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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현준의 '공간의 미래'를 생각하다

정인대 칼럼 | 기사입력 2021/07/25 [06:35]

유현준의 '공간의 미래'를 생각하다

정인대 칼럼 | 입력 : 2021/07/25 [06:35]

 



나는 유현준의 ‘공간의 미래’를 금년 4월, 출간하자 곧 읽었다. 지난 해 유현준의 다른 책 ‘공간을 위한 공간’을 읽으면서 나영석 PD의 버라이어티 쑈, ‘알쓸신잡’에서 유현준의 기억을 떠올렸던 기억이 난다. 아는 것이 많아서 경력을 들여다보니 연세대 건축과 출신에 MIT 대학원 건축설계 석사, 하버드대학 건축설계 석사학위에 2005년부터 홍대 건축과 교수로 재직하면서 스페이스컨설팅그룹 대표 건축가로 다재다능하다. 88학번이니 50대 초반으로서 일하고 공부하고 방송이나 저술 등 정열적으로 활동하기 좋은 나이다.

 

유현준은 아는 것도 많은데 건축이외의 잡다한 지식도 많다. 지난해 4월의 ‘공간을 위한 공간’은 문화와 관련된 책이었다. 건축을 바탕으로 하여 문화의 진화를 이야기하면서 지리적, 기후적, 환경의 제약은 다양한 지역특성의 생활양식과 문화를 창조한다는 내용이었다. 그리고 건축물은 그런 문화를 바탕으로 만든 물리적 결정체라면서 건축물의 형식과 모양을 보면 만든 사람의 생각과 문화를 유추할 수 있다고 한다. 이번에 읽게 된 ‘공간의 미래’는 ‘코로나가 가속화시킨 공간변화’ 라는 작은 제목이 함께 붙어 있다. 그러고 보니 코로나 시대에 살면서 공간 작업이 어떻게 변화를 보이는가 하는 점을 풀어나가는 것이라 지레 짐작하였다. 유현준 작가의 책 2권은 모두 을유문화사에서 출간했다. 다른 책은 어디에서 출간했는지 확인하지 않았지만 지금 열거한 두 권의 책은 모두 해방과 함께 시작하여 어언 76년째를 맞는 명망있는 출판사에서 나왔으니 더 품격이 있어 보인다.

 

저자는 서문에서 ‘전염병은 공간을 바꾸고, 공간은 사회를 바꾼다‘고 했다. 그리고 “코로나는 지구 온난화에 의해 만들어진 현상으로, 박쥐의 경우 바이러스와 공존하는 전략을 취하는데 그러다보니 몸안에 여러 종류의 바이러스를 품고 살아가게 된다면서 그러나 박쥐는 주로 기온이 높은 더운 지방에서 서식하는데 지구 온난화가 진행되면서 열대 기후 지역의 박쥐들이 기온이 상승하는 온대지역, 인간의 생활공간으로 이동해 오면서 인간과 박쥐가 만나고 그 결과 코로나 바이러스가 인간 세계로 전화되었다”는 최재천 교수의 말을 인용했다.

 

인간은 항상 변화하는 세상을 예측하고 미래를 알기 위해 노력한다면서 정확한 예측만이 생존 확률을 높여 주기 때문이라고 했다. 21세기에도 살아남으려고 집값과 주가를 예측하려고 노력하고 있으며 코로나 이후 세상이 어떻게 바뀔지 궁금해 하는 것도 그래야 살아남을 수 있기 때문이라 했다. 저자는 그래서 건축학자로서 앞으로의 공간이 어떻게 바뀔지 예측해 보려고 시도하는데 이 책은 그 추측의 산물이라고 밝혔다.

 

책은 총 11개의 장으로 나뉘는데 각 장의 주제는 다양하다. 아파트로서 주거공간, 종교 기관으로서 교회, 교육의 장소인 학교, 변하는 직장, 전염병에 민감한 도시, 공간 구조의 변화, 그린벨트, 상업시설, 청년주택, 국토의 균형발전, 사회적 가치 창출 등 당장 우리 사회에서 자주 논란이 되는 민감한 사안과 현실에서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문제점을 다루었다. 이는 단순한 이론이라기보다는 다양한 경험을 바탕으로 나온 현명한 방안이라 할 수 있다. 그의 별명이 ‘셜록 현준’인 것처럼...

