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벽예감 445>
대파국의 서막 열어놓은 2021년 한미정상회담
한호석 (통일학연구소 소장, 정치학 박사)
<차례> 1. 정세를 더욱 악화시킨 최악의 결과물 2. 적대정책 합의한 파국촉진회담 3. 두 개의 전쟁 앞당기는 파국촉진회담
1. 정세를 더욱 악화시킨 최악의 결과물
우려가 현실로 되었다. 이번 한미정상회담에서 정세를 더욱 악화시키는 최악의 결과물이 나오지 않을까 심히 우려되었는데, 그런 우려가 급기야 현실로 되고 말았다. 2021년 5월 21일 백악관에서 진행된 한미정상회담은 한 마디로 말해서 대파국의 서막을 열어놓은 회담이었다. 파국의 서막이 아니라 대파국의 서막이라는 술어를 쓰는 까닭은, 이번 한미정상회담의 합의사항들이 한반도는 물론이고 중국과 일본을 포함하는 동북아시아에 엄청난 파국을 불러올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파국이 아니라 대파국이다.
대파국의 서막을 열어놓았다는 말은 구체적으로 무슨 뜻인가? 그것은 이번 한미정상회담이 이미 파탄상태에 빠진 남북관계와 조미관계를 파국적 종말로 몰아가도록 촉진했고, 거기에 더하여 대만문제를 둘러싸고 이미 초긴장상태에 빠진 중미관계와 중일관계를 파국적 종말로 몰아가도록 촉진했다는 뜻이다. 이번 한미정상회담은 대파국의 서막을 열어놓은 파국촉진회담이다. 이 심각한 문제를 분석적으로 고찰해보자.
이번 공동성명에 따르면, 양측은 한미동맹을 강화하기로 합의했다고 한다. 양측은 이번 한미정상회담에서 한미동맹을 강화하기 위한 방도들을 다음과 같이 합의했다.
1) 미국은 ‘한미상호방위조약’에 의거하여 한국을 방어하는 기존 공약을 재확인했다. 미국은 ‘한미상호방위조약’에 의거하여 한국을 제3자의 무력공격으로부터 방어한다는 것이다. ‘한미상호방위조약’을 강조한 것이다. 그런 강조점을 찍은 저의는 무엇인가?
‘한미상호방위조약’ 제2조에는 “당사국은 단독적으로나 공동으로나 자조와 상호원조에 의하여 무력공격을 방지하기 위한 적절한 수단을 지속하고 강화시킬 것”이라고 쓰여 있다. 이 조항에 따르면, 미국은 한국 정부에 통보하지 않고 단독적으로 제3자의 무력공격을 방지하기 위한 적절한 수단을 강화할 수 있다. 상호방위조약이라고 했으니, 응당 양측이 상호협의하면서 공동으로 군사행동을 해야 마땅한데, 미국은 그 조약에 왜 단독적인 군사행동을 포함시켰을까? 그것은 미국이 한국 정부에 통보해줄 수 없을 만큼 중대한 군사행동을 단독으로 해야 하는 특수상황을 예상했기 때문이다. 미국이 한국 정부에 통보해줄 수 없을 만큼 전략적으로 중대한 군사행동은 핵공격 이외에 다른 게 아니다. 누구나 예상할 수 있는 것처럼, 전시에 미국은 제3자에 대한 핵공격계획을 한국 정부에 통보해주지 않고, 비밀리에 단독으로 결정하고, 전격적으로 감행할 것이 확실하다.
이런 맥락을 이해하면, 미국이 “가용한 모든 역량을 사용하여 확장억제를 (한국에) 제공한다는 공약을 재확인했다”는 내용이 이번 공동성명에 들어간 까닭을 알 수 있다. 여기서 말하는 “가용한 모든 역량을 사용한다”는 말은 핵무력을 사용한다는 뜻이다. 이번 공동성명에 들어간 확장억제(extended deterrence)라는 작전개념은 핵우산 제공을 구체화한 핵공격개념이다.
