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가 만사라 할 정도로 어떤 조직에서 적재적소에 인재를 투입하는 일은 기업은 물론 나라의 운명을 좌우하게 된다. 법, 규정 같은 시스템이 따로 있지만 그걸 적절하게 운영하는 사람은 기업의 대표나 대통령이다. 따라서 기업의 대표나 대통령은 각 현안에 지식이 충분해야 하며, 사람을 보는 눈과 앞을 내다볼 수 있는 혜안이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고 그저 자기 고집대로 혹은 전에 했던 버릇대로 하다보면 그 기업은 망하고 정부는 정권을 내주기 마련이다.
윤석열 정권 들어 경제도 못했지만 가장 못한 것이 인사다. 그만큼 윤석열은 적재적소라는 인사 원칙을 어기고 자신의 말에 순종할 사람들 위주로 지명하고 임명하였다. 그러다 보니 인사 청문회가 파행으로 끝나고 청문보고서가 부정으로 채택되어도 임명을 강행하는 일이 반복되었다.
윤석열 정권 들어 국회가 청문 보고서를 채택하지 않아도 임명한 사람이 벌써 27명이다. 그래서 국회 인사 청문회 무용론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그런 것에 시간 낭비하느니 차라리 윤석열 마음대로 하라고 하는 게 낫다. 그러나 그러다 보면 나라가 망할 것 같자 국회가 나섰지만 무용지물이다. 따라서 국회 인사청문회법도 이참에 바꾸어야 한다.
윤석열 정권의 인사 난맥상
윤석열은 집권하자마자 먼저 인사 파동부터 일으켰다. 교육마저 경제논리를 적용시켜 5세 취학을 주장하던 교육부 장관이 여론에 밀려 물러났고, 박보균 문체부 장관은 취임하자마자 조선총독부 건물을 복원하겠다고 해 여론의 뭇매를 맞고 결국 물러나고 그 자리에 유인촌이 부임했다.
윤석열은 여가부를 폐지하겠다고 공약하더니 폐지도 하지 못하고 새만금 잼버리 행사를 망쳤으며, 새로운 여가부 장관으로 문제의 김행을 지명했다가 청문회 도중에 일어나 나가버리는 황당한 일까지 벌어졌다. 당시 김행은 여러 의혹이 일었지만 검찰이 이를 수사한다는 소린 들어보지 못했다.
방송통신위원회 인사는 그야말로 인사 난맥상을 보여 주었다. 윤석열은 그 자리에 언론 장악의 대명사 이동관을 임명했다가 야당이 탄핵하기 전에 경질시키고 후임에 방송과 아무런 관련이 없는 김홍일을 임명했다가 역시 야당이 탄핵하려 하자 경질했다.
후임으로 드디어 문제의 이진숙이 나타났지만 온갖 비리 혐의 때문에 야당은 청문 보고서를 채택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임명된 이진숙은 취임한 지 하루만에 방문진 이사들을 교체하고 MBC 장악에 나섰다. 그러자 야당이 즉각 탄핵했지만 사퇴하지 않고 버티며 헌법재판소 판결만 기다리고 있다.
김혜경 여사의 10만 4000원 법인 카드 사용 가지고 그 난리를 폈던 수구들은 이진숙의 엄청난 법카 사용에 대해선 침묵했다. 거기에다 시민단체가 고발한 윤석열의 검찰 특활비는 수사한다는 소식조차 없다. 그래놓고 문재인 전 대통령의 전 사위가 받은 월급이 뇌물이라고 하니 개도 웃는 것이다.
신친일파 대거 인사
윤석열 인사의 하이라이트는 친일 역사관을 가진 이른바 ‘신친일파’들을 요직에 대거 임명한 것에 있다. 윤석열은 임시정부를 부정하고 1948년을 건국절이라 주장하는 김형석을 하필 독립기념관장에 임명해 광복회마저 8.15 경축 행사에 불참하게 했다. 그 일로 합리적 보수층마저 떠나 지지율이 20%대 초반이다. (자세한 것은 중앙선거 여론조사 시의 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한 술 더 뜬 사람은 김문수다. 윤석열 정권에서 ‘경사노위’ 위원장을 하던 김문수는 전격적으로 고용노동부 장관으로 지명되었데, 극회 청문회 때 그의 진면목이 모조리 드러났다. 김문수는 과거 노동운동을 한 운동권 출신이지만 전향 후 완전 반노동, 반노조로 변했다.
