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흥노 재미동포
‘한미동맹’이라는 멍에를 박차고 ‘민족동맹’을 만들자!
우리는 어김없이 광복 76주년을 맞이했다. 바로 광복의 날에 나라와 민족이 분단됐으니 분단 76주년이기도 하다. 남한은 군사주권이 없을 뿐만 아니라 자주권을 행사하지 못하니 엄격하게 말해 자주국가라고 보기 어렵다는 게 일반적 견해다. 한편, 북한은 자주국이라고 평가되지만 적대정책을 조금도 굽히지 않는 미국과 70년 넘게 대결을 벌이니 이 또한 적은 문제가 아니다. 사실, 우리 민족이 겪는 불행과 고통은 ‘분단’에서 출발됐다. 이 ‘분단’은 우리 민족의 뜻과는 정반대로 외세가 자기 이익을 위해 강제로 들씌운 ‘멍에’다.
하필이면 미완성의 광복절을 맞는 날, 미국이 세운 아프칸 정권이 속절없이 무너지는 광경을 목격하게 됐다. 20년 전, 미국에 의해 축출됐던 탈레반이 재집권하고 패배한 미군은 봇짐을 싸들고 귀국선에 올라타기가 바빴다. 제정신을 가진 우리 동포라면 아프칸 전쟁의 승자와 패자를 보고 우리도 민족의 소원, 완전한 광복을 성취해야 되고, 또 할 수 있다는 결연한 각오를 어찌 다지지 않을 수 있겠나! 둘이 하나가 되면 세상에 부러울 게 없고, 안 되는 게 없고, 아무도 넘보지 못 할 거라는 확신이 요동치는 걸 어쩌나.
아프칸 사태에 대한 평가는 다양하다. 대표적인 예를 들면 두 개의 상반된 평가로 압축될 수 있다; ∆우리가 사는 길은 오로지 한미동맹이고, 이를 더 강화 발전하는 게 절실하다는 주장을 한다. 주로 보수우익들이 입만 열었다 하면 주술처럼 외우는 소리다. 이에 반해 ∆외세를 몰아내고 자기의 운명을 스스로 결정하는 민족이 결국 승리한다며는 무엇 보다 자주성 확립이 가장 절박하게 요구된다고 한다. 자주와 주권을 상실하면 예속될 수 밖에 없고 끝내 나라가 망하게 돼 있다고 설파한다.
그런데 애초에 미국 주도의 아프칸 침략은 국제법이나 도덕적 견지에서 불법이고 정당화 될 수 없다는 주장이 최근에 설득력을 얻고 있다. ‘9.11 사건’의 핵심 인물인 빈 라덴이 파키스탄에서 사살됐으면 미국의 임무는 완성된 것이기에 즉시 아프칸 화합 평화에 나서면서 동시에 아프칸에서 명예롭게 철군했어야 옳았다는 주장이 제기돼서 눈길을 끈다. 한편, 미국이 9.11의 교훈을 터득하지 못한 것도 문제지만, 알카에다를 일망타진 했으면 다국적군이 바로 철군했어야 위신이 덜 손상됐을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축출됐던 탈레반이 아프칸을 재탈환하던 날, 워싱턴 포스트 기고가 마크 티센이 트위터에 “한국도 미군 도움 없으면 아프칸 꼴”이라는 제목의 글을 실었다. 과거 호전광 부시의 연설문 작성자 답게 더럽게도 모욕적 저주의 글을 올려서 도저히 울분을 삭일 수가 없다. 티센의 아프칸 철수 비판을 시비하고 싶진 않지만, 미군이 있어서 북의 적화통일을 막는다는 궤변은 시비를 넘어 융단폭격 꺼리다. 이건 전형적 미국 지배계층의 사고방식으로 남북 이간질로 싸움을 붙이고 미군의 영구 주둔을 합리화 하자는 수작이다.
한편, 서울의 <조선일보> (8/18)는 사설을 통해 “아프칸 떠나는 미국을 보며 한국 처지를 생각한다”는 제하의 글을 실었다. 사설은 미국과 우호 관계가 필수라면서 한미동맹을 강조하고 있다. 쿼드와 미국의 대중수출규제 등에 협력 않으면서 북한의 위협만 막아달라는 게 한국의 애매한 입장이라면서 미국에 협조가 필수라는 걸 강조하고 있다. 북의 위협을 막기 위해 미군이 존재하는 게 아니라 자기 이익 때문이라는 건 세 살배기도 안다. 미군이 없다면 북의 위협도 없을 것이고 더 평화로울 터인데…
많은 한국의 보수우익들은 월남 패망과 같이 미군 철수가 화를 불렀다고 주장한다. 심지어 이들은 미국이 자기 이익을 위해 월남과 아프칸을 버렸듯이 한국도 헌신짝 처럼 버릴 수 있다고 우려한다. 실제로 미군을 위해 일했던 아프칸인들이 자기들을 버리고 미군이 떠나버렸다고 배신감을 느낀다는 보도가 계속 나오고 있다. 그렇다면 미국을 믿어선 안 된다는 걸 알면서 ‘미군 없이는 하루도 살 수 없다’고 울며불며 한미동맹을 신주단지 처럼 모시고 자주를 헌신짝 처럼 내던지는 작태를 어떻게 변명할 건가!
