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걸 두고 ‘내부의 적’이라고 해야 할지 ‘고양이에게 생선 맡긴다’고 해야 할지 모르겠다. 이종호 관련 녹취를 제보 받은 공수처 검사가 과거 이종호를 변호했다는 사실이 밝혀져 충격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제보자는 적에게 모든 사실을 고백한 셈이다. 제보자는 공수처 4부 검사가 과거 이종호를 변호한 사실은 까마득히 몰랐다고 한다.
한편 공수처에는 한동안 차장이 임명되지 않았는데, 그 바람에 2부장이 차장 권한 대행을 했다. 차장은 공수처에 접수된 각 사건을 각 부서에 배정하는 역할을 한다. 그런데 차장 권한대행마저 과거 이종호를 변호한 사실이 드러나 충격을 주었다. 용산이 한동한 공수처장과 차장을 임명하지 않아 의아해 했는데, 이제야 그 이유를 조금 알 것 같다.
어느 법조인이 제보자에게 전해줘
이 사실은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을 변호하는 변호인에게 어느 법조인이 제보해줘 세상에 알려지게 되었다. 제보자가 법원 행정처에 알아본 결과 제보는 모두 사실이었다. 그렇다면 이종호 변호사 출신이 사건을 공수처 4부에 배정하고, 이종호를 변호했던 사람이 검사가 되어 제보를 받았다는 뜻이 된다. 그러니까 공수처는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격이 된 것이다.
문제는 새로 임명된 공수처장이 이 사실을 알고 있었느냐 하는 점인데, 만약 알고도 방치했다면 크게 문제가 될 것이다. 이 뉴스가 나가자 검사 두 명이 회피 신청을 냈다고 한다. 하지만 수사는 이미 이루어져 그들이 작성한 조서가 검찰로 갈 텐데, 그 결과는 안 봐도 비디오다. 한편 이종호 변호사로 드러난 두 사람은 과거 중앙지검에서 윤석열과 같이 근무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수처 채상병 순직 사건 수사팀 새로 꾸려야
따라서 채상병 수사 팀을 새로 꾸려야 한다는 여론이 비등해지고 있다. 그나마 공수처 4부가 채상병 수사에 적극적이었는데, 그 안에 이종호 변호사가 포함되어 있었다니 배신감마저 느낀다. 공수처는 검사도 부족하고 수사관도 부족해 애를 먹고 있다고 한다. 누구도 공수처 검사를 하지 않으려한다는 소문도 있다. 잘못하면 자신이 다칠 수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문제는 7월이 지나면 공소시효가 지나 관련 통신기록을 볼 수 없다는 점에 있다. 물론 공수처가 대부분 통신기록을 가지고 있겠지만, 가장 핵심인 대통령실은 손도 못 댔으므로 무용지물이다. 혹시 이걸 노리고 공수처장과 차장 임명을 일부러 늦춘 것은 아닌지 모를 일이다.
양파껍질처럼 벗겨지는 거짓말
얼마 전 해병대 출신 제보자는 공수처에 가서 이종호와 나눈 녹취를 제보했다. 그 녹취 속에는 이종호가 한 말이 그대로 들어 있었다. 녹취는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범으로 김건희의 계좌를 관리한 이종호가 임성근 사단장의 사표를 만류하고 VIP에게 말하겠다는 것이 핵심이었다.
이 뉴스가 나가자 야당은 즉각 국정조사나 특검을 해야 한다고 성토했다. 이종호는 녹취에서 자신이 임성근을 삼성 장군을 넘어 사성장군으로 만들어 주겠다는 말을 했는데, 그렇다면 그 부탁도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에게 했다는 말인가? 주지하다시피 장성 진급은 국방부 장관의 제청을 받아 대통령이 한다. 더구나 김계환은 현재 삼성 장군인데, 어떻게 현재 투 스타인 임성근을 사성장군으로 만들어준다는 말인가? 따라서 이종호가 말한 V1은 김계환이다, 란 말은 성립할 수 없다.
이종호는 자신이 말한 VIP 발언이 논란이 되자 하루만에 자신이 말한 VIP는 윤석열이나 김건희가 아니라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이라고 둘러댔다. 그런데 과거 이종호가 윤석열과 김건희를 V1. V2라 지칭한 게 드러나자, 이종호는 이번에는 “V1은 김건희가 맞다, 그러나 그건 나의 허풍이었다.”라고 둘러댔다. 그럼 주가조작한 것도 허풍이었고, 긴건희 계좌를 관리한 것도 허풍인가?
공수처에도 수작 부린 자 누구일까?
지금까지 나온 정황을 보면, 누군가가 공수처에도 미리 밀정을 심어놓은 것 같다. 그렇지 않다면 우연히 이종호를 변호했던 사람이 채상병 사건을 수사할 리가 없다. 사건을 4부로 배정한 사람도 이종호를 변호했던 사람이라니, 이게 과연 우연으로 이루질 수 있을까? 거짓말도 어느 정도 손발이 맞아야 하는 것 아닌가.
따라서 공수처는 채상병 사건 수사 검사를 전부 교체하고 수사팀을 새로 꾸려야 하며, 어떻게 해서 그 두 사람이 공수처 검사가 되었는지, 누가 추천했는지, 자청했다면 그 목적이 무엇인지 자체 조사해서 국민 앞에 공개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다시 한번 공수처 무용론이 일 것이고, 나중에 직무유기로 처벌받을 수 있다.
공수처는 권력 눈치 보지 말고 고위 공직자를 수사하라고 만든 기관인데, 오히려 권력을 비호하고 있으니 통탄할 일이다. 그러다 다 죽는다. 공수처는 지금이라도 초심으로 돌아가라. 한줌도 안 되는 권력에 부화뇌동했다간 나중에 모두 처벌받는다. 국민들이 두 눈 부릅뜬 채 지켜보고 있다. 거짓은 가려진다고 가려지는 게 아니다. 공수처는 오직 국민만 바라보고 수사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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