는데, 한동훈마저 박근혜를 만난다고 하자 국힘당 수도권 출마자들이 난색을 표하고 있다. 박근혜의 만남이 중도층 외연 확장엔 전혀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대구와 경북에서도 박근혜의 힘이 예전과 못하다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윤석열에 이어 한동훈이 박근혜 만난 이유
그런데 왜 윤석열에 이어 한동훈마저 박근혜를 만나려 할까? 그 이유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1) 전국적으로 국힘당 후보들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고, 특히 PK마저 민심이 흔들리고 있어 보수를 결집시키기 위해 (2) 5.18비하 발언으로 공천이 취소된 도태우와 무소속으로 출마한 최경환의 바람을 잠재우기 위해 (3) 윤-한 갈등이 재점화되자 극우 유튜버들이 일제히 한동훈 타도를 외치고 있는데, 이를 잠재우기 위해 (4) 박근혜 변호사인 유영하를 지원해 박근혜 지지표를 흡수하기 위해 (5) 차기 대선 때 대구와 경북 지지가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에
자기가 구속시켜 놓고 가르침을 받겠다?
한동훈은 지난달 2일 생일을 맞은 박근혜에게 축하 난을 전달하며 "박 전 대통령을 포함해 우리 사회의 원로들로부터 많은 가르침을 받고 싶다"고 말했다. 자기가 수사해 구속시킨 사람에게 가르침을 받겠다고 하자 야권은 물론 국힘당 내에서도 실소가 흘러나왔다. 그야말로 병주고 약 준 것이다.
윤석열은 한때 모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박근혜와 최순실을 경제 공동체로 엮으면 되고...” 하는 발언을 한 바 있다. 여기서 ‘엮다’는 검찰이 자주 쓰는 표현으로, 증거를 조작한다는 뜻이다. 극우 아스팔트 세력이 윤석열의 이 말에 흥분했다가 요즘은 조용하다. 특히 조원진이 그렇다.
변희재가 제기한 태블릿 피시 조작 부각될 수도
마침 변희재가 태블릿 피시가 조작되었다며 연일 공세를 펴고 있지만 무슨 일인지 검찰은 변희재를 다시 구속시키지 않고 있다. 긁어서 부스럼이라는 생각을 한 것 같다. 변희재는 현재 보석 중이다. 검찰이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다시 구속할 수 있는데도 망설이는 이유가 뭘까?
하지만 태블릿 피시 조작 사건은 정권이 바뀌면 재수사나 특검이 이루어져 언젠가 진상이 규명될 것이다. 물론 박근혜가 태블릿 피시 안에 있는 내용만 가지고 탄핵된 것은 아니지만, 태블릿 피시가 탄핵의 시발점이라는 것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박근혜의 비리와 별도로 태블릿 피시 조작 사건은 반드시 재수사가 이루어져야 한다.
탄핵당한 사람 만나고 범죄자 비판?
한동훈은 최근 조국혁신당이 뜨자 이재명 대표를 같이 묶어 범죄자 집단 운운했지만, 정작 온갖 비리로 얼룩져 탄핵당한 박근혜를 만난 것은 자기 부정이자 이율배반이 아닐 수 없다. 한동훈은 25일 박근혜를 예방하기로 한 것과 관련해 "정치인으로서 전직 대통령을 찾아뵈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다"라며 "이명박 전 대통령도 찾아가 뵐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렇다면 왜 문재인 전 대통령은 만나지 않을까?
한동훈은 서울 성동구 한양대학교 동문회관에서 "이재명이라는 사람이 어떤 범죄에 연루됐고 어떤 증거들이 나오고 어떤 수사가 되고 있는 사람인지, 조국이라는 사람이 어떤 범죄를 저질러서 어떤 형량을 받고 어떤 상황에 있는지 이런 부분에 대해 사실 알고는 계시더라도 그 부분을 자꾸 잊어버리시는 경우가 많다"며 "이런 범죄자들에게 나라의 운명을 맡기고 국가 권력을 맡길 것인지 생각해 봐 달라고 말씀드려야 한다. 이게 민생"이라고 강조했다.
한동훈은 "박근혜 대통령께서 이재명 대표나 조국 대표처럼 권력을 장악하겠다고 하고 계신가"라고 되물으며 "그런 취지가 전혀 아니지 않나"라고 반박했다. 이어 "그건 전혀 다른 얘기라는 것이 다 이해되실 것 같다"며 "그게 어떻게 비교가 되나"라고 덧붙였다.
앞뒤 안 맞은 오류투성이 여전
박근혜는 권력을 추구하지 않으니 탄핵당했더라도 괜찮고, 이재명과 조국은 권력을 추구하니 문제라는 한동훈의 논리는 초등생이 들어도 웃을 것이다. 이처럼 그의 논리는 온통 오류투성이다. 그럼 한동훈이 받고 있는 검언유착, 고발사주, 딸 논문 대필, 경력 조작, 봉사 시간 조작 혐의는 합법적인가?
한동훈은 윤석열과 함께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국정농단 특검에 파견돼 수사에 참여한 바 있다. 이후 한동훈은 재판장에 참석해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뇌물 등 혐의로 박근혜에게 징역 30년을 구형했다. 박근혜는 대법원에서 최종 20년을 선고받았고, 이후 문재인 정부에서 사면됐다.
그런 한동훈이 박근혜를 찾아가 가르침을 받겠다니 기막 막힌다. 그런 논리로 어떻게 사법고시에 합격하고 검사를 했는지 궁금하다. 이제 한동훈이 제기한 소송마다 진 이유를 조금 알겠다. 한동훈은 4월 10일 이후 언론에서 사라지고 없을 것이다. 안철수처럼 어디 외국으로 가서 국내 상황을 ‘간보기’나 하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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