 

1장 ‘마당같은 발코니가 있는 아파트‘에서 중산층 집이 코로나 사태가 발생하자 85제곱미터 아파트가 재택근무나 원격수업으로 가족들이 집안에 갇히게 되고 집안의 인구밀도가 155% 늘어나게 된다. 기존의 집이 감당해야 할 용량이 초과되어 사용자가 불편을 느끼고 큰 집을 찾게 되는데 경제적으로 어려운 일이라고 했다. 그러므로 집안의 공간을 변경하거나 분리하는데 소비와 행동의 개인화와 기술적인 발전은 공간의 의미를 바꾼다고 말한다.

 

2장 ‘종교의 위기와 기회’에서 저자는, 교회만큼 공간과 권력의 메커니즘을 잘 보여주는 분야는 없다고 말한다. 코로나로 가장 영향을 받는 분야 중 하나가 종교라면서 기독교같이 일주일에 한 번 이상 모이는 종교단체가 많은 영향을 받을 것이라 했다. 종교는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믿게 하기 위해 눈에 보이는 공간을 많이 이용했다면서 최초의 종교적 공간이라 할 수 있는 곳은 벽화가 그려진 동굴이라 했다.

 

종교 행위의 시공간적 측면에서 기독교는 집단적인 종교, 불교는 개인적인 종교로 볼 수 있으며 불교는 대부분 산속에 있고 기독교는 가까운 도심 속 상가에 있어서 접근성 면에서 우위를 차지하며 강한 경쟁력을 가진다고 했다. 같은 시간에 같은 장소에 모여서 같은 곳을 바라보게 되면 권력만 생기는 것이 아니라 공동체 의식이 강해지는데 일반적으로 권력은 예식과 규율을 강조하는 것으로 이는 근본적으로 시간과 공간에 제약을 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3장 ‘천 명의 학생 천 개의 교육과정’에서 저자는, 근대적 개념의 학교는 ‘최소한의 교사로 최대한의 학생들을 가르친다’는 산업화의 효율성에 기초하여 한 교실에 다수의 학생을 모아 놓고 한 명의 교사가 가르치는 공간 구조로 되어 있다고 말한다. 이러한 다수의 학교는 전염병의 시대에는 위험한 공간이기에 온라인 수업이라는 해결책을 채택하는데 온라인 수업의 비중이 늘어나면서 학생들에게 대면 대인 관계와 공동체 훈련의 경험을 어떻게 줄 수 있을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고 말한다.

 

조직의 규모가 커지면 집단의 세력이 커지는데 동문이란 말이 강한 집단의식을 만든다면서 그 폐단은 우리 사회 곳곳에 있기에 학교 규모를 유지하는데 반대하는 모습이다. 그리고 전염병에 강한 학교를 만들려면 학교를 더 잘게 쪼갤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특히 온라인 수업을 할 경우 맞벌이 부부의 자녀인 경우, 집에서 홀로 지내면서 학업 성취도 저하를 비롯한 여러 가지 사회적 문제가 대두되는데 부모의 경제력과 자녀들의 교육성과가 연결되면 사회 계층의 고착화가 야기된다고 경고한다.

 

4장 ‘출근은 계속 할 것인가’에서 저자는, 코로나 사태로 재택근무가 시작되었다면서 가능해진 것은 일의 많은 부분이 실제 공간에서 가상공간으로 이동했기 때문이라 하였다. 농업혁명으로 일자리는 숲에서 풀이 자라는 땅으로 바뀌었고 산업혁명으로 땅에서 실내공장으로, 정보화 사회가 되자 일자리는 사무실로 옮겨졌는데 지금은 사무실에서 가상공간으로 옮겨지고 있다고 말한다. 인간은 자기 자리를 가질 때 심리적 안정감이 생기는데 당연한 본능이라면서 ‘인간이 종교를 믿고 각종 규범을 만드는 것도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함’이라는 유발 하라리의 말을 인용했다. 천장고가 높으면 창의력은 커지고 좁은 공간은 집중력이 높아진다면서 각 업종마다 회사 출근과 재택근무의 비율, 사무실 내에서는 개인 공간과 공공 공간, 창의적인 공간과 집중력을 높이는 공간의 황금비율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5장 ‘전염병은 도시를 해체시킬까’에서 저자는 코로나 사태로 도시 해체에 대한 질문을 많이 받는다며, 해체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별다른 이유는 없는데 인류 역사를 보면 그렇다면서 과거 5천년 인류 문명과 도시의 역사를 보면 전염병이 없었던 시기가 없었고 가끔은 도시가 사라지기도 했다고 말한다. 그러나 지금은 전 세계 인구의 절반 이상이 도시에 살고 있다고 한다. 도시와 전염병의 상관관계를 보면, 빗방울에 의한 발포현상으로 땅에 있던 바이러스는 에어로졸의 형태로 공기 속에 포함되어 이동이 쉽다면서 이 에어로졸이 감염병의 위험을 증가시킨다고 한다. 기후대에 따라 도시가 형성되는데 최초의 도시는 건조 기후대에서 만들어졌다며 건조 기후대는 전염병에 가장 강한 조건이라 했다.

