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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상 : 이병주평전

위택환 칼럼 | 기사입력 2022/06/20 [05:32]

단상 : 이병주평전

위택환 칼럼 | 입력 : 2022/06/20 [05:32]

 

 


《이병주평전》(안경환 지음, 한길사 간)의 존재를 안 건 지난 5월27일이었다. 존경하는 선배 고승철 문학사상 주간으로부터 카톡으로 이 책의 서문에 제 이름이 들어가 있다는 전언을 주셨다. 저자와 깊은 인연을 지닌 안경환 교수께서 집필한 것을 보고 결국 해냈구나 하는 첫 느낌을 가졌다. 그만큼 이병주에 대한 깊은 이해와 애정을 가진 식자도 없기 때문이다. 1,000쪽에 이르는 방대한 분량은 이병주를 이해하는 데 상당한 정보를 제공해줄 것이다. 그런 책속에 내 이름이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것 자체가 기이한 일이어서 적잖이 놀랐고 곧바로 주문을 해서 지난 6월3일 받아보았다. 그리고 주마간산격으로 6월6일 오후 9시20분에 일독을 마쳤다.

 

곳곳마다 어쭙지 않은 내 글의 흔적이 있어 과분하도록 고마웠다. 큰 빚을 졌다(36쪽)를 비롯, 경애하는 차진희 여사의 행적과 관련한 서술(373, 374쪽), 이병주 겹쳐읽기의 달인(819쪽), 《바람과 구름과 비》에 나오는 나카지마 아쓰시의 산월기(山月記) 전재(821쪽), 인터넷 블로그에 이병주와 관련한 정보를 전달했다는 선구자(965쪽) 등 과분한 찬사를 남겨 주었다. 내 생애 이같은 찬사는 두 번 다시 없을 듯하다. 이럴줄 알았다면 진즉에 좀 더 이병주 소설을 정독을 할 걸이라는 후회도 들었다.

 

먼저 작가의 전소설과 평론을 거의 모두 섭렵하고 또한 그와 상당 기간 함께 보낸 목격자라는 점에서 생동감이 절로 느껴졌다. 작가와 평자 모두 내 인생에 있어 소중한 존재이다. 사실 고등학교 2년때 신문에서 접한 이병주의 《바람과 구름과 비》는 내게 경이였다. 문학작품이란 강건너에서 다른 소리하는 것으로 비쳐졌는데 이 소설을 읽는 하루하루 마다 즐거웠고 다음날이 기다려졌다. 소설이 전하는 많은 지식들, 중국 고전과 유명작가들을 통해 나의 지식은 높아졌다.

 

TV조선의 드라마 《바람과 구름과 비》는 제목과 같을 뿐 완전히 개작이다. 등장인물도 상당부분 다르다. 소설에서 여주인공 봉련은 종의 딸이고 황봉련이지만 드라마에선 철종의 서녀인 이봉련이다. 출신부터 다르다. 소설에는 최천중의 아버지, 황봉련의 어머니 얘기는 거의 없지만 드라마에선 비중있게 다뤄진다. 무엇보다도 소설에 나오는 무수한 고전의 맛을 드라마에선 전혀 볼 수없다는 점이다. 최천중과 황봉련, 그리고 왕문과 민하가 주고 받는 고전의 양은 교과서에서도 볼 수 없는 고급문화의 진수다. 근데 TV조선이나 KBS드라마(1989년)에서는 그걸 볼 수 없었다. 그래 놓고서 소설의 영상화라고 얘기해도 되는 건지 심히 유감스럽다.

 

전체적으로 볼 때 이 책은 작가 이병주에 대한 균형감있는 서술로 작가를 이해하는 데 훌륭한 문학서로 자리매김할 것이다. 다만 옥의 티라고 할말한 것을 언급하면,

 

500여년이 지난 인사를 송모라고 익명 처리(647쪽)한 것은 왜 일까. 구봉(龜峯) 송익필(宋翼弼)이라고 분명히 썼어야 했다. 그리고 소위 인권변호사라는 강신옥에 대한 긍정평가(693쪽)도 동의할 수 없다. 낮에 술을 먹고 들어와 대한민국이 광주민국이냐 하는 추태서부터 변호사 1,000명 증언하는 데도 쌍수를 들어반대하는 것을 보면 질렸다. 지리산에서 주인공 이규가 대학교때 동정을 상실한 것으로 돼 있는데(911쪽) 삼고(三高) 재학시절 부립제일고녀(府立第一高女)의 기노시타 세쓰코(木下節子)와 관계함으로써 상실했다.

 

이 책의 미덕은 이병주로 인한 행복함을 다시한번 일깨워주었다는 점이다. 유튜브에 나오는 이병주 관련 작품해설, 드라마한 작품들 그득하다. 유튜브 TV문학관에서 《백로선생》을 보았다. 고승 백로선생(박병호 역)이 마르크스의 자본론의 원본을 읽으며 설명하는 대목이 압권이다. 박병호 배우는 정말 훌륭하다. 이처럼 훌륭한 배우와 동시대를 살았다는 게 행운이다. 유튜브는 현대인이 누리는 최대 선물이란 점에 공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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