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벽예감 446>
CVID 미몽과 세기적인 친서담판
한호석 (통일학연구소 소장, 정치학 박사)
<차례> 1. CVID 미몽에 감염된 백악관과 청와대 2. 미국의 핵위협, 핵공갈, 핵무력증강 3. 조선이 가장 중시하는 최고국가전략기관 4.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세기적인 친서담판
1. CVID 미몽에 감염된 백악관과 청와대
백악관과 청와대는 미몽에 감염되었다. 무슨 미몽인가? 조선을 비핵화해야 한다는 비현실적 욕망에서 산생된 미몽이다. 욕망에 사로잡혔으니, 미몽에 감염될 수밖에 없다. 비핵화 문제에 관한 한, 백악관과 청와대의 정신상태는 비현실적 욕망과 현실적 인식을 구분하지 못할 정도로 혼미하다.
비핵화 문제와 관련하여 두 가지 객관적 사실을 거론할 필요가 있다. 그것은 하노이 조미정상회담이 결렬된 이후 조선이 비핵화를 전면 거부했다는 사실, 그리고 미국이 유인, 협상, 압박, 제재, 전쟁을 총동원해도 조선의 비핵화를 결코 실현할 수 없다는 사실이다. 8천만 민족의 운명을 좌우할 이 두 가지 객관적 사실은 설명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명백하게 입증되었다. 그 동안 비핵화 문제와 관련된 문헌분석을 통해 이미 입증되었고, 오늘 현실에서도 명백히 입증되었다.
그런데도 백악관과 청와대는 조선을 비핵화해야 한다는 비현실적 욕망을 버리지 못했고, 조선의 비핵화를 실현할 수 있다는 미몽에 감염되어 횡설수설하고 있다. 2021년 5월 21일 문재인 대통령과 조 바이든(Joseph R. Biden Jr.)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진행한 한미정상회담을 최악의 정상회담으로 혹평하는 까닭은, 두 정상이 비핵화 미몽에 감염된 혼미한 정신상태에서 진행된 회담이기 때문이다. 비핵화 문제는 조미관계, 남북관계, 한미관계를 좌우하는 가장 중대한 현안인데, 비핵화 미몽에 감염된 혼미한 상태에서 한미정상회담을 진행했으므로 최악의 결과가 나온 것이다.
미국과 한국의 언론매체들도 비핵화 미몽에 감염되었다. 언론매체들은 자기들의 감염증을 코로나바이러스처럼 전 세계에 퍼뜨렸다. 많은 사람들이 비핵화 미몽에 감염된 언론과의 접촉을 통해 자신도 모르게 비핵화 미몽에 감염되었다. 그래서 그들은 한미정상회담의 후속조치에 기대를 걸고 있지만, 그런 기대는 미몽처럼 허망하다.
2021년 5월 21일 백악관에서 한미정상회담이 진행된 이후 오늘까지 열흘이 지나도록 조선은 그 회담에 전혀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2017년 6월 30일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Donald J. Trump) 대통령이 양측 정부의 출범 이후 처음으로 정상회담을 진행했을 때, 조선은 회담 이튿날 그 회담에 임한 문재인 대통령의 태도를 친미사대와 대미굴종이라고 비난하는 논평을 발표한 바 있다. 그런데 이번에는 그런 비난논평마저 나오지 않았다. 왜 그런 것일까?
이번 한미정상회담에 대한 조선의 무반응은 그 회담에 대한 비난을 자제하는 행동이 아니다. 비핵화 미몽에 감염된 두 정상이 진행한 최악의 정상회담을 비난할 필요성을 느끼지 않기 때문에, 조선은 전혀 반응을 보이지 않은 것이다.
사정이 이처럼 심상치 않은데, 이인영 통일부 장관은 이번 한미정상회담의 성과에 의해 남북대화와 조미대화가 재개되고 평화를 향해 나아갈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되었다느니 뭐니 하며 횡설수설했다. 미몽에 감염되면 사리판별을 하지 못한다. <사진 1>
미몽의 역사를 살펴보자. 백악관은 2002년 10월 부쉬 정부 시기에 비핵화 미몽에 처음 감염되었다. 그때로부터 오늘까지 근 20년 동안 비핵화 미몽 감염증에 걸려있는 백악관은 조선을 “완전히(complete), 검증할 수 있게(verifiable), 되돌릴 수 없게(irreversible) 비핵화(denuclearize)해야 한다”는 이른바 CVID를 주장해왔다. 비핵화 미몽에 전염된 청와대도 백악관의 그런 주장을 추종해왔다.
