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당-바른정당 중도통합 논의에 찬물 끼얹는 유승민
고하승 칼럼 | 입력 : 2017/10/24 [03:01]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이 통합하는 이른바 ‘중도통합’의 시너지 효과가 상당할 것이라는 여론조사 결과가 잇따라 발표되고 있다.
가장 먼저 공개된 여론조사는 국민의당 국민정책연구원이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실시한 것으로 두 당이 통합할 경우 정당 지지율은 더불어민주당의 뒤를 이어 두 번째로 높았다.
그때까지만 해도 많은 사람들이 반신반의했다. 현재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의 지지율은 모두 한자리수로 사실상 바닥세여서 정당으로서의 존재감이 극히 미약하다. 따라서 그런 정당이 합친다는 사실만으로 어떻게 그런 높은 시너지 효과가 나타날 수 있느냐 하는 의문을 갖는 것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
그런데 이후에 발표되는 다른 여론조사들을 보니 충분히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23일 인터넷 매체 ‘뉴데일리’가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민의당 지지층은 국민의당·바른정당 통합에 대해 43.9%가 찬성했고, 바른정당 지지층 역시 44.4%가 찬성했다.
두당 지지층 모두 절반 가까이 중도통합을 지지하고 있는 것이다.
(이 조사는 21~22일 양일간 전국의 성인남녀 유권자를 대상으로 유·무선 병행방식으로 진행됐으며 오차범위는 95% 신뢰수준에서 ±3.1%P다.)
어디 그뿐인가.
‘중도통합론’을 띄운 국민의당 지지율이 반등세로 돌아섰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발표되기도 했다. 이날 리얼미터가 공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정당 지지도는 더불어민주당이 지난주보다 0.5%p 내린 50.1%였고 자유한국당은 0.8%p 감소한 18.1%였다.
반면 바른정당과의 중도보수 통합론을 이슈화하고 있는 국민의당은 1.3%p 상승한 6.2%를 기록했고 바른정당도 0.3%p 소폭 오른 5.8%를 보였다. 정의당은 0.1%p 하락한 4.9%였다.
(이 조사는 CBS 의뢰로 지난 16~20일 전국 19세 이상 유권자 2557명을 대상으로 실시했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1.9%p, 응답률은 5.4%다.)
한국갤럽이 지난 20일 공개한 여론조사 결과 역시 중도통합 시너지 효과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정당 지지율은 더불어민주당 48%, 한국당 12%, 국민의당 7%, 바른정당은 6%, 정의당은 5%로 집계됐으며, 의견을 유보하거나 없다고 답한 무당층은 21%였다.
특히 ‘중도통합론’을 띄운 국민의당의 경우 4주 만에 반등해 안철수 대표 취임 직후 지지율과 같은 7%로 올라선 것이다. 특히 국민의당 지지율은 호남에서 6%포인트가 올랐고, 대구경북에서도 5%포인트가 상승했다.
(이 조사는 지난 17~19일 3일 동안 전국 유권자 1004명을 대상으로 실시했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p다. 이들 3개 여론조사의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전문가들도 두 당이 통합할 경우 상당한 시너지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황태순 정치평론가는 "바른정당과 국민의당과의 통합에서 일부가 떨어져 나가도 그 파괴력은 엄청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런데도 두 당이 통합하는 건 현실적으로 쉬운 일이 아니다.
국민의당 호남 중진 의원들의 반대도 문제이지만, 가장 큰 걸림돌은 바른정당 유승민 의원이다. 어떤 면에선 유 의원이 국민의당 호남 중진들에게 반대명분을 제공해 주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실제 유 의원은 전날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개혁보수의 뜻과 가치가 통합의 유일한 원칙”이라며 “개혁보수의 원칙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들과는 정당을 같이 할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중도를 지향하는 국민의당에게 ‘보수통합’을 하자고 말도 안 되는 어깃장을 놓고 있는 것이다. 오죽하면 같은당 소속 남경필 지사가 유 의원이 제시한 이 같은 통합의 조건을 ‘분열의 정치’로 규정하며 “나만 옳다고 주장하는 것은 독선”이라고 쏘아붙였겠는가.
물론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의 말처럼 유 의원의 이 같은 발언이 바른정당 내부 갈등을 무마하기 위한 ‘내부용 메시지’일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해도 정치에는 엄연히 ‘금도’라는 게 있는 법이다. 비록 ‘내부용 메시지’라 해도 지켜야할 선을 넘어서면 안 된다. 특히 국민의당 호남중진 의원들의 반발이 심각한 상황에서 ‘햇볕정책’과 ‘호남’을 운운하는 것은 전략적으로도 그리 바람직한 발언은 아니다.
만일 그게 ‘내부용 메시지’가 아니라 유 의원의 진심이 담겨 있는 것이라면, 더 이상의 ‘중도통합’ 논의는 무의미하다. 그럴 경우, 국민의당은 바른정당과의 통합논의를 접고, ‘중도통합’에 뜻을 함께하는 바른정당 의원들을 흡수할 수밖에 없다. 결과적으로 그건 유 의원에게 사망선고나 마찬가지일 것이다.
<고하승:시민일보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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