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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벽예감 595> 풍운아의 입에서 나온 모호한 말

한호석 (정세연구소 소장, 정치학 박사) | 기사입력 2024/07/22 [07:21]

<개벽예감 595> 풍운아의 입에서 나온 모호한 말

한호석 (정세연구소 소장, 정치학 박사) | 입력 : 2024/07/22 [07:21]

 

                                   풍운아의 입에서 나온 모호한 말

 

 

<차례>

1. 풍운아를 앞세운 신흥 우익세력의 출현

2. 초강대국 지위에서 밀려난 미제국

3. 미제국의 국력이 약해진 두 가지 원인

4. 제3차 세계 대전 우려하는 신흥 우익세력

5. 풍운아의 입에서 나온 모호한 말

6. 두 가지 조건은 폐기되지 않았다

7. 2024년 8월이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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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풍운아를 앞세운 신흥 우익세력의 출현

 

2024년 7월 13일 펜실배니아주 벗틀러에 있는 선거 유세장에서 저격범이 쏜 총탄이 종이 한 장 차이로 관자놀이를 비껴가는 경미한 총상을 입고 죽을 고비를 넘긴 도널드 트럼프(Donald J. Trump). 2024년 5월 30일 뉴욕 맨해튼 형사법원에서 자신의 범죄혐의 34건에 대한 유죄평결을 받아 최장 136년의 징역형을 받을 수 있는 정치적 치명상을 입었지만, 2024년 7월 15일 플로리다주 남부 연방법원이 군사기밀문서 유출소송을 기각하는 바람에 또 한 차례 죽을 고비를 넘긴 도널드 트럼프. 자신의 최대 정적 조 바이든(Joe R. Biden)이 노쇠증상을 외부에 노출하는 바람에 민주당 대선후보에서 사퇴해야 할 궁지에 몰렸고, 그에 대한 반사이익을 얻어내 이번 대선에서 승리의 행운을 움켜잡게 된 도널드 트럼프.

 

 


그런 트럼프가 위기상황에서 탈출한 풍운아의 모습으로 2024년 7월 18일 공화당 전당대회 연단에 섰다. 그 장면을 목격한 많은 사람들은 풍운아의 입에서 과연 무슨 말이 나올까 하는 호기심을 느꼈다. 아니나 다를까 트럼프는 장장 1시간 33분 동안 열변을 토했다. 연설에서 그는 자신이 이번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해 백악관에 들어가면, 대통령 임기 4년 동안 추진하려는 정책기조를 밝혔다. 트럼프 자신의 말로 정책기조를 요약하면, “우리는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드는 일을 해야 한다(We have to work on making America great again)”는 것이다. 트럼프는 2016년에 대통령 선거 운동을 시작하였을 때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라(Make America Great Again)”는 구호를 들고 나왔다. 이 구호를 구성한 네 단어에서 첫 철자만 추려낸 MAGA라는 신조어는 미제국 사회에 유행처럼 퍼져나갔다. 미제국에서는 MAGA를 매가로 발음한다. 매가는 트럼프와 그의 지지자들을 지칭하는 대명사로 되었다.

 

트럼프는 매가의 기치를 들고 미제국 정치계에 등장한 풍운아다. 그는 특이한 언행으로, 때로는 용납 못할 망동으로 세상을 놀라게 하는 희대의 풍운아다. 풍운아 트럼프를 바라보는 미제국 대중의 시선은 어떠한가? 2024년 2월 15일 뉴욕타임스 보도에 의하면, 미제국 인구의 약 3분의 1이 트럼프를 지지한다고 한다. 트럼프가 매가를 외치며 민심을 선동할 때마다 약 1억 명이 동조하는 것이다.

 

하지만 트럼프가 유행시킨 매가라는 말이 무슨 뜻인지 정확히 간파한 사람은 드물다. 2024년 11월 5월에 진행될 대통령 선거에서 트럼프가 이길 확률이 매우 높아진 지금, 매가의 정치적 의미를 규명할 필요가 있다.