그러나 비핵화 문제를 정상적으로 사고하는 사람들은 미국이 조선을 비핵화할 수 있다고 믿는 백악관의 CVID가 현실을 배반한 미몽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심지어 미국의 정세분석가들이나 전직 정부관리들 중에도 백악관의 CVID가 비현실적인 주장이라고 지적하는 사람들이 있다. 미국이 조선을 비핵화할 수 있다는 백악관의 CVID를 미몽으로 보는 논거는 다음과 같다.
미국은 6.25전쟁 중이었던 1951년 2월부터 오늘까지 장장 70년 동안 조선에 핵위협과 핵공갈을 끊임없이 가해왔다. 핵위협은 핵공격태세로 윽박지르는 행위를 말하고, 핵공갈은 핵공격태세를 취하기 전에 폭언으로 윽박지르는 행위를 말한다. 미국이 70년 동안 끊임없는 핵위협과 핵공갈로 조선을 얼마나 괴롭혀왔는지를 입증해줄 문헌자료는 열거하기 힘들 만큼 많다. 70년이 지난 지금도 미국은 조선에 대한 핵위협과 핵공갈을 중단하거나 완화할 생각을 하기는커녕 지속적으로 증대시킬 궁리만 하고 있다. 미국이 조선에 핵위협과 핵공갈을 앞으로도 계속 증대시킬 것이라는 예상을 입증해줄 문헌자료는 열거하기 힘들 만큼 많다.
미국은 1953년 7월 27일 정전협정을 체결한 이후 평화조약을 체결하지 않고 조선적대정책을 계속 추진해왔기 때문에, 조선은 미국의 끊임없는 핵위협과 핵공갈에 맞서 장장 70년 동안 싸워야 했다. 작은 나라가 큰 나라의 핵위협과 핵공갈에 맞서는 방도는 핵억지력을 갖는 것밖에 없다.
조선이 핵억지력을 갖지 않고서도 미국의 핵위협과 핵공갈에 맞서 싸울 수 있다는 말은 무식한 평화주의자들이 퍼뜨린 허언랑설이다. 돌이켜보면, 남산 왜성대에서 덕수궁을 향해 신식 대포를 조준해놓고 조선왕조의 국권을 강탈한 일제침략군과 맞서 싸워야 했던 조선군에 절실히 필요했던 것은 침략군을 무찌를 대포가 아니었던가. 지난날 대포를 가지고 우리 민족을 위협한 제국주의침략자를 조국방위의 대포로 무찔러야 했던 것처럼, 오늘날 핵무기를 가지고 우리 민족을 위협하는 제국주의침략자도 응당 조국방위의 핵억지력으로 물리쳐야 한다. 이것은 100년이 넘는 우리 민족의 반제투쟁혈전사가 가르쳐주는 진리다.
미국은 앞으로도 조선에 핵위협과 핵공갈을 가할 것이므로, 그런 엄중한 사태에 대처하여 조선도 핵억지력을 계속 증강할 것이 분명하다. 조선의 핵억지력이 미국의 국가안보를 위협하는 요인으로 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 미국에게 있다면, 조선에 대한 핵공격태세를 불가역적으로 중단해야 한다. 다른 해법은 없다.
그러나 미국은 조선에 대한 핵공격태세를 중단할 생각을 하기는커녕 완화할 생각도 하지 않으면서, 조선의 핵억지력을 제거해야 한다고 목청을 높이고 있다. 백악관은 조선의 비핵화를 실현할 수 있다고 믿는 CVID 미몽에 감염되었기 때문에 조선을 위협하는 핵공격태세를 중단할 생각은 전혀 하지 않고, 조선의 핵억지력을 제거해야 한다는 소리만 늘어놓는 것이다.
