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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기준 미달 원전 친환경 포함 한국형 녹색분류체계는 원전 확대 위한 명분 쌓기용 지원제도에 불과

▲ 사고저항성 핵연료 적용 2031년까지 유예조항의 문제
▲ 부지확보 및 건설 시점이 없는 고준위방폐물 처분장 조건
▲ 지속가능성 기여도와 무관한 원자력연구개발 사업 포함
▲ 해외수출 또는 해외투자유치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제도
그린피스"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꼭 필요한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을 더욱 정체시켜"

김환태 발행인 | 기사입력 2022/09/21 [06:32]

국제기준 미달 원전 친환경 포함 한국형 녹색분류체계는 원전 확대 위한 명분 쌓기용 지원제도에 불과

▲ 사고저항성 핵연료 적용 2031년까지 유예조항의 문제
▲ 부지확보 및 건설 시점이 없는 고준위방폐물 처분장 조건
▲ 지속가능성 기여도와 무관한 원자력연구개발 사업 포함
▲ 해외수출 또는 해외투자유치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제도
그린피스"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꼭 필요한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을 더욱 정체시켜"

김환태 발행인 | 입력 : 2022/09/21 [06:32]

 

▲ 환경부는 20일 원자력 연구배발은 녹색부문, 원전 신규건설 및 기존 원전의 계속운전을 전환부문에 포함한다는 내용이 담긴 녹색분류체계 개정안을 발표했다. 사진은 20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조현수 환경부 녹색전환정책과장이 한국형 녹색분류체계 개정안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뉴스=김환태 발행인]환경부가 9월 20일 발표한 녹색분류체계 개정안의 핵심은 원전을 포함한 점이다. 이와같은 원전포함은 원전 포함 조건에 엄격한 기준을 제시한 유럽연합(EU)의 그린 택소노미에 전혀 부합하지 못한 점에서 논란의 소지가 다분하다.

 

세계 각국 대기업들이 앞다투어 재생에너지 100%전환 'RE100' 참여를 선언하는 상황하에서 OECD국가 가운데 최하위 수준인 'RE100' 3%에 불과한 점에 비추어 친환경 시대정신 'RE100'에 반하는 기준 제시는 향후 국내 기업경영에 어려움을 가중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환경부가 발표한 이번 녹색분류체계 개정안은 사실상 국내 원전건설의 명분 쌓기용 지원제도로 전락시킬 것으로 보인다. 

 

“한국형 녹색분류체계”는 무역의존도가 높은 한국에서 새로운 글로벌 지속가능 규범에 대한 국내기업들의 적응과 해외수출에서도 경쟁력을 갖게 만드는 역할을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원전 관련 조항들이 두드러지게 국제적 수준에 부합하지 못하는 기준을 제시하면서 “한국형 녹색분류체계”전체의 신뢰를 떨어뜨릴 위험이 크다. 

 

이와같은 부정적 평가와 전망과 관련 에너지전환포럼은 환경부의 원전신규 건설 포함 조건 중 특히 사고저항성 핵연료의 적용 시기, 목표연도를 제시하지 못한 고준위 방폐물 처분장, 지속가능성 기여도와 무관한 원자력연구개발 사업의 문제들을 중심으로 아래와 같이 조목조목 날선 비판을 내놓았다.

 

첫째, 사고저항성 핵연료 적용 2031년까지 유예조항과 관련 EU의 사고저항성 핵연료 2025년부터 적용은 원자력 산업계의 탄원에 따라 2.5년간을 유예해준 항목으로 그 이전에 건설허가를 받는 신규원전은 이 조건에서 면제될 수 있다.

 

그러나 유럽에서 원전 발전사업자는 실제 건설 이전에 건설계획 승인, 최종설계사양, 예비안전성분석 등 건설허가에 총 5년 소요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현재 유럽에서 2025년까지 새로이 건설허가를 받을만한 신규원전 사업이 없어 사실상 향후 모든 신규원전은 사고저항성 핵연료를 적용해야 할 전망이다.

  

최근 사례인 영국 사이즈웰-C(Sizewll C) 원전사업의 경우 발전사업자(EDF)가 지난 2020년 5월에 신청한 건설계획을 ‘영국 기업·에너지·산업전략부’로부터 승인받는 데에만 2년 2개월이 걸렸고, 이후에도 최종설계사양, 예비안전성분석 등 안전규제기관의 심사에 2~3년의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점에서 사고저항성 핵연료 적용이 불가피하다.

