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6월, 평양서 떠나 서울 세종호텔에서 임동원 이사장으로부터 [한겨레 통일문화상]을 받았다. 밖에서 모국의 남과 북을 보는 미국시민 해외동포의 처지에서 국가보안법 등에 상관하지 않고 해야할 말 했다. 해외동포의 특권이다. 어제 평양서 왔다며 식장 가득한 축하객들에게 기념 강연을 했다. <민족21, 염규현-정용일과의 대담> 기사를 본 북의 박철 참사가 보내온 편지에,
"존경하는 박사님, ….차라리 굶고 헐벗어도 다시는 망국노가 되지 말자, 다시는 외세의 종이 되지 말자고 이를 악물고 지켜왔습니다. 지키고자했던 것은 단지 북이라는 나라의 절반이 아니라 우리 민족이었습니다. 그래서 <우리 민족의 자주성, 우리 민족의 자존심>이라 하지 <북의 자주성> 이라고 말하지 않습니다. <외세로부터 우리 민족을지키자>고 하지, <북만 지키자>고 하지도 않았습니다.……’’ 왜 북에서만 우리 민족을 외세의 지배로부터 지켜야할 의무가 있습니까! 우리 민족을 둘로 갈라놓은 그 외세에 남녘이 그 한 부분이 되어버렸다는 말 입니까? 북이 외세를 상대로 하자니 그 외세의 종이 되어버린 남과도 상대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러면서도 그 남까지 포함하여 제 민족을 지키고저 합니다. 이것은 비극이 아닙니까!”
2012년3월, 북이 인공위성을 발사한다는 소식이 반가워 “남 인공위성 북 ‘은하’로 올리 자”는 글을 <통일뉴스>에 발표하니 인기 높은 기사로 읽히더니 며칠 뒤 북의 <조선중앙 통신>에도 내 글이 실렸다고 재미동포 서재정 교수가 알려왔다. 남의 인공위성 자체는 고도로 발달되었다는데 미국의 제재로 미사일 기술이 제한되어 남은 러시아나 일본에 비싼 돈 주고 인공위성을 올린다. 그래서 남북이 함께하면 얼마나 좋겠냐는 뜻에서 쓴 글이었다. 북의 첫인공 위성 발사는 실패했다. 그러나 그해 12월, 북은 실용위성 광명성 3-2호를 우주궤도에 올렸다.
2012년 10월, 병원에 가니 뭔가 밝아진듯 했다. 문 병원장이 지난해 김정일 장군님이 병원 시찰 뒤 “김일성종합대학 평양의학대학병원”으로 바꿔주셨대요. 학생,교직원들 모두 자랑스럽게 여긴 다며 사진을 보여줬다. 문 원장의 직함도 더 늘어 임상학 부장이 됐대요. 축하했죠. 내 가방을 펼 쳐놓으니 문 병원장이 이젠 남조선에서 ‘빨갱이 상’(한겨레통일문화상)도 받았으니 공화국의 명예의학박사증을 받아야 한대요. 그러면서 장 선배, 과장 선생들이랑 김일성종합대학이 아니라 만수대의사당으로 가니 홍종휘 국장, 해외동포위원회, 6.15북측 위원회 간부들이 와 있었다 .
국가학위학직수여위원회 김용진부총리(교육상)와 강춘금 이사장으로부터 박사증을 받았다. 병원 의사들과 그동안 만나온 학자와 통일관련 관료들 앞에서 마치 통일학 박사라도 된듯이 짧막한 통일촉구 답사로 고마움을 전했다. 기자들이 학위 기사 써도 되냐기에, 당신들 마음대로지 하니, 해외동포들은 종북비난 받을가 두려워 한대요. 난 영광스럽게 받는다고 했다. 늘 대접만 받아 왔기에 <해맞이식당>에 김 부총리도 초대했으나 선약으로 못오고 강 서기장 문 병원장, 장 선생님, 과장 선생들과 함께했다. 화일 동무가 내 박사증 소식을 듣고 꽃다발을 들고 병원에 찾아와 내게 안겨주고 홀연히 떠난 나의 영원한 동행 리화일 동무였다.
김철주사범대학 정기풍 교수는 북에 방문오는 해외동포들에게 북의 사회주의제도에 대한 설명과 현실등을 알려주는 분이다. ‘공산주의’ 라는 말은 없어졌고 우리식, 주체사회주의라 한다. 식량, 주택, 의료와 12년 의무교육이 모두 무료이고 세금도 없다. 자본주의식 GDP로 비교하는 것은 북에게 의미가 없다. 남에서 말하는 북 고위층의 수입은 얼마나 될가? 지난 4년, 계속해온 수술에 익숙해진 의사선생들은 수련의들과 함께 다 잘 하게끔 되었다.
장 실장님은 관절기 자체 제작에 열중하셨다. 남에서도 인공관절기를 생산하지 못하고 미국산 인공관절기를 사서 쓰고 있다. 오후 늦은 수술을 마친 어제 저녘엔 박-김 과장과 병원 휴계실에서 이별의 잔을 들었다. 다음날 화일 동무따라 공항에 도착하니뜻밖에도 문 원장, 박 과장, 정 지도원이 기다리고 있었다. 아니 왜 공항까지? 우리겨레의 끈끈한 정 때문인가, 내년에도 꼭 오겠다며 서울행 비행기에 올랐다.
미국과 남녘에서 통일관련 강연 요구가 늘어가는 가운데 9월, 4째 책 <밖에서 그려보는 통일의 꿈– 남북 연합방->이 인쇄되자 새벽 인천공항에서 안혜숙 출판사대표로부터 책상자를 받아들고 평양에 갔다. 양철식 6.15 북측 부위원장과 고려동포회관에서 만나 ‘08년과 ‘10년에 출판한 3책에도 서명해서 김정은 제1비서에 전해 달라고 했다. 나머지는 1992년 나의 첫 북 방문이래 만나온 여러 분들에게 몽땅 다 팔았다! 다만, 외상으로? 그것도 통일의 그날까지…….. 이자는?
지난 5년 동안 해온대로 정이 들대로 든 평양의대 정형외과 의사선생들의 능숙해진 수술을 옆에서 도와만 주며 흐뭇해 졌다. 장 선배, 문 원장, 박. 김, 우성훈 과장과 정광훈 지도원, 홍종휘, 리규섭과 간호원 동무들과 함께 해왔다. 2013년 평양 떠나기 전날 저녘, ‘08년 금강산 6.15기념대회에서 만났던 김천희는 해외동포위원회 국장이 되었다.
그와 초대소에 가니 내 책을 읽고나온 통전부 맹경일 부부장과 만났다. 통일에 경륜이 높은 그는 ‘북핵을 남과 함께 ‘겨레의 핵’ 즉 ‘민족핵’으로 하자는 제언에 놀라면서도 우린 깊이 논의했다. 그는 바람직한데 남에서는 받아들이기 힘들지 않겠느냐 했다. 그러기에 더욱 북.남.해외동포가 진지하게 논의해 보자했다.
밤이 너무 깊어져 헤어지게 되자 그가 ‘선생님, 남선에서 정세현 장관 만나시면 안부를 전해 달라’기에 무슨 사연이라도? …물었더니, 옛날 판문점에서 많이 대좌했대요. 이미 원광대 이재봉 교수가 내 강연을 예약해논 터였다. 가까이 지내는 정세현 전 통일장관은 원광대 총장이다…...
<오인동:의학박사,재미 통일운동가> <저작권자 ⓒ 국민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
|
많이 본 기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