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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이 빨리 올 줄 몰랐다?

지창영 칼럼 | 기사입력 2019/11/21 [07:17]

통일이 빨리 올 줄 몰랐다?

지창영 칼럼 | 입력 : 2019/11/21 [07:17]

“해방이 그토록 빨리 올 줄 몰랐다.” ‘국화 옆에서’로 유명한 서정주 시인이 친일 행위에 대한 잘못을 시인하면서 한 말이다.

 

엄혹했던 일제강점기는 많은 지식인과 문인, 언론인들을 무너뜨렸다. 해방이 올 줄 몰랐다는 고백은 많은 부역자들, 특히 지조를 지키다가 일제 통치 말기에 친일로 돌아선 이들의 공통적인 심사였을 것이다. 한마디로 그들에게는 민족이 소생할 수 있다는 희망이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 지창영 :평화협정운동본부 집행위원장

일제강점기에 해방을 염원하면서도 실제로 해방이 올 줄 몰랐듯이 우리는 분단시대에 적응된 나머지 통일을 염원하면서도 통일이 실현될 것을 모르고 사는 것 아닌가 생각된다.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통일을 먼 훗날의 일로만 생각하고 있다. 굳이 통일을 해야 하느냐고 반문하는 이들도 있다. 미국의 영향때문에 통일은 불가능하다고 단정하는 이들도 많다. 

 

그러나 국제정세는 그 모든 현실을 뛰어넘어 민족 통일의 길을 열어젖히고 있다. 해방과 통일은 국제정세의 변화와 함께 온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 국내의 노력만으로는 오기 어려운 사건들이다. 그러나 통일은 두 가지 면에서 해방과 다른 점이 있으니 그 하나는 예측 가능성이고 다른 하나는 외세의 개입 여부다. 

 

첫째, 해방 당시는 일제가 항복한 당일까지도 대부분이 그 소식을 모를 만큼 깜깜했으나 통일을 바라보는 지금은 세계의 소식을 거의 실시간으로 알 수 있을 만큼 밝아졌다. 핵강국 대열에 들어선 북의 요구를 더 이상 외면할 수 없어 미국이 협상으로 돌아선 것을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안다. 속사정을 알고 나면 사실상 미국의 굴복이다. 미국 내 보수 일각의 방해로 북-미 협상이 일시적으로 답보 상태지만 머지않아 다시 협상이 진행되고 결국 평화협정에 이르게 될 것임을 어렵지 않게 예측할 수 있다. 

 

둘째, 해방 당시에는 일제가 물러간 자리에 미국이 들어와 지금까지 한반도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으나 북과 미 사이에 평화협정이 체결되면 한반도 역사에서 외세는 빠지게 된다. 미국을 대신하여 한반도에 들어와 영향력을 행사할 나라는 없다. 통일의 걸림돌이 제거되면서 분단에 기생해 오던 적폐도 비로소 완전히 청산할 길이 열리게 된다. 

 

관계 개선을 골자로 하는 싱가포르 선언을 이행하지 않고 여전히 제재와 압박에 매달리고 있는 미국에 대해 북은 올해 말까지만 지켜보겠다고 공언한 상태다. 북이 다른 길을 선택하는 순간 미국은 안보 불안에 시달리게 되고, 이는 미국에게 악몽이 될 것이다. 연말까지 두 달도 남지 않은 시점에서 대화 움직임이 다시 활발해지는 이유가 다른 데 있지 않다.  

 

통일은 반드시 온다. 통일을 위해 아무 것도 하지 않은 채 그날을 맞이한다면 서정주의 부끄러운 고백을 우리가 하게 될지도 모른다. “통일이 그토록 빨리 올 줄 몰랐다.”

 

통일된 미래에 오늘을 되돌아볼 때 부끄럽지 않은 세대가 되기 위해서는 외세를 단호히 배격하고 우리민족끼리 정신으로 과감하게 행동해야 한다. 미국의 눈이 아니라 우리의 눈으로 지금의 정세를 들여다보고, 외세의 이익이 아니라 우리민족의 이익을 위하여 결단하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 

 

우리민족의 통일 노력에 대하여 한미워킹그룹을 만들어 제동을 거는 한편 지소미아 연장 요구, 군사훈련 유지, 주둔비 인상 요구 등 마지막 순간까지 자기들의 이익을 고집하는 미국에 대하여 우리가 취해야 할 입장은 자명하다. 일제 치하에서의 행위는 해방 후에 평가되듯이 분단 시대의 행위는 통일된 세상에서 평가될 것이다. (출처:프레스아리랑)

 

<지창영 :평화협정운동본부 집행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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