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검사들이 인사철도 아닌데 줄사표를 내고 있어 그 의도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소속 A 검사(사법연수원 40기)는 최근 사의를 표명했다고 한다. 앞서 같은 부서의 B 부부장검사(37기)는 지난 3월경 사표를 제출하고 김앤장 법률사무소로 자리를 옮겼다고 한다. 검사가 된 지 10년 안팎의 검사들도 다수가 검찰을 떠나고 있다. 창원지검 C 검사(변호사시험 2회)와 인천지검 부천지청 D 검사(변시 6회)도 지난달 중순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 사의를 표명하는 글을 올렸다고 한다.
검찰은 보통 정기 인사 때 이동이 가장 많다. 수사팀에 배치된 검사는 보통 2월과 7월에 승진되거나 검사를 그만 두는데, 묘하게도 윤석열 정권에서는 5월인데도 줄사표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검사 조직은 중도에 누군가 하차하면 금방 빈틈이 채워지는 구조가 아니다. 정기 인사가 아닌 시기에 검사가 그만 두면 남아 있는 검사들에게 상당한 부담을 준다고 한다. 따라서 매우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중도에 그만 두는 사례가 적었는데 윤석열 정권 들어서는 예외다. 그 이유가 뭘까?
줄사표 나오는 이유
인사철도 아닌데 검사들이 줄사표를 내는 것은 이례적으로, 거기엔 다음과 같은 다양한 이유가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1) 총선에서 압승한 야당이 연일 검찰개혁 강조(야당의 검찰 흔들기) (2) 검찰청이 해체되고 기소청이 되기 전에 로펌으로 가자는 생각 (3) 박봉에 과중한 업무에 시달려 (4) 국민들의 검찰 불신 높아져 자부심 상실 (5) 윤라인 위주로 요직 차지 소외감 (6) 특검으로 자신이 처벌받을지 몰라 두려움
이상과 같은 다양한 이유 중 ‘야당의 검찰 흔들기’는 야당이 추진하는 검찰개혁을 폄훼하기 위한 것으로 타당한 이유가 될 수 없다. 이는 검찰개혁을 반대하는 세력들이 한 말일 뿐, 국민들이 검사 모두를 불신하는 것도 아니다. 야당과 국민들이 비판하는 검사는 권력에 줄을 대고 공정하게 수사하지 않는 일부 정치 검사들이지 일반 검사들이 아니기 때문이다.
박봉에 업무는 산더미
그렇다면 다른 이유는 뭘까? 자칭타칭 대한민국 최고의 엘리트 그룹이라 자부심을 가지고 사는 검사들은 생각보다 월급이 그리 많지 않다. 10년 정도 지나면 친구들은 대기업 간부가 되어 억대 연봉을 받는데, 검사는 거기에 비하면 박봉에 속한다. 물론 검사가 월급만 가지고 살지는 않겠지만, 그건 특수부 같은 요직에서 알짜 수사를 하는 검사들의 얘기고 대부분의 검사들은 박봉에 살고 있다. 그러나 월급에 비해 업무는 산더미처럼 많다. 여기에 불만을 느낀 일부 검사들이 사표를 내고 나갈 수 있다. 하지만 이것도 진짜 이유는 아니다.
진짜 이유는 소외감 그리고 자부심 상실
검사들이 가장 견딜 수 없는 것은 같은 기수이고 능력도 있는데 엉뚱한 사람이 요직으로 가고 승진한 반면에 자신은 한직으로 밀려나고 승진도 느리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현상은 윤석열 정권 들어 더욱 심화되었다고 한다. 윤석열 정권은 검찰 공화국이라 말할 정도로 정부 요직에 검찰 출신을 앉혀 놓았다. 방송과 아무런 관련이 없는 김홍일을 방통위원장에 앉히고, 윤석열과 서울대 법대 동문인 류희림은 방심위원장으로 가 망나니처럼 칼을 휘두르고 있다. 심지어 금융감독원장에도 검사 출신이 임명되었으며, 연금공단 이사에도 검사 출신이 임명되었다.
