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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 대통령의 서거 12주기를 기리며

신재중 칼럼 | 기사입력 2021/08/12 [00:08]

김대중 대통령의 서거 12주기를 기리며

신재중 칼럼 | 입력 : 2021/08/12 [00:08]

 

 

 

 

그립다!

 

올 해는 김대중 대통령께서 하늘나라로 떠나신지 12년째가 되는 해이다. 세월이 너무 빨리 지나가 버린 것 같은 아쉬움을 해 년마다 느껴 왔지만, 올 해는 유난히도 김대중 대통령이 그립고 보고파지는 건, 무슨 이유 때문일까.

 

아마도 나라가 혼란스럽고, 이 나라를 책임지고 이끌어 가는 대통령과 정치인들이 제 역할을 못하고 있기에, 대통령다운 대통령이 더욱 그리워지는 건 아닐까 싶다. 그러한 마음은 필자만이 아닌, 코로나로 인해 삶의 희망을 잃어버린 모든 국민들의 한결 같은 마음일 것이다.

 

1997년은 우리나라가 두 번 다시 겪고 싶지 않는 최악의 위기가 몰아치던 해였다. 국제통화기금 IMF로부터 대한민국이 부도상태라는 최후통첩을 받게 되는 외환위기를 맞은 것이다. 나라가 한 순간에 망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가장 실감나게 보여 준 대사건이었다.

 

그 위기 속에서 역사적인 큰 획을 그은 인물은 바로 김대중 대통령이었다.

 

▲ 신재중 전 청와대 관저 비서관     ©김환태

대통령 당선과 동시에 나라의 창고가 거덜 나고, 빚더미에 앉아 대혼란에 빠져 있는 나라를 맡으면서, 불안에 떨고 있는 국민들을 향해 김대중 대통령이 가장 먼저 던진 첫 메시지는 "사랑하고 존경하는 국민여러분"으로 시작되는 대국민 담화에서, 나라의 사정을 솔직하게 고백하고, 그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뼈를 깎는 심정으로 고난을 함께 해 주어야 한다는 간절한 마음을 전 국민에게 전했다.

 

그리고 세계화 질서에 따라 거부할 수도 없고, 피해 갈 수도 없는 구조조정과 기업들의 통폐합으로 인한 실직자들의 아픔과 고통을 최소화 시키고자, 전 국민에게 고통분담을 호소했다.

 

그러한 김대중 대통령의 솔직함과 진정성에, 온 국민은 어려움을 함께 극복해보고자 집안 구석구석에서 돌 반지와 패물들을 찾아내어, 자발적으로 금모으기 운동을 전개 하였으며, 무너져 가는 나라의 현실을 직시하고, 기꺼이 고통분담에 동참했었다.

 

그런 국민들의 응원과 성원에 힘입어 김대중 대통령은 80세 노구의 몸을 아낌없이 내 던지며, 전 세계를 무대로 텅 비어있는 나라의 곳간을 채우고자 세일즈 외교에 혼신의 힘을 다 했던 것이다.

 

그것은 국민의 대표이자 국가의 통수권자인 대통령에게 맡겨진 당연한 책무이자 의무였기에, 뿌리째 흔들리며 무너져 가는 이 나라의 기둥을 붙잡고 안간 힘을 쓰며 애를 쓰셨던 것이다.

 

그 결과 전 국민을 한 마음 한 뜻으로 모아 쓰러져 가는 이 나라를 불과 1년 반 만에 다시 일으켜 세웠으며, 세계만방에 대한민국의 강인함과 국민들의 단결된 힘을 보여줌으로써, 나라의 국격과 위상을 크게 높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게 되었던 것이다.

 

그러한 김대중 대통령의 준비된 리더십과 국민들의 저력을 바탕으로 우리는 지금, 세계 최첨단의 정보화 시대를 선도하게 되었고, 세계 제1의 반도체 국가의 명성과 세계 최고의 문화대국으로 우뚝 서 있을 수가 있는 것이다.

 

김대중 대통령은 국난을 극복하는데 있어서는 여.야가 따로 없었으며, 내편 네 편이 없었고, 진보.보수가 따로 없었다. 오직 나라와 국민을 위한 결기와 결단만이 있었다. 그리고 그 결단을 과감하게 행동으로 보여 줌으로써, 대통령 스스로가 행동하는 양심이 되었던 것이다.

 

이러한 국가의 대혼란과 국민들의 무너진 삶을 담보했던 외환위기의 악몽에 빠져 있던 이 나라를, 다시 건강한 대한민국으로 회복시키게 된 김대중 대통령이 보여 준 최고의 키워드는 바로, 용서와 화해를 통한 전 국민의 통합에 있었다.

 

그 통합을 위해 김대중 대통령은 자신을 죽음으로 몰아갔던 박정희와 전두환을 조건없이 용서하였으며, 그 추종 세력들에게도 손을 내밀어 화해를 주도하였다.

 

그리고 그 세력 안에서도 실력자들을 발굴하여, 국가를 위해 헌신 할 수 있는 기회를 줌으로써, 지난 과오에 대한 전 국민적 타협을 이끌어 내었던 것이다.

 

김대중 대통령의 국정인사 역시도 좌.우가 없었고, 내편 네편이 없었으며, 원칙과 철학이 있는 대통령으로서의 준비된 인사를 하였던 것이다.

 

지금의 인사청문회도 군사.독재정권 시절, 대통령 곁에 포진하고 있는 내 사람만을 위한 인사로 인해 나라가 위태롭게 되어 간다는 걸 몸소 체험을 하였기에, 김대중 대통령은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인사를 위해, 처음으로 주요 공직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도입해서 국회의 동의를 구했던 것이다.

