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흥노 재미동포
역사적 ‘판문점 남북 정상선언’ (4/27/18)에 이어 두 달도 못돼 ‘싱가포르 조미 정상선언’ (6/12/18)이 발표됐다. 지구촌이 깜짝 놀라 들썩거리고 전 세계의 이목이 한반도로 쏠리기 시작했다. 특히, 해내외 우리 겨레는 너 나 할 것 없이 모두 흥분에 휩싸여 비명을 질러댔다. 한반도에 평화 번영이 찾아들고 멀지 않아 우리 민족 최대의 소원 통일도 성취될 것이라고 철석같이 굳게 믿었다. 허나 선언의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트럼프는 배신을 굳히고, 8개월도 못돼 하노이 조미정상회담이라는 요식행위를 벌여놓고 판을 뒤집어 엎어버렸다. 이제는 미국이 콩으로 메주를 쓴다해도 믿을 수 없다고들 한다. 트럼프가 왜 배신했을까? 이걸 정확히 알지 못하면 바른 처방이 마련될 수 없다.
전통적 보수우익 호전세력으로 알려진 네오콘, 전쟁상인, 다국적 기업 또는 그림자정부 (Deep State)의 높은 장벽을 트럼프가 넘지 못하고 투항했다고 보는 게 옳은 답일 것 같다. 이건 트럼프에만 국한되는 게 아니다. 전임자들 모두에 적용되는 이야기다. 억세게 말썽 많던 풍운아 트럼프는 사라지고 바이든 시대가 시작됐다. 취임 석 달만에 새대북정책이 세상에 공개됐다. 기존 남북, 조미 정상 합의들의 기초 위에 실용적이고, 단계적으로 융통성 있게 접근하도록 만들었다고 스스로 자랑한다. 하긴 그게 예쁜 보자기로 쌌으니 겉보기엔 황홀할 수 밖에. 허나 그 속을 자세히 들여다 보면 볼 수록 함정들이 보인다.
새대북정책은 우리 민족의 운명을 ‘한미동맹’에 맡기도록 돼있는 게 핵심 내용이다. 동시에 미국에 예속이 더 심화되고 조여들었다는 게 특징이다. 환언하면, 미국에 예속된 상태에서 벗어나기는 거의 불가능하게 돼 있다는 것이다. 온통 한미동맹이 겹겹으로 강화돼야 한다는 소리가 아주 요란하다. 불행하게도 우리 겨레가 그토록 외치는 한미합동훈련 취소에 대해선 일체 말이 없다. 돌이켜 보면, 1차 ‘조미정상회담’의 분위기 조성을 위해 북측은 풍계리 핵실험장을 폐기했고 동창리 미사일기지 까지 폐기 약속을 했다. 그 외에도 간첩혐의 미 시민을 석방하는 등 여러 우호적 선제 조치들을 취했다. 대국이라는 미국이 째째하게 전쟁연습 중단 조치도 취하지 못한다면…
오늘도 국내외에서 수 많은 개인 및 단체들이 온갖 수단 방법을 총동원해 한미전쟁놀이 중단 운동을 가열차게 벌이고 있다. 대표적 예로; ∆ 가장 최근 한국대학생진보연합은 “한미합동훈련은 명백한 전쟁 도발”이라며 이의 중단과 대북적대정책 폐기를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 6월 초, 임진각 방배단에서 ‘6.15민족선언대회’가 성대히 개최됐다. 1,800 여 며의 국내외 인사들과 180여 개 해내외 단체 연명의 ‘6.15 민족선언’이 낭독됐다. 이들은 한미훈련 즉각 중단을 촉구하고 남북 고위급 회담 개최도 요구했다. ∆ 해외 도처에서도 한미합동훈련 중단 촉구 운동이 ‘6.15 미국위원회’ (대표위원장: 신필영)를 비롯해 많은 해외동포 단체들이 현지에서 벌이고 있다.
