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2대 총선에서 집권여당이 역대급 참패를 당한 데는 경제 파탄, 민생 파탄, 노조 탄압, 언론 탄압, 야당 탄압, 김건희 주가 조작, 명품 수수, 해병대 수사 개입, 이종섭 호주 대사 임명 출국, 황상무 회칼 발언, 윤석열 대파 발언 등 수없이 많지만 전국적으로 발생한 전세사기도 한몫했다.
지난해 4월 충격적인 일이 벌어졌다. 전세사기를 당한 청년이 부모에게 2만원만 보내달라고 마지막으로 전화하고 자살한 사건이 발생한 것이다. 이 뉴스가 나가자 이미 전세사기를 당한 사람이나 전세를 살고 있는 사람들의 가슴이 마치 자기 일인 듯 미어졌다고 한다. 전세사기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람만 벌써 8명이다.
전세사기의 원인
흔히 ‘눈 뜨고 코 베인다’ 란 말을 하는데 전세사기가 그렇다. 전세사기를 당한 사람 중에는 그쪽 전문가인 LH직원도 있었기 때문이다. 전세사기의 종류도 여러 가지가 있는데, 그중 가장 악질적인 것이 처음부터 사기를 치려고 작정하고 음모를 꾸민 세력들이다. 그렇다면 전세사기가 일어난 주요 원인은 뭘까? 그쪽 전문가들의 말을 인용해 요약해 보면 다음과 같다.
(1) 세입자가 건물 정보를 알 수 없다
이름 있는 건설사가 시공하거나 LH가 시공한 아파트의 가격이나 전세 가격은 네이버 등 여러 플랫폼을 통해 즉각적으로 반영 공시된다. 하지만 전세 사기의 주요 대상인 다가구·다세대·빌라, 특히 신축 빌라의 경우 관련 가격 정보들이 공시되어 있는 곳을 찾기 힘들다. 따라서 세입자들은 해당 주택의 적정한 매매 가격과 전세 가격을 알기 어렵고 해당 전세 금액이 시세보다 높은지, 전세 가격과 매매 가격의 차이가 어느 정도인지 등을 인지하지 못한 채 임대차 계약을 체결한다. 이른바 정보의 비대칭성이 전세사기의 첫 번째 이유다.
따라서 이러한 정보 비대칭성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빌라 등의 적정한 가격을 추정하는 부동산 가치 자동산정시스템의 활성화가 요구된다. 이와 관련한 시스템을 여러 회사에서 시도하였으나, 감정평가사법 위반 등의 문제로 인하여 활성화가 어려웠던 전례가 있다. 따라서 이를 극복하기 위해 감정평가사협회와 프롭테크 업계와의 협력 및 관련 법 개정 등 제도적인 노력도 병행되어야 한다.
(2) 감정평가사와 부동산 중개업자의 도덕적 해이가 가장 큰 문제
전세사기가 일어나는 두 번째 이유로는 계약을 중간에서 통제하는 미들맨들, 즉 감정평가사나 부동산 중개업자들의 도덕적 해이 때문이다. 감정평가사가 건물주의 요청으로 2억짜리 건물을 3억으로 감정해 주면, 건축주와 같은 편인 공인중개사는 3억 원 매매 가격과 동일한 액수만큼의 전세 가격을 설정하여 세입자를 구해온다.
이 과정에서 신축 빌라의 경우, 분양대행업자가 공인중개사를 건축주와 연결시키기도 한다. 공인된 자격증을 소지한 다양한 전문가들이 도덕적 해이에 빠져 조직범죄에 가담하고 있는 형국이다. 이러한 과정이 어떻게 진행되는지를 모르는 세입자는 국가에서 발급받는 자격증을 보유한 공인중개사 등의 말을 신뢰할 수밖에 없다.
전세 사기는 신뢰를 기반으로 하는 자본주의 거래 관계를 손상시키는 것으로, 자본주의 시스템에 대한 도전이다. 따라서 도덕적 해이에 빠져 전세 사기에 적극적으로 가담하는 미들맨에 대한 강력한 법적 제재가 뒤따라야 한다.