 

자유시장경제와 세계화의 이념적 기초인 신자유주의는 1980년대 이후 미제국의 우익세력이 집착해온 정치이념이다. 신자유주의에 감염된 유럽, 일본, 한국 등지의 종미우익세력들은 미제국의 꽁무니를 열심히 따라다니면서 자유시장경제와 세계화에 맹종했다. 종미우익세력과 대결하는 반미좌익세력은 신자유주의를 배격하고, 자유시장경제와 세계화를 반대하는 투쟁에 나섰지만, 종미우익정권의 극렬한 탄압을 받았다. 그렇게 되자 미제국이 장악한 세계 제국주의 체제는 신자유주의 기치 아래 자유시장경제와 세계화를 영원토록 추구할 것처럼 보였다.

 

그런데 2016년 11월 8일에 진행된 미제국 대통령 선거에서 특이한 현상이 돌출했다. 신자유주의에 집착하고 자유시장경제와 세계화를 맹종하는 우익세력과 대립하는 새로운 우익세력이 출현한 것이다. 신흥 우익세력이 앞에 내세운 풍운아가 바로 도널드 트럼프다.

 

2. 초강대국 지위에서 밀려난 미제국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Economist)는 2024년 2월 15일 분석기사에서 신흥 우익세력이 국가보수주의(national conservatism)라는 새로운 이념을 내세워 세력을 확장하면서 자유주의와 세계주의를 위협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영국의 언론매체가 지적한 국가보수주의 대 신자유주의의 구도는 겉으로 드러난 현상이다. 현상 뒤에 있는 본질이 무엇인지 알아보자.

 

미제국은 1776년 건국 이래 2024년 현재까지 248년 동안 전쟁을 약 400차례나 도발하면서 지배영역을 계속 확장하더니 인류 역사에서 가장 광대한 세계 제국주의 체제를 수립했다. 80년 전 미제국은 약소국들과 패전국들을 점령하고 그 나라들에 약 2,000개에 이르는 해외군사기지를 건설했고, 당시 자국 인구보다 더 많은 1억3,500만 명을 통치하고 있었다. 그런 미제국이 1945년 8월 제2차 세계대전에서 승리하자 한껏 기고만장해진 당시 미제국 대통령 해리 트루먼(Harry S. Truman)은 “미국은 세계 역사에서 가장 강력한 국가”라고 큰 소리를 쳤다. 그 무렵부터 미제국은 자기의 지배영역을 세계적 범위로 확장하기 위해 양자동맹 또는 다자동맹이라는 간판을 내걸고 세계 제국주의 체제를 세웠는데, 그 악의 체제를 받쳐주는 10대 축은 다음과 같다.

 

1) 1949년 4월 4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다자동맹 결성

2) 1951년 8월 30일 필리핀과 양자동맹 결성

3) 1951년 9월 1일 오스트레일리아, 뉴질랜드와 3자동맹 결성

4) 1952년 7월 1일 이스라엘과 양자동맹 결성

5) 1953년 10월 1일 한국과 양자동맹 결성

6) 1954년 12월 2일 대만(중화민국)과 양자동맹 결성. 1979년 12월 31일 해체

7) 1958년 7월 3일 영국과 양자동맹 결성

8) 1960년 1월 19일 일본과 양자동맹 결성

9) 1975년 영국, 프랑스, 도이췰란드, 이딸리아, 캐나다, 일본과 다자동맹(G7) 결성

10) 2021년 9월 15일 영국, 오스트레일리아와 3자동맹(AUKUS) 결성

 

악의 축 10개로 구성된 세계 제국주의 체제를 장악한 미제국은 초강대국 지위에서 밀려나고 말았다. 미제국은 더 이상 초강대국이 아니고, 몇몇 강대국들 중에 하나일 뿐이다. 그런 점에서 국제정세가 일극체제에서 다극체제로 전환되었다고 말할 수 있다. 미제국이 초강대국 지위에서 밀려난 까닭은 미제국의 국력이 세계 제국주의 체제를 유지하기 힘들 정도로 약해졌기 때문이다.

