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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지수 잘못 짚은 황교안 ‘패스트트랙 몽니 단식’ 과 패스트트랙 주춧돌 놓은 손학규 ‘개혁 단식’

고하승 칼럼 | 기사입력 2019/11/20 [17:01]

번지수 잘못 짚은 황교안 ‘패스트트랙 몽니 단식’ 과 패스트트랙 주춧돌 놓은 손학규 ‘개혁 단식’

고하승 칼럼 | 입력 : 2019/11/20 [17:01]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패스트트랙 법안 처리를 저지하기 위해 20일부터 전격 단식에 돌입했다. 이날 오후 2시부터 단식에 들어갔는데 장소는 청와대 앞 분수대 광장으로 여론은 매우 냉소적이다.


패권양당에게 절대 유리한 현행 ‘승자독식’의 잘못된 선거제도에서 온갖 기득권을 누려온 한국당이 그 모든 기득권을 움켜쥐고서 하나도 내려놓지 않으려는 욕심으로 비쳐지는 까닭이다.


아마도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가 목숨을 건 단식투쟁을 통해 ‘준(準)연동형비례대표제’ 도입을 골자로 하는 선거제도 개혁안을 패스트트랙에 태운 것을 보고 자극을 받은 모양인데, 그렇다면 번지수를 잘못 짚었다.


국민은 지금 패권양당제에 신물이 난 상태다.


MBC가 코리아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7일부터 이틀 동안 전국 만 19세 이상 성인 1,003명을 상대로 실시한 여론조사(응답률은 11%, 표본 오차는 95% 신뢰 수준에서 오차범위 ±3.1%포인트)에 따르면, ‘거대 양당이 국회를 양분하는 양당제와 셋 이상의 정당이 경쟁하는 다당제 가운데 어떤 체제를 선호하느냐’고 물은 결과 다당제 55.5%, 양당제 31.3%로 다당제를 선호한다는 응답이 크게 앞섰다.


지금 패스트트랙에 태운 선거제 개혁안은 준연동형비례대표제 도입을 골자로 하고 있으며, 바로 국민이 바라는 다당제를 안착시키기 위한 가장 합리적인 제도로 평가받고 있다. 이 법안은 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 합의로 패스트트랙에 올려졌다.


선거법 개정안의 핵심인 '연동형비례대표제'에 대한 국민여론 역시 비록 오차범위 내이긴 하지만 찬성 여론이 조금 앞섰다.


KBS가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6일과 7일 양일간 전국 19세 이상 성인남녀 1,000명(유선 205명, 무선 795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응답률 19.8%, 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 오차범위 ±3.1%포인트)를 실시한 결과에 따르면 ’연비제 도입이 필요하다‘ 45.4%, ’불필요하다‘ 41.8%로 찬성 의견이 3.6%포인트 높게 나타났다.


따라서 황 대표의 단식은 국민 여론에 반하는 것으로 오로지 한국당 기득권 수호를 위한 ‘몽니 단식’이라는 비판을 받게 되는 것이다.


반면 손학규 대표의 단식은 낡은 87년 체제를 혁파하기 위한 ‘개혁 단식’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그의 단식이 결과적으로 연동형비례대표제 도입을 위한 주춧돌이 되었기 때문이다.


지금 연비제 도입을 촉구하는 시민.사회단체의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는 상황이다.

승자독식 원리만이 지배하는 현행 선거제도는 유권자 절반 이상의 표를 사표로 만들고 민심의 다양성을 담아내지 못해 결국 민의를 왜곡하는 ‘불공정한 룰’이라는 것이다.


전날에도 ‘정치개혁경남행동’이라는 단체가 경남도의회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으로 정당 지지율이 그대로 국회 구성에 적용된다면 정치 다양성이 확보되고 국회 구성과 운영은 더욱 혁신될 것”이라며 연비제 도입을 촉구했다.


이 단체에는 더불어민주당·바른미래당·정의당·민중당·노동당·녹색당·미래당 등 한국당을 제외한 모든 정당이 참여하고 있다.


이들은 “지금 대한민국 국회는 민의를 제대로 대변하지 않는다. 국민에게서 가장 불신 받는 국가기관이 된 지도 오래다”며 “국회의원을 지금과 같이 뽑고, 국회를 구성하고 운영하는 구조를 그대로 둔다면 21대 국회가 출범하더라도 지금과 달라질 게 있을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국회가 개혁되려면 단순한 인적 쇄신으로는 불가능하다. 선거제도부터 국회 운영원리까지 모두 전면적으로 혁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런 목소리를 거부하는 황교안의 ‘몽니단식’과 이런 목소리에 힘을 실어 연비제 신호탄을 쏘아올린 손학규의 ‘개혁단식’은 그 차원이 다르다.


단식이라는 방법이 같더라도 ‘기득권 수호’를 위한 황교안의 단식과 ‘기득권 타파’를 위한 손학규의 단식은 그 추구하는 가치가 다르기에 결과 역시 다를 수밖에 없을 것이다.


단언컨대 민심에 반하는 단식, 개혁을 거부하고 패권정당의 기득권을 지키려는 황 대표의 단식은 결코 국민의 지지를 받을 수 없다. 손학규 대표처럼 자신의 목숨을 걸겠다는 결기가 없다면 단식은 하루 정도만 하고 중단하라고 권하고 싶다. 단식 흉내는 누구라도 낼 수 있지만 손 대표처럼 진정성 있는 단식은 감히 누구나 할 수 있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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