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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 임기전 끊어진 남북의 끈을 이어놔야

이흥노 칼럼 | 기사입력 2021/10/11 [18:20]

문 대통령, 임기전 끊어진 남북의 끈을 이어놔야

이흥노 칼럼 | 입력 : 2021/10/11 [18:20]

  

                                                                                                           이흥노 미주동포

 

문재인 대통령의 임기가 반 년 밖에 남지 않았다. 그는 한국을 ‘선진국’ 대열에 올려놓고 많은 업적을 쌓았다고 후하게 평가를 받는 게 사실이다. 허나, 다른 한편으로는 국민 국론 분열, 개혁과 적폐청산 실패  등으로 비판을 받기도 한다. 무엇 보다 멋지게 출발하던 조미, 납북 관계가 졸지에 거덜난 것에 대한 비판으로 부터 절대 자유로울 수 없는 건 확실하다. ‘판문점 평양 선언’ 탄생의 산파역할을 한 건 큰 업적이지만, 미국의 훼방을 막지 못한 건 큰 패착이다.

 

15만 평양 시민들 앞에서 문 대통령은 “우리는 5천 년을 함께 살고, 70년을 헤어져 살았다. 이제는 하나로 같이 살아야 한다”는 목메인 호소에 가슴이 뭉클해지고 눈시울을 적시지 않은 사람이 없었다. 이 역사적 명연설은 피를 나눈 우리 겨레라면 누구나 어서 남북이 화해 평화 통일의 길로 들어서겠다는 결의를 굳게 다지게 만들었다. 허나, 기쁨과 감격은 너무 짧은 일장춘몽으로 끝났다. 외세의 농간이 원흉이다. 어찌 가슴을 쥐뜯으며 통탄하지 않을소냐.

 

 

 

 

 

지금 국내외 정세와 환경은 남북 관계를 이대로 방치해선 절대로 안 된다는 것을 엄중하게 명령하고 있다. 문 대통령에게 주어진 마지막 결정적 기회다. 임기가 끝나기 전에 남북 대화에 물꼬를 트라는 것이다. 차기 후임자가 전임 대통령의 통일 유지를 받들고 계승하도록 징검다리를 놓으라는 것이다. 문 대통령 자신이 끊어진 남북 대화의 끈을 이어놓지 않으면 그간 쌓은 위대한 통일 업적은 허사가 되고 만다는 걸 잊어선 안 된다는 말이다.

 

문 대통령이 76차 유엔총회 연설에서 놀라운 선언을 발표하리라고 누구나  기대하지 않은 사람이 없다. “어엿한 주권국가로 세상이 어떻게 변하건 남북 문제는 민족 내부 문제로 우리 스스로 풀어내겠다”는 선언이 유엔무대에서 발표될 것으로 믿었다. 최소한 남북 정상이 합의한 철도연결,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재개 만이라도 우선적으로 이행하겠다고 선언할 줄 알았다.  그런데 겨레의 소원, 민족의 사활이 걸린 민족 문제를 비켜가고 말았다.

 

겨우 ‘종전선언’을 내밀었다. 실망을 넘어 분노가 치민다고들 한다. “제발 미국눈치 그만 보고 주인노릇 좀 하라”는 해내외 동포들의 목소리가 세계 도처에서 울려퍼지고 있다. 지난 5월 한미정상회담에서 ‘전임자의 약속과 선언들을 존중, 남북 관여를 지지한다’는 게 강조됐다. 또, 미국의 새로운 대북정책은 과거와 달리 실용적이고 융통성이 있는 제안이라 자랑한다. 이렇게 좋은 조건 속에서 할말도 못하고 실속도 못챙기니…가슴이 미어진다.

 

문 대통령이 그 좋은 유엔무대를 최대한 활용하는 데 실패했지만, 유엔총회 기간에 방미한 정의용 외무장관과 여당 국회의원들은 문 대통령이 못다한 몫을 충실히 해냈다고 찬사가 쏟아진다. 민주당 대표로 의원대표단장으로 방미한 송영길 의원은 블링컨 국무장관에게 방북을 권유했다고 한다. 실로 예상을 초월한 통쾌한 조언이라고들 한다. 또, 설리번 국무부장관에게는 평양에서 북미협상을 하는 게 매우 효율적이라고 건의했다.

 

송 대표는 제재가 능사는 아니라면서 바람직한 행동엔 보상하고 개성공단 재개를 강조했다고 했다. 미시민권자의 대북여행금지조치가 해제되는 게 마땅하다는 지적도 했다. 이건 재미동포는 물론, 특히 동포이산가족들에겐 참으로 고무적인 소식이다. 또, 한중러 수교처럼 북미일도 수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무도 감히 짹소리도 못하고 납작 엎드려 눈치보기 바쁜 판인데, 송 의원은 뱃장 있고 멋있는 정치가라며 재미동포들은 입을 모아 자랑한다.