 

2010년 11월 20일 별세하기 얼마 전 ‘제국의 해체: 미국의 마지막 최고 희망’이라는 제목의 책을 펴낸 미제국의 진보정치학자 찰머스 존슨(Chalmers Johnson)은 2009년 7월 30일 ‘우리 제국을 청산해야 할 세 가지 좋은 이유와 그렇게 하기 위한 열 가지 방도들’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미제국의 국가재정이 제2차 세계 대전 이후 발흥했던 팽창주의를 더 이상 추구할 수 없는 파산상태에 빠졌다고 지적한 바 있다.

 

진보정치학자만 그런 게 아니라 미제국 국가정보계의 본산인 국가정보위원회(National Intelligence Council)도 미제국의 국력이 약해졌다고 시인했다. 국가정보위원회는 2008년 11월 20일에 발표한 ‘세계 동향(Global Trend) 2025’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미제국의 패권주의가 2025년경에 무너지고 다극체제로 전환되면서 국제정세는 불안정하고 불확실해질 것이라고 예측했었다. 16년 전 미제국 국가정보위원회의 예측은 빗나가지 않았다. 2024년의 세계는 미제국의 패권주의가 무너지면서 일극체제가 다극체제로 전환되는 미증유의 정세변화를 격동적으로 체험하는 중이다.

 

3. 미제국의 국력이 약해진 두 가지 원인

 

미제국의 패권주의가 무너지면서 일극체제가 다극체제로 전환되는 정세변화를 목격한 미제국의 신흥 우익세력은 세계 제국주의 체제를 유지하기 힘들 정도로 국력이 약해진 미제국을 이전처럼 강한 제국으로 다시 일으켜 세우려는 자기들의 의지를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라”는 구호에 담았고, 트럼프를 앞에 내세워 민심을 선동하고 있다.

 

그런데 미제국의 신흥 우익세력은 미제국의 국력이 약화된 현실을 인식했으면서도 미제국의 국력이 왜 그처럼 약해졌는지 그 원인을 알지 못한다. 결과만 알고 원인은 모르는 맹점에 빠진 것이다. 미제국의 국력이 약해진 원인을 알지 못하면서 미제국을 강한 제국으로 다시 일으켜 세우겠다고 떠들어대는 것은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우매한 짓이다. 미제국의 국력이 왜 약해졌는지 그 원인을 파헤쳐보자.

 

미제국의 국력이 약해진 첫째 원인은 침략전쟁과 군비증강에 국력을 탕진하면서 반제국가들과 싸운 여러 전쟁들에서 연속적으로 패한 것이다. 미제국이 전쟁비용을 가장 많이 탕진한 5대 전쟁은 다음과 같다.

 

1) 코리아전쟁 – 당시 미제국 국내총생산의 4.2% 지출

2) 윁남전쟁 – 당시 미제국 국내총생산의 2.3% 지출

3) 이라크전쟁 – 당시 미제국 국내총생산의 1.0% 지출

4) 아프가니스탄전쟁 – 당시 미제국 국내총생산의 0.3% 지출

5) 걸프전쟁 – 당시 미제국 국내총생산의 0.3% 지출

 

미제국의 국력이 약해진 둘째 원인은 반제국가들의 국력이 장성하면서 미제국의 성장세를 앞지른 것이다. 지난 10년 동안 조선, 중국, 로씨야에서 경제력, 군사력, 과학기술력은 놀라운 속도로 장성했다. 그에 따라 조선, 중국, 로씨야의 국제적 위상이 비상히 높아졌다.

 

중국, 로씨야, 인디아, 이란, 파키스탄, 벨로루씨,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 타지키스탄, 키르기즈스탄이 가입한 상하이협력기구(Shanghai Cooperation Organization)는 미제국, 영국, 프랑스, 도이췰란드, 이딸리아, 캐나다, 일본이 결집한 주요 7개국(Group of Seven)보다 더 우세한 성장세를 보였다. 이것은 미제국이 추종국가들과 야합해 국제정치를 자기 마음대로 좌우하던 시대가 막을 내리고 새로운 시대가 열렸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신흥 우익세력은 미제국이 신자유주의에 집착해왔기 때문에 국력이 약해졌다고 오판했고, 미제국이 신자유주의를 계속 추구하면 국력이 더 쇠약해질 것으로 우려했다. 그래서 그들은 신자유주의에 반대되는 미국우선주의를 외치는 것이다.

