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인사는 법부무가 하지만 대통령실의 뜻이 반영되기 마련이다. 특히 가장 핵심인 중앙지검장 인사는 더욱 그렇다. 과거에는 민정수석실이 이 일을 맡아 했는데, 윤석열 정권 들어 인사 검증을 법무부 산하에 두었다. 그러나 한동훈이 법무부 장관으로 있을 때 부실 검증이 드러나 인사 난맥상이란 비판을 들어야 했다.
13일,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송경호 중앙지검장이 전격 교체되었다. 그런데 13일 이원석 검찰총장은 강원도 강원도에 있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용산의 검찰 인사에 불만을 가졌다는 방증이다. 최근 이원석 검찰총장이 김건희의 주가조작과 명품수수에 대해 수사를 지시하자 용산이 발끈했다는 소문이 있었다.
중앙지검장으로 친윤 이창수 전주지검장 임명
이번 인사의 핵심은 중장지검장에 있다. 송경호 중앙지검장은 김건희를 소환해 조사해야 한다고 말했다가 용산에 미운 털이 박혀 교체되려다 총선에 영향을 미칠까 두려워 총선 후로 미루어졌다. 거기에다 9월에 임기가 만료되는 이원석 총장도 김건희 수사를 들고 나오자 용산이 결단을 내린 것 같다.
법무부는 송경호 서울중앙지검장을 부산고검장에 내정하고, 신임 서울중앙지검장에 이창수 현 전주지검장을 지명했다. 이창수는 윤석열이 검찰총장을 하던 시절에 대검찰청 대변인을 했다. 이창수는 전주지검장으로 간 후 문재인 전 대통령의 전 사위 가족을 악랄하게 수사해 논란이 된 바 있다. 전주지검장이 검찰의 꽃으로 불리는 중앙지검장으로 간 것도 이례적이다.
이재명 대표의 성남FC 사건과 대북송금 사건 수사를 지휘한 신봉수 수원지검장은 광주고검 검사장으로 발령이 났고, 신임 수원지검장엔 김유철 서울남부지검장이 임명되었다. 그밖에 박영진 대검찰청 범죄정보기획관은 전주지검장으로, 권순정 법무부 검찰국장은 수원고검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사실상 김건희 수사 팀 해체
법무부는 김건희 명품 수수 사건을 지휘하고 있는 김창진 서울중앙지검 1차장검사를 법무연수원 기획부장으로 발령했다. 사실상 좌천된 것이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수사를 지휘하고 있는 고형곤 서울중앙지검 4차장검사는 수원고검 차장검사로 옮겼다.
이로써 그동안 김건희 관련 수사를 하던 중앙지검 수사 팀이 사실상 해체된 것이다. 이는 그 자리를 친윤 검사로 채워 야당이 제기한 특검을 무력화시키려는 꼼수로 읽힌다. 문제는 검찰 내부의 동요다. 비윤 검사들이 과연 친윤 검사들이 하는 대로 따라 줄 것인가가 관건인 것이다.
야당 방탄용 인사라 비판
이에 대해 이해식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창수 신임 중앙지검장에 대해 “윤석열 검찰총장 시절 대검 대변인을 맡았던 대표적인 친윤 인사로, 성남FC 사건 등 야당 탄압에 앞장섰던 인물”이라며 “김건희 여사에 대한 수사가 본격화하는 이때, 대통령의 심복을 중앙지검장에 앉힌 것은 기어코 김건희 여사를 성역으로 만들라는 시그널로 읽을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이 수석대변인은 “그게 아니라면 김 여사 소환조사 필요성을 제기한 송경호 서울지검장을 친윤 검사로 교체할 이유가 없다”며 “이번 검찰 인사는 봐주기 인사, 방탄 인사”라고 성토했다. 이로써 야당과 용산의 전쟁이 시작되었다는 말도 들려왔다.
배수진 조국혁신당 대변인도 논평에서 “전 정부와 야당에 대한 정치보복수사를 열심히 했고 '현 정권에 대해서는 봐주기'를 할 인물을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임명했다”며 “송경호 검사장으로도 부족했나 보다”라고 했다. 배 대변인은 “이창수 전주지검장은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충성 말고는 할 게 없는 인사”라며 “전주지검장을 서울중앙지검장으로 보내는 전례없는 인사를 할 만큼 윤 대통령 마음에 쏙 들었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원석 검찰총장 사퇴할까?
문제는 이원석 검찰총장이 이번 인사를 수용할지, 아니면 반발해 사퇴할지의 여부다. 임명을 발표한 날 이원석 검찰총장이 서울이 아닌 강원에도 간 것으로 봐 불만이 많은 것으로 보인다. 이원석 검찰총장은 총선 전에 이미 용산이 송경호 중앙지검장을 교체하려 하자 “차리라 내가 사퇴하겠다”고 해 용산에 미운털이 박혔다.
만약 이원석 검찰총장이 사퇴를 할 경우, 검찰에 내분이 일어나 용산도 후폭풍에 시달리게 될 것이다. 5월 들어 이미 상당히 많은 검사들이 줄사표를 냈는데, 이번 일로 다수가 사퇴하면 사실상 내전 상태로 돌입할 것이다. 광주 출신인 이원석 검찰총장은 임기가 9월이라 마지막으로 유종의 미를 거두고 싶어할 것이다. 따라서 사퇴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동훈 라인 제거?
이원석 검찰총장, 송경호 서울중앙지검장, 신봉수 수원지검장 등은 범윤석열계로 알려졌지만, 사실은 한동훈과 가깝다는 게 정설이다. 따라서 이번 인사는 한동훈 제거 작업이라는 말도 들려온다. 한동훈은 총선 과정에서 용산과 여러 번 부딪쳐 이미 윤석열의 눈밖에 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 한동훈이 최근 국힘당 당직자를 만나고 도서관에 가서 책을 읽는 모습이 언론에 노출되어 그 의도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따라서 이원석 검찰총장의 거취와 한동훈의 태도 변화가 향후 보수 분열의 기로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검사동일체가 무너지고 과연 검찰 반란이 일어날 수 있을까? 하지만 윤석열이 민정수석실, 법무부를 통해 검찰을 꽉 쥐려 할 것이다.
용산도 친윤, 국힘당도 친윤, 검찰도 친윤으로 도배
총선에서 낙선하거나 낙천한 이른바 ‘찐윤 인사’들이 용산의 부름을 받았거나 받고 있다. 총선에 낙선한 정진석은 비서실장으로, 홍철호는 정무수석으로 임명되었고, 낙천한 전광삼 전 시민소통비서관은 10일 시민사회수석으로 승진해 돌아왔다. 경기 용인갑에 출마했다 낙선한 이원모 전 인사비서관이 공직기강비서관으로 임명된 데 이어, 경기 하남갑에서 추미애 후보에게 패배한 이용 국민의힘 의원도 정무1비서관으로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국힘당도 윤석열 정권에서 기획재정부 장관을 했던 추경호가 원내대표가 되었다. 이로써 용산도, 국힘당도, 검찰도 모두 친윤으로 도배가 되었다. 혁신보다 김건희 방탄용이란 게 대체적인 평가다. 따라서 야당도 이제부터는 좌고우면하지 말고 윤석열 정권과 전면전을 벌일 태세다. 이제 곧 대대적인 사정정국이 펼쳐질 것이다. 하지만 그게 정권 조기 종식의 기폭제가 될 것이다. 칼로 흥한 자 칼로 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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