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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광이 체르노빌이 됐으면 어쩔 뻔 했나

권종상 논설위원 | 기사입력 2019/05/22 [18:13]

영광이 체르노빌이 됐으면 어쩔 뻔 했나

권종상 논설위원 | 입력 : 2019/05/22 [18:13]

어쩔 뻔 했습니까. 한빛 원전이 갑자기 체르노빌같은 사고가 됐다면. 가장 큰 문제는 이런 일이 일어났는데도 열 두시간이나 감독기관에서 아무런 조치가 없었다는 것이었습니다. 즉, 사고의 위험성과 더불어 이를 감독, 관리해야 하는 기관에서조차 재빠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것이었습니다.

이미 우리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를 봤습니다. 체르노빌의 경우 우리와는 거리가 너무 멀리 떨어져 있고, 당시 구소련이 이 사고의 진상을 축소시키려 했기 때문에 그 심각성에 대해 잘 알지 못했을수도 있을 겁니다. 그러나 후쿠시마의 경우, 이들이 아직도 오염된 냉각수를 바다에 쏟아붓고 있고, 그 때문에 우리가 일본산 생선을 기피할 정도 아닙니까.


지금 정부는 새로운 원전을 짓지 않겠다고 하지요. 기왕에 하는 것, 지금 가동되고 있는 원전도 차츰 줄여나가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원전마피아들은 극우 언론매체와 함께 정부의 원자력대책 때문에 전기가 모자란다는 식의 프레임을 짜고 있지만, 정확히 말하면 지금 원전은 줄어들지 않았습니다. 단지 정부는 새로 원전을 추가로 건설하지 않겠다는 방침인겁니다.

이번 한빛원전 사건은 우리에게 원전의 위험성을 다시한번 되돌아보게 만듭니다. 자기들의 기득권만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원전마피아들이 하자는대로 끌려다니면 우리도 체르노빌이나 후쿠시마 꼴이 나지 말라는 법이 없잖습니까. 그리고 원자력 산업은 그 폐기 작업을 생각할때는 절대로 '싸게 먹히는' 게 아닙니다. 그리고 그 폐기물이 안전한 상태가 될 때까지는 엄청난 기간이 걸립니다. 그럼에도 원자력이 안전하다고 주장하는 이들에게 그 폐기물들을 당신들이 직접 치우라고 하고 싶습니다.

생각만해도 끔찍합니다. 우리도 노심용융 같은 사건이 벌어졌을 경우 어떤 일이 그 뒤를 이었을지. 그리고 그 뒤로 엉뚱한 정치적 후폭풍이 불었을겁니다. 원전 마피아들이 설레발치면서 원전에 투자를 안 해서 그런 일이 벌어졌다느니 하면서 모든 책임을 정부에 뒤집어씌웠을 것이고, 이 사건이 결국 다음 총선에까지 영향을 끼치는, 정말 황당한 사태가 됐을 거라고 생각하니 여러가지로 소름이 끼칩니다.

핵에너지에 대해 우호적이었던 많은 나라들이 이제 더 이상 핵발전을 하지 않겠다고 발표하고 이를 실행에 옮기고 있습니다. 우리도 그들처럼 핵 에너지에 대해 다시 생각해야 합니다. 발전소 하나가 잘못되면 그냥 거기서 끝나는 게 아닙니다. 그 피해를 자손 대대로 보게 되는 겁니다. 이미 우리는 우리 자손들의 미래를 담보삼아 우리의 편안함을 즐기고 있는 거지요. 이런 이기적인 짓은 우리 대에서 끝내야 합니다.

시애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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