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심을 업은 홍반장에게 물린 아바타 한동훈의 입지가 갈수록 오리무중속을 헤매다가 여의도 정치적 오리알이 될 가능성이 없지 않아 보인다.
이런 걸 점입가경(漸入佳境)이라 해야 할지, ‘꼴불견’이라 해야 할지 모르겠다. 국힘당이 총선에서 역대급 참패를 당하고 윤석열이 해병대 수사에 개입했다는 증거가 나오고 있는 마당에 소위 ‘잠룡’들이 자기들끼리 ‘용트림’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중 홍준표 대구시장의 한동훈 저격은 거의 저주 수준이다. 사용하는 언어가 저잣거리 조폭 수준이다.
홍준표는 총선 전에도 “어린 애가 비대위원장으로 와 총선을 지휘한다니 내 참 어이가 없다”고 말했는데, 총선 후에도 줄기차게 한동훈을 저격했다. 홍준표가 이처럼 한동훈을 공격하는 것은 차기 대선과도 관련이 있어 보인다. 홍준표 입장에서 ‘애송이’로 보이는 한동훈이 보수 대선 주자 1위라는 사실이 마음에 안 들었을 것이다.
윤석열과 오찬 후 태도 달라져
홍준표는 총선 후 윤석열을 만나 오찬을 했다. 윤석열이 눈 밖에 난 항동훈 대신 홍준표를 차기 대선 후보로 미는 게 아니냐는 소문이 그때부터 나돌기 시작했다. 그래서인지 홍준표는 그후 용산 비판은 거의 하지 않고 한동훈만 줄기차게 공격했다. 홍준표답지 않은 모습을 보인 것이다.
홍준표는 21일에도 한동훈을 겨냥해 "문재인 전 대통령을 믿고 우리를 못살게 괴롭힌 어린애"라고 비난했다. 홍준표는 페이스북에 "내가 지난 30여 년 간 이 당을 지키고 살려온 사람인데 탈당 운운은 가당치 않다"고 말하며, "이리저리 흘러 다니다가 한자리 꿰차고 이 당으로 흘러 들어와 주인인 양 행세하는 자들은 오래가지 않을 것"이라고 일갈했다.
홍준표, 국힘당은 배알도 없는 당, 탈당 시사
홍준표는 이어 "윤석열 후보에게 당이 한번 점령당했으면 됐지 문재인을 믿고 우리를 그렇게 못살게 괴롭힌 어린애에게 또다시 점령당하란 말인가"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그런 배알도 없는 당이라면 해체하고 다시 시작하는 게 한국 정통 보수정당을 살리는 길이라는 것을 말하는 거다"라고 일갈했다.
홍준표는 한동훈의 전당대회 출마설을 겨냥해 “탄핵 때 없어졌어야 할 당을 살려놓으니 지금도 정신 못 차리고 허우적거리냐?”고 비판했다. 홍준표는 21일 오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검찰정치로 2년 동안 혼란이 있었는데 또 검찰에 기대어 연명하길 바라냐”며 “부끄러움을 알아라”라고 적었다.
홍준표는 이어 “더 기가 막힌 것은 총선을 말아 먹은 애한테 또 기웃거리는 당내 일부 세력들을 보고 이 당은 가망이 없다고 보았다”며 “당이 자생력이 있어야 일어 설 힘이 생기는데, 소위 중진이라는 사람들이 너도 나도 애 눈치나 보는 당이 되어서야 이 당이 살아나겠나?”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더 이상 자신 없으면 당 해체하고 다시 시작하는 게 좋지 않나”라고 비꼬았다.
윤석열 탄핵 걱정한 홍준표
홍준표는 “나는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때 우리 당 의원들이 취했던 ‘나만 살겠다’는 그 비겁한 행태를 잊을 수 없다”며 “또다시 그런 사태가 오지 말라는 법이 있느냐”고 말했다. 그는 “벌써 균열의 조짐을 보이고 있지 않느냐”며 “나만 살겠다고 윤석열 대통령을 탓하는 그런 비겁한 생각으로 6월 난장판 국회를 어떻게 대처하겠다는 것인가”라고 말했다. 그는 “내가 윤 대통령을 옹호하는 건 그의 정책이 좋아서가 아니라, 2017년 (박근혜 탄핵) 사태 재발을 막자는 것”이라며 “제발 부끄러움을 알고 제 역할을 다하자”고 강조했다.