 

신흥 우익세력의 출현은 기존 우익세력과의 치열한 정치대결을 동반했다. 2024년 11월 5월에 진행될 대통령 선거는 미국우선주의를 내세운 신흥 우익세력과 신자유주의를 여전히 고수하려는 기존 우익세력의 정치대결이다. 그러므로 이번 대통령 선거에서 누가 이기는가에 따라 미제국의 정치, 외교, 군사, 경제 전반이 바뀔 것이다. 그렇게 되면 국제정세의 변화도 가속화될 것이다.

 

2024년 6월 12일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미제국 컬럼비아대학교 응용통계학쎈터가 개발한 통계예측 프로그램을 가지고 집계한, 2024년 11월 5일 대통령 선거 결과를 예측한 자료를 보도했다. 보도에 의하면, 트럼프가 당선될 확률은 66%이고, 바이든이 당선될 확률은 33%로 나타났다고 한다. 2024년 7월 19일 미제국 언론매체 CNN 보도에 의하면, 바이든 선거운동본부는 바이든에게 대선후보에서 사퇴하라고 을러대는 압력이 더욱 거세지고, 선거운동 후원금마저 줄어드는 최악의 위기에 빠졌다고 한다.

 

위에 서술한 사정을 보면, 2024년 11월 5일에 진행될 대통령 선거에서 트럼프가 당선될 것이라는 예상이 더욱 확실해진다. 다시 말해서, 트럼프를 앞에 내세운 신흥 우익세력이 4년 만에 다시 집권하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국제사회는 트럼프가 선거에서 이겨 백악관에 들어가면, 국제정세에 어떤 엄청난 변화가 일어날 것인가 하는 초미의 문제에 불안한 시선을 집중시키고 있다.

 

4. 제3차 세계 대전 우려하는 신흥 우익세력

 

트럼프가 대표하는 신흥 우익세력이 집권하는 경우, 국제정세에 어떤 변화가 일어날 것인지를 예측하려면 미제국 공화당이 최근에 채택한 정강정책과 트럼프의 대선후보 수락 연설을 살펴보아야 한다.

 

2024년 7월 8일 미제국 공화당 전국위원회 정강정책위원회가 채택한 정강정책의 제목은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라!”이고, “미국의 잊힌 남성과 여성들에게 헌정함”이라는 부제가 붙어있고, 서문의 제목은 “미국이 우선이다: 상식에로의 복귀(America First: A Return to Common Sense)”다. 19개조 정강 중에서 제8조는 다음과 같다.

 

“제3차 세계 대전을 예방하고, 유럽과 중동에서 평화를 회복하고, 미국 본토에 거대한 철갑지붕 미사일방어망을 미국에서 전부 만들어 구축한다.“

 

이 인용문에 의하면, 공화당은 제3차 세계 대전이 일어날 위험을 감지하고, 그 전쟁을 예방할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제3차 세계 대전이 일어나면, 미제국은 멸망할 것이므로, 신흥 우익세력은 제3차 세계 대전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는 것이다.

 

트럼프는 제3차 세계 대전이 일어날 위험에 대해 좀 더 구체적으로 언급했다. 그는 2024년 7월 18일 대선후보 수락연설에서 “유럽과 중동에서 전쟁이 계속되고 있고, 대만, 코리아, 필리핀을 포함한 아시아 전역에서 갈등이 커지고 있다. 지구는 제3차 세계대전의 경계에 위태롭게 서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우크라이나전쟁, 팔레스타인전쟁, 남중국해 섬들의 영유권 분쟁이 더욱 격화되고, 중국과 대만의 대결, 조선과 한국의 대결이 더욱 격화되는 경우, 제3차 세계 대전이 일어날 것으로 우려했다.

