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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장관 관련 국면에서 신뢰를 잃은 JTBC 뉴스룸... 그 이유는??

권종상 논설위원 | 기사입력 2019/09/18 [20:38]

조국 장관 관련 국면에서 신뢰를 잃은 JTBC 뉴스룸... 그 이유는??

권종상 논설위원 | 입력 : 2019/09/18 [20:38]



최근에 JTBC 뉴스룸에 대해 안타깝다거나 화난다는 의견들을 소셜 미디어를 통해 많이 접하게 됩니다. 그 이유는 분명합니다. 조국 장관에 대한 태도 때문이겠지요. 글쎄요, 기자 생활이란 걸 했던 사람으로서 느끼는 것들이 있어서, 가설이 포함돼 있긴 하지만 조금 정리를 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게 되더군요.

탄핵 국면에 있어 손석희 사장이 이끄는 JTBC 뉴스룸의 활약은 단연 발군이었습니다. 그가, 정확히 말하면 그의 팀원들이 취재해 보도한 뉴스들은 최순실이 박근혜 정부 아래서 어떤 일을 했는가를 바로 드러내 놓았지요. 그리고 탄핵 국면이 시작됐습니다.

그가 JTBC로 옮겨 간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많은 이들이 걱정했지만, 저는 별로 걱정하지 않았습니다. 손석희라는 사람을 그래도 비교적 잘 안다고 생각했고, 제게 손석희의 거취에 대해 물어보는 이들에게도 걱정하지 말라고, 손석희라는 사람이 그의 뉴스 보도의 공정성을 아는 이들을 실망시키지 않을 거라고 자신있게 이야기했었습니다. 그리고 4.16 세월호 참사가 터졌을 때부터 그의 진가는 드러났습니다. 연일 팽목항에 차려진 특별 스튜디오에서 그는 진실을 찾아 뛰었습니다. 그리고 JTBC 뉴스룸은 대한민국에서 가장 신뢰받는 시사 프로그램으로 자리매김했지요.

박근혜 탄핵 국면에서 손석희가 이끄는 뉴스룸의 활약을 굳이 되돌이켜 말할 필요가 있겠습니까. 이른바 태블릿 PC 관련 보도에서 보여준 그의 판단력, 직관, 그리고 돌파력은 박근혜 정권이 무너지는 단초를 만듬과 동시에 JTBC를 한국에서 가장 신뢰받는 언론사로 만들어 놓았습니다.

'김현정의 뉴스쇼'에 실망했다는 분들도 제 주위에 여럿 있었습니다. 김현정 앵커는 어떻습니까. 김어준의 뉴스공장이 등장하기 이전, 아침 뉴스로 가장 신뢰받는 것은 그녀가 전해주는 뉴스였습니다. 톡톡 튀면서도 사람의 내면을 끌어내는 인터뷰, 그리고 감정이 이입되지 않으면 나오지 않는 진심어린 위로의 말이나 질책 같은 것은 김현정만의 트레이드 마크였지요. 그녀가 2014년인가 하차했을 때, 그녀의 뒤를 이어 박재홍 앵커가 뉴스쇼를 담당했으나 김현정만이 가진 그 특징을 다 반영해 내지 못했고, 결국 김현정 앵커는 다시 뉴스쇼로 복귀해야만 했지요.

국민의 신뢰를 받던 이 두 시사 프로그램이 조국 장관 임명 국면에서 이처럼 국민들에게 비난을 받는 것은 무슨 까닭일까요? 그리고 왜 이 두 뉴스 프로그램은 조국 장관에 대한 비판의 날을 세우는 것일까요? 저는 우선 이 프로그램들의 조직 내부의 엘리트주의가 원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지금 시사 프로그램중 매체 수용자들의 가장 큰 지지도를 받고 있는, 즉 시청률이 가장 높은 프로그램을 꼽자면 라디오에서는 단연 '김어준의 뉴스 공장' 입니다. 2019년 3분기 아침 시사방송 청취율 13.3%라는 기록을 세우고 있는 이 프로그램의 진행자 김어준은 이른바 '정통파 저널리스트'들의 눈으로 볼 때는 그냥 이단아일 뿐이지요. 자기들이 걸은 정통 저널리즘의 길을 걷지 않은 그가 부동의 1위를 점유하고 있는 현실은 저들의 엘리트주의, 혹은 꼰대적 마인드로 볼 때는 받아들일 수 없는 치욕인 셈입니다.