(3) 관련법이 너무 미약하다
관련 법이 너무 미약한 것도 전세사기가 일어나는 주요 원인이다. 전세사기 소송은 바지사장으로 불리는 현 집주인에게 고소가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 반면에 초기에 범죄 구조를 설계한 감정평가사, 공인중개사, 분양대행업자 등이 법망에서 빠진 경우가 많다. 따라서 이들에 대한 강력한 제도가 마련되어야 한다. 공인중개사에 대한 조사와 감시가 실질적으로 미약한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한국부동산원 등에 권한이 주어져야 한다.
특히 주택을 바지사장(현 집주인)에게 넘기고 법적인 책임에서 벗어나 있는 건축주(옛 집주인)에 대한 강력한 처벌은 필수적이다. 현재의 전세 사기 범죄에서 가장 큰 이익을 창출한 건축주(옛 집주인)에 대한 강력한 처벌이 부재한 채 이들이 법망을 빠져나간다면 앞으로도 전세사기는 계속될 것이다. 국회에서 전세사기 특별법이 제정되었지만 국토부가 반대하고 있다.
다가구 주택 거주자 피해 많아
대구에서 극단적 선택을 한 30대 전세 사기 피해자도 다가구 주택 거주자였는데, 후순위 세입자라 보증금을 돌려받기 어려웠다. 정부에서 인정한 전세 사기 피해자 가운데 다가구 주택 피해자는 전체의 17.3%인 2천6백70명에 달한다.
다가구 주택의 경우 일반적인 빌라와 다르게 경매에 넘어가더라도 가격대가 높아서 낙찰 수요가 별로 없기 때문에 경매에 넘어가면 임차인들이 임대차 보증금을 모두 돌려받기가 어려운 경우가 많다. 경매가 진행되면 다세대로 용도를 변경해 호실별로 세입자들이 우선 매수를 할 수 있게 해달라는 요구가 나오는 이유다.
부동산 정책 실패의 전유물 깡통전세
깡통전세란, 은행 대출을 통해 구매한 아파트의 가격이 내려가면서, 집을 팔아도 대출금과 전세금을 돌려주고 나면 집주인에게 이익이 없는 집을 지칭하는 말이다. 일반적으로 해당 주택에 대한 담보 대출금 총액과 전세금(임차보증금)의 합이 집값의 70%가 넘으면 깡통전세로 본다.
강통전세는 주택이나 아파트의 매매 가격이 내려가고, 전세금이 올라가는 현상과 관련이 있다. 집값 상승을 기대하며 은행 대출을 받아 주택이나 아파트를 사들였으나 주택시장 침체로 인해 주택 가격이 하락하면서 주택 구매자는 집값 하락과 은행 대출에 대한 이자까지 이중 부담을 지게 된다. 결국 집주인이 부담을 이기지 못하고 은행 대출금 이자를 연체하다 집이 경매로 넘어가는 경우가 발생하면서 깡통전세에 대한 세입자들의 피해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국토부장관, "젊은 분들 경험 없어 덜렁덜렁 계약" 발언 파문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의 말이 불난 집에 부채질을 하고 있다. 박 장관은 "전세를 얻는 젊은 분들이 경험이 없다보니 덜렁덜렁 계약을 했던 부분이 있지 않을까 싶은데, 꼼꼼하게 따져볼 때 충분히 활용될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박 장관은 "야당이 제출한 전세사기 특별법 개정안은 현실적으로 집행하는 데 많은 어려움이 있다고 판단한다"며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주택도시기금에서 1조 원 이상의 손실이 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전세사기는 집부자 감세와 안전장치 없는 정책금융을 남발하며 집값을 부양하고 갭투기를 떠받친 정부와 국회의 정책실패로 인한 사회적 재난이다. 그나마 전세사기 특별법이 통과되어야 희망을 가지고 살 수 있다. 언제까지 전 정부 탓이나 하며 책임을 미루려하는지 모르겠다. 윤석열 정권이 전세사기에 대한 특별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야당이 발의한 법마저 거부하면 이제 국민들이 윤석열 정권을 거부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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