확장억제라는 전략개념이 언제, 어떻게 출현했는지 살펴보자. 미국은 주한미국군기지에 배치했던 전술핵무기를 1991년 12월까지 전부 철수하는 대신, 한국에 대한 핵우산을 제공한다고 공약했고, 1992년에 진행된 한미안보협의회(SCM) 공동성명에 핵우산제공공약을 명시했다. 당시 미국은 실전에서 사용할 수 없을 만큼 뒤떨어진 구식 전술핵무기를 주한미국군기지에서 철수하는 대신, 실전에서 사용할 신형 전술핵무기로 구성된 핵우산을 한국에 제공하겠노라고 공약했던 것이다. 그러므로 미국이 주한미국군기지에서 전술핵무기를 철수한 이후 조선에 대한 핵공격위험이 감소된 것이 아니라 되레 더 증대된 것이다.
그런데 2006년에 진행된 한미안보협의회에서 노무현 정부의 “강력한” 요청에 따라 미국은 핵우산제공공약을 확장억제제공공약으로 바꿔놓았다. 확장억제라는 것은 미국 본토가 적국의 공격을 받았을 때와 동일한 수준의 핵공격을 적국에 가한다는 뜻이다. 다시 말해서, 대륙간탄도미사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전략폭격기를 비롯한 “가용한” 핵타격수단들을 총동원하여 적국에 핵공격을 한다는 뜻이다.
미국이 2002년에 발표한 ‘핵태세검토보고서(NPR)'에 따르면, 확장억제는 대륙간탄도미사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전략폭격기를 동원한 핵공격에 더하여 타격정밀도가 높은 저위력 전술핵무기를 사용하여 선제핵공격을 가하는 것을 뜻한다. 2020년 2월 4일 미국 국방부 정책담당차관은 신형 저위력 전술핵탄두가 장착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이 미국 전략잠수함에 탑재되었다는 성명을 발표한 바 있다. 미국은 실전에서 사용할, 폭발위력이 5킬로톤인 신형 저위력 전술핵탄두를 실전배치한 것이다.
위에 서술한 것처럼, 2006년에 노무현 정부는 기존 핵우산제공공약을 새로운 확장억제제공공약으로 교체해달라고 미국에 “강력하게” 요청했었다. 이것은 전술핵탄두로 평양을 타격해달라는 끔찍스러운 행동이다. 무대에 나설 때면 줄곧 평화타령을 늘어놓은 노무현 정부가 무대의 막후에서는 전술핵탄두로 평양을 타격해달라는 끔찍스러운 요청을 미국에 제기했다는 충격적인 사실은 노무현 정부의 정체를 여실히 드러내 보여준다. 세인의 시선이 집중된 무대 위에서는 평화타령을 늘어놓다가, 세인의 시선이 차단된 무대의 막후에서는 조선에 대한 핵공격력을 증강해달라고 미국에 요청하는 위선의 극치는 노무현 정부에게서 문재인 정부에게로 오롯이 계승되었다. 그러므로 문재인 정부의 위선적인 평화타령에 절대로 속지 말아야 한다.
위에 서술한 내용은 이번 한미정상회담에서 미국이 조선을 조준한 핵공격력을 증강하는 도발의지를 모호한 외교술어 속에 은닉해놓았음을 보여준다. 이번 한미정상회담을 대파국의 서막을 열어놓은 파국촉진회담으로 보는 까닭이 거기에 있다. <사진 1>
2) 이번 한미정상회담에서 양측은 한미련합군의 북침공격력을 증강하기로 합의했다. 이번 한미정상회담은 바이든 정부가 트럼프 정부보다 더 심하게 무력도발의지를 드러내고, 덩달아 문재인 정부도 이전에 비해 더 노골적으로 무력도발의지를 드러낸 회담이었다. 이에 관한 구체적인 설명은 다음과 같다.