 

하지만 트럼프의 논조는 부정확하다. 우크라이나전쟁, 중동전쟁, 남중국해 무력충돌, 그리고 앞으로 일어날 수 있는 중국의 대만해방전쟁과 조선의 한국정벌전쟁은 세계 대전이 아니라 지역 전쟁이다. 문제의 핵심은 미제국이 지역전쟁을 세계 대전으로 확전시킬 혐의자라는 것이다. 미제국이 지역 전쟁에 불법적으로 개입하고, 반제국가들을 침공하면, 지역 전쟁은 제3차 세계 대전으로 확전될 것이다. 미제국이 지역전쟁에 개입하지 않고, 반제국가들을 침공하지 않으면 제3차 세계 대전은 절대로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트럼프는 대선후보 수락연설에서 “나는 현 행정부가 만들어낸 모든 국제 위기를 종식시킬 것이다. 여기에는 내가 대통령이었으면 일어나지 않았을 로씨야와 우크라이나의 전쟁, 이스라엘 전쟁 등이 포함된다”고 큰 소리를 쳤다. 미제국 공화당의 정강정책 제10장에도 “유럽에서 평화를 회복한다”는 내용과 “이스라엘을 지지하고, 중동의 평화를 추구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것은 트럼프가 집권하면 우크라이나전쟁과 팔레스타인전쟁을 종식시키겠다는 뜻이다.

 

미제국 공화당이 자기의 정강정책에서 전쟁을 종식시키겠다는 의사를 표명하고, 트럼프가 대선후보 수락연설에서 동일한 의사를 표명한 것은 좋은 일이다. 하지만 그들이 전쟁을 종식시킬 방도를 제시하지 못하면, 전쟁을 종식시키겠다는 말은 공리공담으로 된다.

 

미제국의 신흥 우익세력이 우크라이나전쟁, 팔레스타인전쟁, 남중국해 군사대결을 종식시키고, 코리아와 대만해협에 조성된 심각한 전쟁위기를 해소할 수 있는 유일한 방도는 무엇인가? 그것은 미제국이 우크라이나, 이스라엘, 일본, 한국, 필리핀에 대한 정치적 지지, 군사적 지원, 정보 제공을 전면 중지하고, 조선, 중국, 로씨야, 이란에 대한 적대정책을 전면 폐기하는 것이다.

 

의문이 생긴다. 트럼프가 이번 대선에서 승리하면, 우크라이나, 이스라엘, 일본, 한국, 필리핀에 대한 미제국의 지지와 지원을 중지시킬 수 있을까? 트럼프가 이번 대선에서 승리하면, 조선, 중국, 로씨야, 이란에 대한 적대정책을 폐기시킬 수 있을까? 트럼프가 백악관에 들어가도, 그는 우크라이나, 이스라엘, 일본, 한국, 필리핀에 대한 미제국의 지지와 지원을 선별적으로 감축할 수는 있겠지만 전부 중지시키지는 못할 것이고, 조선, 중국, 로씨야, 이란에 대한 적대정책을 선별적으로 완화할 수는 있겠지만 전부 폐기시키지는 못한다.

 

5. 풍운아의 입에서 나온 모호한 말

 

2024년 7월 18일 트럼프의 대선후보 수락연설에서 주목되는 것은, 그가 극도로 악화된 조선과 미제국의 적대관계를 개선하고 싶다는 의향을 밝힌 것이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나는 (지난번 대통령 임기 중에) 북조선의 김정은과 잘 지냈다. 하지만 (미제국) 언론은 그것을 싫어했다. 어떻게 그와 잘 지낼 수 있느냐고 (의문시)했다. 하지만 많은 핵무기를 가지고 있는 사람과 잘 지내는 것은 좋은 일이다. 어떻게 그럴 수 있겠는가고 생각하겠지만, 나는 그들과 잘 지냈고, 우리는 북조선의 미사일 발사를 중단시켰다. 지금 북조선이 다시 도발을 계속하고 있지만, 우리가 (백악관으로) 돌아가면 나는 그와 잘 지낼 것이다. 그도 내가 돌아오기를 바라면서 나를 그리워할 것으로 생각한다.”

 

이것은 풍운아 트럼프의 입에서만 나올 수 있는 흥미로운 말이다. 그 말 속에 담긴 의중을 파헤쳐보자.

트럼프가 대통령으로 재직한 시기에 조미정상회담이 세 차례나 성사되었고, 그로써 조선과 미제국의 관계개선 문제가 진지하게 논의된 것은 세상이 다 아는 사실이다. 김정은 총비서와 당시 대통령이었던 트럼프의 친분관계가 형성된 것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김정은 총비서와 트럼프 당시 대통령은 2018년 4월 1일부터 2019년 8월 5일까지 기간에 친서를 27차례 교환하면서 친분관계를 형성했다.