 

정 외무는 미주요 매체와 인터뷰에서 북측 핵미사일 모라토리엄 (유예기한) 고수에 대한 보상차원 뿐 아니라 대화를 유도하기 위해서도 북에 유인책, 즉 최소한 민생과 관련된 제재 일부라도 해제할 것을 제안했다. 미 대중압박 정책에 한국이 편승해야 된다는 미조야의 극성스런 요구에도 불구하고 정 외무는 한국에 필요한 건 균형외교라고 못을 박았다. 정 외무는 귀국후 청문회에서 야당으로 부터 친중 친북 누명이 씌워져 집중 포화를 받았다. 

 

야당 국회의원을 이끈 이준석 국힘 대표는 주로 보수우익 인사나 단체들과 접촉했다. 그는 특히 미의회측에게 “임기말 문 정부의 행보가 우려”된다고 망언을 했다. 또, 문 대통령이 주장한 종전선언을 반대한다고 했다. 그는 문 정권의 대북정책이 완전 폐지돼야 한다는 주장도 했다. 나라와 민족을 정면 배신한 처사라고 하기엔 부족하다. 통일부 폐지론자인 이 대표는 나라를 망신시키고 국격을 떨어뜨리기로 작심하고 방미한 게 맞을 것 같다.  

 

문 대통령의 ‘종전선언’ 발언에 대해 북측 반응이 곧바로 나왔다. 9월 24-25, 연속 리태성 외무성 부상과 김여정 당부부장은 상징적 의미가 있을 뿐만 아니라 좋은 발상이라는 취지의 반응을 보였다. 특히 김여정 당부부장은 공정성과 존중의 자세가 유지되면 종전선언, 남북연락사무소 재설치, 남북 정상회담 까지 논의될 수 있다고 했다. 무엇 보다 ‘남북 관계 개선과 평화적 안정을 열망하는 남측의 뜨거운 분위기’라는 표현 대목은 좋은 신호다.

 

이어서 김정은 총비서는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 (9/29)을 통해 민족자주의 입장에서 남북선언을 성실히 이행해야 한다며 말이 아닌 행동으로 보여야 한다고 했다. 남북 관계를 조속히 회복하고 한반도에 평화가 깃들기를 위해 10월 초 남북통신선을 복구하겠다고 했다. 그리고 이것은 10.4선언 날자에 맞춰 복구됐다. 이젠 남측이 화답할 차례다. 진정성 있는 대화에는 신뢰가 필수다. 남측은 실추된 신뢰 회복 부터 먼저 해야 한다.

 

박근혜가 총선용으로 중국에서 납치한 12북녘 처녀들이 5년이나 창살 없는 감옥에서 부모와 고향을 그리고 있다. 국제인권변호사들이 남북 현장조사를 마치고 유엔에 보고했고 문 정권에 석방 권고까지 했다. 국정원은 이들이 자진 탈북이라고 오리발을 내밀고 있다. 다음으로 탈북 브로커에 속아 8년째 억울하게 이산가족이 된 김련희 여성이 있다. 헤어진 부모 자식을 그리다가 건강마저 악화돼 부모 자식이 있는 북녘 고향땅에서 죽겠다고 울부짖는다.

 

모진 형기를 마친 비전향 장기수들이 몇 분 살아계시다. 연노한 장기수들은 오매불만 고향땅에서 눈을 감게 해달라고 조석으로 빌고 있다. 위에 언급한 이들을 붙잡아 둘 이유가 없다. 오히려 남북 관계 개선에 장애가 되고 국제적 비난 뿐 아니라 인권 도덕적 차원에서도 용납 될 수 없는 일이다. 이 통일부 장관이나 박 국정원장이 직접 이들을 앞세우고 판문점으로 가야 한다. 물론 이들에겐 응당한 보상도 있어야 할 것이다. 이것이 신뢰 회복의 지름길이다.

 

통일논의를 활성화 하고 남북 관계를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국보법 폐지가 선행돼야 한다. 늦기는 했지만 ‘판문점 선언’ 국회비준이 필요하다. 긴장을 조성하는 한미군사훈련 중단과 작통권 조기 회수를 선언해서 자주성을 가진 주권국임을 내외에 과시할 필요가 있다.

 

남북 정상회담은 빠를 수록 좋다. 베이징 올림픽 공동입장 공동응원이 논의돼야 한다. 올림픽을 계기로 4개국 정상의 종전선언 혹은 평화체제도 논의해야 한다. 다가오는 20대 대선은 통일대통령을 뽑는 선거가 돼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통일 분위기 조성이 필수다. 이것이 바로 문 대통령이 퇴임전에 해내야 할 가장 절박한 과제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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