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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명여고 성적 도둑질 사태 국가백년지대계 바로 세우는 교훈으로 삼아야

공부가 취미이자 생활인 숙명여고 공부벌레들

김환태 칼럼 | 기사입력 2018/11/21 [08:52]

숙명여고 성적 도둑질 사태 국가백년지대계 바로 세우는 교훈으로 삼아야

공부가 취미이자 생활인 숙명여고 공부벌레들

김환태 칼럼 | 입력 : 2018/11/21 [08:52]




비극적 결말로 끝난 숙명여고 성적 도둑질 사태


지난 4개월동안 대입 수험생과 학부모들에게 절망감을 안겨주고 전국을 분노로 들끓게 했던 숙명여고 시험문제,정답 유출사건이 비극적 결말로 끝을 맺게됐다.이 사건을 수사해온 경찰이 지난 12일 시험문제와 정답을 쌍둥이딸들에게 유출하여 딸들이 문과 이과 각각 1등으로 만든 교무부장 ㄱ씨와 쌍둥이딸을'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기 때문이다.쌍둥이딸 아버지 교무부장은 구속된 상태다.


경찰에 따르면 교무부장 ㄱ씨는 지난해 6월부터 올해 7월까지 치러진 5차례 시험에서 총 18과목의 시험지와 정답을 부정하게 빼내 딸들에게 건넨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시험지 유출 논란이 일자 서을시 교육청이 숙명여고에 대해 특별감사를 실시한 결과를 토대로 8월31일 수사 의뢰를 받은 경찰이 수사를 진행하는 동안 교무부장과 쌍둥이딸들은 결사적으로 혐의를 부인하며 저항하였다.


그러나 이들 부녀의 저항도 경찰이 제시한 쌍둥이 자매가 시험지에 정답표를 적은것,암기장과 휴대폰등에서 발견된 시험문제,정답 등 결정적 증거의 벽을 뛰어 넘을수는 없었다.


숙명여고는 이와같은 경찰의 수사결과에 따라 교무부장 ㄱ씨를 파면조치했다.아울러 쌍둥이딸들은 성적을 0점으로 처리하여 퇴학 처리했다.성적이 안되는 딸들을 좋은 대학에 보내기 위한 그릇된 부정에서 비롯된 성적 도둑질이 자신은 물론이고 딸들의 앞날까지 망쳐 버린 것이다.


이번 사건이 표면화된건 지난 7월 중순 치러진 기말고사에서 쌍둥이딸들이 문과,이과에서 각각 1등을 차지해 성적 우수상을 받는다는 교내방송때문이었다. 평소 학업성적이 우수한 내로라하는 상위 학생들을 제치고 생소한 쌍둥이 딸들이 1등을 하였다는 발표가 나자 학생들이 술렁거리기 시작했다.


곧장 쌍둥이딸들에 대해 다방면으로 추적에 들어갔고 얼마 지나지 않아 쌍둥이딸들이 이 학교 교무부장의 딸인것으로 밝혀졌다.또 이들 자매가 대치동 K수학학원에서 이과 중하위급인 3레벨과 문과 최하위 등급인 5레벨 수업을 들은 사실이 드러났다.당장 대치동 학원가와 학부모들 사이에서 K학원 하위반 출신이 전국 1621곳 일반고 가운데 서울대 입학률 3위,여고에서는 부동의 1위에다 SKY대학에 매년 100명 넘게 보내는 명문여고에서 1등을 한다는건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말들이 돌기 시작했다.




급기야 화가난 몇몇 학부모들이 7월24일 서초 강남 교육지청에 민원을 제기하기에 이르렀다.사태가 심각해지자 궁지에 몰린 교무부장이 학교 홈페이지에"딸들이 1학년 1학기때 각각 121등과 59등을 했지만 수학 클리닉에 다니고 잠을 4시간 정도만 잘 정도로 열심히 공부를 하여 2학기때는 5등과 2등으로 성적이 올랐다"는 해명 글을 올렸다.또 교무부장은 자신은 오픈된 교무실에서 정답과 출제 범위등이 적힌'이원목적분류표'를 결재하면서 1분 정도 본게 전부라고 주장했다.


시험지 유출과 무관하다는 교무부장의 해명글에 대해 학부모들은"자매가 오류 처리된 오답을 똑같이 적어 냈을뿐 아니라 2등과 점수가 무려 7점이나 난다"며 강력 반박했다.이어 학부모들이 8월11일 청와대에'의혹규명'청원을 하자 결국 교육청이 숙명여고에 대한 특별감사를 통해 사실 확인에 나섰다.


교육청 특별감사결과 교무부장이 쌍둥이딸에게 총 6차례에 걸쳐 시험지와 정답을 유출한 정황이 드러났다며 교장,교감을 포함 3명을 중징계할 것을 학교법인에 통보하였다.이와함께 경찰에 수사를 의뢰한 결과가 성적 도둑질로 나오면서 비극적인 결말을 보게 된 것이다.