이번 공동성명에 따르면, 양측은 ‘한미상호방위조약’에 따른 한미련합방위태세에 대한 공약을 재확인했고, 한미동맹의 억제태세를 강화하기로 공약했고, 합동군사준비태세 유지의 중요성을 공유했고, 싸이버분야와 우주분야 등 여타 영역에서 상호협력을 심화하기로 합의했다는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연합방위태세, 억제태세, 합동군사준비태세라는 것은 모조리 북침전쟁준비태세를 모호한 외교술어 속에 은닉시킨 무력도발개념들이다. 미국 국방부의 전쟁기획자들이 작성한 한미련합군 작전계획(Operation Plan), 그리고 미국군사령관이 지휘하는 한미련합군 작전계획이 방어계획이 아니라 공격계획이라는 사실은 언론보도를 통해 세상에 널리 알려졌는데, 그런 북침공격계획에 의거하여 연합방위태세, 억제태세, 합동군사준비태세를 강화한다고 했으니 북침전쟁준비태세를 이전보다 더 강화한다는 뜻이 명백하다. 실제로 지난 몇 달 동안 한미련합군은 북침전쟁준비태세를 다음과 같이 강화해왔다.
- 3월 2일부터 3월 7일까지 진행된 한미련합군 위기관리참모훈련(CMTS)
- 3월 8일부터 3월 18일까지 진행된 한미련합군 연합지휘소훈련(CCPT)
- 3월 25일 진행된 한미련합해병대 대대급 합동전술훈련
- 4월 30일 한국군 합참의장, 미국군 합참의장, 일본군 통합막료장이 미국 하와이 인도-태평양사령부에서 진행한 3자 합참의장회의(Tri-CHOD)
- 4월 16일부터 4월 30일까지 미국 공군 전투기 20여 대와 한국 공군 전투기 50여 대가 참가한 가운데 진행된 편대군종합훈련
- 5월 3일 한국 공군 군수사령부 제60수송전대와 미국 공군 기동사령부 예하 제731공중기동대대, 제607장비물자관리대대가 진행한 연합공수화물 적재-하역훈련
- 6월 10일부터 15일까지 한국 공군이 참가할, 미국 알래스카에서 진행되는 ‘붉은기 21-2’ 훈련
3) 이번 한미정상회담에서 미국은 한미미사일지침을 폐기했다. 한미미사일지침은 1979년 미국이 제정하여 한국의 미사일개발을 제한해온 억제장치다. 미국은 한미미사일지침에 의거하여 한국이 제작하는 탄도미사일 사거리를 800km 이내로 제한했다. 문재인 정부는 2018년 말부터 한미미사일지침을 개정하려고 애써왔는데, 이번에 미국은 그 지침을 아예 폐기했다. 그로써 한국은 중거리탄도미사일과 장거리탄도미사일을 개발할 수 있게 되었으며, 우주로켓기술을 더욱 발전시킬 수 있게 되었다. 당장 한국은 현무-4 탄도미사일의 탄두중량을 줄이는 방식으로 그 미사일을 개조하여 사거리가 1,000~2,000km인 탄도미사일을 만들어낼 수 있고, 신형 미사일개발에 박차를 가하여 사거리가 3,000km인 중거리탄도미사일을 개발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게 되면, 한국군은 제주도에서 탄도미사일을 발사하여 조선 전역과 중국 전역을 타격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미국이 한미미사일지침을 틀어쥐고 한국의 탄도미사일 사거리를 800km로 제한한 것은 중국 전역을 타격할 중거리탄도미사일을 개발하지 못하도록 한 억제조치였는데, 그런 억제조치가 없어지면서 한국이 중국 전역을 타격할 미사일능력을 갖게 된 것이다. 미국은 주한미국군기지에 중거리탄도미사일을 배치하지 않고, 한국군을 앞세워 조선과 중국을 동시에 공격할 수 있도록 조치한 것이다.
이런 사정을 살펴보면, 미국이 한미미사일지침을 폐기한 것은 조선과 중국을 극도로 자극하는 행동이다. 그런 행동이 긴장된 정세를 대파국으로 몰아가리라는 것은 쉽게 예상할 수 있다. 이번 한미정상회담을 대파국의 서막을 열어놓은 파국촉진회담으로 보는 까닭이 거기에 있다.
2. 적대정책 합의한 파국촉진회담
이번 공동성명에 따르면, 바이든 정부는 조선정책검토사업을 얼마 전에 완료한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 정부가 완성했다는 조선정책에 어떤 내용이 담겼는지는 외부에 알려지지 않았지만, 이번 공동성명에 따르면, 양측은 조선정책과 관련하여 다음과 같은 세 가지 내용을 합의했다고 한다.