 

6장, ‘지상에 공원을 만들어 줄 자율 주행 지하 물류 터널’이라는 긴 제목의 글에서 저자는, 우리나라 계층 간 갈등의 일정 부분은 잘못 디자인된 공간 구조 때문이라 한다. 소셜 믹스와 재건축에 있어서 좋은 정책이 실패하는 이유는 인간이 기본적으로 이기적이고 선하지 않은 부분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며 인간의 이기성 때문에 소셜 믹스는 상대방의 배경이 어떤지 모르는 ‘익명성’상태에서 이루어져야 한다고 했다. 그리고 도시 공간 속에서 익명성의 소셜 믹스를 가능하게 해 주는 장소가 공원, 벤치, 도서관인데, 공짜로 머물 수 있는 공간에서 공통의 추억을 만들면 소셜 믹스가 된다고 주장한다. 도시 재생과 재건축은 바둑과 같아 몇 수 앞을 내다보고 어디에 돌을 두느냐가 승부를 결정한다면서 지금의 재건축 정책은 개발업자에게 아예 바둑을 안 두게 만들고 있다고 지적한다. 가장 좋은 시스템은 인간의 이기심을 이용해 좋은 세상을 만드는 것이라 했다.

 

7장, ‘그린벨트 보존과 남북통일을 위한 엣지시티’라는 글에서 저자는, 그린벨트의 역사를 소개하고 LA와 뉴욕의 사례를 들었다. 우리나라의 도시화 비율은 91%인데 현재 전 세계에서 도시화가 90% 이상인 나라는 싱가포르, 홍콩, 한국뿐이라고 말한다. LH공사는 그동안 농지로 된 땅을 택지로 개발하는 업무, 지난 50년간 녹지를 택지로 만드는 일을 해왔는데 이제는 반대로 택지를 녹지로 만드는 일을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름만 그린벨트이지 비닐하우스와 무허가 건축물이 난립하므로 제 역할을 못하고 있으니 그린벨트를 풀자고 주장하는 사람들의 말도 일리는 있다면서 이름뿐인 그린벨트를 제대로 된 그린으로 회복하는 일이 필요하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8장, ‘상업시설의 위기와 진화’에서 저자는, 코로나 사태로 야기된 디즈니의 위기를 사례로 내세우면서 오프라인 매장의 소멸에 대한 고민을 언급하고 있다. 쇼핑센터가 새로운 공간이라는 차별화 포인트로 재래식 시장의 손님을 빼앗아 갔듯이, 온라인 쇼핑도 새로운 공간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쇼핑센터의 소비자를 빼앗아 갔다고 지적했다. 이렇게 계속해서 소비자를 온라인 공간으로 빼앗기는 상황에서 오프라인 상업 공간이 살아남는 길은 오프라인만의 공간적 경험을 주는 방법밖에 없다고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 상업공간의 차이,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장단점을 설명하면서 온라인은 짧은 시간에 다양한 물건을 볼 수 있어 중산층이 선호하는 장점이 있지만 반면, 오프라인은 시간 여유가 있는 부유층이 오프라인 백화점 쇼핑을 선호하는데 ‘다른 사람을 볼 수 있다’는 점이라 했다. 전통 오프라인 상업시설의 돌파구는 ‘물건을 사는 것 이외의 경험을 제공해 주자‘이며 그것은 사람 구경을 할 수 있는 사치스러운 오프라인 공간의 체험이라고 한다. 최근 롯데백화점 본점은 전체 연면적에서 명품 매장의 비중을 현재 20%에서 48%로 높이는 리모델링을 진행중이라고 밝혔는데, 아마도 시간 많고 구경을 좋아하는 부유층 명품족을 유치하기 위한 전략이라 할 수 있다.