 

따라서 환경부 안처럼 사고저항성 핵연료 적용 시점을 EU보다 6년 뒤인 2031년으로 지연하게 되면, 신규원전 및 노후원전 수명연장에 대한 심사 및 허가는 2031년 이전인 현 윤석열정권 임기 내에 모두 진행될 예정인바 정부가 추진 중인 신규원전(신한울 3,4)과 수명연장을 추진 중인 노후원전 10기는 녹색분류체계에 포함될 수 있게 된다.

 

녹색분류체계안의 다른 조건을 충족시킨다면, 국내 원전들은 향후 9년간 사고저항성 핵연료 조건에 대한 유예를 받으면서 녹색분류체계에 포함되어, 동 조건은 사실상 유명무실한 기준으로 남게 된다. 이러한 조처는 사고저항성 핵연료를 사용하도록 함으로써 원전 안전을 강화하려는 의도에 부합하지 않는다는게 명확해진다. 

 

둘째, 부지확보 및 건설 시점이 없는 고준위방폐물 처분장 조건도 그렇다.  이번 안은 고준위 방폐물 처분 부지 및 건설의 시점을 제시하지 못한 채, 제2차 고준위방폐물 관리 기본계획(2차 고준위방폐물 기본계획)을 법제화할 경우 이를 방폐물 처분의 세부계획으로 인정한다고 규정한다.

 

하지만 2차 고준위방폐물 기본계획 역시 부지확보 및 건설에 37년의 시간이 소요된다고 기술되어 있을 뿐 언제, 어떤 부지에서 추진할지에 대한 규정이 없는 행정절차 및 공학적 전망일 뿐으로  2050년 전까지 고준위방폐물 처분부지를 확보하고 건설, 운영할 세부계획을 조건으로 제시한 EU의 녹색분류체계와 대비된다.

 

결국, 녹색분류체계에서 독자적인 엄격한 규정이 필요한 대목에서 환경부가 감당해야 할 책임을 원자력 법률의 제정으로 떠넘긴 것이다. 이는 앞으로도 고준위방폐물 처리나 처분에 대한 명확한 계획 없이 건설과 운영에만 관심을 둠으로써 미래세대에 필요 비용을 전가한다는 점에서 무책임하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세째, 지속가능성 기여도와 무관한 원자력연구개발 사업이 포함된것도 문제다. 

 

EU의 경우 핵폐기물을 줄일 수 있는 기술에 국한해 원자력 연구개발사업을 지원한다는 규정을 통해 지속가능성에 대한 기여도에 따라 녹색금융의 지원을 제한하는 효과가 있다.

 

그러나 국내의 경우 모든 원자력연구개발 사업 전체를 녹색금융으로 지원한다는 측면에서 애초 녹색분류체계의 취지가 무색하게 또 다른 원자력 지원제도로 전락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없다.

 

네째, 재생에너지 전환에 부정적인 영향을 초래할 수있다는 점에서 해외수출 또는 해외투자유치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있어 국가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환경부는 문답자료를 통해 EU 대비 완화된 기준을 적용할 경우 원전수출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질문에 “방폐장 처분시설은 EU회원국의 의무사항이며, 사고저항성 핵연료는 일단 수출한 뒤 실제 가동시기인 2030년대 중반 이후에 공급하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방폐장의 경우, 유럽조차도 원전설비규모가 작은 핀란드, 스웨덴만 부지를 확보해 건설 중이며, 이마저도 반세기에 가까운 시간이 소요되고 있을뿐 아니라 프랑스는 법률제정(1991) 후 후보부지로 뷔어(Bure)를 확보(1994)했으나, 부정적인 여론으로 실질적인 방폐장 추진이 지연되고 있는 상태다.

 

사고저항성 핵연료의 경우, 기존 원전을 먼저 유럽국가로부터 건설허가를 받은 뒤 건설 준공 시점인 2030년대 중반부터 적용한다는 발상은 비현실적이다.

 

환경부의 논리는 일단 기존 설계 원전(APR1400)을 수출한 뒤 10여 년 후에 사고저항성 핵연료를 공급하면 된다는 것이지만 EU 녹색분류체계의 원전 포함 조건은 건설허가 시점을 기준으로 적용되며, 금융지원 여부 역시 건설허가 당시 허가된 원자로 설계에 따라 달라진다는 점에서 의미가 없다.

