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지난 9월 3일 블로그에 “또 계엄이라고? 아니 땐 굴뚝에 연기날까?”라는 글을 올렸습니다. 당시에 이 글을 쓰게 된 이유 중 하나가 청와대 경호처장 출신 김용현의 국방부장관 인사청문회에서 계엄이 거론되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계엄에 대한 유언비어나 가설에는 국회 과반수를 점하고 있는 민주당 현역 의원들을 현행범으로 체포해 계엄 해제를 촉구할 수 있는 의결 정족수를 물리적으로 차단하거나 미달하게 하는 방안도 있다고 하였습니다.
따라서 윤 대통령이 김용현 전 청와대 경호처장을 국방부 장관에 내정한 것이 계엄령을 선포하려는 음모에서 비롯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나왔습니다. 그런데 그 의혹이 어제 현실로 드러났습니다. 설마가 사람잡는다고 하더니 말도 안되는 의혹이 현실로 변하면서 전 국민을 밤새 불안에 떨게 하였습니다. 다행히 신속하게 여야 의원들의 계엄령 해제 요구 결의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무위로 끝났지만 참으로 한심하고 분노가 치민 사건이었습니다.
어제 윤 대통령이 선포한 비상계엄은 아마도 지난 1972년 10월 17일 박정희 대통령의 계엄령 선포를 벤치마킹한 느낌입니다. 당시 계엄령은 헌법 기능을 정지시키고 의회를 해산시켰습니다. 그리고 이후 10월 27일에는 헌법개정안을 발표하였고 11월 21일 이 개헌안이 국민투표를 통과함으로써 유신체제가 성립되었습니다. 그리고 박정희는 1972년 11월 23일 유신헌법에 따라 실시된 통일주체국민회의 간접선거에서 임기 6년의 제8대 대통령에 선출되었습니다.
지난 1979년 12월 12일 당시 전두환 신군부 세력은 군사 반란을 일으켰습니다. 쿠데타였습니다. 이후 전두환 세력은 1980년 5월 17일에 비상계엄령을 국내 전체로 발동하였습니다. 5.17 비상계엄령 조치는 전두환 중심의 신군부 세력이 혼란스러운 정국을 수습하고 국정을 안정화시킨다는 명분하에 실시되었습니다. 스스로 군사 반란을 통해 정국을 혼란스럽게 만들고 수습 명분으로 계엄을 발동했으니 웃기는 짓거리였습니다.
겨울 밤에 해프닝이라고 하기 에는 국민의 가슴에 큰 상처를 안겨준 계엄 선포에 대해 조중동같은 보수언론들도 비난에 가세하였습니다. 조선일보는 사설에서 "윤 대통령이 심야에 비상계엄을 선포한 것은 도를 심각하게 넘은 조치다, 어떻게 지금이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할 상황인가"라면서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할 상황도 아니고, 그럴 권한을 대통령에게 부여한 것도 아니다"라고 지적했습니다.
중앙일보도 사설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어제 한밤중에 느닷없이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경악을 금할 수 없다. 너무나 충격적이고 비상식적 상황이다.“며 "이런 엄청난 조치를 취하려면 그에 걸맞은 사유가 분명해야 하는데 아무리 찾아봐도 지금 계엄이 나와야 할 이유가 없다.“고 밝혔습니다. 동아일보도 "윤 대통령은 국민의 대의기관인 국회를 '괴물'로 규정했지만 그런 낡은 인식이야말로 시대적 괴물이 아닐 수 없다"고 비난했습니다.
비상계엄 해제 이후 중요한 일정 등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조국혁신당은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는 ‘군형법상 반란죄에 해당한다‘며 탄핵소추안을 준비하였고 민주당 등과 협의를 거쳐 오늘 탄핵안을 국회에 발의할 예정입니다. 이후 수순은 급박하게 국회를 휘몰아칠 것으로 예상됩니다. 윤석열 대통령의 무모하고 준비가 덜된, 한마디로 덜떨어진 계엄 선포는 스스로 무덤을 판 꼴이고 탄핵의 명분을 제공하였다고 할 것입니다. 우리나라 정치사에 새로운 오점이 생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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