1) 양측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에 대한 공동의 약속을 강조”했다고 한다. 문재인 정부와 바이든 정부가 공히 거론하는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란 조선에 대한 미국의 핵위협을 제거하지 않은 채 조선의 핵억제력만 일방적으로 제거한다는 뜻이다. 그래서 이번 공동성명에서 양측은 “북조선의 핵-탄도미사일프로그램을 다루어나가고자 하는 공동의 의지를 강조”했다고만 밝혔을 뿐, 그에 상응하여 미국이 이행해야 할 비핵화 의무는 일언반구도 언급하지 않았다.
그러면 조선이 제시한 미국의 비핵화 의무는 무엇인가? 2016년 7월 6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정부는 대변인 성명에서 미국의 비핵화 의무를 제시한 바 있다. 원문을 인용하면 다음과 같다.
- “남조선에 끌어들여놓고 시인도 부인도 하지 않는 미국의 핵무기들부터 모두 공개하여야 한다.” - “남조선에서 모든 핵무기와 그 기지들을 철페하고 세계 앞에 검증받아야 한다.” - “미국이 조선반도와 그 주변에 수시로 전개하는 핵타격수단들을 다시는 끌어들이지 않겠다는 것을 담보하여야 한다.“ - “그 어떤 경우에도 핵으로, 핵이 동원되는 전쟁행위로 우리를 위협공갈하거나 우리 공화국을 반대하여 핵을 사용하지 않겠다는 것을 확약하여야 한다.” - “남조선에서 핵사용권을 쥐고 있는 미군의 철수를 선포하여야 한다.“
미국이 거론하는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조선이 거론하는 ‘조선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는 그 의미가 완전히 다르다. 극과 극의 차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극과 극 사이에서 어떤 타협점을 찾아내어 비핵화를 실현할 가능성은 없을까?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2018년 9월 6일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낸 친서에서 타협방안을 제시했다. 2020년 9월 15일에 출판된, 미국의 저명한 언론인 밥 우드워드(Robert U. Woodward)의 책 ‘격노(Rage)’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제시한 타협방안이 무엇인지 알 수 있다. 그 책에 따르면,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친서에서 “우리는 핵무기연구소나 위성발사구역의 완전한 폐쇄, 또는 핵물질생산시설의 불가역적 폐쇄와 같이 단계적으로, 한 번에 하나씩, 의미 있는 조치를 취할 의지가 있다”고 밝혔다고 한다.
그러나 합리적 사고를 하지 못하는 트럼프 대통령은 2019년 2월 29일 하노이 조미정상회담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제시한 타협방안을 외면하고 ‘강도적 요구’만 늘어놓았다. 2019년 4월 6일 일본 <요미우리신붕>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하노이 조미정상회담에서 비핵화의 의미를 합의하자고 하면서, 자기들이 주장하는 비핵화의 의미를 거론했는데, 그것은 조선의 핵무기와 핵물질을 미국에 반출하고, 조선의 핵시설 전반을 완전히 해체한다는 뜻이라고 한다. 미국이 자기의 비핵화 의무를 일언반구도 언급하지 않고, 조선의 핵억제력만 일방적으로 제거하려는 것이야말로 ‘강도적 요구’가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이번에 바이든 정부는 트럼프 정부와 똑같이 자기의 비핵화 의무를 일언반구도 언급하지 않고, 조선의 핵억제력만 제거하려는 ‘강도적 요구’를 그 무슨 새로운 정책인 것처럼 문재인 대통령에게 꺼내놓았고, 미국을 추종하는 문재인 대통령은 무턱대고 그 ‘강도적 요구’에 맞장구를 쳤으니 기가 막힐 노릇이다. <사진 2>
그러나 양측은 지난 시기 조선이 한미정책공조를 전면 거부했다는 사실을 망각했다. 조선은 트럼프 정부가 2018년 11월 20일 정책공조라는 허울 밑에 조작해놓았던 ‘한미실무단(working group)’을 배격했다. 2020년 6월 17일 김여정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은 담화에서 “북남합의문의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상전이 강박하는 <한미실무그룹>이라는 것을 덥석 받아물고 사사건건 북남관계의 모든 문제를 백악관에 섬겨받쳐온 것이 오늘의 참혹한 후과로 되돌아왔다”고 지적했었다. 여기서 말하는 참혹한 후과는 북이 2020년 6월 16일 개성공업지구에 있는 남북공동련락사무소를 폭파한 것이다.
