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소심 법원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전주' 손모씨에게 유죄를 선고했다. 손씨는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지만, 2심에서 시세조종 방조 혐의가 인정되면서 유죄로 뒤집혔다. 이에 또 다른 전주, 김건희씨를 기소하지 않은 검찰에 대한 비판이 커지고 있다.

서울고법 형사5부는12일 손씨에게 시세조종 방조 혐의만 인정해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계좌 157개를 동원해 도이치 주가를 2000원에서 8000원으로 조작한 권오수 전 회장에게는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하고 벌금 5억원과 사회봉사 200시간을 명령해 형량을 더 올렸다. 앞서 1심 재판부는 권 전 회장에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 벌금 3억 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손씨가 도이치 주식에 관해 시세조종을 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그에 편승한 뒤 인위적 매수세를 형성해 다른 피고인들의 시세조종을 용이하게 했다"라며 "선의의 일반 투자자에게 피해를 입히는 결과를 보였다"라고 판시했다.

조승래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국회 브리핑에서 “손씨에게 주가조작 방조혐의가 인정된다면, 마찬가지로 이 사건의 전주였던 김건희 여사도 혐의를 피할 길이 없다”라며 “지금까지 검찰은 김건희 여사를 투명인간 취급해왔다. 손씨의 ‘주가조작 방조혐의’를 추가해 공소장까지 변경하면서도 김건희 여사는 터럭 하나 건드리지 못했다”라고 비판했다.

법무부 장관 출신인 추미애 민주당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이로써 주가조작에 김건희 계좌가 48회 이용되었다는 1심 판단을 검찰이 외면할 수 없게 되었다"라며 "항소심 선고를 앞두고  출장수사를 하고 황제수사를 하고 온갖 수사쇼를 벌였다. 새 검찰총장은 즉각 민간인 김여사를 소환 수사해야 한다. 소환에 응하지 않더라도 당장 기소할 수 있다. 법원 판결만으로도 최소 주가조작 방조는 면할 수가 없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검사 출신 박은정 조국혁신당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의 최근 발언 '반국가세력' '반시장세력'을 되치기하면서 "서울중앙지검은 김건희도 기소하라"고 밝혔다. 박 의원은 "주가조작 금액 중 47%, 23억 수익엔 솜방망이 vs. 부정거래 가담 -1억 손실에는 쇠몽둥이 윤석열 검찰의 이중적 작태가 가히 눈물겹다"라며 이렇게 말했다.

박은정 조국혁신당 의원 페이스북 갈무리

박은정 의원은 "손씨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당시 부정한 거래행위에 가담했지만 1억이 넘는 손실을 봤던 인물이다. 그럼에도 오늘 항소심에서 중한 유죄가 선고되었다"라며 "검찰 사건 종합의견서상 김건희·최은순 모녀의 수익이 23억이 넘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유독 대통령 부인에게만 관대한 검찰을 납득할 국민이 얼마나 있을지 의문"이라고 했다.

그는 "윤석열 대통령이 목에 핏대를 세우며 부르짖던, 사회에 암약한 반국가세력이 누구인지 도이치 모터스 재판에서 드러나고 있는 셈"이라며 "주가조작으로 시장 질서를 교란하고, 통정매매와 시세조종으로 자본시장을 부인한 자가 누구인가. 대통령 영부인 김건희씨야말로 자유로운 거래와 자본의 민주적 통제를 부정한 반시장세력이자 반국가세력 아니겠는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 의원은 "검찰은 김 여사가 도이치모터스 작전세력으로부터 내부 정보를 받아 주식을 거래했고, 시세조종 목적과 통정매매 정황을 인지하고 증권사 직원과 통화한 것으로 의심이 되는 녹취도 확보하고 있었다. 이미 언론 보도를 통해 드러난 사실"이라며 "1억 손실을 본 가담자는 방조 혐의로 기소하면서, 23억의 이익을 본 범죄 혐의자에 대해서는 아무런 책임도 묻지 않는 것이 지금 검찰의 태도"라고 질타했다.

아울러 "검찰은 지금이라도 김 여사를 제대로 수사하고 대통령은 '김건희 특검법'을 수용해야만 한다"라며 "그것이 반시장·반국가세력으로서 역사 앞에, 그리고 국민 앞에 사죄하고 죗값을 받는 길임을 명심하기 바란다"라고 강조했다.

대통령실은 지난해 2월 손씨의 1심 무죄 선고에 대해 "큰 규모로 거래한 큰손 투자자일 뿐 공범이 아니다"라는 판결이라며, 전주로서의 김건희씨 주가조작 관여 주장도 깨졌다는 입장을 냈다. 그런데 전날 전주 손씨의 방조죄가 인정된 판결이 나왔다. 여기에 2심 재판부는 손씨가 '주범의 요청에 따라 도이치모터스 주식을 대량 매수하고 상한가를 찍었다'고 말하는 정황 등이 발견되었다며, 단순히 돈을 빌려준 전주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이런 사실들을 지적한 박주민 의원은 "그런데 1심 재판과정에서 드러난 녹취록에 따르면, 김건희 여사가 주가조작 선수에게 '매도하라 하셈' 이라고 말하는 등 직접 의사소통하며 계좌를 운용한 정황이 드러나지 않았는가?"라고 반문했다.

박 의원은 "대통령실에 다시 그대로 묻겠다"라면서 "그렇다면 똑같이 ‘계좌를 활용’ 당한 전주이자, 주가조작 일당과 직접 연락을 주고받으며  23억 수익을 낸 김건희 여사 일가는 유죄가 아니면 무엇이란 말인가?"라고 따져 물었다.

이날 손씨의 유죄가 인정되면서 김건희, 최은순 모녀 등 거액 돈줄에 대한 처벌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아울러 지난 대선 기간 TV토론에서 '배우자 김씨가 주가조작은커녕 주식투자로 돈을 잃었다'고 거짓말한 윤석열 대통령도 허위 사실 유포와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처벌받아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모든 정황으로 볼 때 김씨가 주가조작 방조범이 아닌 주범이라고 겨누면서 검찰의 '김건희 봐주기' 파장이 커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