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고

“취미 생활? 우린 회사 ‘안’에서 전부 다 해요”

장한나 | 기사입력 2018/07/22 [13:00]

“취미 생활? 우린 회사 ‘안’에서 전부 다 해요”

장한나 | 입력 : 2018/07/22 [13:00]

커피 시음하고 있는 삼성전자 임직원들

“두 개는 같고 한 개는 달라요.” 일렬로 늘어선 석 잔의 커피 중 원두가 다른 하나를 골라내는 ‘시음 퀴즈’ 시간. 코끝으로 올라오는 향은 하나같이 고소하고 쌉싸름한 맛이 일품인 것도 똑같은데 다른 걸 찾으라고? 결코 쉽지 않을 것 같은데 다들 정답을 척척 짚어내는 걸 보니 예사 솜씨가 아니다. 그나저나 여긴 대체 어딜까? 전문가 수준의 커피 감별 능력을 자랑하는 이들은 또 누굴까?

에스프레소 머신과 더치커피 추출기, 여기저기 쌓인 커피잔까지! 누가 봐도 영락없는 카페인 이곳은 삼성디지털시티(경기 수원시 영통구 삼성로) 내 동호회실. 하지만 특정 시각이 되면 임직원 대상 바리스타 수업 공간으로 변신한다. 삼성전자가 운영 중인 임직원 취미 지원 프로그램 ‘런치앤드디너클래스’ 덕분이다.

‘일’만큼 ‘삶’도 중요해진 요즘, 일과 개인 생활의 균형을 맞추려는 이른바 '워라밸(워크앤드라이프 밸런스, work and life balance)' 문화가 직장인 사이에서 확산되고 있다. 기업도 유연근무제를 도입하는 등 이런 변화에 앞다퉈 동참하고 있다. 일부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임직원의 취미 생활을 돕는 프로그램을 직접 운영하기도 한다. 삼성전자도 예외가 아니다. 회사 ‘안’에서 즐기는 취미 생활, 그 풍경은 어떨까? 삼성전자 뉴스룸이 들여다봤다.

삼성디지털시티 런치앤드디너클래스 30년 역사와 전통… 27개 강좌, 수강생 3360명

여행스케치 클래스를 수강하고 있는 임직원들

바리스타 수업이 한창인 동호회실 건너편 방문을 빼꼼 열었다. 20명가량의 임직원이 그림 그리기에 열중하고 있었다. 각자의 여행 경험을 그림으로 자유롭게 풀어내는 ‘여행스케치 클래스’다. 물감과 색연필, 컬러 펜 등 손쉬운 재료를 이용했는데도 금세 멋진 작품이 탄생했다. 이곳에서 만난 박기륜(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전략마케팅실)씨는 “여행스케치 클래스 수강은 처음인데 ‘작품’을 만든 기분”이라며 “수업이 너무 재밌어 다음 번에도 신청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손수 만든 작품을 들고 웃고 있는 사람들

△ ‘여행스케치 클래스’ 수강 임직원 박기륜(사진 왼쪽)씨와 허경수 강사가 손수 만든 작품을 손에 든 채 활짝 웃고 있다

“수강생들의 열정과 집중력이 대단해요. 한번은 한 수강생이 여행용 배낭을 멘 채 수업을 들으러 오셨어요. 알고 보니 그날 휴가를 떠나는데 수업 듣고 가겠다며 일부러 온 거더라고요. 그런 분을 보면 감동 받죠. 하나라도 더 가르쳐드리고 싶고.” 허경수 강사는 “그림 수업을 진행한 지 10년이 넘었는데 여행스케치 클래스는 수업에 진지하게 임하는 임직원들의 태도가 특히 인상적”이라고 말했다.

사실 런치앤드디너클래스는 역사가 꽤 오랜 프로그램이다. 1987년 당시 제조 직군 임직원을 대상으로 마련됐던 꽃꽂이 클래스가 그 시작이다. 이후 2011년 13개 과정으로 규모가 늘었고 2018년 7월 현재 27개 강좌가 운영 중이다. 임직원 반응이 뜨거워 자격증 과정까지 개설된 상태. 전 과정에 참여하고 있는 임직원 수를 합치면 3360명에 이른다. 취미 활동에 대한 임직원의 관심이 얼마나 큰지 엿볼 수 있는 수치다.