 

그런데 김정은 총비서와 트럼프 당시 대통령의 친분관계가 깨지고, 조미정상회담이 파탄된 원인은 2019년 2월 27일 윁남의 수도 하노이에서 진행된 조미정상회담에서 조선이 핵무기와 핵물질을 미제국에 넘겨주고, 녕변핵시설을 비롯한 5개 핵시설을 완전히 해체하면 종전선언을 채택하고 연락사무소를 설치할 수 있다는 황당한 제안이 트럼프의 입에서 나왔기 때문이다. 그 황당한 제안은 이른바 ‘비핵화’라는 명분을 내걸고 실제로는 조선의 핵무장을 완전히 해제하려는 의도를 드러낸 것이었다. 그래서 조미정상회담은 파탄되고 말았다.

 

하노이 조미정상회담이 파탄된 때로부터 5년이 지난 지금, 조선은 핵보유국 지위를 넘어 핵강국 지위에 올라섰다. 이런 상황은 국제정세를 변화시켰다. 트럼프는 이처럼 근본적으로 변화된 오늘의 국제정세를 직시해야 한다.

 

트럼프의 대선후보 수락연설 중에서 이 문제와 직접 관련되는 대목은 “많은 핵무기를 가지고 있는 사람과 잘 지내는 것은 좋은 일”이라고 언급한 부분이다. 이 말은 트럼프가 집권하면 “많은 핵무기를 가지고 있는” 김정은 총비서와 다시 관계개선을 하고 싶다는 의향을 드러낸 것이다.

 

하지만 그 말은 이렇게도 해석할 수 있고, 저렇게도 해석할 수 있을 만큼 모호하다. 트럼프의 말은 조선이 많은 핵무기를 가졌고, 그로써 비핵화 정책이 비현실적인 정책으로 전락했으니 비핵화 정책을 폐기하고 조선과 관계개선을 하고 싶다는 뜻인가? 아니면 조선이 많은 핵무기를 가졌다고 해도 비핵화 정책을 폐기할 수는 없으므로, 비핵화 정책을 유지하는 조건에서 조선과 관계개선을 하고 싶다는 뜻인가? 트럼프의 의중을 정확히 알 수 없다.

 

6. 두 가지 조건은 폐기되지 않았다

 

2020년 7월 10일 김여정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부부장이 장문의 담화를 발표하였다. 이 담화가 발표된 2020년 7월은 미제국에서 대통령 선거를 넉 달 앞두고 있었던 때였다. 만일 2020년 11월 3일 대통령 선거에서 트럼프가 재선되면, 하노이에서 결렬된 조미정상회담이 혹시 재개될 수도 있을 것이라는 실낱같은 기대가 남아있었기 때문에 김정은 총비서는 김여정 부부장이 발표한 담화를 통해 조미정상회담을 재개할 수 있는 조건을 트럼프에게 제시했다. 그 조건은 다음과 같은 문장 속에 들어있다.

 

“나는 조미 사이의 심격한 대립과 풀지 못할 의견 차이가 존재하는 상태에서 미국의 결정적인 립장변화가 없는 한 올해 중 그리고 나아가 앞으로도 조미수뇌회담이 불필요하며 최소한 우리에게는 무익하다고 생각한다.”

 

위에 인용한 문장에는 트럼프가 재선되어 미제국의 기존 입장을 결정적으로 바꾸면 하노이에서 결렬된 조미정상회담이 재개될 수 있다는 뜻이 들어있다. 담화에서 김여정 부부장은 결렬된 조미정상회담을 재개하기 위해 결정적으로 바뀌어야 할 미제국의 기존 입장을 다음과 같이 명쾌한 어조로 설명했다.

 

“미국은 우리의 핵을 빼앗는 데 머리를 굴리지 말고 우리의 핵이 자기들에게 위협이 되지 않도록 만드는 데로 머리를 굴려보는 것이 더 쉽고 유익할 것이다.”

