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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과 윤석열은 분명히 다르다. 모든 방관을 반대한다"

"지금 가장 나쁜 것은 냉소주의..방관은 결국 더 나쁜 쪽에 동조하는 행위일 뿐이다"

국민뉴스 | 기사입력 2021/11/22 [00:05]

"이재명과 윤석열은 분명히 다르다. 모든 방관을 반대한다"

"지금 가장 나쁜 것은 냉소주의..방관은 결국 더 나쁜 쪽에 동조하는 행위일 뿐이다"

국민뉴스 | 입력 : 2021/11/22 [00:05]
 

 

“일이 몰려 한동안 페북 글쓰기를 하지 못했다. 사이사이 뉴스피드를 보기는 했다. 그러나 정치 뉴스에 집중하지 못하는 사이, 어느날 보니 여론조사에서 윤석열 후보가 이재명 후보를 크게 앞서고 있다는 거다. 

 

페북에 보면 ‘국힘당이나 민주당이나’ ‘윤석열이나 이재명이나’ 와 같은 글들이 자주 눈에 띈다. 민주당 지지자지만 ‘이재명은 찍지 못하겠다’는 분들도 상당수 있다.

 

‘국힘당이나 민주당이나 다 기득권’이라며 어느 당이 집권하든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에 대해서는, 나 역시 민주당의 무능과 무원칙에 대해 격하게 비판해온 처지라 그 심정 이해하지 못할 바도 아니다.

 

그러나 ‘윤석열이나 이재명이나’에 이르러서는 그 둘이 동격이라는 데 동의하기는 심히 어렵다 ‘이재명을 찍느니 기권’하겠다는 데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이것은 아마도 정치가 무엇인지, 무엇이어야 하는지, 선거가 무엇인지, 무엇이어야 하는지에 대해 생각이 달라서일 것이다. 

 

누군가의 팬이 된다는 것은 위험한 일이다. 팬이 된다는 것은 그의 ‘편’이 되어야 한다는 강박을 불러일으킨다. ‘편’을 먹는다는 것은 그 대상의 말과 행동의 옳고 그름에 대한 객관적인 판단보다 무조건적인 지지가 기반이다. 내가 ‘편’ 먹은 그 ‘사람’이 무조건 옳아야 하는 것이다. 이런 믿음이 내로남불과 견강부회를 불러온다. 

 

대선을 앞둔 우리 사회는 ‘윤석열 편’과 ‘이재명 편’으로 쫙 갈라진 것 같은데, 각 편들은 내 편이 옳아야 하니 상대를 물어뜯기 바쁘다. 그런데 그 각각의 견고한 편에서 하는 말들은 대부분 자기 진영 안에서만 통용되는 ‘지역화폐’에 지나지 않는다. 

 

문제는 ‘국힘당이나 민주당이나’ ‘윤석열이나 이재명이나’ 민주당 지지자지만 ‘이재명은 찍지 못하겠다’는 그분들에게 무슨 말을 할 수 있느냐에 달려있다. 

 

그래서 나는 말하고 싶다. 선거에 아무 관심이 없다는 분들에게, 누가 되든 내 인생과는 상관없다는 분들에게, 민주당 꼴 뵈기 싫어 국힘당 찍겠다는 분들에게, 이재명이 싫어 기권하겠다는 분들에게. 우리가 상상해야 하는 것은 선거가 아니고 선거 후라는 사실을.

 

누군가가 이기고 지는 순간이 아니고 그 다음의 긴 시간이라는 사실을. 그리고 당해보면 알겠지만 그것은 분명히 당신 인생과 상관이 있을 것이라는 사실을.

 

판단해야 하는 것은 현재의 후보가 얼마나 완전무결한지, 얼마나 전 정권을 대차게 응징할 수 있는지가 아니라, 종부세 대상 1.7%가 아닌 98.3의 국민들을 누가 대변할 수 있는지, 소득 상위 20%가 아닌 하위 80% 국민들의 목소리를 누가 들을 수 있는지에 있다.

 

대통령이 국민에게 시혜를 베푸는 존재가 아니라 국민의 ‘도구’적 존재임을 누가 명징하게 체감하고 있는지가 중요하다.  

 

이것은 투표권을 가진 우리가 우리 자신이 어떤 존재인지 자각하는 일과 동전의 앞뒷면과 같다. 종부세 대상이 아닌 98.3%와 소득 하위 80%에 속하는 우리는 과연 누구인가?

