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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시다 조건없는 조일정상회담, 유엔총회 최대 이변

남한측, 대북발언이 전혀 없는 것도 이변

정현숙 | 기사입력 2022/10/04 [00:03]

기시다 조건없는 조일정상회담, 유엔총회 최대 이변

남한측, 대북발언이 전혀 없는 것도 이변

정현숙 | 입력 : 2022/10/04 [00:03]

  

                                                                                                         이흥노 미주동포

 

이번 77차 유엔총회에서는 이변이 속출했다. 기시 일본 총리가 조건없는 ‘조일 정상회담’을 제의한 것이 최대 이변이라 할 수 있다. 다음으로 남측 윤석열 대통령이 과거와 달리 민족문제, 특히 교류 협력 통일 문제와 관련, 일체 언급하질 않은 것도 이변 중 하나다. 그 외에도 유럽을 제외한 전 지역 회원국들이 미국과 유엔안보리에 대한 비판과 개선을 강력 촉구했다는 게 특색이다. 이건 세계가 일극체계가 아닌 다극체계로 들어섰음을 말해준다.

 

① 유엔총회 남측 발언

 

지난 9월 20일,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 후 첫 기조연설을 했다. 해마다 유엔 총회에서 역대 남한 정권은 단 한 번도 남북 문제 발언을 거르질 않았다. 문 대통령은 ‘종전선언’이 한반도 평화의 출발점이라며 두 번이나 연속 유엔의 지지를 호소한 바 있다. 그런데 이번 총회에서 처음으로 전통을 깨고 한반도 평화 통일 문제에 대해 일체 언급이 없었다. ‘담대한 구상’을 밝힐 필요도 있고 ‘주적’이라며 버르장머리를 고쳐놓겠다는 말도 할 수 있는 데 말이다.

 

▲ 윤석열 대통령이 9월2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제77차 유엔총회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전 세계의 눈과 귀가 총집결된 유엔무대에서 민족의 소원, 겨레의 염원을 호소하고 지지를 구할 수 있는 이 절호의 기회를 놓치다니…실망을 넘어 분노가 치민다. 윤 대통령은 ‘자유’와 연대를 유별나게 강조했다. 자신의 주특기인 ‘자유’라는 말을10여 분 동안 무려21번이나 외쳐댔다. 그리고 갈등과 반목이 해소되는 게 진정한 평화라고 했다. ‘자유와 연대’ 그리고 ‘갈등과 반목 해소’란 도대체 뭔 소리일까‘?

 

전자는 바이든의 ‘편가르기’ 공작에 야합 미국편에 서자는 아부성 발언인 것 같다. 후자는 윤 대통령 자신이 갈등과 반목의 최대 최고 왕초인 주제에 이를 외치니 소가 웃을 노릇이다. 또, 그는 핵무기를 비롯한 대량살상무기, 인권 유린으로 세계 시민의 자유 평화가 위협받고 있다고 목청을 돋구었다. 핵과 대량살상무기 최대 보유국은 미국이다. 그런데 미국을 지목하질 않고 미국 추종세력의 ‘동네 북’인 북한을 지목한 우회적 비난인 듯한 냄새가 풍긴다.

 

한반도의 긴장과 위기는 전적으로 한미, 한미일 합동훈련으로 부터 온다고 봐야 맞다. 핵항모함 레이건호가 부산에 입항하고 일본자위대가 독도 근방 까지 진출해 합동훈련을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윤 정권은 사아드 추가 배치, 인-태안보체계, ‘칩4’를 비롯해 갖가지 미국의 반중러 기구에 덥석 올라타 첨병노릇을 하고 있다. 북핵을 빙자해 미전략자산을 배치해달라고 애걸복걸 하고 있다. 북한을 위시한 주변국들이 안보를 우려를 하며 곱게 보질 않는다.

