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번째 대통령은 3.15부정선거 여파로 인한 4.19혁명으로 쫒겨났다. 두 번째 대통령은 부하에 의해 사살되었다. 세 번째 대통령은 광주에 대한 유혈진압과 내란죄로 감옥을 갔다. 여기까지는 민주체제가 아니었다. 독재 정권시절은 사실상 왕정국가나 다를 바 없었다. 1987년 민주화 이후 대통령에 당선된 네 번째 대통령도 세 번째 대통령과 함께 내란죄의 혐의를 벗어날 수는 없었다. 그들이 저지른 독재와 민주주의 파괴의 망령은 그 정도 선에서 그칠 줄 알았다. 그러나 사기꾼 대통령도 감옥의 신세를 피할 수 없었고 국정농단의 대통령도 전임자들과 비슷한 운명을 겪어야 했다. 그리고 또 다시 엉터리 계엄령을 선포해서 나라를 초토화시킨 대통령도 철창으로 향했다.
이승만으로 시작해 박정희와 전두환 노태우 그리고 이명박을 거쳐 박근혜와 윤석열까지 보수라는 가면을 뒤집어쓰고 수구의 길을 걷는 이들 모두 국민의 저항과 심판을 받아야만 했다. 이것이 대한민국의 현주소이다. 그들은 민주주의의 이름을 빌려 반민주적인 행태를 계속하는 중이다. 이들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마음은 착잡하기만 하다. 윤석열이 탄핵될 당시만 해도 환호성을 질렀던 국민들이지만 체포와 구속의 과정에서 지도자의 모습이라고 하기엔 이해할 수 없는 작태가 계속되고 있는 상황이다. 함께 내란을 모의했던 심복에게 책임을 돌리려는 우스운 꼴을 계속하고 있다.
윤석열은 유혈사태를 막기위해 자진 체포된 것 같은 모습을 취했지만 사실은 경호처 직원들이 더 이상 그의 체포를 막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마지막까지 기를 쓰고 버티던 윤석열이 결국 영장 집행에 응한 데는 경호처의 이반이 컸다. 경호처 간부들을 여러 차례 불러 밥을 먹이고 "총이 아니면 칼로라도 막으라"고 했지만 경호원들은 들은 체도 하지 않았다. 윤석열이 공수처를 향하는 승용차 안에서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아마 권력의 무상함이 아닐까. 끝까지 지켜줄 거라고 믿어왔던 이들에 대한 실망감에 속이 쓰렸을 것이다.
사실, 역대 대통령이라는 역할을 수행하는 자들도 문제지만 그런 자들을 끝없이 대통령 후보로 내세우고 대통령을 만들고 그 뒤에서 온갖 못된 짓거리를 반복하고 있는 그 뒷배들이 더 의심스럽다. 애초에 하자가 없는 후보를 내세우고 가치관과 철학이 뚜렷한 이들을 내세워야 함에도 불구하고 저들은 하나같이 문제있는 인물을 대통령으로 세우고 있는 상황이다. 백번 양보해서 보수정당이라는 허울을 쓰고 있다면 그나마 합리적인 가치관을 지니고 진영뿐만 아니라 모든 국민들이 봤을 때 하자 없는 이를 세우는 것이 당연하다. 그러나 저들이 그런 인물을 내세우는 데에는 한계가 있어 보인다. 간판 뒤에서 온갖 부정부패와 불법이익을 취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수구 세력들은 사전에 윤석열의 무능을 몰랐을 테고 윤석열은 정치와 권력의 생리를 이해하지 못한 것이다. 그에게는 대중을 이끌만한 사상도 이념도 비전도 없다. 대통령이 된 이후의 행적을 보면 그는 그저 맹렬한 '사익추구자'일 뿐이다. 윤석열은 체포 직전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탄핵소추가 되고 보니 이제서야 제가 대통령이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대통령으로서 권력을 휘두를 줄만 알았지 국가 지도자로서 의무와 헌신, 책임감이 없었음을 자인한 것이다.
이제 윤석열은 체포되었다. 수감 상태에서 모처럼 혼자만의 시간을 갖게 된다. 술도 끊고 유튜브도 끊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다. 어디서부터, 무엇이 잘못됐는지 깊이 생각해야 한다. 국민들의 직접선거를 통해 당선된 대통령 중에서 왜 헌정 사상 가장 짧은 기간에, 이토록 비극적인 사태를 맞게 됐는지 깨닫기 바란다. 세상을 원망하고, 누구를 탓할 필요도 없다. 아무리 안 좋은 일도 교훈을 얻을 수 있다면 나쁘기만 하지는 않은 법이다. 물론 이런 기대가 모두 부질없다. 그가 애시당초 이런 반성을 할 줄 아는 사람이었다면 일가의 패악질과 부정부패가 이토록 심각해지지는 않았을 테니까. 무속인들이 설치지도 않았을 것이며 김건희의 국정농단 자체도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고, 그가 자신의 허물을 알았다면 처음부터 대통령을 꿈꾸는 무모한 짓은 하지 않았을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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