 

우리는 누군가에게 왕의 권력을 쥐어주고 그 발밑에 스스로 엎드리려는 노예인가? 권력이 국민의 의지를 배반한다 하더라도 우리가 국민인 한 그 권력의 실 ‘주인’이 우리 자신임을 명백하게 인식하고 있는 존재들인가? 

 

돌아보면 해방 후부터 지금까지 우리는 무수한 실망의 순간들을 견디어왔다. 그러나 암울한 독재와 군사 쿠데타와 권위주의 정권을 지나오면서도, 우리가 진보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진보의 순간은 1mm씩 실로 더디게 움직여왔지만, 지나간 시간 전체를 복기해보고 오늘을 생각해보면 그 1mm가 최소한 1cm의 전진은 이루었다고 생각한다. 그 전진은 한 사람의 위대한 영도자 때문이 아니었다. 

 

그것은 이름없는 수많은 사람들, 아마도 대부분 98.3%에 속하거나 80%에 속하는 그 사람들이 자신들의 시대 속에서 가치가 배반되거나 퇴행하는 것을 ‘방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목숨을 바치거나 감옥에 간 이들 덕분만도 아니다. 더 많은 사람들이 무엇이 옳은가, 유익한가를 ‘생각’하고 그 생각을 나누고 투표를 하는 것만으로도 세상을 움직이는 데 기여해온 것이다. 몇 사람의 영웅이 아니라 수많은 개미떼들의 ‘생각’이 세상을 바꾼다...고 나는 믿는다. 

 

때문에 지금 가장 나쁜 것은 냉소주의다. ‘국힘당이나 민주당이나’ ‘윤석열이나 이재명이나’ 같은 냉소는 방관을 부추킨다. 방관은 결국 더 나쁜 쪽에 동조하는 행위일 뿐이다. 

 

나는 명백하게 더 나쁜 쪽은 윤석열 후보라고 생각한다. 9수를 할 동안 법전을 달달 외워 검사가 되었을지는 모르지만, 대통령으로서 그의 가장 부적격한 점은 98.3%와 80% 국민의 삶을 전혀 알지도 이해하지도 못한다는 데 있다.

 

대다수 일반적인 국민의 삶을 모르니, 그들이 일구어온 역사와 사회를 이해하지 못하고 그들을 위한 미래비전이 무엇이 되어야 할지도 모른다. 남이 만들어준 공약을 외워서 말하다보니 구체적 질문이 들어오면 제대로 설명조차 하지 못한다.

 

허구헌날 입만 열면 망언을 하는 것이 그저 실수가 아닌 것이다. 유감스럽게도 ‘전두환 대통령이 정치는 잘했다’는 인식 수준에 사과하라니 ‘개에게 사과를 내미는’ 그 정도의 후안무치함이 실제 바탕이란 뜻이다. 리더의 자질은 커녕 유능한 ‘관리자’도 되기 어렵다. 

 

그에게는 정치의 이상이 보이지 않는다. 보이는 거라곤 권력에 대한 탐욕 뿐이다. 

 

보는 내가 다 부끄러울 지경인데, 이른바 지식인이라는 이들이 왜 이런 인물을 사탕발림으로 포장하는지 이해불가다. 그들도 그 실상을 몰라서가 아닐 것이다. 짐작컨대 그들은 이 인물을 1.7%와 20%의 ‘도구’는 됨직하다고 여기는 것은 아닐까 싶다. 

 

98.3%와 80%의 우리가 할 일은, 현정권 응징하겠다고 시대를 퇴행시키지는 않는 일이다. 기술자들이 던지는 프레임에 걸리지 않는 일이다.

 

냉소주의를 조장하는 모든 바람에 저항하는 일이다. 정치인들이 던져주는 떡밥만을 기다리는 붕어가 아니라, 우리 스스로가 다음 시대를 상상하고 그 시대를 위한 채찍이 되는 일이다. 

 

그리고 지난 과거가 그러했듯, 우리의 시간이 지금 비틀거리더라도 미래세대들이 우리를 이어 1mm씩 1mm씩 꿈틀거리며 전진할 것을 믿는 일이다. 

그러므로 나는 모든 방관을 반대한다.

 

글쓴이: 김옥영 다큐멘터리 작가/프로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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