2. 미국의 핵위협, 핵공갈, 핵무력증강
F-4 전폭기는 지난날 미국이 ‘세계 최강’이라고 자랑했던 기종이다. F-4 전폭기는 196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 30년 동안 실전배치되었다. 윁남전쟁에서 미국군이 북부윁남을 침공할 때 그 전폭기를 사용했다. 윁남전쟁에 참전하여 하노이 수도 상공을 방어한 조선인민군 전투비행사들이 근접공중전을 벌여 F-4 전폭기를 여러 대 격추한 것을 보면, 그 전폭기가 ‘세계 최강’이라는 평가는 한낱 허풍이다. 1961년부터 실전배치된 F-4 전폭기는 윁남전쟁과 중동전쟁을 거쳤고, 1991년 걸프전쟁 이후 퇴역했다.
주목되는 것은, F-4 전폭기가 핵폭탄을 탑재하는 핵타격수단이라는 사실이다. B61 핵폭탄을 무려 3,155발이나 다량생산한 미국은 그 핵폭탄을 탑재할 수 있도록 F-4 전폭기를 설계했다. 그렇게 되어 F-4 핵타격전폭기가 출현했다.
그런데 B61 핵폭탄을 탑재하는 F-4 핵타격전폭기는 실전배치된 이후 30년이 넘어 작전수명이 끝나는 바람에 1991년 걸프전쟁 직후 퇴역했다. 당시 미국은 F-4 핵타격전폭기를 퇴역시키면서, 그 전폭기에 탑재하기 위해 만든 B61 핵폭탄도 함께 퇴역시켰다. 미국은 B61 전술핵폭탄 1,000발을 1992년부터 해체하기 시작하여 1997년까지 해체했고, B61 전략핵폭탄 700발도 1990년부터 해체했다.
그런 상황에서 주한미공군기지에 배치된 F-4 핵타격전폭기와 B61 핵폭탄도 미국 본토로 철수되어 해체되었다. 이것이 미국이 한반도에서 핵무기를 철수한 내막이다. 남과 북이 1992년 1월 31일 ‘한반도의 비핵화에 관한 공동선언’을 발표한 배경에는 작전수명이 끝난 미국의 핵타격수단들이 주한미국군기지에서 철수되는 상황변화가 있었다.
미국이 주한미국군기지에서 핵무기를 철수한 문제와 관련하여 도널드 그렉(Donald P. Gregg)이 2011년 6월 1일 <미국의 소리> 대담에 출연하여 털어놓은 회고담을 들어보자. 그는 1989년 9월 27일부터 1993년 2월 27일까지 주한미국대사를 지냈다. 회고담에 따르면, 그렉은 주한미국대사로 부임한 직후 주한미국군사령관 루이스 메네트리(Louis C. Menetrey)에게 전시에 주한미공군기지에 배치된 전술핵무기(F-4 전폭기에 탑재되는 B61 전술핵폭탄을 뜻함-옮긴이)를 사용할 수 있는가고 물었더니 “너무 구식이라 절대 사용할 일이 없을 것”이라는 뜻밖의 답변을 들었다고 한다. 2014년 미국에서 출판된 그렉의 회고록 ‘깨진 항아리 조각들(Pot Shards)'에 따르면, 1991년 이전까지 미국 국방부는 핵무기검열단을 해마다 한 차례씩 주한미공군기지(오산미공군기지와 군산미공군기지를 뜻함-옮긴이)에 파견하여 핵폭탄의 안전관리실태를 점검했는데, 그렉은 핵무기검열단으로부터 주한미공군기지에 배치된 핵폭탄의 문제점과 위험성을 들었다고 한다. 그렉이 핵무기검열단으로부터 들었다는 B61 전술핵폭탄의 문제점은 F-4 전폭기에 핵폭탄을 탑재하기 위한 백악관의 정치적 결정절차가 너무 복잡하고, 탑재공정도 길어서, 분초를 다투는 급박한 실전상황에 대처할 수 없다는 뜻이다. 또한 그렉이 핵무기검열단으로부터 들었다는 B61 전술핵폭탄의 위험성은 핵폭탄이 다량배치된 오산미공군기지와 군산미공군기지가 조선인민군의 기습타격대상으로 전변되었다는 뜻이다.