 

9장, ‘청년의 집은 어디에 있는가’에서 저자는, 청년들의 주거문제로 ‘소유냐 공유냐’를 이슈로 삼았다. 사회계층의 문제는 모든 국가의 보편적 문제라면서 경제적으로 어려운 사람이 많아지고 사회가 제대로 된 비전을 제시해 주지 못할 때, 홍길동의 캐릭터가 탄생한다고 했다. 그리고 나눠 주는 자가 권력을 갖게 된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된다며 의미있는 발언을 한다. 저자는 월세로 사는 것은 내 부동산 자산이 만들어지는 것이 아닌, 내 노동의 대가가 사라지는 것을 말한다면서 대신 그 돈은 부동산을 소유한 누군가의 자산으로 축적된다고 했다. 월세는 21세기에 존재하는 새로운 형태의 소작농이라면서 임대주택에서 월세를 살면서 돈을 모아 나중에 집을 사려고 해도 문제는 집값이 계속 올라가는 것이라 했다.

 

따라서 정상적인 경제상황에서 건강한 중산층을 더 많이 만들기 위해서는 청년에게 임대주택을 공급하는 대신 부족하더라도 가급적 빨리 주택을 소유할 수 있게 해 줘야 한다고 주장한다. 건강한 사회는 집을 소유하려는 의지가 강한 사람들에게 집을 소유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주는 사회라고 말하며 싱가포르의 주택 정책을 설명하고 칠레의 저소득층을 위한 주택 분양방안을 사례로 들었다. 저소득층은 돈이 없어 비싼 집을 살 수 없으므로 그런 사람들을 위해 집을 절반만 지어서 분양하는 방식인데, 이렇게 해서 집을 마련한 사람들은 입주후 돈을 벌면서 점점 자신의 집을 완성해 나간다는 내용이다.

 

10장, ‘국토 균형 발전을 만드는 방법‘에서 저자는, 우리나라가 외국과 다른 점은 가치판단의 기준이라 했다. 한국은 아파트라는 주거의 획일화로 가치판단이 정량화된 지표로 나온다면서 외국은 정성적 기준을 제시한다고 말한다. 가치관의 차이는 라이프 스타일이 전체주의적이라 부를 만큼 획일화되어 있기 때문이라 했다. 우리나라처럼 정량적 가치관으로 행복을 측정하는 나라에서는 극소수의 사람만이 행복할 수 있다고 말한다. 집의 모양이 똑같은 아파트 형태이니 화폐화되고 있다면서 거액의 자기앞 수표와도 같다고 말한다. 나만의 라이프 스타일을 찾을 수 없는 사회이고, 사람의 성향은 다른데 모든 사람이 하나의 라이프 스타일에 끼워 맞춰서 살아야 하기 때문에 불행한 사람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 것이 우리 현실이라 말한다.

 

저자는 서울 한강의 전망과 뉴욕 허드슨강 전망을 비교하면서 맨해튼의 강변 풍경이 멋있는 이유는 다양성이 만드는 적절한 불규칙성을 보여 주기 때문인데 잠실 아파트 단지가 아름답지 않은 이유는 하나의 설계 사무소가 수천 세대의 아파트 단지를 천편일률적으로 설계했기 때문이라 했다. 저층과 고층의 특색을 유지하고 장점이 있는 디자인의 다양성을 추구해야 할 것이라 말한다. 다양성이 없는 것은 아파트 디자인만의 문제는 아니라면서 새롭게 만들어지는 도시 전체가 가지고 있는 문제이기도 하다고 강조한다. 강남 개발 이후에 만들어진 분당, 판교, 일산, 세종, 송도 등이 거의 모두 비슷한 모양을 띄고 있어서 사진상으로는 구분이 되지 않는것도 다양성 부족에서 기인한다고 지적한다.

 

지방에서 만들어지는 신도시들은 모두 강남을 롤 모델로 하는데 지방 도시는 강남의 짝퉁이 돼 버리고 거기서 돈을 번 사람들은 오리지널인 강남 아파트를 더 사고 싶게 되는 것이라면서 서울의 집중화는 결국 지방의 개성이 없어진 탓도 있음을 언급한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은 다양성에 있다면서 서울은 뉴욕, 세종시는 샌프란시스코 같은 도시로 만들었어야 한다고 일갈했다. 좁은 땅이지만 도시 간 디자인인 완전히 다른 사례로 이탈리아 도시국가들의 경우를 말하면서 로마와 피렌체 그리고 베네치아는 완전히 다른 도시라고 말한다. 이유는 하나로 통일된 건축 법규가 없어서 이며 도시가 자생적으로 만들어지던 시절이었기에 가능했다고 말한다. 그리고 이같은 다양성을 죽이는 우리나라의 심의와 자문이라는 제도 역시 사라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지막 11장, ‘공간으로 사회적 가치 창출하기’에서 저자는, 건축은 창의적인 디자인으로 사회적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면서 건축가라면 갈등이 있는 곳에 창의적 디자인을 통해서 갈등을 화합으로 이끌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그리고 자신의 몇가지 디자인 사례를 소개한다. 세종시 산성교회를 첫 사례로 들면서 지역 사회에 공헌하는 열린 교회의 특성을 연출했으며 두 번째로는 오피스 빌딩 사옥을 언급했다. 오피스 건물은 발코니가 없는데 이 건물에는 도로에 접한 입면 전체에 발코니를 만들어 내부 사용자들이 쉽게 야외 공간에 나가서 쉴 수 있고 거리의 사람들은 건물의 발코니를 보면서 즐거워할 것이라 했다.

