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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공화국이 아니라 게슈타포공화국!

유영안 칼럼 | 기사입력 2022/06/07 [12:09]

검찰공화국이 아니라 게슈타포공화국!

유영안 칼럼 | 입력 : 2022/06/07 [12:09]

 

공화국(republic , 共和國)이란, 군주제에 대응하는 정치체제로 현대에 와서는 일반적으로 국민에 의해 선출된 대표자로 이루어진 정부를 말한다. 즉, 국민에 의해 주권을 이양받아 통치하는 정부가 바로 공화국이다. 공화국은 민주주의, 국민주권주의, 대의정치의 원리를 함축하며 전형적인 형태는 민주공화국이다. 공화국이 영속성을 가진 국가의 형태 또는 정치체제로 등장한 것은 미국독립혁명, 프랑스혁명 등을 통해서였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공화국이란 말 앞에 새로운 단어가 붙어 합성어가 되기 시작했는데, 그 대표적인 말이 ‘검찰공화국’이다. 흔히 공안정국이 계속되거나 검찰 출신들이 대거 권력의 핵심에 앉아 있을 때 하는 소리다.

 

하지만 ‘검찰공화국’은 어법상 맞지 않는 합성어다. 왜냐하면 검찰이 국민을 통치하는 정부는 이미 공화국이 아니기 때문이다. 흔히 민주공화국이라 할 때 민주는 국민이 주인이 된다는 뜻이다. 우리나라 헌법에도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라고 명시되어 있다. 따라서 모든 힘이 검찰에서 나온 정부는 이미 공화국이 아닌 것이다.

 

우려했던 대로 윤석열이 정부 요직에 검찰출신들을 대거 기용했다. 과거에도 수구들이 집권하면 검찰 출신들을 많이 기용했지만, 윤석열 정권만큼 검찰 출신으로 도배를 하는 경우는 없었다.

 

윤석열은 최측근 한동훈을 법무부 장관으로 임명하더니 법무부에 고위공직자 인사검증권까지 부여했다. 법무부 장관은 검찰총장을 지휘할 수 있으므로사실상 수사권과 기소권, 거기에다 인사권까지 한 손에 쥔 셈이다. 따라서 앞으로 윤석열 정부의 고위 공직자가 되려면 한동훈의 눈치를 봐야 한다.

 

법무부가 인사 검증권까지 갖게 되면 앞으로 대법관은 물론 헌법재판소 재판관들도 한동훈의 눈에 들어가야 한다. 이때 수집된 정보로 특정인을 요직에 앉히고 추후 이를 악용할 수 있다. 판사사찰도 그래서 나온 것이다.

 

“판사님, 지난달 말에 룸살롱에 가셨더군요?” 만약 검사가 판사에게 이런 전화를 하면 어떤 판사가 재판을 제대로 할 수 있을까? 더구나 그 재판이 검찰 비리에 관한 것이라면 더욱 그렇다.

 

이 비겁하고 악질적인 수법이 사용된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세평을 핑계 삼아 모은 비리 자료를 캐비닛에 넣어두었다가 자신들이 불리한 재판이 벌어질 때 슬그머니 꺼내 언론에 흘리는 수법은 이제 고전이 되었다.

 

법조기자들은 검사와 부회뇌동해 거기서 떨어진 떡고물을 먹고 산다. ‘기레기’란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다. 그래놓고 집에 가서는 자신이 마치 정의로운 기자인 것처럼 행세한다.

 

법무부에 인사 검증권까지 넘기게 되면 결국 검사 출신이 인사를 추천하면 검사 출신이 이를 검증하고 역시 검사 출신인 윤석열이 최종 임명하는 체제가 된다. 가히 ‘검찰공화국’이라 할 만하다. 누군가는 이걸 ‘검찰공화국’이 아니라 ‘게슈타포 공화국’이라고도 했다.

 

게슈타포(Gestapo)는 2차 대전 때 히틀러를 보좌한 비밀국가경찰인데, 그 잔인함과 악랄함이 한국의 검찰을 닮았다. 그들은 독일과 점령지에서 나치 반대세력을 무자비하게 탄압했으며, 유럽 전역의 유대인들을 집단수용소에서 학살하는 만행을 저질렀다.

 

게슈타포는 제약 없이 예방적 체포권을 행사하면서 초법적으로 활동했다. 수많은 좌익계 인사·지식인·유대인·성직자들·동성연애자 등이 게슈타포에 의해 체포되어 강제수용소로 사라졌다.

 

한국의 검찰은 그동안 무고한 국민을 간첩으로 조작하기도 했고, 수많은 민주 인사들을 빨갱이로 몰아 제거했다. 대기업들의 소송에 개입해 수십억의 뇌물을 받기도 했고, 퇴임 후에는 대형 로펌에 들어가 일 년에 백억을 벌기도 하였다. 재직 중에는 소위 ‘스폰서’가 베푸는 각종 향응에 참석하고, 룸살롱에 가서 양말에 양주를 따라 마시는 호기를 부리기도 하였다.