 

이 인용문은 트럼프가 재선되면 조선의 비핵화를 포기하고, 조선의 핵무력이 미제국에 위협이 되지 않도록 조선에 대한 적대정책을 폐기하라는 뜻으로 해석된다. 다시 말해서, 김정은 총비서는 트럼프가 재선되면 조선의 비핵화 정책과 조선에 대한 적대정책을 폐기하기 위한 조미정상회담을 할 수 있다고 밝힌 것이다.

 

그런데 트럼프가 2020년 선거에서 지는 바람에 김정은 총비서가 김여정 부부장의 담화를 통해 트럼프 후보에게 제시한 두 가지 조건은 빛을 보지 못했다. 하지만 김정은 총비서가 5년 전 트럼프 후보에게 제시한 두 가지 조건이 폐기된 것은 아니다. 그러므로 오늘 대선후보로 다시 나선 트럼프가 김정은 총비서와 맺었던 친분관계를 복원하고 싶다면, 5년 전 김정은 총비서가 김여정 부부장의 담화를 통해 그에게 제시한 두 가지 조건을 수락해야 한다. 다시 말해서, 트럼프가 백악관에 들어가면, 조선에 대한 비핵화 정책과 적대정책을 폐기하는 중대한 결정을 내려야 하는 것이다. 그가 백악관에 들어가서 그런 중대한 결정을 내릴 수 있을까? 이 물음에는 부정적인 대답이 나온다.

 

7. 2024년 8월이 다가오고 있다

 

정세는 너무 심각하다. 왜냐하면 2024년 7월 11일 워싱턴에서 만난 바이든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이 미제국 국방부와 한국 국방부가 공동으로 작성한 ‘코리아반도에서의 핵억제와 핵작전에 관한 미국-한국의 지침(U.S.-ROK Guidelines for Nuclear Deterrence and Nuclear Operations on the Korean Peninsula)’이라는 제목의 문서에 서명했기 때문이다. 이 지침에 의하면, 미제국과 한국은 “코리아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추진하고, “공동으로 핵기획 및 전략기획”을 하고, “비상사태 시 한국군이 미국의 핵작전에 재래식 지원을 하는 것을 공동으로 기획하고 공동으로 실행한다“는 것이다.

 

한미연합군은 2024년 8월 19일에 시작될 ‘을지 자유의 방패(Ulchi Freedom Shield)’라는 명칭의 군사훈련에서 7월 11일 ‘지침’에 명시된 대로 미제국군이 핵무기를 사용하는 핵작전을 연습하고, 한국군이 재래식 무기로 미제국군의 핵작전을 지원해주는 핵무력과 재래식 무력의 통합작전을 연습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제국군의 핵작전 연습은 50kt급 전술핵폭탄인 B61-12 열핵중력폭탄 모의탄을 장착한 F-35A 스텔스 전투기들이 일본 혼슈 아오모리현 미사와 공군기지에서 이륙해 한국 영공으로 진입하고, 한국 공군 전투기들의 호위를 받으며 강원도 영월군 태백산에 있는 필승사격장(폭격연습장) 상공으로 비행해 모의 핵폭탄을 투하하는 식으로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런 예상대로라면 조선에 대한 한미연합군의 핵공격 위협은 사상 최고로 격화되는 것이다.

 

조선에 대한 한미연합군의 핵공격 위협이 사상 최고로 격화되면, 그에 상응해 미제국과 한국에 대한 조선인민군의 핵공격 위협도 사상 최고로 격화될 것이다. 2024년 8월 21일경 한미연합군이 사상 처음으로 핵작전을 연습하면, 그에 대응해 조선도 준전시상태를 선포하고 ‘핵방아쇠’를 가동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그런데 그처럼 엄중한 위기상황을 앞두고 악질 탈북자 단체들은 심리전 자료를 매단 공중살포기구를 계속 날려 보내고, 한국군은 심리전 확성기 방송을 계속 틀어놓으면서 조선을 극도로 자극하고 있다. 전쟁을 피하기 어려운 여러 조건들이 위험천만하게 서로 맞아 떨어지는 가운데, 반제국주의 핵무력과 제국주의 핵무력이 정면 대결하는 역사상 가장 위태로운 시기가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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