한편, 영국의 주요 매체 중 하나인 <가디언> (8/17)은 “아프칸 침략이 절대 불필요했다는 걸 증명하는 데 20년이 걸렸다”는 제목의 색다른 기사를 실었다. 사설은 아프칸 실정에 맞지 않는 미국식 민주주의를 심으려는 건 불가능에 가까웠다고 질책한다. 따라서 카불 함락은 필연적이고 포스트-제국주의 서방의 환상이 깨졌다고 말한다. 그리고는 “대영제국은 죽었다, 끝났다”라는 말로 끝을 맺으면서 5 백여명의 영국군이 헛되게 죽었다고 비판한다.
서울의 진보매체, <민중의 소리> (8/17)는 사설을 통해 “제국주의는 반드시 실패한다는 걸 보여준 아프칸 전쟁” 제하의 흥미로운 글이 실렸다. “아프칸 사태는 미국 입장에서는 패배요 철수지만, 아프칸 민중의 입장에서는 외세 지배를 끝내고 자력으로 독립을 성취한 것으로 평가될 만하다”고 썼다. 또, 사설은 자기 운명은 국민 스스로 결정해야 한다는 걸 강조하면서 외세의 간섭과 전쟁이 결국 아프칸의 실패를 안겼다면서 바로 여기에 미국이 찾아야 할 교훈이 있다고 한다.
국제사회는 탈레반의 재집권을 매우 조심스럽게 지켜보는 게 대세다. 서방 공관이 폐쇄됐으나 중러 대사관들은 건재하다. 미영은 탈레반 정권 인정은 그들의 태도에 달렸다고 한다. 아마 두 나라가 탈레반 정권 인정에는 꼴찌가 될 것 같다. 8월 16일, 중국 외교부는 “아프칸 인민의 염원과 선택을 존중한다”고 했다. 그리고 다음날에는 “탈레반 새정권”이라는 표현을 쓴 것으로 봐서 탈레반 인정은 시간 문제로 보인다. 중국은 7월 말, 탈레반 제 2인자인 ‘바라다르’와 회담했다. 재건사업 참여를 논의했을 걸로 짐작된다.
한 가지 분명한 건 탈래반을 타도하고 친미정권을 세우는 데 2조 달러 넘는 돈과 전사자 2만 2천5백 여의 값비싼 대가를 치루고도 끝내 패배의 쓴잔을 마시게 됐다는 사실이다. 부정부패와 무능이 패인이라지만, 몸에 맞지 않는 미국식 민주주의라는 양옷을 입히니 당연히 거부됐을 게 아닌가. 더구나 이 전쟁은 명분도 정당성도 없이 자기들끼리 싸워야 하니 싸울 의지와 의욕이 있기나 했겠나 말이다. 세계 최강국을 자신의 힘으로 몰아내고 통일 정부를 세웠다는 건 월남에 이어 또 하나의 기적이라 해야 맞다.
탈레반 새정권은 과거의 탈레반과 다르다는 걸 보여주면서 국제 여론을 중시하는 것 같다. 승리한 다음날 기자회견에서 인권 존중, 여성 차별 금지, 그리고 여성 교육도 허용한다고 했다. 관용이 있고 보복도 없다고 했다. 첨예하게 분열됐던 아프칸이 통일됐으니 화해와 단합으로 평화와 번영을 누려야 한다. 그리고 어엿한 국제사회의 일원이 돼야 한다.
그런데 외세를 몰아내고 성취한 역사적 통일이 우리에게 던지는 시사점은 없을까? 당연히 분단된 우리도 자주 정신으로 무장해 우리 민족의 운명을 우리 자신이 스스로 결정짓는 멋진 뻔대를 보여야 한다. 이것이 아프칸의 통일이 우리에게 던진 메시지다. 지금이 그여코 지구상 유일 분단국이라는 오명을 씻어버려야 할 결정적 기회다. 자주의 촛불을 밝히고 자주의 깃발을 휘날리며 앞으로 전진하자! 나가자! 승리가 보인다! <저작권자 ⓒ 국민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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