공부가 취미이자 생활인 숙명여고 공부벌레들


필자는 이번 시험지,정답 유출 성적 도둑질 사태와 관련하여 분노를 감추지 못한 숙명여고 학생들과 학부모들의 심정에 충분히 이해가 간다.앞서 언급한바와 같이 전국 여고 가운데 최고로 꼽히는 명문인 숙명여고는 중대부고,휘문고,개포고등과 함께 삼성타워팰리스,우성 캐릭터빌,대림아크로빌,아카데미하우스,리빙텔,삼성래미안,은마아파트,미도아파트,우성아파트,한신아파트 등 대한민국 최상류층이 모여사는 이른바 강남공화국으로 불리는 대치동,도곡동 등 소위 말하는 강남 최고 학군에 소속된 명문고다.


필자가 다년간 듣고보고 관찰한바로는 이 지역 학생들의 향학열과 학부모들의 자녀 교육열은 상상을 초월한다.이곳 학생들에게 공부는 취미요 인생의 전부로 보였다.학교 수업이 끝나면 곧장 학원을 거쳐 집에 돌아와 과외교사로부터 과외 수업을 받고 이내 주변 사설 독서실로 직행하여 자정이 넘도록 공부한다.




조금도 쉴틈이 없이 꽉 짜여진 일과표에 따라 오로지 공부에만 매달린다.어지간하면 짜증도 날법한데도 공부하는걸 힘들어 하는 모습을 보지 못했다.공부하는걸 당연한 본분으로 여기는듯 즐거운 표정을 잃지 않았다.즐거운 공부벌레들이다.


이곳 학생들은 외모와 복장에 거의 신경을 쓰지 않는다.다른 지역에서는 여학생들이 교복을 가슴이 돋보이고 팬티라인이 드러날 정도로 아슬아슬하게 몸에 착 달라붙는 S라인의 교복을 맞춰입고 얼굴 색조화장까지 한채 버젓이 거리를 활보하는 모습이 자주 눈에 띤다.


그러나 숙명여고에 다니는 학생들은 S라인 교복에 화장을 한 학생들을 찾아 볼 수 없다. 민낯은 당연하고 판매하는 규정된 교복을 사 입는다.교복에 대해 어느 정도로 신경을 안쓰는가를 볼라치면 체육시간에 입는 반바지(양옆에 두 줄 백색선)를 안에 입고 교복치마를 입는데 치마끝보다 반바지 끝이 10센티 가량 아래로 내려올 정도다.단정하기는 커녕 반바지가 치마 아래로 쭉 내려와이상해 보이는데도 그 복장으로 남의 시선 의식하지 않고 등하교를 한다.오로지 공부에만 전력투구하는 것이다.


학부모들도 이러한 자녀들의 학업 뒷바라지에 최선을 다한다.시간,열정,돈을 아끼지 않는다.학원 과외는 물론 건강,등하교까지 퍼펙트로 뒷바라지를 한다.대치,도곡동 일대 고급 아파트에 사는 주민 모두 자가 소유자들은 아니다.주민의 약 20% 가량은 전월세다.강남 최고 학군에서 자녀들을 교육시키기 위해 이사온 것이다.이들 전월세 주민들도 자녀 교육에 대한 열정은 모두 똑 같다.


이처럼 학생,학부모가 혼연일체가 되어 365일을 오로지 좋은 대학에 들어가기 위해 총력전을 벌인다.그런데 시험지는 물론 정답까지 유출하여 성적을 도둑질하여 1등을 하였다니 성실하게 학업에 전념해 온 학생과 학부모들이 받는 충격과 분노는 상상을 초월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명여고 성적 도둑질 사태 공교육 전반의 혁신,정상화를 위한 교훈으로 삼아야


이번 숙명여고 시험지 유출사태는 대입제도가 내신에 바탕한 학생부 위주로 뽑는 수시 모집이 76%로 늘어난데 따른 예고된 사건이었다.2014년 이후 드러난 시험지 부정 유출 사례는 13건에 달한다.이는 빙산의 일각인지 모른다.


이처럼 입시에서 내신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지면서 학생들은 서로가 동기,친구라기보다 치열한 경쟁자요 적이나 다름없다.다른 아이가 시험을 잘보면 자신이 죽고 상대방이 시험을 망치면 자신이 사는 절차탁마하는 상생과 거리가 먼 죽고사는 구조다.


이와같이 치열한 경쟁구조일수록 입시제도의 생명은 한점 의혹없는 공정한 학사관리다.시험문제를 부정 유출하여 성적을 도둑질하고 성적이 좋은 몇몇 학생에게 상을 몰아주거나 일류대 합격자를 늘리는데 혈안이 되어 학생부를 부풀리고 교무부장 고양이에게 생선가게 맡기는식의 학사비리가 판친다면 국가백년지대계 교육은 종친거나 다름없다.


자식을 위한다는 엇나간 부정으로 자신과 쌍둥이딸들의 앞날을 한꺼번에 망친 숙명여고 사태가 또 다시 재발해서는 안된다.그러기 위해서는 내신 불신,나아가 공교육 파탄으로 이어져 국가백년지대계 교육이 최악의 망국적 상황으로 내 몰리지 않도록 숙명여고 성적 도둑질 사태를 공교육 전반의 혁신,정상화를 위한 교훈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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