나노시티 화성∙기흥캠퍼스 문화강좌 목공 등 11개 과정… 220명 모집에 1000명 몰려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 임직원이 모여있는 삼성전자나노시티 화성∙기흥캠퍼스(경기 화성시 반월동, 경기 용인시 기흥구 농서동)에선 문화강좌가 인기다. 꽃꽂이∙목공 등 11개 과정이 지난해부터 개설, 운영 중이다. 첫 수강생 모집 당시 정원(220명)을 다섯 배 가까이 웃도는 1000여 명의 임직원이 몰려 4개 반을 급히 늘려야 했을 정도로 반응이 폭발적이었다고.

목공 문화 강좌 수강하고 있는 임직원과 그의 작품들

△ 목공 문화강좌 수업이 한창인 교실에서 만난 남예지씨와 그가 만든 작품들

남예지(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플래시개발실)씨는 목공 문화강좌와의 만남을 “운명”이라고 말했다. “늘 뭔가 만들고 싶단 생각을 해왔어요. 어느 날 우연히 TV에서 DIY(Do It Yourself) 가구 만드는 장면을 봤는데 때마침 회사에서 목공 수업을 연다기에 곧장 신청했죠. 회사 밖에서 배우려면 비용과 시간 모두 부담스러운데 회사 안에서 자투리 시간을 활용해 배울 수 있어 정말 좋아요. 점심시간을 활용, 딱 한 시간 동안 목공 작업에 집중하고 나면 머리가 맑아지고 일상 생활에도 활기가 생깁니다.”

수강 임직원이 말하는 “이게 좋더라” “시간∙비용 절약… 대화 소재 발굴 효과도 만점”

바리스타 클래스를 수강하고 있는 좌경윤씨

사내에서 취미 생활까지 해결하는 임직원들의 호응은 기대 이상이다. 바리스타 클래스 수강생 좌경윤(삼성전자 무선사업부 개발실)<위 사진>씨는 수업을 듣기 위해 대기번호까지 받아가며 차례를 기다린 경우. “수업에서 배운 내용을 떠올리며 집에서 커피를 내렸어요. 아이들이 ‘회사에서 이런 것도 가르쳐주느냐’며 ‘아빠 회사 좋은 회사!’라더군요(웃음). 커피를 소재로 동료들과 얘기하는 것도 즐겁습니다. 커피가 직장인의 필수품이라 그런지 대화 분위기가 한결 부드러워지더라고요.”

네일아트 클래스를 수강하고 있는 이해진(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 글로벌운영팀)씨

이해진(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 글로벌운영팀)<위 큰 사진>씨 역시 수 차례의 접수 실패 끝에 네일아트 클래스를 수강하는 데 성공했다. “하루는 꽃꽂이 클래스를 수강하는 동료가 예쁜 꽃바구니를 만들어 선물로 주더라고요. 저도 회사에서 뭔가 배워 동료들에게 선물하면 좋겠다, 싶었습니다.” 실제로 그는 수업에서 배운 노하우를 발휘, 지인들의 네일아트를 책임지고 있다. “회사 밖에선 배울 곳을 찾기 어렵고 혼자 배우긴 막막하죠. 런치앤드디너클래스는 그런 점에서 정말 좋아요. 동료와 함께 좋아하는 취미 활동을 즐길 수 있으니까요. 좀 더 많은 분들이 배움의 기회를 얻게 됐으면 좋겠습니다.”

런치앤드디너클래스와 문화강좌 프로그램 기획 업무를 맡고 있는 박지혜(왼쪽 사진)씨와 이누리씨

△ 런치앤드디너클래스와 문화강좌 프로그램 기획 업무를 맡고 있는 박지혜(왼쪽 사진)씨와 이누리씨

런치앤드디너클래스와 문화강좌 프로그램 기획 업무를 담당하는 박지혜(삼성전자 수원지원센터 수원사회공헌센터)씨와 이누리(삼성전자 DS부문 인사팀)씨의 공통된 고민은 ‘어떻게 하면 좀 더 많은 임직원을 참여시킬 수 있을까?’ 하는 것이다. “삼성디지털시티 동호회실을 최대한 활용해 런치앤드디너클래스를 운영하고 있어요. 좀 더 많은 임직원에게 수강 기회가 돌아가도록 인기 강좌는 ‘원데이(one day) 클래스’를 별도로 마련합니다.”(박지혜) “문화강좌 수도 계속 늘려갈 계획이에요. 임직원의 요청 사항을 고려해 중급 반이나 자격증 반을 개설하는 방안도 추진 중입니다.”(이누리)

여기서 잠깐! 수업 듣기 어려운 임직원에겐… 찾아가는 ‘하비박스’가!

보다 다양한 삼성전자 소식은?


  • 도배방지 이미지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