 

검사들에게 월급은 그야말로 떡값이고 정치인들과 기업인들에게 받은 돈이 진짜 월급이다. 그래서 생긴 말이 그 유명한 ‘유전무죄, 무전유죄’란 말이다. 요즘은 ‘유검무죄, 무검유죄’로 통한다.

 

친척 중 검사 한 명이라도 있으면 어깨에 힘을 주고 거들먹거리는 나라가 바로 대한민국이다. 사회 정의를 실현하겠다고 고시원과 산사에서 사법고시를 공부하던 시대는 먼 옛날의 동화가 되어버렸다.

 

윤석열은 심지어 검사 재직 중 성추행에 연루된 사람, 간첩조작에 가담한 사람도 비서관으로 기용했다. 전에 무엇을 했든 자신에게 충성할 사람들만 골라서 요직에 앉힌 것이다. 요직 기용의 조건이 실무 능력이 아니라 충성심에 있었던 것이다. 항간에는 무속인이 직접 관상을 본다는 말도 있다.

 

윤석열이 유독 검찰 출신들을 많이 기용한 것은 자신이 문재인 대통령을 배신하고 청와대에 비수를 들이댄 원죄 때문일 것이다. 즉 자신도 언제고 측근에 의해 제거될 수 있다는 불안 때문인 것이다.

 

윤석열은 분당 보궐선거에 출마한 박민식을 눌러 않힌 대신 안철수를 출마하게 하고, 박민식은 보훈처장으로 임명했다. 박민식 역시 검사 출신이다. 그 소식에 독립유공자 단체와 참전 유공자들도 부글부글 했다고 한다. 국방부를 해체하다시피 하여 집무실을 옮기더니 보훈처의 위상까지 검사 출신으로 깔아뭉개버린 것이다.

 

그 외 장차관급 이상, 대통령실 비서관급 이상 인사 중에는 검찰 출신들로 도배되었다. 인사기획관에는 복두규 전 대검 사무국장이 임명됐다. 복 인사기획관은 윤석열이 검찰총장이던 시절 검찰 인사 및 행정 사무를 총괄하는 대검 사무국장으로 일했다. 인사기획관 산하 인사비서관에는 이원모 전 대전지검 검사가 임명됐다. 이 인사비서관은 대전지검에서 근무할 당시 '월성 원전 1호기 경제성 조작'사건 수사를 맡았다.

 

대통령실 예산을 총괄하는 총무비서관에는 윤재순 전 대검 운영지원과장이 임명됐다. 윤 총무비서관은 윤 대통령이 평검사일 때부터 수사관으로 함께 일한 최측근으로, 과거 검찰 재직 당시 성비위 사건으로 두 차례 징계성 처분을 받은바 있다.  

 

대통령 법률자문을 하는 법률비서관 자리에는 주진우 전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장이 발탁됐다. 주 법률비서관은 문재인 정부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 수사를 지휘했다.

 

대통령실 내부 감찰을 담당하는 공직기강비서관에는 이시원 전 수원지검 형사2부장이 임명됐다. 이 공직기강비서관은 '서울시 공무원 간첩 조작 사건' 담당검사로 재직할 당시 증거 조작에 가담했다.

 

대통령실 부속실장 자리에는 강의구 전 검찰총장 비서관이 기용됐다. 부속실장은 대통령이 받아보는 각종 보고서를 전달하는 길목이자 대통령 일정을 총괄하는 부서로 '실세 중 실세'로 꼽힌다. 강 실장은 윤 대통령이 대검 중수부 평검사일 때부터 함께 일해 20여 년간 인연을 쌓았다.

 

윤석열은 내각에도 검찰 출신 인사들을 전면 배치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을 비롯한 이완규 법제처장, 이노공 법무부 차관 등이 대표적이다. 이 법제처장은 윤 대통령과 서울대 법대 79학번, 사법연수원 23기 동기로 윤 대통령이 검찰총장 시절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으로부터 직무 배제를 당하고 징계 처분을 받았을 때 '징계불복 행정소송' 변론을 맡았다.

 

한편, 검찰 대 모피아의 기 싸움은 금융위원장과 금융감독원장 인선을 둘러싸고도 나타나는 분위기다. 역대 금감원장에는 기재부나 금융위원회 등 정통 금융 관료 출신이나 교수 출신자가 많이 기용됐다. 하지만 현재 금감원 안팎에서는 첫 검사 출신 금감원장이 나올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후보로는 정연수 김앤장 법률사무소 변호사(연수원 16기), 이석환 법무법인 서정 대표변호사(연수원 21기) 등이 거론된다.

 

이만하면 검찰공화국이 아니라 게슈타포공화국이라 할 만하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검찰 출신들이 설칠수록 윤석열 정권의 운명도 앞당겨질 것이다. 권력이 집중되면 반드시 부패하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이른바 ‘윤석열의 덫’이다. 자기가 쳐둔 덫에 자기 발목이 잘릴 수 있는 게 바로 정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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