이런 사정을 살펴보면, 미국이 주한미공군기지에 배치된 B61 전술핵폭탄을 왜 1991년에 전부 철수했는지 알 수 있다. 미국의 핵무력분석가 핸스 크리스텐슨(Hans M. Kristensen)이 2011년 10월 4일에 발표한 ‘신흥지 유입자들이 남한에 갔을 때(When the Boomers Went to South Korea)’라는 제목의 논문에 따르면, 1991년 미국이 주한미공군기지에서 B61 전술핵폭탄을 전부 철수하기 직전, 그 기지에는 150발의 B61 전술핵폭탄이 배치되어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미국의 핵무기 철수가 조선에 대한 핵위협의 종식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었다. 미국은 B61 전술핵폭탄 1,240발을 지금도 여전히 실전배치해놓았고, 미국 본토의 핵무기고에 B61 전술핵폭탄 215발을 예비용으로 저장해놓았으며, B61 전략핵폭탄 600발과 B61 전술-전략핵폭탄 50발을 지금도 여전히 실전배치해놓았다. 이처럼 미국이 B61 전술핵폭탄 1,240발과 B61 전략핵폭탄 600발, 그리고 B61 전술-전략핵폭탄 50발을 여전히 실전배치해놓은 까닭은, F-4 핵타격전폭기를 퇴역시킨 뒤에도 그 핵폭탄을 탑재할 또 다른 핵타격수단이 있었기 때문이다. 1990년대 초에 퇴역한 F-4 핵타격전폭기를 대체하여 B61 핵폭탄을 탑재하는 핵타격수단은 B-52H 장거리핵폭격기다. <사진 2>
미국은 작전수명이 끝난 F-4 핵타격전폭기를 주한미공군기지에서 전부 철수하는 대신, 항공전자장비성능을 향상시키고 제트엔진을 신형으로 교체하여 작전수명을 길게 연장한 B-52H 장거리핵폭격기를 괌(Guam)의 앤더슨공군기지에 전진배치해놓고 여전히 조선을 위협하는 핵타격태세를 유지하고 있다. F-4 핵타격전폭기는 B61 핵폭탄 28발을 탑재할 수 있었는데, B-52H 장거리핵폭격기는 B61 핵폭탄을 97발이나 탑재할 수 있다. 이런 사정을 보면, 미국이 주한미공군기지에 배치한 B61 전술핵폭탄을 전부 철수한 것은 조선을 위협하는 핵타격태세를 완화한 것이 아니라 되레 더 증대시킨 도발적인 조치였음을 알 수 있다.
B61 핵폭탄을 탑재하는 B-52H 장거리핵폭격기는 괌의 앤더슨공군기지에서 한반도 중부지역 상공까지 신속히 북상하여 조선을 위협하고 자극하고 괴롭혔다. 미국이 B-52H 장거리핵폭격기를 한반도 중부지역 상공이나 동해 상공에 출동시켜 조선을 직접적으로 위협한 도발사례를 날짜순으로 열거하면 다음과 같다.
2013년 3월 19일 2014년 2월 5일 2016년 1월 10일 2016년 9월 12일 2017년 8월 22일 2018년 5월 17일 2019년 11월 22일 2020년 6월 17일
지금까지 미국은 B-52H 장거리핵폭격기 이외에 다른 핵타격수단들도 한반도 중부지역 상공이나 동해 상공에 종종 출동시켜 조선을 직접적으로 위협해왔다. 이처럼 미국의 핵위협에 직면한 조선이 그에 대항하여 핵억지력을 갖지 않았다면, 그것이 비정상적인 일이다. 조선의 핵억지력 보유는 미국의 핵위협도발이 촉발한 필연적인 귀결이고, 누구도 시비할 수 없는 정당한 자위책이다. 이런 도발과 응전의 인과론적 현상은 중학생 수준의 인식능력으로도 알 수 있는 자명한 이치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CVID 미몽에 감염된 백악관과 청와대는 그처럼 자명한 이치를 이해하지 못하고 허튼 소리만 늘어놓고 있다.
그런데 미국의 핵정책이 2020년에 바뀌었다. 미국 국방부는 2020년부터 B-52H 장거리핵폭격기에 B61 핵폭탄을 더 이상 탑재하지 않는다고 발표했다. 그러면 B61 핵폭탄을 어디에 탑재하려는 것일까 하는 의문이 생긴다. 의문을 푸는 열쇠는 다음과 같은 보도내용에 들어있다.