한미정책공조는 기만술어다. 실제로는 한국이 미국의 조선정책을 추종하면서 정책공조라고 세상을 속이는 것이다. 미국이 개성공업지구를 재가동하지 말고, 금강산관광을 재개하지 말라고 금지하면, 문재인 정부는 찍 소리도 하지 못하고 그대로 따라야 한다. 자주권을 상실하고 미국의 지배에 굴종하는 것은 남북관계개선을 저해하는 최악의 장애물이다.
3) 바이든 정부는 자기의 조선정책을 완성한 직후, 백악관에서 진행된 이번 한미정상회담에서 양측이 조선을 더욱 압박하는 합의를 이끌어냈다. 다시 말해서, 바이든 정부가 완성했다는 조선정책은 최대 압박(maximum pressure)을 기조로 하는 구태의연한 정책인 것이다.
이번 공동성명은 “판문점선언과 싱가폴공동성명 등 기존의 남북간, 조미간 공약에 기초한 외교와 대화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정착을 이루는 데 필수적임을 재확인했다”고 밝혔지만, 판문점선언은 문재인 정부가 그 선언에 배치되는 조선적대정책을 추진함으로써 이미 2019년에 백지화되었고, 싱가폴공동성명은 트럼프 정부가 그 성명에 배치되는 조선적대정책을 추진함으로써 이미 2019년에 백지화되었는데, 이제 와서 그 선언과 성명에 기초한 외교와 대화를 추진하겠다니 그런 소리를 누가 신뢰하겠는가!
2021년 3월 17일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은 담화에서 조선은 “이미 미국의 대조선적대시정책이 철회되지 않는 한 그 어떤 조미접촉이나 대화도 이루어질 수 없다는 립장을 밝혔으며, 따라서 우리는 앞으로도 계속 이러한 미국의 접촉시도를 무시할 것”이라고 단언했다.
4) 이번 공동성명에서 양측은 조선을 더욱 압박하기 위한 방도를 다음과 같이 합의했다.
- 양측은 유엔안보리의 조선제재결의를 완전히 이행할 것을 조선과 국제사회에 촉구했다. 미국의 조선제재는 북침전쟁연습, 정권전복공작과 더불어 조선적대정책의 3대 요소 가운데 하나다. 미국의 적대행위는 제재에서 집중적으로 표현된다. 조선의 술어를 빌리면, 그것은 “미국과 적대세력들이 감행한 최악의 야만적인 제재봉쇄책동”이다. 조선이 나사못 한 개도 해외에서 수입하지 못하게 가로막고, 석탄 한 줌도 해외에 수출하지 못하게 봉쇄했으니, 이를 어찌 최악의 야만적인 제재봉쇄책동이라 하지 않을 수 있는가.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하노이 조미정상회담에서 녕변핵시설을 해체할 용의를 표명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2016년과 2017년에 결정한 조선제재조치 5건을 우선 해제하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합리적 사고를 하지 못하는 트럼프 대통령은 그 요구를 외면했다. 조선제재를 일거에 전부 해제하라는 것이 아니라, 5건을 우선적으로 해제하라는 요구도 외면했으니, 회담이 결렬될 수밖에 없었다.
그러면 지금 바이든 정부는 조선제재문제와 관련하여 유연한 태도를 취하고 있을까? 전혀 아니다. 유연하기는커녕 더 강경하다. 2021년 미국 국무부는 조선의 비핵화가 실현될 때까지 조선제재를 계속 강행하겠다고 밝혔다. 다시 말해서, 조선의 핵억제력이 제거될 때까지 조선제재를 해제하지 않는 것은 물론 부분적으로 완화하지도 않겠다는 것이다. 미국은 무슨 수를 써서도 조선의 핵억제력을 절대로 제거하지 못할 것이므로, 바이든 정부는 조선제재를 항구적으로 계속하게 된다.
