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25일, 윤석열 정부가 세법개정안을 발표했는데 핵심은 상속세입니다. 과세표준 구간 중 최저세율 적용 구간의 기준을 1억 원 이하에서 2억 원 이하로 올려 납세 대상을 줄였고 최고세율 50%를 적용받았던 30억 원 초과 구간을 삭제하고 10억 원 초과시 40% 세율을 적용하는 구간으로 변경했으며 1인당 5천만 원까지 공제됐던 자녀 세액공제 금액은 5억 원으로 대거 상향했습니다. 정부의 세법개정안은 당연히 '부자 감세'라는 비난이 쏟아졌습니다. 정부는 자산가들의 투자 의욕 등을 고취시키기 위해 불가피하며 중산층까지 상속세 부담을 지게 되어서 세법 개정안의 개편이 시급하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정작 최저세율 적용 구간 기준은 고작 1억 원만 완화된 반면, 최고세율 구간은 세율이 10%p나 깎이고 기준도 20억 원 완화됐습니다. 이는 중산층을 위한 감세 명분이 아니라 초(超) 부자를 위한 상속세 개편이어서 '눈 가리고 아웅'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습니다.
충남대 정세은 교수는 정부의 개정안에 대해 "부자감세라는 얘기가 너무나 식상할 수 있지만, 이것은 명확하게 부자 감세를 넘어선 '초(超)부자 감세'"라고 비판했고 강남대 세무학과 유호림 교수는 "1800여만 명에 달하는, 우리나라 국민 대다수를 차지하는 근로자들을 위한 공제 금액은 손도 대지 않으면서 고작 10만여 명만 내는 상속세 공제는 10배씩 인상하는 것은 과도한 측면을 넘어 특정 자산가들을 위해 원 포인트로 조세 부담을 크게 경감해주는 문제"라고 비난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7월 30일, 국무회의 석상에서 “개인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해 금융투자소득세를 폐지하고 배당을 비롯한 적극적인 주주 환원을 유도하는 세제 인센티브를 도입할 것”이라고 말하고 “자본 시장이 제대로 평가받아야 기업에 투자하는 국민이 기업 성장에 따라 늘어난 수익을 더 많이 누릴 수 있게 된다”면서 금투세 폐지를 공식적으로 발표했습니다.
우리나라는 금년 2분기 GDP가 –0.2% 역성장을 했습니다. 수입이 늘고 수출이 감소했다는 것으로 민간소비도 부진했습니다. 그러나 한국은행은 올해 성장률 목표 2.5%는 문제가 없다고 하는데, 중앙대 류덕현 교수는 “재정을 아끼려다 경제가 망가지면 돈이 더 들어가는 만큼 재정 투입을 실기하면 안 된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런데 정부는 부자감세를 실시하면서 세수 부족이란 악순환으로 재정은 오히려 고갈되고 있는 형국입니다.
윤석열 정부가 상속세 완화 및 금투세 폐지를 과감하게 발표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더불어 민주당의 부자감세 정책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윤석열 정부가 하면 ‘부자 감세’이고, 민주당이 하면 ‘민생 정책’이란 의미인지는 몰라도, 지난 5월 24일 민주당 고민정 최고위원은 “언제까지 서민의 정당만을 표방할 것인가” 라면서 종부세 폐지와 민주당의 서민 정당 이미지 탈피를 주장했습니다.
더 나아가 이재명 대표는 지난 7월 10일 당대표 출마 선언 뒤 “주식시장이 안 그래도 어려운 상태에서 금투세를 예정대로 시행하는 게 맞나”라면서 종부세에 관해서도 “불필요하게 갈등과 저항을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근본적으로 검토할 때가 됐다”고 말하고 먹사니즘을 강조했습니다. 이는 금투세 시행 유예와 종부세 완화를 견지하는 우클릭 입장이었습니다.
그러자 윤석열 정부는 금융투자소득세를 유예가 아니라 아예 폐지하겠다고 발표하면서 부자 감세를 내세웠으니 민주당은 할 말이 없어졌습니다. 얼마 전까지 종부세 완화와 금투세 유예를 주장하던 민주당이 결국 윤석열 정권의 세법 개정안 빌미를 제공한 셈이 된 것입니다. 따라서 윤석열 정부는 여야 협상을 통한 세법 개정안 통과에 기대감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이같은 정치권의 부자감세 경쟁에 국민은 상대적 박탈감과 자괴감을 느낄 수밖에 없는 형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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