‘6.15미국’은 6월3일, 한미훈련 중단 촉구 성명을 발표하고 훈련 성격이 ‘작계 5015’에 의거 선제공격과 점령통치라는 데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걸 지적했다. 이들은 코로나로 집단 대면활동이 어렵게 되자 1인시위로 전환해 오늘도 중단없이 시위를 계속하고 있다. 한편, 이들은 한미가 축소된 훈련, 방어적, 연례적, 전작권 반환 대비 등의 온갖 기만술로 전쟁놀이를 합리화 한다고 맹비난했다. ‘6.15워싱턴’ (대표위원장: 양현승 목사)도 21주년을 맞아 기념식을 갖고 김정현 여사의 ‘자주성’ 주제의 강연회를 통해 한미의 전쟁연습 중단이 대화의 전제조건이라고 역설했다. 문 대통령이 한미훈련 결정을 미루고 남의 눈치를 살피는 듯한 태도를 강하게 비판했다.
이 통일부장관은 한미훈련이 유연하게 조율돼야 한다고 했다. 자기 나라 제땅의 주인이 제땅에서 벌어질 훈련 결정권을 행사하지 못하면 그게 어디 나라인가? 미국의 눈치나 살살피는 짓은 어엿한 백성들의 긍지와 존엄에 먹칠하는 꼴이라 하겠다. 블링컨 국무는 이제 공은 평양에 가있다고 했다. 평양의 명확한 반응은 없다. 허나 대화와 대결 어떤 상황에도 만반의 준비를 갖춰야 한다고 김정은 총비서가 전원회의에서 발언했다. 8월 한미훈련이 분수령이 될 것 같다. 블링컨이 평양에 가 있다는 공은 휴전선 가시철조망에 걸려 38선을 넘지 못한 것 같다. 미국이 진정 대화 의지가 있다면 제재의 일부라도 폐기 의사를 밝히는게 순서다.
한편, 문 대통령이 트럼프의 패색이 짙어질 무렵,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 재개를 선언하지 못한 것은 스스로 자주권을 포기한 대참사로 비춰져 몹시 안타깝다. 미국이 기존 정상선언들을 존중한다고 약속한 마당에 아직도 개성공단 재개 용단을 내리지 못하는 것은 국민을 너무 실망시키는 일이다. 이번에는 바이든이 미국의 반북 네오콘의 두텁고 높은 장벽을 뛰어넘을 수 있을까? 트럼프 주변에 진을 치고 있던 보좌관들이 반북호전광들이었다는 사실과 지금의 바이든을 둘러싼 인맥들과 비교해 보자. 세계적 석학 촘스키 박사는 바이든과 트럼프를 가리켜 “그놈이 그놈”이라고 표현한다. 차이가 없다는 말이다. 차이점이 있다면 바이든 보좌진이 친일세력이라는 것이다.
평화, 정의, 자유, 민주의 상징이라고 우쭐대는 미의사당 폭동은 미국이 미개국으로 전락됐다는 걸 입증하는 결정적 사건이다. 제코가 석 자나 빠진 주제에 타의 인권, 자유, 민주에 시비를 걸고, 남의 내정에 까지 간섭하고 있다. 지구촌 사람들이 ‘제버릇 개 못준다’며 비웃는 게 하나도 이상할 게 없다. 지금은 세계적 위기다. 비상시국이다. 그런데도 미국은 신냉전을 부활시키고 세계를 편가리 줄세우기에 광분하고 있다. 미국 자신의 출혈을 감수하고 신냉전에 뛰어들었다. 이건 절박한 세계 경제 회복에 치명타를 안긴다. 지금 미국의 절체절명의 과제는 찢어지고 분열된 미국을 하나로 묶어세우는 일이다. 매일 죽이고 살리는 서부활극시대를 끝장내야 한다.
패권의식, 우월주의 근성을 버리고 ‘세계 헌병’ 노릇을 걷어치워야 한다. ‘총으로 흥한자 총으로 망한다’는 말을 세겨들어야 한다. 한편, 문 정권은 한미합동훈련 취소 결정 발표가 시급하다. ’전작권’ 이양 구실은 허구다. 주인이 제것을 돌려받는 데 무슨 평가가 필요한가. 한국은 세계 무기수입 4위다. 국방비도 북측의 40배 이상 쓰면서도 국방주권이 없다. ‘6.15 여성본부’와 여성단체들은 이미 금년초, ”한미연합군사훈련 중단 없이 남북관계 개선 불가능”이라는 성명서를 발표한 바 있다. 여성들이 옳다. 떠밀어주자! 뒤따르자! 그리고 몹쓸 전쟁놀이를 끝장내자! <저작권자 ⓒ 국민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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