 

다시 말해 건설허가 당시 사고저항성 핵연료 사용을 인정 받으려면, 핵연료 설계는 물론 이에 맞는 원자로 핵설계 코드, 열수력 코드 등 원자로 안전운전 관련 컴퓨터 코드 시스템도 심사 후 면허를 받아야 한다.

 

현재 국내 원자력계의 수출목표인 동유럽국가들이 프랑스와 함께 EU 택소노미의 원전 포함 보완법안 통과를 지지한 이유는 경제적 어려움으로 원전건설에 금융지원을 지원받기 위했던 것이다. 때문에 사고저항성 핵연료가 준비되지 않은 원전은 원자력계가 수출대상으로 고려 중인 동유럽국가들로부터 우선순위에서 뒤로 밀리게 되어 이들 나라가 추진중인 원전 수주 가능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판단된다.

 

 한국형 녹색분류체계에 대해 그린피스 장다울 전문위원은 “환경부는 기후위기를 막기 위해 한국형 녹색분류체계 가이드라인에 원전을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파리협정을 근거로 2030년까지 과감하고 조속한 온실가스 감축이 필요하지만, 원전은 이 조건을 절대 충족할 수 없다. 원전 건설에는 터무니없이 긴 시간(10~15년)과 값비싼 비용이 들기 때문이다. 즉, 정부가 신규 원전 건설, 소형모듈원자로(SMR), 핵융합 등을 계획한 것은 기후위기 대응보다는 원자력 산업계 먹거리 확보가 그 속내”라고 지적하며, “원전은 투자를 집중해야 할 지속가능한 녹색 기술이 아니다. 원전을 녹색분류체계에 포함시키면 최근 정부가 재생에너지 확대 목표를 하향 조정한 것과 더불어 원자력에 녹색 투자가 집중되어 현재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꼭 필요한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을 더욱 정체시킬 것”이라며 우려를 표했다.  

 

정부가 '유럽연합 녹색분류체계'에 원전이 포함된 사실에 따라 한국형 녹색분류체계에도 원전 포함에 대한 검토 필요성이 커졌다고 밝힌 데 대해, 장 전문위원은 “EU에서 보완 기후위임법안(Complementary Climate Delegated Act)을 통해 가스와 원전을 녹색분류체계에 포함시킨 것은 상급법인 기후위임법(Climate Delegated Act)의 ‘심각한 환경피해가 없을 것(Do No Significant Harm, DNSH)’이라는 원칙에 위배된 결정”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린피스는 지난 9월 8일 EU 집행위원회에 가스와 원자력을 포함시킨 것을 재검토할 것을 요청했으며(Request for an Internal Review, RIR),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유럽사법재판소(European Court of Justice, ECJ)에 이 문제를 정식 제소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결론적으로  그린피스의 지적과 함께 국내 전력계통 여건에서 원전의 좌초자산화 위험을 고려할 필요가  제기된다.

 

환경부는 녹색분류체계에서 국내 전력계통여건에서 원전의 좌초자산화 위험을 고려해야 한다. 대륙과 고압송전선로(HVAC)로 연계되지 않은 독립계통인 국내여건에서 국제적 추세에 따라 변동성 재생에너지가 증가할 경우, 전력당국(전력거래소 등)은 전력계통 안정을 위해 원전의 출력감발을 늘려야 한다.

 

세계 주요국은 이미 재생에너지 증가에 따라 전력계통 안정화를 위해 원전의 출력감발을 본격화했으며, 영국은 지난 2020년 최대 규모 원전인 사이즈웰-B(1,250MW)을 5개월간 50% 출력감발 운전한 바 있다(2021년에는 정비를 이유로 동기간 가동중단). 재생에너지 증가로 순수요(총수요-재생에너지)가 낮아진 상황에서 대형발전설비인 원전의 불시정지가 발생할 경우 순간적인 수요-공급간 불균형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정전의 위험을 완화하기 위해 사전에 계획된 출력감발이 필요하다.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이 7.5%로 낮은 국내에서도 이미 전력당국은 순수요가 줄어드는 연휴기간 6회에 걸쳐서 신고리 3,4호기 원전의 출력감발(20%)을 진행했고, 재생에너지 증가에 따라 향후에는 다른 원전들도 더 빈번하고 강도 높은 출력감발을 확대해야 할 전망이다. 이러한 전력계통 운영에 대한 고려가 없는 원전 확대는 좌초자산을 늘리는 위험을 높이게 됨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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