2020년 4월 7일 <미국의 소리>는 미국 국가핵안보국(NNSA)이 15억6,000만 달러의 국가예산을 투입하는 핵무기현대화사업을 시작했다고 밝힌 미국 국방부의 자료를 인용해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미국 국방부는 미국군이 “적국들의 동시공격에 억지력을 발휘하려면” 대륙간탄도미사일 400발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240발을 보유해야 한다는 것이며, 새로운 핵타격수단을 더 많이 개발해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 국방부가 언급한 새로운 핵타격수단들은 다음과 같다.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을 탑재하는 신형 핵추진잠수함 신형 지상발사 대륙간탄도미사일 B-52 장거리전략폭격기를 대신할 신형 B-21 전략폭격기 전술핵탄두를 장착한 신형 장거리순항미사일 F-35 스텔스전투기
아니나 다를까, 2020년 2월 4일 미국 국방부는 W76-2 전술핵탄두가 장착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을 오하이오급 전략잠수함에 탑재했다고 발표했다. 미국 의회예산국(CBO)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미국은 2020년부터 30년 동안 핵무력증강사업에 1조2,000억 달러를 쏟아 부을 것이라고 한다.
조선에 적대적인 미국이 이처럼 핵무력증강에 박차를 가하면서 조선에 핵위협과 핵공갈을 끊임없이 가하는 판에, 백악관과 청와대는 CVID 미몽에 감염되어 비핵화 타령이나 늘어놓고 있으니 한심한 일이다. 이런 한심한 상황은 미국이 조선을 위협하는 핵공격태세를 중단하는 이성적 판단을 내릴 수 없으며, 백악관이 CVID 미몽 감염증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는 것을 말해준다.
3. 조선이 가장 중시하는 최고국가전략기관
지금으로부터 5년 전, 조선의 언론매체들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016년 3월 8일 핵무기병기화사업을 지도한 소식을 전하면서, “핵무기연구소의 과학자, 일군들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맞이하였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그날 핵무기연구소를 현지에서 지도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각이한 전술 및 전략 탄도로케트 전투부들에 핵무기를 장착하기 위한 병기화연구정형에 대한 (핵무기연구소 과학자들의) 해설을 주의 깊게 들어주시며 우리 식의 혼합장약구조로 설계제작된, 위력이 세고 소형화된 핵탄두의 구조작용원리를 료해하시였다”고 한다. 이 보도내용을 읽어보면, 각종 탄도미사일에 전술핵탄두나 전략핵탄두를 장착하는 작업이 핵무기연구소에서 진행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다시 말해서, 각종 탄도미사일에 핵탄두를 장착하는 핵무기완성작업이 핵무기연구소에서 진행되는 것이다. 그날 조선은 언론보도를 통해 조선에 핵무기연구소라는 극비기관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세상에 처음으로 알렸다.
그로부터 6개월이 지난 2016년 9월 9일 조선핵무기연구소가 성명을 발표했다. 성명에 따르면, 핵무기연구소는 새로 제작한, 표준화되고 규격화된 핵탄두의 폭발위력을 판정하기 위한 핵폭발시험을 북부핵시험장에서 단행했으며, “소형화, 경량화, 다종화된 보다 타격력이 높은 각종 핵탄두들을 마음먹은 대로 필요한 만큼 생산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 보도내용을 읽어보면, 핵무기연구소에서는 핵탄두를 탄도미사일에 장착하는 것만이 아니라, 각종 핵탄두도 제작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조선의 언론매체들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017년 9월 2일 핵무기연구소를 또 다시 지도한 소식을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핵무기연구소가 “새로 제작한 대륙간탄도미사일 전투부에 장착할 수소탄”을 살펴보면서 “핵무기연구소가 국가핵무력 완성을 위한 마감단계의 연구개발전투를 빛나게 결속하기 위한 총돌격전을 힘있게 벌려야 한다고 강조하시였다”고 한다. 이 보도내용을 읽어보면, 핵무기연구소에서 열핵탄두(수소탄)를 제작하고, 그것을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에 장착하는 작업이 진행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위에 서술한 보도내용은 조선핵무기연구소가 핵무기를 연구개발할 뿐 아니라, 시험하고, 제작하고, 생산하는 핵억지력의 중추기관이라는 사실을 말해준다. 2020년 7월 8일 미국 텔레비전방송 <CNN>은 평양시 만경대구역 원로리에 있는, 대형 건물 여러 동이 들어선 어떤 단지를 촬영한 민간위성사진을 보여주면서, 그곳이 핵탄두제조공장으로 보인다는 추측보도를 내보냈다. <CNN>이 추측한 것처럼, 민간위성사진에 나타난 그곳이 핵무기연구소인지 아닌지는 알 수 없지만, 조선이 가장 중시하는 최고국가전략기관인 핵무기연구소가 존재하는 것은 분명하다.
