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7년 대통령 선거에서 김대중 대통령이 당선되면서 출범한 국민의 정부는 국가인권기구의 설립에 대한 유엔의 권고에 따라 형식적인 독립성을 강조하여 특수법인 또는 민간법인으로 설치하려 했으나 『명목만 독립적이지 사실상 법무부의 신하 기관이 될 수 있고 현실을 비춰볼 때 민간법인이 국가기관들의 인권 침해 행위를 감시한다는 것은 실효성이 보장되지 못한다』는 반대 논거를 수용하여 국가기관으로 정하게 되었다. 그 후에는 독립성을 위해 대통령 소속으로 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었으나 만약에 인권위가 대통령에 소속하게 되면 활동 및 운영 등을 대통령이 관여할 가능성이 높으며 결국에 독립성이 훼손될 것이라는 우려가 있었다. 그리하여 진지한 검토와 논의 끝에 인권위를 국가기관으로 두나 입법부, 행정부, 사법부를 포함된 어떠한 기관에도 소속되지 않는 독립기관으로 정하게 된 것이다. 따라서 역대 인권위원장은 시민운동 출신가들이 다수 맡아오기도 했고 법조인 출신들이 그 역할을 담당해왔다.
하지만 이번에 지명된 안창호라는 인물은 법조인 출신이라기보다 차라리 괴물에 가깝다. 그가 어떻게 헌법재판소 재판관을 지냈는지 의아할 정도로 괴상하다. 물론 검사 출신이라는 부분이 그의 정신세계를 감안하고 볼 수 있는 근거가 될 수도 있겠다. 안창호 후보자가 인사청문회에서 차별금지법 반대, 진화론과 함께 창조론 교육 필요성, 1948년 건국 완성 등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야당은 안 후보자가 자신의 종교적 신념에 너무 치우쳐 있어 인권위 수장으로서 부적합하다고 비판했다. 여당인 국민의힘에서도 “다른 자리와 달리 인권위원장으로서는 조심해야 할 부분이 있다”는 지적까지 나왔다.
특히 동성애자가 공산주의혁명을 일으킬 수 있다는 부분은 황당함을 넘어선다. 그런 식의 논리를 들이대는 자가 법조인 출신이라는 것이 더욱 놀라울 지경이다. 인권위는 2006년부터 성소수자 등에 대한 차별을 포함해 각종 차별을 금하는 차별금지법 제정 권고 및 의견 표명을 해왔다. 독실한 개신교 신자인 안 후보자는 그간 저서·강연 등에서 동성애와 차별금지법에 대한 강한 반감과 편견이 담긴 발언을 해왔다.
그에 대하 논란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전관예우 관행이 없어져야 한다”고 했던 안창호는 실제 헌법재판관 퇴직 후 대형 로펌에 취직해 총 13억여 원의 보수를 가져간 것으로 드러나기도 했다.
국회 운영위원회 소속 노종면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안창호의 지난 2012년 9월 헌법재판관 인사청문회 서면 답변에서 전관예우에 대한 견해를 묻는 질문에 “법조계에 남아 있는 전관예우의 관행이 없어져야 할 것”이라고 답변했다. 또 헌법재판관 퇴임 후 거취에 대한 서면 질의엔 “어렵고 힘든 처지에 있는 소외된 분들에게 도움이 되는 일을 찾아 헌신하고 싶다”고 답변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안창호는 2018년 헌법재판관 퇴임 후 2020년 9월 법무법인 ‘시그니처’, 2021년 10월 법무법인 ‘화우’에서 총 3년 10개월 동안 근무했다. 이 기간 안 후보자는 13억 1300만 원에 달하는 급여를 수령했다.
노종면 의원은 “안 후보자가 2011년 인사청문회에서 박한철 당시 헌법재판관 후보자가 ‘전관예우’ 논란으로 홍역을 치른 것을 반면교사 삼아 답변했던 것으로 보인다”며 “2012년 인사청문회 당시 안 후보자가 거짓 답변을 한 셈”이라고 했다. 노종면 의원은 또 “거짓 답변 안창호 후보자는 인권위원장으로서의 자격이 없다”고 직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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