 

해내외 동포들이 우크라이나 전쟁 복사판이 한반도에서 재연된다고 크게 우려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동포들은 우크라이나 전쟁의 본질이 나토의 확장과 러시아의 안보가 충돌한 것이라는 확신 때문에 우크라이나 전쟁의 복사판을 막는데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우크라 전쟁은 무고한 시민의 희생 댓가로 미국 전쟁상인만 돈방석에 올라가 신나게 춤춘다고 동포들은 굳게 믿고 있다. 바꿔 말해, ‘재주는 곰이 넘고 돈은 왕서방이 가져간다’는 것이다.

 

② 일본의 조일정상회담 제의

 

지난 9월 20일, 유엔총회 연설을 통해 기시다 일본 총리는 조건없이 조일 정상이 만나 현안을 논의하자고 제안했다. 그는 “올해가 김정일-고이즈미 평양선언 20주년이 되는 해”라면서 “일본의 대북정책은 변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 그는 “일본은 ‘조일평양선언’에 따라 납치, 핵미사일, 과거사, 등 현안을 포괄적으로 해결해 관계 정상화를 실현하려 한다”고 설명했다. 이 충격적 발언은 귀를 의심하지 않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놀라게 했다.

 

▲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21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와 조건 없는 회담 가능성을 언급했다. 사진은 지난 9월20일(현지시각) 기시다 총리가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발언하는 모습. /사진=로이터


그런데 기시다 총리의 발언을 신뢰할 수 있느냐라는 것이 핵심적 과제로 떠오른다. 지구촌 눈에는 일본의 역대 지도자가 예외없이 미국의 ‘충견’ (사냥개)으로 각인돼 있다. 물론 한국도 예외는 아닐 듯하다. 기시다 총리가 진정 조일관계 정상화를 원한다면 먼저 ‘조일 평양선언’ (2002)의 일방적 폐기에 대한 과오를 시인 사과를 해야 한다. 동시에 선언 이행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한 행동을 보여야 한다.

 

관계 개선을 시도하는 것은 전적으로 옳다. 그러나 행동 없는 말만 앞서는 것은 신뢰를 의심케 하기에 충분하다. 기시다 총리가 왜 지금에서야 조일 정상회담, 그것도 유엔에서 불쑥 제의했을까? 그 배경이 너무 궁금하다. 바이든 ‘신냉전’의 핵심은 반중러전선 구축이고, 바로 이 전선에 돌격대로 적극 부역하는 게 일본이다. 뜬금없이 국교정상화 소동의 배경은 도대체 뭔지를 살펴보자.

 

점점 더 밀착이 심화되고 있는 북중러 전선에 북한을 떼내어 균열을 내자는 공작의 일환일 수 있다. 이런 구상은 이미 트럼프 정권에서도 있었고 현 바이든 정권에서도 제기된 바 있다고 알려졌다. 냉전 때, 중쏘 분쟁에서 중국을 미국편으로 끌어들여 재미를 봤던 미련 때문일 수 있다. 허나, 이런 구상은 평양에 대한 무지에서 비롯된 것이다. 평양은 중쏘 분쟁에서도 어느 일방편에 서질 않고 자주적 실리외교를 폈고 지금도 그것은 변함이 없다.

 

한국은 일본의 강경 반북로선 고수에 보답차원에서 많은 양보와 대가를 지불하고 있다는 걸 일본은 잘 안다. 또, 과거와 판이하게 달리 윤 정권이 일본에 굴욕적 저자세로 일관하는 것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기왕에 더 압박을 가해 일본 앞에 아예 납작엎드리게 만들어 효과를 극대화 하려는 수작일 수도 있다. 그래서 굳이 유엔무대를 통해 조일 수교 카드를 뽑아든 것으로 보인다. 일본은 윤 정권이 이에 놀라 기절할 걸로 계산했을 것이다.

 

허나, 서울 정권 뿐 아니라 주요 언론매체들도 침묵을 지키고 있다. 한편, 미국무부는 기시다의 발언을 지지한다고 짦게 언급했다. 새빨간 거짓이지 싶다. 미국은 대중러전선 구축에 절박하게 요구되는 한반도 긴장 고조에 혈안이 돼있다. 조일 수교는 긴장 조성에 장애물이 된다는 차원에서 봐도 이를 미국이 지지한다고 믿기 어렵다. 기시다의 관계 개선 소동은 미국이 배후에서 뭔가 불길한 공작을 꾸미려는 ‘짜고치는 고스톱’일 것 같다.