우리나라의 기자와 검사가 동일체 의식을 느낄 때가 있습니다. 이들이 출신 학교로 뭉칠 때죠. 한국의 엘리트 기자와 검사들은 소위 '스카이'로 불리우는 명문대 출신들이 몰려 있는 집단이기도 합니다. 이들은 때로 서로를 견제하지만, 그들의 기득권이 깨질 위기가 되면 가장 단합하는 집단이 됩니다. 조국 장관이 지금 추진하고 있는 피의사실 공표 금지가 시행되면, 기자들은 친한 검사에게 슬며시 뭔가를 물어 오고, 검찰 역시 정치적으로 자기들이 수사하고 있는 것들을 키우기 위해 기자들에게 빨대를 대 주는 것이 불가능하게 됩니다. 이것은 저들이 공생하는 구조를 무너뜨리게 되지요. 당연히 저들로서는 자기들이 누리던 특권 하나가 사라지는 것이 됩니다. 저들로서는 받아들이기 힘든 거지요. 보수 언론이든, 진보 언론이든.

손석희나 김현정은 이런 구도에서는 비교적 자유로운 이들이라고 생각했지만, 결국은 그 조직의 논리에 쓸려 가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손석희는 국민대학교, 김현정은 이화여자대학교를 졸업했지요. 이런 사람들이 지금 각자의 조직에서 사장/앵커를 맡고 있는 현실에 대해 스카이 출신의 기자들이 어떤 눈으로 그들을 바라보고 있을까를 생각해 보면, 즉 한국의 조직문화를 생각해보면 저는 요즘 조국 사태를 둘러싸고 이들이 비난받고 있는 상황을 만드는데는 그 조직 안의 '기자'들의 취재 방향과 태도, 목소리가 한 몫을 하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을 거둘 수 없습니다.

게다가, 앵커는 어쨌든 기자가 취재해 완성한 기사를 전달하는 자리인 겁니다. 이런 점에서, 손석희 앵커는 사장으로 임명되며 과거처럼 그가 직접 모든 기사들의 팩트체크를 할 수 없는 상황이겠지요. 그런 면에서 그의 판단력이 흐려졌다고 하면 안타까운 일이긴 합니다.

저들의 엘리트주의를 빙자한 그들만의 리그를 없애는 것은 쉽지 않을 겁니다. 그것이 존재하는 이상 조국 장관에 대한 공격은 계속될겁니다. 그렇지만, 저 기자라는 집단은 지금의 시대정신이 무엇인지 제대로 인식하지 않으면 국민들로부터, 역사로부터 버림받게 될 겁니다. 과거에 역사는 소수 지배자의 권력의 뜻에 맞게 남았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는 사실을 다시한번 상기하기 바랍니다.

이 모든 사슬들을 끊어내야만 근본적인 언론 개혁이 가능하다 싶으면 참 갑갑합니다. 그러나 이것들은 검찰개혁과 함께 맞물려 진행돼야 하는 겁니다. 그러면서 지금 한국 사회의 기득권을 굳히고 있는 교육 제도를 개선해야 합니다. 이런 것들이 모두 함께 진행되어야 하는 것이 촛불혁명이 제대로 나가는 방향인 겁니다.

아무튼, 결국은 총선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내년 총선에서 자유한국당 무리들이 정치권에서 선거를 통해 퇴출되고 수구 보수가 완전히 힘을 잃었다고 생각하는 순간, 저 언론은 몸을 낮출 겁니다. 일부는 저항을 계속하겠지만, 신문과 방송, 즉 기존 매스미디어가 퇴출되는 건 현실이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온라인 광고시장마저도 포털에게 유리하지 개별 언론사에는 극히 불리한 우리나라의 사정상, 그들은 누가 힘을 쥐고 있는지에 대해 더 눈치를 보게 될 겁니다. 모든 개혁이 본격적으로 시동이 걸리는 시점은 바로 그때부터일 것입니다.

시애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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