 

그런데 그 인사청문회가 문재인 정부에서는 무용지물이 되어, 헌 신짝 취급받으며 휴지통에 버려졌다는 사실이, 하늘나라에 계신 김대중 대통령을 얼마나 슬프고 안타깝게 하는지 아무도 모를 것이다.

 

국회 인사청문회를 무시한 문재인 대통령의 내 사람만을 위한 고집스러운 인사는 집권 4년만에 무려 33명이나 되었고, 그 기록은 군사.독재정권에서도 보지 못했던 가히 무법의 인사라는 평을 받고 있다. 인사가 만사가 아닌, 망사가 되어 버린 것이다. 실력과 전문성을 갖추지 못한 대통령의 무원칙 인사는 나라를 병들게 하고 국민을 고통스럽게 한다는 걸 우리는 직접 경험을 하고 있는 것이다.

 

5200만 전 국민과 김대중 대통령이 각고의 노력으로 어렵고 힘들게 세워놨던 이 나라를 문재인 정부의 지난 4년은 외환위기 못지 않는 국가의 대위기인 정치적 IMF와 코로나 펜데믹에 대한 미숙한 대처로 인해, 국민들의 생명이 위태롭게 되었고, 처참할대로 처참해진 국민들의 빈곤해져 버린 삶은 세계가 비웃는 대상이 되었으며, 세계 경제대국이었던 대한민국이 이제는 위태로운 소한민국으로 전락해 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때만 되면 문재인 대통령과 집권여당의 차기 대선후보들은 수시로 김대중 대통령의 정신과 정치철학을 계승해 왔고 또한 발전시키겠다고 수시로 입을 모으고 있다.

 

말로는 계승.발전이지만 실제로는 김대중 대통령의 정신이 무엇이고 정치철학이 무엇인지를 모르고 있거나, 모른 척 하고 있을뿐더러, 스스로가 능력이 안 되기 때문에 행동으로는 뒷받침이 안 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김대중 대통령께서 수시로 강조하셨던 행동하는 양심이 아닌, 행동하지 하지 않는 양심이 되어, 스스로가 악의 편이 되어 버렸다는 것이다.

 

또한 정치인은 “무엇이 될 것인가” 보다는 “무엇을 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고 가르침을 주었다. 댓글 조작까지 해 가면서 오로지 대통령만 되려고 하지 말고, 대통령이 되어서 국가와 국민을 위해 과연, 무엇을 할 것인가를 얘기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 우리 눈앞에 보이는 대통령 후보 중에는 친 형수에게 듣기에도 민망한 쌍욕을 한 인면수심의 후보가 있는가 하면, 그 욕부터 먼저 배워야 한다며 욕쟁이 연예인까지 동원하여 특급 과외까지 받고 있는 후보가 있다니, 그저 한심하기 짝이 없는 것이다.

 

이런 대통령후보들의 면면을 하나하나 짚어 보자니, 필자로서는 도저히 입 밖에 내기조차 창피하고, 혹시 어린 학생들이 배울까봐 두렵기만 해서, 그 추악한 모습들을 낱낱이 꺼내 보고 싶지만, 필자 스스로가 더 이상의 나열을 포기 한다.

 

언제부터 대한민국 대통령이 되기 위한 조건이 이렇게 질이 떨어지고 철학은 찾아 볼 수도 없는 보잘 것 없는 조건들로 가득 차게 되었는지를, 우리는 심각하게 생각을 해야 하고, 또한 뒤돌아보고 반성해야 할 것이다.

 

장담 컨데 다가오는 8월18일 김대중 대통령의 서거 12주기를 기해서, 집권여당의 대통령후보들의 입에서 나오게 될, 뻔뻔하고 낯 뜨거운 발언들이 벌써부터 필자의 뇌리를 스친다.

 

그리고 자신들의 정치활동이 김대중 대통령의 정신과 함께 하고 있다는 착각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하늘나라에 계신 김대중 대통령을 지저분한 정치판에 또 다시 강제로 소환하여, 헐값에 팔아먹게 될 것이다.

 

하지만 세상이 변했다는 걸 모를 것이다. 국민들은 비록, 삶은 어렵고 힘들게 되었지만, 정치인들을 바라보는 눈은 더 밝아졌다는 사실이다. 이러한 국민들의 수준 높은 의식으로 인해, 그나마 이 나라에 희망이 있음에 감사할 뿐이다.

 

그리고 이번 기회에 명확하게 밝혀 주고자 한다. 김대중 대통령의 서거 전의 신분은 권력을 잡기 위해 싸울 수밖에 없는 어떤 한 정당의 총수가 아닌, 생을 마치는 그 순간까지 지역화합과 국민대통합을 간절히 바라고 원했던 전 국민의 대통령이었다는 사실을 정치 장사꾼들은 확실히 알고 있어야 할 것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적폐청산의 미명 아래 갈등과 분열로 얼룩져 버린 이 나라의 현실을 바라보며, 안타까움에 홀로 눈물 흘리고 계실 김대중 대통령을 생각하면 가슴이 저려 오지만, 그래도 미래의 주인공이자 희망이 되는 젊은이들에게 김대중 대통령의 정신과 가치를 유산으로 남겨 주기 위해 끊임없는 노력을 하고 있는 김대중 대통령의 적자가 반드시 우리 앞에 나타나리라 믿는다.

 

마지막으로, 필자는 조용하고 차분한 마음으로 김대중 대통령님의 서거 12 주기를 기리며, 내 사람이 먼저가 아닌 이 나라의 주권자인 국민이 먼저가 되는 그런 정상적인 나라로 하루 빨리 만들어 갈 수 있기를 기도하는 심정으로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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