그런데 2018년 9월 6일 핵무기연구소의 운명을 좌우할 놀라운 사변이 일어났다. 놀라운 사변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친서담판이었다. <사진 3>
4.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세기적인 친서담판
2018년 9월 6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친서를 보냈다. 2018년 6월 초부터 2019년 1월 말까지 기간에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은 여러 차례 친서를 상호교환하면서 두 차례의 조미정상회담을 성사시켰는데,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018년 9월 6일에 보낸 친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표현을 빌리면, “역사적인 친서(historic letter)”였다.
2018년 9월 27일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당일 뉴욕에서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018년 9월 6일 자신에게 보낸 친서를 가리켜, “역사적인 친서였다. 감명 깊은, 아름다운 예술작품이다”라고 극찬했고, “김정은 위원장은 조선의 위대한 미래를 보고 있다”고 하면서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고 한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의 기자회견 발언에 따르면, 그날 기자회견에 앞서 진행된 미일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아베 신조(安倍晉三) 일본 총리에게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친서를 보여주었는데, 친서를 열람한 아베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이것은 정말로 획기적인 친서(epoch-making letter)”라고 말했다고 한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역사적인 친서”에 어떤 엄청난 내용이 담겼기에 트럼프 대통령과 아베 총리가 그처럼 놀라움을 금치 못하고, 찬사를 아끼지 않은 것일까?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역사적인 친서”에 관한 중대한 정보는, 미국의 저명한 언론인 밥 우드워드(Robert U. Woodward)의 책 ‘격노(Rage)’에서 찾아볼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드워드를 만나 대담하는 자리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친서 여러 통을 그에게 보여주었다.
우드워드의 책에 따르면, 2018년 9월 6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보낸 친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받아본 친서들 가운데서 “가장 길고 구체적인” 내용이 담긴 장문의 친서였다고 한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장문의 친서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우리는 핵무기연구소와 위성발사구역의 완전한 폐쇄, 핵물질생산시설의 불가역적 폐쇄와 같이 단계적 방식으로, 한 번에 하나씩, 의미 있는 조치를 취할 용의가 있다”고 언명했다. 조선이 가장 중시하는 최고국가전략기관들을 불가역적으로 폐쇄하는, 그야말로 상상을 초월한 엄청난 문제가 바로 그 “역사적인 친서”에 담겨있었던 것이다.
