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저는 대학교 졸업 논문으로 ‘한용운 평전’을 제출했습니다. 평전이란 인물의 업적이나 활동에 대한 평가인데 만해 한용운 선생을 제가 감히 평가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었지만 졸업 논문이니 어쩔 수 없이 이름을 붙였습니다. 평전은 인물의 업적과 활동을 부각시켜 교훈뿐만이 아니라 삶과 시대적 상황 등을 해석하고 평가하는 것으로 먼저 객관적 사실을 열거하고 저의 주관적 판단으로 마무리 지으면 평가 방식이 되는 것입니다.
지금은 어떨지 모르겠으나 학부의 졸업 논문이란 기존의 관련 자료나 논문집을 조사하고 취합하는 편집의 수준이었습니다. 당시는 인터넷 시대가 아니어서 한용운 관련 자료들은 여러 도서관을 순회하면서 복사하는 등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모인 자료를 논문의 주제와 목차에 따라 분류하여 오랜 시간 읽고 비교하면서 공부하였습니다. 이 과정에 새로운 지식을 얻고 깨닫는 것이 졸업 논문의 의미라 생각합니다.
오늘 저는 만해 한용운 선생의 시 한편을 소개합니다. 한용운의 대표작 ‘님의 침묵’과는 다른 유형으로 현대 시의 형태를 띠고 있는데 마치 여성이 쓴 시로 착각할 정도입니다. 한용운의 시집 <님의 침묵>에는 88편의 시가 수록되어 있는데, 사상적 깊이와 높은 예술적인 차원은 만해를 한국 현대시사상 가장 빛나는 시인 중의 한 사람으로서 손꼽히게 합니다.
최근세와 현대에 걸쳐 김소월, 정지용, 김광균, 김영랑, 조지훈, 박목월 그리고 한용운을 우리나라의 대표적 서정시인으로 꼽을 수 있습니다. 한용운의 ‘상자 속에 숨기고 싶었던 그리움’이란 시는 자유로운 형식의 서정시로서 글귀가 너무 아름다워 나도 그런 사람이 있다면 하는 바램과 그리움을 가져 봅니다.
상자 속에 숨기고 싶었던 그리움 그 누구에게도 보이고 싶지 않은 어느 햇살에게도 들키고 싶지 않은 그런 사람이 있습니다.
내 안에서만 머물게 하고 싶은 사람이 있습니다.
바람 같은 자유와 동심 같은 호기심을 빼앗고 싶은 사람이 있습니다.
내게만 그리움을 주고 내게만 꿈을 키우고 내 눈 속에만 담고픈 어느 누구에게도 보이고 싶지 않은 그런 사람이 있습니다.
내 눈을 슬프게 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내 마음을 작게 만드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 사람만을 담기에도 벅찬 욕심 많은 내가 있습니다. - 만해 한용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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