홍준표는 26일, "여당이 대통령을 보호하지 못하고 지리멸렬하면 윤 대통령은 중대 결심을 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홍준표는 26일 자신의 페이스북 글에서 "6월 국회가 개원되면 압도적 다수의 야당 의원과 강성 야당들이 윤 정권을 표적으로 집중 공격할 것"이라며 이같이 적었다.
홍준표의 '거취 결정, 새살림' 발언을 두고 친윤계는 "아주 부적절한 해당행위다. 새살림 차린단 게 본인이 당을 만들겠단 건가, 아니면 이준석의 개혁신당으로 가겠단 건가. 다시 무소속으로 간다는 건가"라며 "당에서 중징계해야 한다고 성토했다. 친윤계인 박수영은 "홍 시장님, 더 빨리 나가셔도 좋다"면서 "아무도 안 따라 나갈 것"이라고 비꼬았다.
한동훈의 미래는 윤석열의 과거?
한편 총선 참패 후 정중동의 자세를 보이고 있는 한동훈이 국힘당 당 대표 선거에 나올 거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현재 나오고 있는 각종 여론조사를 보면 한동훈이 유리하기는 하다. 그러나 문제는 역시 ‘윤심’에 있다. 한동훈이 만약 당대표 선거에 나오면 보나마나 윤석열 정권을 비토할 텐데, 과연 용산이 그 모습을 지켜보고만 있을까?
자신을 검찰총장으로 임명한 대통령을 배신하고 집권한 윤석열의 전철을 한동훈이 밟을 수 있을까? 미안한 말이지만, 한동훈은 그럴 배짱도 없고 그릇도 못 된다. 평생 2인자 노릇만 한 사람은 배포가 그만큼 작다는 뜻이다. 용산도 한동훈이 하는 짓을 그냥 보고만 있지 않을 것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캐비닛이 열릴 수도 있다. 하지만 하동훈도 윤석열의 모든 것을 알고 있어 두 사람은 딜레마에 빠질 것이다.
윤석열 국힘당 ‘뽀개’버릴 수도
윤석열은 대선 때 한 지인과의 통화해서 국힘당을 “정신 나간 당이라며, 뽀개버리겠다”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윤석열은 국힘당을 버릴 수 없다. 왜냐하면 탈당하는 순간 야당이 탄핵을 추진할 것이기 때문이다. 만약 한동훈이 국힘당 당대표가 되려하면 윤석열은 어쩌면 홍준표를 끌어들여 판을 엎어버릴지도 모른다.
거기에다 유승민, 오세훈, 원희룡도 대권을 노리고 권토중래하려 할 텐데, 과연 한동훈이 보수 대선 후보가 될 수 있을까? 윤석열은 검찰이 있어 반란이라도 일으켰지만 한동훈에겐 아무것도 없다. 그는 결국 ‘캐니빗’에 의해 제거될 것이다.
그 과정에서 보수 대분열이 올지도 모른다. 아니, 보수는 이미 분열되고 있다. 윤석열의 해병대 수사 개입이 드러나고 있어 중도층은 물론 합리적 보수층까지 등을 돌리고 있기 때문이다. 갤럽, 미디어 토마토, 꽃 여론조사를 보면 윤석열 정권의 국정 지지율은 20%대에 머물러 있다. 87년 이후 역대 정부 중 집권 2년차 지지율에서 가장 낮다. 거기에다 한동훈이 당대표가 되면 지지율은 더욱 폭락할 것이다. 윤석열의 과거는 한동훈의 미래가 아니다. 한동훈에겐 미래가 없다. 그 전에 국힘당이 ‘뽀개질’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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