김문수는 노조를 ‘건폭’으로 비유한 윤석열과 궤를 같이 하고 있으며, “일제시대 때 우리에게 무슨 나라가 있었느냐?”고 해 충격을 주었다. 이에 광복회, 독립유공자 단체 및 야당과 시민 단체가 일제히 반발했지만 윤석열은 김문수를 기어이 고용노동부 장관으로 임명했다. 김문수는 장관 임명 후에도 친일 발언을 쏟아냈다. 여우가 가고 나니 늑대가 나타난 셈이다.
국가인권위원장으로 지명된 안창호의 황당 이론
그러자 며칠 후 안창호가 나타났다. 윤석열은 공안부 검사 출신이자 헌법재판소 재판관 출신인 안창호 변호사를 국가인권위원장으로 지명해 3일 인사 청문회가 열렸는데 정말 가관이었다. 안창호는 개신교 신자인데 엉뚱하게 진화론과 창조론을 들고 나와 인사 청문회를 지켜보던 국민들을 어리둥절하게 했다.
안창호는 진화론을 사실상 거부하면서 하느님이 만물을 창조했다는 창조설을 설파했다. 청문회장을 자신이 믿은 종교적 신념을 설파하는 자리로 둔갑시켜 버린 것이다. 과학자가 아닌 공안 검사 출신이 진화론을 부정하는 것 자체가 웃겨 보인다.
안창호는 ‘차별금지법’을 반대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원래 성소수자나 약자들을 위해 만든 기관인데 차별금지법을 반대하고 나선 것이다. 아마도 동성애를 부정하는 개신교를 의식한 것 같다. 안창호는 차별금지법에 반대하는 이유로 ‘공산주의 혁명에 이용될 수 있다’를 들었는데 정말 황당하다. 일반이라면 차별금지법을 반대할 수 있다. 그러나 인권 주무 부서인 인권위원회 위원장이 될 사람이 성소주자들의 인권을 인정하지 않는 것은 조폭 나라에 깡패를 대장으로 임명한 것과 같다.
윤석열의 청개구리식 인사
윤석열의 인사를 한 마디로 정의하면 ‘청개구리 인사’다. 언론을 탄압하려는 사람을 방통위원장으로, 노조를 탄압하는 사람을 노동부 장관으로, 소수자 인권을 짓밟으려는 사람을 인권위원장으로 임명하니 하는 소리다. 경호처장을 국방부 장관으로 임명한 것에도 충암고 인맥이라니 기가 막힌다.
참 이상한 일이다. 윤석열은 어디서 이런 사람들을 ‘긁어모아’ 인물이라고 내세우는 것일까? 혹시 거기에도 V0의 의견이 반영된 것은 아닐까? 그렇지 않다면 술만 마시다 보니 정신이 ‘해까닥’한 것은 아닐까? 하긴 정신이 제대로 박힌 사람이라면 누가 윤석열 정권에 복무하고 싶겠는가? 잘못하면 패가망신 당하는데 말이다.
그렇다, 바로 거기에 답이 있다. 윤석열은 제대로 된 사람을 쓰고 싶어도 주변에 사람이 없는 것이다. “쓰고 싶어도 쓸 사람이 없다” 대통령실에서 흘러나온 소리를 야당 의원이 전한 말이다. 그래서 윤석열이 겨우 찾은 게 ‘충암고 패밀리’인 모양이다. 인사가 만사가 아니라 망사(忘死)가 되고 있다. 5일엔 김건희가 총선에도 개입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이게 나라인가? 탄핵밖에 답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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