누구나 알 수 있는 것처럼, 핵무기연구소, 서해위성발사장, 녕변핵시설은 조선이 미국의 핵위협과 핵공갈에 맞서 자위적 핵억지력을 보유하는 데서 없어서는 안 될 최고국가전략기관들이다. 만일 조선이 핵무기연구소, 서해위성발사장, 녕변핵시설을 불가역적으로 폐쇄하면, 조선의 핵억지력은 유지하기 힘들게 된다. 그러므로 핵무기연구소, 서해위성발사장, 녕변핵시설을 불가역적으로 폐쇄하는 것은, 조선의 핵억지력을 사실상 포기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1970년대 중반 이후 조선이 핵무기연구소, 서해위성발사장, 녕변핵시설단지를 건설하고, 증축하고, 현대화하고, 유지관리해온 비용은 수 백 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는데,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그처럼 오랜 기간에 걸쳐 국력을 아낌없이 기울여온 3대 최고국가전략기관을 불가역적으로 폐쇄할 용의를 표명한 것이다. 이것은 오직 김정은 국무위원장만이 내릴 수 있는 결단이며, 전 세계를 진감시킬 엄청난 정치적 결정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2018년 6월 12일 싱가폴 조미정상회담 이후 고심을 거듭하면서 정상회담의 후속조치를 심사숙고한 끝에 그런 정치적 결단을 내렸다는 사실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사진 4>
그런데 우드워드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역사적인 친서”를 읽어보았으면서도, 그 친서에 담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심오하고 원대한 전략을 알 수 없었다. 8천만 민족의 운명과 국제정세를 근본적으로 바꿔놓을 대사변이 무엇인지 상상도 하지 못하는 일개 언론인이 어찌 심오하고 원대한 전략구상을 알 수 있으랴. 조선이 핵억지력을 포기하는 엄청난 대사변에 상응하여 미국이 어떤 중대한 의무를 이행해야 하는지를 우드워드는 알 수 없었던 것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조선이 핵억지력을 포기하는 것에 상응하여 미국이 이행해야 할 중대한 의무를 “역사적인 친서”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제시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역사적인 친서”에서 제시한 미국의 의무는 우리 민족의 통일국가건설을 가로막지 말라는 것이었다. 다시 말해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우리 민족의 자주적 통일국가건설과 조선의 핵억지력 포기를 맞바꾸는 거대한 정치적 결단을 내렸던 것이다.
조선이 1970년대 중반부터 장장 반세기가 넘도록 피땀을 흘려 쌓아올린 자위적 핵억지력을 포기하는 조건은 자주적 통일국가건설, 오직 그것뿐이다. 다른 조건은 있을 수 없다. 바꾸어 말하면, 조선이 반세기가 넘도록 피땀을 흘려 핵억지력을 쌓아올린 목적은 자주적 통일국가건설, 바로 그것이다! 그래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통일국가건설을 위해 조선의 핵억지력을 과감하게 포기할 세기적인 친서담판을 벌였던 것이다.
두말할 나위 없이, 통일국가건설은 미국의 핵위협과 핵공갈을 종식시키는 길이다. 통일국가건설은 민족자주와 민주주의를 완전히 실현하고, 항구적 평화를 실현하는 역사의 대변혁이다. 분단체제에서 실현될 수 없는 민족자주, 민주주의, 평화는 통일국가건설로 실현된다. 통일국가건설은 이 모든 위대한 가치들을 실현한다. 바로 이것이 역사적인 친서담판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제시한 심오하고 원대한 전략이었다.
그러나 CVID 미몽에 감염된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제시한 심오하고 원대한 전략을 이해하지 못했다. 부동산재벌총수로 살아온 졸부가 어찌 심오하고 원대한 전략을 이해할 수 있었겠는가. 트럼프 대통령은 2019년 2월 28일 하노이 조미정상회담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세기적인 결단을 외면하고, 그 회담을 결렬시켰다. 친서담판이 미국에게 주어진 천금보다 더 귀한, 마지막 기회였음을 알지 못한 백악관의 비극이었다.
주목되는 것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세기적인 담판을 두 번 다시 하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이다. 세기적인 담판은 반복되지 않으며, 오직 한 번밖에 없다. 그래서 ‘세기적인’ 담판이다. 미국이 조선적대정책을 전면적으로, 불가역적으로 폐기하기 전에는 조미협상을 절대로 재개하지 않을 것이라는 조선의 단호한 입장은 세기적인 담판이 재개되지 않을 것이라는 확정적인 사실을 말해준다.
누구나 알 수 있는 것처럼, 바이든 정부는 조선적대정책을 절대로 포기하지 않을 것이며, 완화하지도 않을 것이다. 그처럼 완악한 바이든 정부에 정면으로 맞서는 조선도 통일국가건설의 역사적 임무를 절대로 포기하지 않을 것이며, 반만년 민족사가 부여한 신성한 임무를 결코 후대에 넘겨주지 않을 것이다. 조국통일위업을 당대에 실현하려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결심은 확고하다. 조선은 CVID 미몽에 감염된 백악관의 방해와 청와대의 반대를 물리치고, 통일국가건설의 신성한 임무를 수행하려는 거국적인 투쟁에 총궐기할 것으로 예상된다. <저작권자 ⓒ 국민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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