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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 이선호 씨 조문해 사과 "안전 약속했는데 송구스럽다" 선호 씨 아버지 "제 아이도 대통령님이 찾아와서 조금의 억울함을 덜 수 있을 것 같다"

김환태 | 기사입력 2021/05/15 [01:01]

문 대통령, 이선호 씨 조문해 사과 "안전 약속했는데 송구스럽다" 선호 씨 아버지 "제 아이도 대통령님이 찾아와서 조금의 억울함을 덜 수 있을 것 같다"

김환태 | 입력 : 2021/05/15 [01:01]

이선호 씨 부친 "이런 사고로 슬픈 가정은 우리가 마지막이길"

대책위 "원청업체가 책임지는 중대재해법 시행령 만들어야"

 

문재인 대통령이 13일 오후 경기도 평택 안중백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 이선호 씨 빈소를 찾아 조문하고 있다. 사진 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은 13일 지난달 평택항에서 일하다 컨테이너 날개에 깔려 숨진 고 이선호 씨의 빈소가 있는 평택 안중백병원을 찾아 유족들에게 “송구스럽다”라며 고개 숙이고 사과했다.

 

문 대통령은 유족 측에 “국가시설 안에서 일어난 사고인데 사전에 안전관리가 부족했을 뿐 아니라 사후 조치들도 미흡한 점들이 많았다”라며 “노동자들이 안전에 대한 걱정없이 살 수 있는 나라를 만들겠다고 약속드렸는데 송구스럽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은 “이번 사고를 계기로 산업안전을 더 살피고 안전한 나라를 만들도록 노력하겠다”라며 “국민의 마음을 하나로 모아서 조문을 드린다”라고 슬픔에 잠긴 유족을 위로했다.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은 문 대통령이 “국민들 마음을 하나로 모아서 조문드리는 것”이라고 하자 이선호 씨 아버지 이재훈 씨는 “이번 조문으로 우리 아이가 억울한 마음을 많이 덜었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문 대통령과 만난 자리에서 아버지 이 씨는 “제 아이도 대통령님이 찾아와서 조금의 억울함을 덜 수 있을 것 같다. 더 이상 이런 사고로 슬픈 가족이 우리 가족이 마지막이었으면 한다”라며 “한 아이가 죽은 게 아니라 한 가정이 무너진 거다. 대통령께서 하신 약속을 꼭 믿고 지켜보겠다”라고 했다.

 

"돈 10만원 인건비 아끼려다 집안 풍비박산 났다"

 

이날 문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 이재훈 씨는 "이 사고의 근본적인 원인은 사업주가 비용절감을 위해 인건비를 줄인다고 법에서 정한 적정 안전요원을 배치하지 않아서"라고 지적했다.

 

그는 "누가 봐도 명백한 원청의 잘못이다. 고작 돈 10만 원 아낀다고 한 가정을 풍비박산 냈다"라며 "사업주를 비롯해 관리감독에 있는 대한민국 공무원들 정치하는 분들 대오 각성하라"라고 질타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13일 오후 경기도 평택 안중백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 이선호 씨 빈소를 찾아 조문한 뒤 유족을 위로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왜 이런 일이 벌어졌겠습니까. (중대재해처벌)법이 왜 누더기가 됐겠습니까. 당연히 그렇게 될 수밖에 없죠. 그 법을 정하는 국회의원, 정치인들이, 자기 형제자매들이 다 그런 기업을 갖고 있어서 그런 것 아닙니까. 기업 눈치만 봐서 그런 것 아닙니까. 최소 징역 3년, 5년부터 하한선 두고, 정확히 회사 사장이 처벌을 받게 하면 아마 하루아침에 본인이 안전관리·감독자를 하려고 할 겁니다. 근데 왜? 법이 물러서 그렇죠. 정치인들이 자기 죽을 법을 안 만드니까 그렇죠. 노동자를 위하는 정치인이 어디 있습니까. 정치판에만 들어가면 다 이상하게 변하지 않습니까." 

 

14일 '시사저널'이 이선호 씨의 아버지 이재훈 씨의 통한의 심정을 보도한 기사 내용에서 정치권을 향한 강한 분노가 서려있다.

 

23세 꽃다운 나이의 대학생 이선호 씨는 평택항 신컨테이너 터미널 부두에서 동식물 검역 관련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사고로 숨졌다. 그는 학비에 보탬이 되기 위해 지난해 1월부터 아버지가 하청업체 소속으로 일하는 현장에 함께 나와 일하다 사고를 당했다.

 

이선호 씨는 지난달 22일 원청 물류업체인 '동방'의 지시로 개방형 컨테이너(FRC)의 양쪽 날개를 닫는 현장에 어떠한 안전교육이나 안전장비도 없이 투입됐다. 선호 씨는 한쪽 컨테이너 날개 아래에서 쓰레기를 치우고 있었다. 이를 보지 못한 지게차 기사가 반대쪽 컨테이너 날개를 닫았다.

 

그 진동으로 선호 씨 쪽 300kg의 컨테이너 날개가 떨어지며 그를 덮쳤다. 사고 당시 현장엔 반드시 있어야 할 안전관리자도, 지게차 신호수도 없었다. 안전수칙이 단 몇 개라도 지켜졌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사고였다. 사고의 직접적 원인은 무리하게 인원을 감축하고 안전규칙 등 각종 법을 무시한 원청업체에 있었다.

 

이선호 씨의 사고는 발생 일주일이 넘도록 사회의 무관심 속에 있었다. 최근 시민에게 알려지기 시작하면서 정치권도 반응했다. 

 

올해 1월 안전조치 부실 등의 사유로 노동자가 숨지면 사업주나 경영책임자가 징역 1년 이상, 벌금 10억원 이하의 직접 처벌을 받는 중대재해처벌법이 국회를 통과했다. 그러나 이 법안도 2022년부터 적용돼 선호 씨 사고에는 해당되지 않는다.

 

이날 ‘고(故) 이선호군 산재사망사고 대책위원회’는 별도 요구사항에서 “철저한 진상규명이 이뤄질 수 있도록 유관기관에 조치해주시길 바라고, 특별근로감독에 유족과 대책위가 추천한 전문가의 참여를 보장해달라”고 밝혔다.

 

또한 “항만 노동자들은 복잡한 산업구조와 고용구조 안에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라며 “비정규직, 불법하도급 등이 철폐될 수 있도록 특단의 대책을 강구해달라”며 “더 이상 이 땅에 이선호 청년 노동자와 같은 죽음이 되풀이되지 않게, 노동안전에 대해 원청이 직접 책임지는 중대재해법 시행령을 만들어 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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