 

③ 유엔총회 북측 발언

 

지난 9월26일, 북측을 대표해 김성 유엔 주재 북한대사가 연설을 했다. 김 대사는 미국의 대북적대정책과 한미연합훈련을 성토하는 데에 주력했다. 그는 “한미연합훈련은 전쟁 접경으로 몰아가는 도화선에 불을 붙이는 매우 위험천만한 행위”라면서 한반도 정세가 엄중한 위기를 맞고 있다고 했다. 김 대사는 북한을 비롯해 세계에 다수의 핵보유국이 있지만, “유독 조선에 가한 것은 가장 강도적이고 극악한 제재”라고 날센 비판을 했다.

 

그는 핵미사일 개발은 주권국가의 합법적 권리인 자위권 행사라면서 유엔이 이에 시비를 거는 것 자체가 유엔헌장의 기본 정신인 평등과 내정불간섭을 부정하는 모순적 처사라고 지적했다. 미국이 일방적으로 만든 규정을 유엔 이름으로 압박과 제재를 가하는 것을 “인정한 적 없고 앞으로도 인정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미국의 적대시 위협으로 부터 주권과 이익을 보위하고 지역의 평화를 보장하기 위한 최선의 방도가 핵법제화라고 말했다.

 

이 법을 제정하게 된 결정적 배경에는 ‘작계5015’라는 북한의 지도부를 참수하는 작전 까지 포함된 한미합동전쟁훈련일 것으로 짐작된다. 세계 도처에서 군사훈련이 실시되지만, 한미훈련 처럼 특정국가 지도자 목을 따겠다는 야수적이고 야만적인 군사훈련은 없을 것 같다. 지난 9월29일 방한한 해리스 미부통령 언행은 지난달 대만을 방문했던 펠로시 의장의 행각과 거의 일치한다. 둘 다 남북 및 양안 관계 악화에 촛점을 맞췄다.

 

미행정부의 각각 2, 3위의 최고 지도자들이 번갈아 분쟁지역을 찾아가 불장난을 했다는 점에서 동일한 임무를 수행했다고 볼 수 있다. 부통령은 최전선 미군초소에 나타나 쌍안경을 끼고 북측을 관찰했다. 북녘을 향해 “악랄한 독재, 불법무기, 인권 침해가 있다”고 앙칼지게 맹비난했다. 하루 일정이라 다른 일도 많을 터인데, 왜 굳이 전선을 시찰했을까? 평화의 사도인가 아니면 죽음의 상인인가?

 

선진국 지도자라면 긴장이 흐르는 분쟁지에서는 평화 메시지를 내놨어야 정상이 아니겠나. 그런데 왜 굳이 평양의 심기를 작심하고 불편케 했을까? 그의 오산 미공군기지를 통한 입국에서 부터 전선 시찰, 특히 쌍안경으로 북녘을 관찰하는 모습은 너무도 마음을 편칠 않게 한다. 민족의 자주, 주권, 긍지에 먹칠하는 것 같아 오금이 저려온다. 또, 그것은 6.25전쟁 직전에 덜레스가 38선 최전선에서 쌍안경으로 북측을 시찰했던 걸 연상케 한다.

 

해내외 동포들은 한반도 긴장과 위기의 주범이 한미합동전쟁훈련과 윤 대통령의 대북적대정책이라는 걸 확신하고 있다. 동포들의 전쟁놀이 결사저지에도 끝내 한미훈련이 강행됐다. 한미합동훈련이 종료되는 9월1일에 러시아 주도의 <바스톡-22>라는 이름의 13 개 다국적군의 합동군사훈련이 실시됐다. 한반도의 머리 위 동해에서 개최된 이 대규모 훈련에 인도 중국을 포함해5만 명이 참가했다.