이처럼 바이든 정부가 ‘최악의 야만적인 제재봉쇄책동’을 항구적으로 계속하고 있으니, 그들이 바라는 조미협상이 재개되기는커녕 조미관계와 남북관계의 대파국을 불러오게 될 것이 뻔하다.
조선은 바이든 정부의 흉심을 이미 간파했다. 2021년 3월 17일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은 담화에서 “미국이 즐겨 써먹는 제재장난질도 우리는 기꺼이 받아줄 것”이라고 언명했다. 미국의 제재장난질을 기꺼이 받아준다는 말은 제재장난질을 용인한다는 뜻이 아니라, 자력갱생전략으로 제재장난질을 돌파한다는 뜻이다. 2021년 1월 8일 김정은 조선로동당 총비서는 당 제8차 대회 사업총화보고에서 “우리 당의 자력갱생전략은 적들의 비렬한 제재책동을 자강력 증대, 내적 동력 강화의 절호의 기회로 반전시키는 공격적인 전략으로, 사회주의건설에서 항구적으로 틀어쥐고 나가야 할 정치로선으로 심화발전되였다”고 언명했다.
조선의 자력갱생전략이 미국의 제재장난질을 돌파하는 현상은 요즈음 조선 각지에서 동시다발로 추진되는 대규모 건설사업들과 산업생산력 증대 및 과학기술도입 성과, 그리고 조선로동당 제8차 대회 이후 어렵고 힘든 부문으로 탄원하는 수 천 명 청년들의 집단적 진출로 나타났다. 조선이 그런 멸사복무정신과 집단주의적 단결력과 혁명적 열의를 가졌다면, 미국의 제재장난질을 능히 돌파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 이번 공동성명에 따르면, 양측은 조선의 인권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상호협력하기로 하였다고 한다. 조선이 혐오하고 배격는 조선의 ‘인권문제’까지 들먹인 그 회담이 대파국의 서막을 열어놓은 파국촉진회담으로 되지 않을 수 없다.
2021년 5월 2일 조선 외무성은 대변인 담화에서 “미국이 떠들어대는 <인권문제>란 우리의 사상과 제도를 말살하기 위하여 꾸며낸 정치적 모략”이라고 규정하고, “미국이 우리의 사상과 제도를 부인하고 <인권>을 내정간섭의 도구로, 제도전복을 위한 정치적 무기로 악용하면서 <단호한 억제>로 우리를 압살하려는 기도를 공개적으로 표명한 이상 우리는 부득불 그에 상응한 조치들을 강구해나가지 않으면 안 되게 되였다”고 하면서, “미국은 우리의 경고를 무시하고 경거망동한 데 대하여 반드시, 반드시 후회하게 될 것”이라고 언명했다.
그런데 그런 엄중한 경고를 무시하고 양측은 이번 한미정상회담에서 조선의 ‘인권상황’을 개선하겠다고 덜컥 합의해버렸다. 그 합의가 조미관계와 남북관계를 대파국으로 몰아넣게 될 것이 분명하다.
3. 두 개의 전쟁 앞당기는 파국촉진회담
이번 공동성명에 따르면, 양측은 “국제질서를 저해하고, 불안정하게 하며, 위협하는 모든 행위를 반대하며, 포용적이고 자유롭고 개방적인 인도-태평양지역을 유지할 것을 공약했다”고 한다. “국제질서를 저해하고 불안정하게 하며, 위협하는 행위자”는 중국이고, “포용적이고 자유롭고 개방적인 인도-태평양지역을 유지하는 행위자”는 미국이다. 한미정상회담의 판단기준에 따르면, 중국은 악이고, 미국은 선이다.
모호한 외교술어로 채색된 위의 공약을 뜯어보면, 미국과 한국은 인도-태평양지역에서 공동의 반중국전선을 구축하려고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좀 더 명확히 표현하면, 미국은 이번에 한국을 반중국전선에 깊숙이 끌어들인 것이다.
