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려하던 일이 현실로 벌어졌다. 윤석열이 계엄을 선포했고 국회는 재빨리 움직여 계엄 해제를 의결했다. 표결에 참여한 190명의 국회의원 전원 찬성으로 계엄 해제가 통과된 것이다. 두 시간 여 동안 벌어진 황당한 사건이었다. 그리고 윤석열이 계엄 해제를 받아들였다. 박정희 전두환 같은 군사 독재시절에나 가능했던 일이 21세기 대한민국에서 벌어졌다. 그 시간 잠을 청했던 이들은 세상이 뒤집어졌다 제자리로 돌아온 상황이었을 테고, 그 시간 뉴스를 접했던 이들은 그나마 안도의 한숨을 쉬었을 것이다. 참으로 한심한 일이었다.
윤석열의 계엄 선포는 대한민국에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겼다. 지금까지 쌓아올린 대외적인 대한민국의 위상이 하루 아침에 무너졌고, 내부적으로는 대한민국의 민주주의가 무너지고 있는 현실을 목도한 것이다. 윤석열의 계엄 선포는 절차적으로도 심각한 하자였다. 윤석열은 3일 밤 10시30분 경 전격적으로 비상계엄을 선포하며 비상계엄에 이르게 된 이유를 장황하게 설명하면서도, 국무회의 심의 등 비상계엄 선포 전 어떤 논의와 의견 수렴을 거쳤는지 일언반구 언급하지 않았다. 헌법에 따라 계엄을 선포하면 곧바로 국회에 이를 알려야 하는데, 국회에는 계엄 선포 통고가 없었다. 정상적 형태의 국무회의가 열렸다면 이런 절차가 누락될 이유가 없다. 국무회의 절차 누락은 윤석열에 대한 내란죄 적용 및 탄핵 추진의 주요 근거가 된다. 즉, 계엄령의 선포와 해제는 반드시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야 한다.
윤석열은 계엄 선포의 사유에 대해 “민주당의 입법 독재는 대한민국의 헌정 질서를 짓밟고 내란을 획책하는 명백한 반국가행위”라면서 “파렴치한 종북 반국가세력을 일거에 척결하고 자유 헌정질서를 지키기 위해 비상 계엄을 선포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공수부대가 국회에 진입해서 시민들과 대치하는 일촉즉발의 상황이 연출됐다. 하마터면 유혈 사태로 번질 뻔 했던 대통령의 독재적 발상이 합법적으로 제어된 것이다. 시민의식이 그만큼 단단하게 뿌리내렸음을 보여주는 그림이었다.
우리 헌법은 ‘대통령은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에 한해 군사상 필요에 응하거나 공공의 안녕질서를 유지할 필요가 있을 때 계엄을 선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지금이 전시나 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비상사태인가. 국회 상황 때문에 공공의 안녕질서가 심각하게 훼손돼서 군사력을 동원하지 않고선 이를 회복할 수 없다고 보는 사람이 누가 있는가. 2017년 수백만명의 시민이 광장에 나왔을 때도 계엄령의 필요성을 생각한 사람은 극소수의 정권 핵심 인사 외엔 없었다. 그런데 2024년 12월에 윤석열은 대한민국의 공공 안녕질서가 무너지고 체제가 붕괴할 것이라고 말한다. 오직 대통령과 그 주변 몇몇 측근의 심각한 착각과 공포심의 발현이라고 밖엔 달리 해석하기 어렵다. 윤석열은 나라를 위해서도, 본인을 위해서도 돌이킬 수 없는 최악의 선택을 하고 말았다.
윤석열은 이제 대통령의 자격을 상실했다. 국회는 국민과 국가를 배신한 윤석열에게 합당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 군대라는 물리력을 동원한 윤석열은 위헌적 행위를 자행했음이 명백히 드러났다. 이제 윤석열은 내란의 죄를 물어 즉각 체포하여야 한다. 또한 국회는 신속히 탄핵 절차를 거쳐 윤석열을 끌어내리고 추락한 국민의 자존심과 국가의 민주주의를 회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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