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파괴범은 고객이다', 디커플링을 읽고!

2021-07-17     정인대 칼럼
 

 

금년 초에 디커플링이란 책을 구입했다. 경제 및 경영과 관련된 책을 읽다보니 어찌어찌 소개받아서 구입했는데 500쪽에 이르는 두께가 선뜻 읽기에 부담스러웠다. 그러다가 얼마전 3번에 걸쳐서 책을 읽게 되었다. 책 저자는 미국 하버드대 경영대학원의 탈레스 S. 테이셰이라 라는 젊은 교수인데 클레이튼 크리스텐슨 교수의 그 유명한 ‘파괴적 혁신’ 이론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고 천명하면서 자신의 새로운 혁신 이론 ‘디커플링’을 선보였다. 

 

클레이튼 크리스텐슨 교수는 1995년 파괴적 혁신을 발표한 하버드대 경영대학원의 교수이자 테이셰이라 교수의 한참 선배되는 교수이다. 같은 경영대학원의 동료 교수임에도 자신의 새로운 이론을 발표하며 선배 교수의 이론을 깔아 뭉개버리는 상황을 보면서 미국의 학계는 매우 냉정한 곳임을 확인하게 된다. 학연과 지연으로 연결되는 한국 같으면 가능했을까 생각하게 만든다. 

 

책의 추천사에는 유명인들이 많이 올라와 있는데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Good to Great) 의 저자 짐 콜린스도 이 책의 시각이 신선하고 영리하다면서 칭찬을 한다. 혹시나 하고 클레이튼 크리스텐슨 교수의 추천이 있나하고 보았는데 없다. 그럴만도 하다. 후배 교수가 선배의 이론을 유효하지 않다고 공개적으로 망신을 주었는데 추천을 하겠는가 말이다. 

 

'파괴적 혁신'이란 이론이 발표되기 이전, 경제학자 조셉 슘페터의 창조적 파괴가 존재하였다, 슘페터는 1911년 발표한 경제발전론에서 자유시장경제의 역동성을 강조하면서, 경제는 기업인들이 왕성하게 도전해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혁신 과정에 힘입어 성장하고 발전한다고 역설했다. 다시 말해 '기술혁신'으로서 낡은 것을 파괴, 도태시키고 새로운 것을 창조하고 변혁을 일으키는 '창조적 파괴' 과정이 기업경제의 원동력이라고 했다. 

 

이후 '창조적 파괴'는 미국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클레이튼 크리스텐슨 교수가 주창한 '파괴적 혁신'으로 바뀌었는데 이 이론은 단순하고 저렴한 제품 또는 서비스를 가진 작은 기업이 시장 밑바닥을 공략해 기존 기업에 도전하여 시장을 파괴하고 시장을 장악하게 되는 과정과 절차 혹은 혁신의 전략을 말한다. 

 

그리고 이후 탈레스 S. 테이셰이라 교수는 클레이튼 크리스텐슨 교수의 파괴적인 기술 혁신보다는 고객이 체감할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이 진정으로 중요한데 이를 디커플링 이론이라고 발표하면서 클레이튼 크리스텐슨 교수의 '파괴적 혁신'과 지금의 혁신은 완전히 다르다고 말했다. 그리고 크리스텐슨 교수의 이론은 한마디로 구닥다리라고 평가절하를 했다. 1995년도 이론이 26년이 지난 현 시점에도 적용하기에는 무리라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테이셰이라 교수의 시장 파괴 혁신이론으로 '디커플링'은 고객이 제품을 고르고 선택하며 구입하는 불편한 소비 단계를 분리하고 해체하며 끊어내기를 통해 시장은 파괴된다고 했다. 이는 기존의 제품이나 기술 혁신에서 비롯한 문제가 아니라 고객의 가치 사슬(CVC)이라는 관점에서 해결할 문제라면서 기존 기업이든 스타트업이든 고객 가치사슬을 명확히 파악하고 그 안에서 혁신을 모색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단적인 예로 쇼루밍이 있는데 오프라인 매장에서 제품 확인만 하고 모바일을 이용하거나 온라인에서 상품을 검색하여 최저가로 구매를 하는 쇼핑의 행태를 말한다. 고객의 쇼루밍은 베스트바이뿐 아니라 월마트 같은 거대 유통 시장을 상품의 전시장으로 전락시켰는데 이것은 제품의 하자나 기술의 혁신에 의한 결과가 아니다. 인터넷과 정보화의 발달로 고객의 구매 방식의 변화에서 기인한 것인데 이것이 바로 디커플링의 사례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나 역시 얼마전 롯데 백화점 지하 1층 구두 코너에서 남성 정장 구두를 봤는데 25만원을 달라고 했다. 매장에서 나와 잠시 모바일로 해당 제품을 검색하니 7만원에 구입 가능하였다. 구두의 사이즈도 신어봤기에 정확한 치수로 주문하니 이틀만에 집에 배달되었다. 이것이 쇼루밍의 대표적인 사례다. 결국 롯데백화점의 구두 코너는 이런 고객이 증가하면 할수록 매출은 감소하게 되는데, 이는 제품의 문제나 기술 혁신에 의한 피해가 아니라 고객이 구매의 단계를 조정한 결과라 하겠다. 이것이 디커플링이다.

  

저자는 책에서 "시장 파괴의 주범은 기술이 아닌 고객이다" 라고 말한다. 특별한 기술이 없는 우버, 에어비앤비 등이 시장 판도를 흔드는 방식이 바로 디커플링(decoupling)인데 이는 고객의 변화하는 욕구를 캐치하여 현재의 비즈니스를 무차별로 파괴하게 되었다는 의미니자. 이 역시 거대한 시장의 조류이자 현실이라고 저자는 주장한다. 그리고 이러한 과정과 단계를 잘 바라보는 능력만이 디커플링을 일으키는 디커플러가 될 수 있다고 책은 강조하고 있다. 시장의 변화와 혁신이라는 과정을 생각하게 하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