누구나 아는 것처럼, 지금 미국은 반중국전선에 무력도발책동을 집중시키고 있다. 이를테면, 미국 해군은 일본해상자위대와 함께 동중국해, 대만해협, 남중국해에 수시로 출동하여 중국을 심히 자극하고, 미국 육군은 대만군의 전쟁연습을 지도한다고 하면서 중국 영토인 대만에 안보지원려단(SFAB) 지휘관들을 파견했으며, 미국 공군은 B-1B 장거리전략폭격기 편대를 괌(Guam)의 앤더슨공군기지에 전진배치해놓고 각종 정찰기를 출동시켜 중국 공습에 필요한 정보를 수집하기 위한 항공정찰을 감행하고 있다.
이처럼 극도로 긴장된 상황에서 미국과 한국은 조선적대정책을 공동으로 추진하는 것도 성에 차지 않아, 이제는 중국적대정책까지 공동으로 추진할 판이다. 이런 현상은 한미동맹이 조선과 중국을 적대하며 무력도발을 획책하는 침략동맹이라는 진면모를 드러낸 것이다. 이를 어찌 대파국의 서막이라 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이번 공동성명에서 양측은 중국적대정책을 공동으로 추진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도들을 다음과 같이 합의했다.
1) 양측은 미국의 자유롭고 개방적인 인도-태평양구상과 한국의 신남방정책을 연계하기 위해 상호협력하기로 합의했다. 미국이 추진하는 “자유롭고 개방적인 인도-태평양구상”이란 인디아양과 태평양에서 중국의 해양진출을 가로막는 적대정책이다. 미국은 ‘자유’니 ‘개방’이니, ‘구상’이니 하는 외교술어로 분칠해놓았지만, 실상은 중국적대정책 이외에 다른 게 아니다.
그런데 이번 한미정상회담에서 미국은 자기의 중국적대정책과 한국의 신남방정책을 연계시켰다. 원래 한국의 신남방정책은 중국을 적대하는 정책이 아니다. 하지만 미국의 중국적대정책에 끌려 들어가면 중국적대정책으로 변질되지 않을 수 없다. 한국이 미국의 강요를 뿌리치지 못하고 반중국전선에 끌려들어가는 것은 한중관계의 대파국을 자초하는 행동이다.
2) 미국이 구축해놓은 반중국전선의 중심에 쿼드(Quad)가 있다. 쿼드란 미국이 주도하고 일본, 오스트레일리아, 인디아가 참가한 4개국 안보대화(Quadrilateral Security Dialogue)의 영어 줄임말이다. 이번 공동성명에 따르면, 미국과 한국은 쿼드를 비롯한 인도-태평양지역 다자주의의 중요성을 인식했다고 한다. 양측이 쿼드의 중요성을 인식했다는 것은 미국이 한국을 쿼드의 동조자로 끌어들인다는 뜻이다.
미국은 한국을 쿼드에 공식적으로 참가시키고 싶지만, 그렇게 하지 못한다. 그 까닭은 두 가지다. 첫째, 한국이 쿼드에 공식적으로 참가하는 것은 중국을 극도로 자극하여 중국의 보복을 불러올 것이므로, 한국은 중국의 보복이 두려워 쿼드에 참가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번에 미국은 한국을 쿼드의 동조자로 끌어들인 것이다. 둘째, 일본이 한국의 쿼드참가를 반대한다. 미국, 일본, 오스트레일리아, 인디아 같은 ‘대국’들이 참가한 쿼드에 미국의 지배를 받는 한국이 동등한 자격으로 참가할 수 없다는 것이 일본의 입장이다. 그처럼 시건방진 태도로 한국을 깔보는 일본의 태도는 일제식민지배의 추잡한 유산이다.