 

중국은 군함 3척을 비롯 첨단군사장비를 이끌고 2천명의 육해공 3군이 참가했다. 한반도 안밖에서 혼자가 아닌 다국적군의 전쟁놀이는 절대 좋은 징조가 아니다. 긴장을 조성할 뿐 아니라 작은 실수만으로도 큰 전쟁으로 비화될 수 있고 말려들 개연성도 없지 않다. 김정은 위원장의 핵무력법제화 선언 (9/8)에 이어 김 대사도 유엔에서 이를 거듭 밝혔다. 이것은 평양이 당당한 핵보유국이라는 것을 국제사회에 널리 공지하자는 취지로 보인다.

 

핵법제화 조치의 결정적 배경은 ‘작계5015’라는 ‘북한 지도부 참수작전’이 포함된 한미합동훈련이 분명한 것 같다. 세계 도처에서 군사훈련이 자주 실시되지만, 한미훈련 처럼 특정국가 수뇌부의 목을 따자는 야수적 야만적 군사훈련은 없을 것이다. 북측 유엔총회 발언 요지는 ∆북핵폐기는 영원히 물건너갔으니 ∆지구촌은 당당한 핵보유국인 북한과 선린 우호관계를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는 게 핵심 내용이다.

 

물론 7차 핵미사일 시험도 예정되로 실현된다는 걸 암시한 것으로 보인다. 공고한 북중러 연대가 뒤에서 버티고 있는 가운데 핵법제화가 제정됐을 뿐 아니라 조만간 있을 핵실험도 중러의 거부 반응은 없을 걸로 보인다. 허나, 핵실험이 재개되면 한미는 ‘압도적 결정적 대응’을 하겠다고 공언했다. 이 국방은 “멸망의 길로 들어서게 하겠다”고 목청을 높였다. 뭘 딱 부러지게 하겠다진 않고 소리만 요란하다. 무슨 뾰족한 수가 있지도 않고, 있을 수도 없어서겠지.

 

❹ 맺는 말

 

지금 국제정세는 실로 위기라 해야 맞다. ‘미러 대리전’이라 불리는 미영 주도의 우크라이나 전쟁은 이미 수 십만의 사상자를 냈다. 입만 벌리면 인권이요, 자유요, 평화를 외치는 미영 나토가 돈과 무기를 대주고 싸움을 하라고 부체질을 하니, 인간인가 아니면 흡혈귀인가? 종전, 휴전, 협상, 평화의 함성은 도무지 들리질 않고 오로지 제재와 무기 지원 소리만이 요란하다.

 

급기야는 발틱해저에 묻힌 송유관이폭파돼 미러가 책임을 서로 전가하고 있다. 미국의 짓이라는 게 중론이긴 하지만 미국은 오리발을 내밀고 있다. 합동조사에 들어갔다. 그러나 미군 장성이 조사단장이었던 제2천안함 사건의 조사결과와 동일한 결과로 끝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지금 한반도의 긴장은 막 위기를 지나서 화약냄새를 풍기는 폭발 직전으로 치닫고 있다. 작난이 아니다.

 

지구촌이 온갖 자연 또는 인위적 재앙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모든 불행과 고통이 바이든의 ‘신냉전’에서 출발됐다고 봐야 맞다. 우리 민족은 이런 국제적 위기에서 탈출할 유일한 탈출구가 있다. 남북이 합의한 선언들을 이행하기만 하면 된다. 그러나 이것을 북측 농간에 말려들었다면서 완전 부정하는 게 윤 정권이다. 바이든의 갈라치기, 줄세우기에 부화뇌동하는 윤 정권은 남북 관계 뿐만 아니라 주변국들과도 불협화음을 내고 있다.

 

그러면서 평화를 염불처럼 외우고 있다. 미국은 막다른 골목에 몰려야 뱡향 전환을 하는 못된 버릇이 있다. 17년 말, 김 위원장의 ‘핵무력 완성’ 선언이 ‘싱가포르 조미 선언’ (6/12/17)을 낳은 배경이다. 최첨단 과학기술을 과시할 7차 핵실험은 미국을 놀라 기절케 할 것이다. 마침내 대북적대정책을 끝내 버리지 않고는 배기지 못하게 될 것이다. 미국 장단에 춤추는 윤 정권도 미국을 따를 것이다. 하긴 윤 대통령이 풍전등화의 신세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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