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당대회가 아니라 무슨 조폭 싸움터 같았다. 15일 천안종합운동장 유관순체육관에서 열린 국힘당의 충청권 합동연설회를 두고 하는 소리다. 지지자들끼리 욕을 퍼붓고 의자가 날아다니고 심지어 어떤 지지자는 상대 지지자에게 발길질까지 하는 것이 TV화면에 잡혔다. 그 모습을 본 국민들이 과연 국힘당을 지지하고 싶을까? 오죽했으면 전당대회가 아니라 분당대회라고 하겠는가?
특히 한동훈과 원희룡 지지자들의 갈등은 이미 루비콘 강을 건넜다는 평가다. 한동훈이 연단에 오르자 원희룡 지지자들이 “꺼져라, 배신자”하고 외쳤는데, 아마도 한동훈이 채상병 특검을 조건부로 받아들인 것에 대한 응징인 것 같다. 그러나 국민 70% 이상이 채상병 특검을 바라고 있으므로 원희룡이 오히려 역풍을 맞고 있다.
스스로 탄핵 말한 원희룡
원희룡은 “특검은 곧 탄핵이다”라고 말했는데, 그렇다면 윤석열이 탄핵당할 만한 일을 저질렀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한 셈이다. 따라서 원희룡의 주장은 윤석열을 비호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돌려서 깠다는 말을 들을 수밖에 없다. 집권야당에서 탄핵이란 말은 금기어인데 함부로 꺼낸 것도 이례적이다.
원희룡은 미국에서 유행한 ‘코끼리는 말하지 마’ 이론을 모르는 것 같다. 코끼리는 미국 공화당 상징 동물인데, 민주당이 코끼리를 말하면 할수록 공화당 지지율만 올라간다는 이론이다. 즉 원희룡이 윤석열 탄핵을 언급할수록 윤석열 탄핵 여론만 높아질 것이다. 긁어서 부스럼인 것이다.
원희룡이 제기한 한동훈 사법 리스크
원희룡이 제기한 한동훈 사법 리스크는 전당대회가 끝나도 사라지지 않을 것 같다. 민주당도 원희룡이 제기한 한동훈 리스크를 본격적으로 다룰 태세다. 이 모든 걸 국힘당 후보들 스스로 저질렀다는 점에서 누구 원망도 못하게 생겼다. 그야말로 자중지란, 적전분열이다.
원희룡은 15일 한동훈의 여론조성팀 의혹 등을 거론하며 "한 후보가 당 대표가 된다 해도 중대한 사법 리스크로 인해 정상적인 당 대표직 수행이 불가능하지 않나"라고 주장했다. 이어서 "(한 후보의) 여론 조성팀과 댓글팀이 실제로 존재한다면 중대범죄 행위"라며 "야당도 당장 '한동훈 특검법'에 이 내용을 추가해 특검을 하자고 한다"고 지적했다.
원희룡은 "선거에서 후보 검증은 필수다. 우리 내부의 검증을 넘지 못한 후보가 당 대표가 된다 한들 얼마나 버티겠나"라며 "최근 한 후보가 법무부 장관 시절 우호적 여론을 만들기 위한 여론 조성팀이 있었고, 심지어 댓글팀까지 있었다는 폭로와 보도가 있었다"고 말했다.
원희룡은 '제삼자 채 상병 특검법'을 주장한 한동훈을 향해 "당 대표와 대통령의 정치적 목적이 정말로 같다면, 대통령을 겨냥한 특검은 절대 받아서는 안 된다"며 "왜 우리 당 절대 다수 의원과 대통령이 한목소리로 반대하는 특검에 찬성하나"라고 비판했다.
한동훈 겨냥 '김옥균 프로젝트’ 나와 파장
친윤 핵심인 국민의힘 이철규 의원이 이른바 '김옥균 프로젝트설' 유포자를 경찰에 고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15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 의원은 최근 사설 정보지(일명 지라시) 형태로 돌았던 출처 불명의 '김옥균 프레젝트설'과 관련해 해당 글을 국민의힘 지지자들이 모은 단체 채팅방에 올린 인사와 성명 불상의 작성자, 유포자 등을 경찰에 고소했다.
'김옥균 프로젝트'는 한동훈 후보가 당대표가 되더라도, 과거 조선 후기 갑신정변을 일으켰다가 '3일 천하'로 좌절한 김옥균처럼 한동훈 후보를 끌어내리겠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고 한다. 이에 대해 이철규는 "아주 소설을 써놨길래 너무 황당해서 경찰에 고소를 했다"며 "어느 사무실(특정 후보 캠프 내지 의원실)에서 만들었는지 다 알고 있지만 말을 아끼겠다"고 말했다.
이 건 외에도 계파 갈등에서 비롯한 고소·고발이 최근 이어지고 있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한 후보의 비대위원장 시절 사천(私薦) 관련 의혹을 제기한 보수 유튜버를 고발했고, 친윤계 장예찬 최고위원은 한 후보의 댓글부대 운영 의혹을 제기하며 "사실이 아니라면 나를 고발하라"며 연일 한동훈을 자극했다.
누가 당선되어도 분열은 불가피
총선에서 역대급 참패를 당해놓고도 당을 혁신할 생각보다 그저 용산 눈치나 보며 당권을 장악해 기득권을 누리려는 수구들의 모습을 보자니 보수 공멸이 현실화될지 모른다는 생각이 다시금 든다. 이 모든 것이 윤석열이 용산의 주인이 된 후 벌어진 일이다.
따라서 국힘당은 당대표가 누가 되어도 분열을 피할 수 없으며, 그 과정에서 보수가 공멸할 수도 있다. 한동훈이 김옥균처럼 삼일천하로 끝날지 두고 볼 일이다. 한동훈이 김옥균이라면 개화파란 얘긴데, 그렇다면 개화파를 제거하려는 세력은 척사파인가? 사방에 친일파가 득실거리는데 말이다. 비유를 해도 좀 제대로 하길 바란다. 그들은 권력에 기생하는 오합지졸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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