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이 29일 국정 브리핑을 하면서 “경제가 살아나고 있다”라고 말하자, 방송을 보던 국민들의 분노가 폭발했다는 전언이다. 윤석열 정권 출범 이후 약 100만 개의 자영업이 문을 닫아 가게를 운영하는 사람들이 거리로 나앉거나 빚쟁이가 되었는데, 경제가 살아나고 있다니 기가 막혔을 것이다. 한편 이번에 한 윤석열의 국정 브리핑은 형식이나 내용 면에서 낙제점이란 평가가 많다. 왜 그런지 분석해 본다.
기저효과로 눈속임
윤석열은 “우리나라 경제 활력이 살아나고 있다. 건전재정 기조를 굳건히 지킨 결과, 국가 재정도 더욱 튼튼해졌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윤석열의 이 말은 이른바 ‘기저효과’로 비교를 문재인 정부와 하는 게 아니라, 경제가 가장 안 좋은 지난해와 비교한 것이라 일종의 눈속임수다.
윤석열은 1년 전보다 수출 실적이 9.1% 증가했다고 했는데, 이 역시 무역수지 적자가 최대로 일어난 작년과 비교한 것이라 의미가 없다. 또 구태여 말하자면 수입이 줄어 생긴 적자형 성장이다. 수입이 줄었다는 것은 그만큼 소비가 부족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내수부족은 경상수지 적자를 가져오게 한다.
노인 일자리 창출해놓고 고용율 최고?
윤석열은 “역대 최고를 기록한 고용률과 역대 최저인 실업률 등에 힘입어 움츠렸던 한국 경제가 회복 기지개를 켜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이 역시 실제 현실과 동떨어진 주장이다. 실제로는 놀고 있는 사람이 역대 최고이며, 겨우 는 것은 한 달에 몇십만 원 주는 노인 일자리뿐이다. 편의점에 가서 며칠만 일해도 취직했다고 보는 허상의 고용율인 것이다.
실제 지난달 60세 이상 취업자 수는 27만8,000명 늘어난 반면 20대는 12만7,000명, 경제의 허리 역할을 하는 40대는 9만1,000명 줄었다. 일할 능력이 있지만 취업도 구직도 하지 않고 ‘그냥 쉬는’ 인구가 7월 기준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한 점도 고용 상황을 좋다고 보기 어려운 부분이다.
경제기관 줄줄이 성장률 하향 조정
올해 1분기에 경제 성장률은 1.3%이지만 내부부진으로 수출 효과까지 집어삼키고 있다. 그러자 주요 경제기관은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줄줄이 낮추고 있다. 경제 활력이 살아나고 있다는 윤석열의 인식과 정반대 상황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상향 조정(2.2%→2.6%‧5월)한 지 3개월 만에 2.5%로 낮췄고, 한국은행은 5월 2.5%(기존 2.1%)로 올렸다가 최근 2.4%로 하향 조정했다. 골드만삭스‧JP모건 등 글로벌 투자은행(IB) 8곳이 내다본 평균 성장률 전망치(지난달 말 기준)는 2.5%로, 전달보다 0.2%포인트 낮아졌다. 그만큼 현재 한국 경제 상황이 좋지 않다는 뜻이다.
실질소득 줄어 내수 부족
월급은 오르지 않고 물가만 오르면 실질 소득이 줄어 지갑을 닫게 마련이다. 내수 부진은 기업투자 위축과, 고용 악화로 이어진다. 누적된 고금리‧고물가로 내수가 살아나지 못하고, 자영업자‧중소기업이 한계에 내몰리면서 경기 부진이 이어지는 게 최근 경제 상황이다.
내수가 부진하면 정부는 더욱 적극적인 대책을 세워야 하는데, 윤석열 정권은 ‘건전재정’ 운운하며 민주당이 주장하는 전국민 25만원 지급도 반대하고 있다. 그런데 왜 관저에 드레스 룸을 만들고 사우나탕은 만들까? 부산 엑스포 유치로 날려버린 5000억은 어디 하늘에서 떨어졌는가? 영일만 석유 시추비는?
국가 재정이 튼튼해졌다?
“국가 재정이 튼튼해졌다”는 윤석열의 말도 거짓말이다. 세원 확충 없는 계속된 감세정책과 감세정책이 목표로 한 낙수효과가 기대에 못 미치면서 저출생‧고령화, 경기 부진에 대응할 '사활의 시간(골든 타임)'을 놓치고 있는 것이다.
최근 조세재정연구원은 올해 세금이 목표보다 23조2,000억 원, KDI는 16조8,000억 원이 덜 걷힐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해엔 56조 원의 세수 결손이 있었다. 하지만 올해 실제 세수 손실은 60조 이상 날 거라는 전망이다. 그런데 무슨 얼어죽을 국가 재정이 튼튼해졌다는 말인지 기가 막힌다.
그린벨트 풀어 현인마을 사업 도우려는가?
윤석열이 내놓은 부동산 대책도 그린벨트를 푼 것이 유일하다. 윤석열은 “42만7,000호 규모의 수도권 주택 공급 대책을 마련했다”며 “국민이 원하시는 곳에 제때 주택이 공급될 수 있도록 전력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는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을 해제해 서울과 인근에 8만 호의 신규 택지를 공급한다는 게 주요 내용이다. 그린벨트가 해제돼도 토지 보상부터 분양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어 당초 정책 목적인 수도권 집값 안정 효과는 미미할 것이다.
뉴탐사가 이미 보도했듯 그린벨트가 해제되면 서울시가 추진하고 있는 서초 현인 마을 사업이 이익을 보는데, 거기에 최은순이 개입되어 있다는 의혹이 있다. 실제로 거기에 있는 그린벨트가 해제되면 시공사는 엄청난 차익을 벌게 된다. 뉴탐사는 시공사가 이미 주변의 그린벨트를 사두었다고 보도했다. 이게 사실이면 게이트로 번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
짜고 친 고스톱 같은 국정 브리핑
이번에 한 윤석열의 국정 브리핑 형식도 문제가 되었다. 질문자를 윤석열이 선택하는 게 아니라, 대변인이 무슨 서류를 보며 지명했다. 미리 질문 순서가 정해져 있다는 뜻이다. 기자들의 질문 수준도 입방에 올랐다. 질문을 하고 미흡하면 추가 질문을 해야 하는데 전혀 그렇지 않았다. 더구나 MBC 기자는 얼마 전에 ‘엠바고’를 어겼다는 이유로 질문 기회도 얻지 못했고, 생중계도 하지 못했다. 바이든-날리면 복수가 여전히 진행되고 있는 것 같다. 옹졸하기기 밴댕이 속 같다.
야당은 윤석열이 집무실에서 사전에 준비된 원고로 현안을 설명하자 “그 원고도 김태효 안보실 1차장이 써주었느냐?”라고 힐난했다. 국회 청문회 대 김태효는 윤석열 연설 원고를 쓰는 데 동참한다고 고백한 바 있다. 그 유명한 3.1절 기념사 및 8.15 경축사도 김태효가 썼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윤석열은 한때 ‘형님 리더십’으로 마치 도량이 넓은 사람처럼 미화되었지만, 알고 보니 속이 밴댕이 속이었다. 룸살롱에 가서 술 마시며 베푼 아량은 도량이 아니라 ‘아양’이다. 윤석열은 술친구는 반드시 챙긴다고 한다. 그 사례는 차고 넘친다. 그런데 관저에 사우나탕을 만들었다니, 혹시 숙취 해소용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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