이번 한미정상회담에서 한국이 미국의 강요를 뿌리치지 못하고 쿼드의 동조자로 끌려 들어갔으므로, 중국은 자극을 받았다. 중국은 그에 대한 보복으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계획을 취소할 것이고, ‘금한령(禁韓令)’이라고 부르는 경제제재를 추가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 한미동맹이라는 허울을 쓰고 자행되는 미국의 지배에서 벗어나지 못하기 때문에 중국의 지속적인 보복과 압박을 받고 있다. 한국이 주변 강대국들의 충돌 속에서 살아남으려면, 어떻게 해서든지 미국의 지배에서 벗어나 중립화로선을 택해야 한다. <사진 3>
3) 2020년 12월 6일 <워싱턴포스트> 보도에 따르면, 미국 연방의회는 2021회계년도 국방예산에 태평양억지구상(Pacific Deterrence Initiative) 항목을 신설하고, 거기에 22억 달러(약 2조4,000억원)를 배정했다고 한다. 2014년 연방의회가 신설한 유럽억지구상은 로씨야적대정책을 위한 국방예산항목이고, 이번에 신설된 태평양억지구상은 중국적대정책을 위한 국방예산항목이다. 태평양억지구상이라는 국방예산항목에 배정된 22억 달러의 대부분은 미국의 인도-태평양사령부가 반중군사전선을 강화하는 데 소비될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2020년 11월 17일부터 4일 동안 미국 해군은 일본해상자위대, 오스트레일리아 해군, 인디아 해군을 참가시킨 가운데 항모타격단을 동원한 쿼드 합동군사훈련을 인디아양에서 진행했고, 2021년 4월 5일부터 7일까지 쿼드 4개국에 프랑스를 참가시킨 해상합동훈련을 인디아양에서 진행했다. 태평양에서 멀리 떨어진 프랑스가 태평양에 구축된 반중군사전선에 머리를 들이민 까닭은 프랑스가 점령한 태평양의 섬들인 타히티, 뉴칼레도니아, 월리스, 푸투나가 중국의 영향권 안으로 들어갈 것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이번 공동성명에서 양측은 “남중국해를 비롯한 다른 지역들에서 항해의 자유와 항공의 자유를 포함한 국제법을 존중하기로 공약”했으며, “대만해협에서 평화와 안정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했다.” 국방예산 22억 달러를 배정받은 미국의 인도-태평양사령부는 반중군사전선을 강화하기 위해 서해, 동중국해, 대만해협, 남중국해에서 중국적대행위를 끊임없이 자행하고 있는데, 중국적대행위가 가장 심하게 자행되는 곳은 대만해협이다. 이것은 미국이 중국의 내전(대만통일전쟁)에 개입하려는 무력침공의사를 드러내는 것이다. 대만의 국가분렬세력이 미국의 사촉을 받아 대만을 중국 영토에서 분리시키고, 이른바 ‘대만공화국’을 수립하려고 광분하기 때문에 중국의 대만통일전쟁은 불가피하다.
중국이 대만통일전쟁을 수행하는 경우, 한미련합군이 그 전쟁에 개입하려는 징후가 보이면, 중국인민해방군은 주한미국군기지들을 제외한 한국군 전략거점들만 골라서 선제공격할 것이다. 중국인민해방군은 강적인 미국군을 선제공격하지 않고, 전투력이 약한 한국군을 선별적으로 공격하는 것이다. 6.25전쟁 시기에도 중국인민지원군은 미국군을 상대하는 전투를 되도록 피하면서, 전투력이 약한 한국군만 집중적으로 공격했었다.
만일 중국이 대만통일전쟁에 돌입하여 대만군과 한국군을 동시에 공격하면, 조선인민군이 통일전쟁을 주저할 이유는 전혀 없을 것이다. 이전에 내가 <자주시보>에 발표한 몇몇 글들에서 자세히 논한 것처럼, 중국의 대만통일전쟁과 조선의 조국통일전쟁은 거의 동시에 일어날 것이 확실하며, 그 두 전쟁에서 조선과 중국이 각각 승리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한미정상회담은 조선과 중국을 동시에 자극함으로써 두 개의 전쟁을 앞당기는 계기를 마련했다. 한미동맹을 대파국으로 몰아넣을 조선의 조국통일전쟁과 미일동맹을 대파국으로 몰아넣을 중국의 대만통일전쟁을 앞당기게 되었다는 뜻이다. 이번 한미정상회담을 대파국의 서막을 열어놓은 파국촉진회담으로 보는 까닭이 거기에 있다. <저작권자 ⓒ 국민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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