간첩 조작에 연루된 이시원은 공직기강 비서관으로 주진우는 텃밭에서 공천을 받아 당선되었고, 총선에서 낙마한 이원모는 민정수석실 산하 기관으로 복귀한다고 한다. 완전 윤라인으로 정부가 도배된 것이다. 이를 지켜보던 검사들이 소외감에 검찰을 떠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법치를 어기는 정치 검사들에 대한 실망
거기에다 일부 검사들이 수감자를 불러 술 파티를 열어 증거를 조작하려 했던 사건이 터지고, 유우성 서울시 공무원 간첩 조작에 연루된 사람이 대통령실 공직기강 비서관으로 가더니 채 상병 사망 사건 수사에도 개입했다는 뉴스가 나가자 검찰에 관한 국민 불신이 하늘을 찔렀다. 몇몇 정치 검사들 때문에 검찰 전체가 도매금으로 넘어가 악마화된 것이다.
최근에는 장시호의 녹취록이 공개되어 검찰 불신이 하늘을 찔렀다. 8일 언론에 보도된 것에 따르면 장시호의 녹취록 속에는 검찰의 민낯이 그대로 들어 있었다. 해당 영상에는 최순실의 조카 장시호가 2017년 국정농단 관련 재판 당시 상황을 지인에게 설명하는 내용이 담겼다.
그 영상에 따르면 검찰이 피고 장시호와 만나 구형량을 알려주고 법정구속된 날 따로 만나서 위로하고 약을 주고, 심지어 삼성 관련 다른 공판에 증인으로 설 때를 대비해 적어준 내용을 외우라 했으며, 공범들을 교도관 없이 만나게 하는 등 검찰의 불법과 추악한 짓이 적나라하게 나타나 있다. 하지만 검찰은 이게 허위라 했다.
검사인지 깡패인지
이에 대해 이재명 대표는 “검사인지 깡패인지 알 수 없다”며 “조사받는 피의자를 시켜서 질문지와 답변 내용을 주고 외우게 했다는데 이거 모해위증교사죄라고 징역 10년짜리 중범죄 아닌가”라고 주장했다. 이재명 대표는 “검사들이 얼마나 간이 부었으면 법을 집행하는 당사자이면서도 어떻게, 외우라고 하는 건 기억에도 없는 진술을 증언하라고 시킨 건데 명백한 모해위증교사 아닌가”라고 성토했다.
이게 사실이면 해당 검사는 당연히 탄핵되어야 한다. 이 모든 것이 검찰이 수사권과 기소권과 영장 청구권을 모두 가진 무소불위의 권력집단이기 때문에 발생한 것이다. 그런데도 윤석열은 검사 출신을 민정수석에 임명했다. 말은 민심을 청취하기 위해서라지만 사실은 김건희 특검을 준비하기 위한 로펌이 아니겠는가. 윤석열 정권에 복무했다간 자신도 처벌
그러니 검사들이 무슨 자부심을 가지고 검찰에 남아 있으려 하겠는가? 잘못하면 자신도 나중에 처벌받을 수 있는데 말이다. 윤석열 정권 들어 인사철도 아닌데 검사들이 줄사표를 내는 데는 다 이유가 있는 것이다. 검찰마저 돌아서면 윤석열은 헛개비가 될 것이다. 요즘은 조중동도 윤석열과 거리를 두고 연일 맹폭하고 있다.
칼로 흥한 자 칼로 망하고 검찰로 흥한 자 검찰로 망할 것이다. 윤석열 등에 칼을 꽂을 곳은 역설적이게도 검찰일 것이다. 권력은 유한하지만 검찰은 영원해야 하기 때문이다. 윤석열은 검찰에 자부심을 준 게 아니라 모욕을 주었다. 이제 그 대가를 받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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