 

세 번째로는 바닷가에 있는 카페를 예로 들었는데, 아름다운 바다 풍경을 볼 수 있는 실내 카페 면적을 최대한으로 키우기 위해 건물을 배치하면 뒷골목을 지나는 행인의 입장에서는 건물이 바다 풍경을 가로막는 병풍이 되어 이를 해소하기 위해 건물을 분동, 건물과 건물 사이에 빈공간이 나오게 했고 여러 개의 건물로 분동하여 다른 위치에서 각기 다른 풍경을 보게 하는 것은 손님들의 재방문을 유도하는 것이라 했다. 그래서 이 건물은 누구나 오갈 수 있고 뒷골목의 행인도 바다 경치를 볼 수 있는 사회적 가치를 갖는 건물로 탄생했다고 말한다. 건축은 디자인으로 쉽게 사회적 가치를 만들 수 있는 분야라면서 모두의 이익이 되는 것이라 했다.

 

이 책의 닫는 글, ‘기후 변화와 전염병, 새로운 시대를 만들 기회’라는 제목에서 저자는 가장 사랑하는 것이 세상을 보는 기준이라 했다. 요즘 출간되는 책의 판형이 작아지는 이유는 스마트폰의 영향이라면서 스마트폰이 세상을 보는 기준이 되어간다고 말한다. 코로나 19라는 전염병이 돌면서 ‘밖은 위험하다’라는 생각이 자리 잡으며 안전한 공간으로 내 집과 내 차 안이 되었다면서 내 집이 아닌 집을 꾸며야 하니 그림을 사서 거는 소비가 늘었는데 인테리어 대신 그림으로 장식하게 된 것을 말한다. 결국 전염병은 여러 가지로 우리 삶의 공간을 바꿨는데 바뀐 공간으로 우리의 생각도 바뀌게 된다고 말한다.

 

한 사회의 규모가 커질수록 그 사회를 받치는 뼈대가 튼튼해져야 하는데 우리는 지금 그 뼈대가 붕괴되는 것을 목격한다고 했다. 대한민국의 출산율은 세계 최저치인데 사회에서 경쟁이 심하고, 집값은 비싸고 계층간의 이동도 어려운 상황이 저출산의 결과를 만들고 있다고 했다. 기술이 발전해서 공간이 확장되면 지역 사회간의 충돌이 있는데 이데올로기 이념이 생겨나 전쟁이 발생한다고 했다. 인류사의 큰 변화나 갈등은 기술 발전으로 인한 시공간의 변화가 기존 사회와 충돌했을 때 일어난다면서 팬데믹 현상은 기존의 사회를 지탱하는 뼈대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넘었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한다.

 

사회에는 항상 개혁이 필요하다고 말하면서 웬만해서는 개혁적인 변화가 성취되지 않는다고 했다. 그 이유는 기존의 기득권 세력들이 저항하기 때문이라 했다. 그리고 우리나라 경제가 발전하고 사회의 계층 간 이동 사다리를 만들려면 새로운 공간을 만들어야 한다면서 오프라인 세상에서 새로운 공간은 만남의 밀도가 높아지면서 동시에 전염병에 강한 도시 공간이라 했다. 코로나로 인해서 전 세계 모든 국가와 사회는 새로운 미래를 만들 출발선상에 섰다며 과거의 공간 모델로는 다가올 미래를 준비할 수 없다면서 새로운 모델이 필요하며 역사를 모르는 사람에게는 미래가 없지만 역사만 이야기하는 사람에게도 미래는 없다고 말한다. 코로나라는 위기는 그런 기회를 제공하고 있는데 미래는 창조하는 것으로서 우리가 만드는 오늘의 선택이 모여서 만들어진다고 했다.

 

저자 유현준은 건축가 이지만 다양한 문화와 문명, 이념과 사상 그리고 자신만의 철학을 견지하면서 한편으로는 자신의 건축물에 부여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한마디로 개념있는 건축가로서 그리고 교수로서 공부하고 연구하는 자세가 멋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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