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고

민주당의 대의원 제도 무엇이 문제인가

이득신 작가 | 기사입력 2023/05/31 [00:03]

민주당의 대의원 제도 무엇이 문제인가

이득신 작가 | 입력 : 2023/05/31 [00:03]

▲ 출처=연합뉴스  © 서울의소리

 

민주당에는 세 개의 그룹이 존재한다. 첫 번째 그룹은 이재명 당대표를 중심으로 똘똘 뭉쳐 야당의 탄압에 맞서 싸우자는 그룹이다. 다수의 초선의원과 정청래의원 등 일부 중진들이 여기에 해당한다. 민주당의 정통성과 정체성을 지키고 유지하기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그룹이다.

 

두 번째 그룹은 이른바 이낙연계로 불리는 의원들이다. 여기에는 중진다선의원들이 많이 포진되어 있다. 이들은 호시탐탐 당권 탈환을 노리며 어떻게 하면 이재명 대표를 흔들 것인가를 고심한다. 윤석열 정부의 횡포와 패악질에는 입을 닫고 있지만, 민주당 내에 이런저런 사건이 터질 때마다 이들은 자신들의 발언과 SNS를 통해 문제를 확산시킨다. 

 

세 번째 그룹은 개인플레이를 일삼는 일부 의원들이다. 이들은 이재명계도 이낙연계도 아닌 의원들이다. 그들의 목적은 1차적으로 다음 총선의 공천이다. 허약한 개인의 입지로는 당내 기반의 한계를 지니고 있기에 언론을 통해 자신들의 존재감을 강화하며 당을 흔들어 댄다. 더욱이 일부 다선의원 몇몇은 차기 국회의장을 노리며 국민의힘과 연대내지는 내통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어차피 국민의힘 동의가 있어야 국회의장을 바라볼 수 있기에 이들은 암암리에 밀정노릇을 하면서 스스로의 힘을 키운다.

 

두 번째 그룹과 세 번째 그룹을 당원과 지지자들은 수박이라고 부른다. 겉은 민주당처럼 파란색이지만 속은 국민의힘처럼 붉은 색을 띠고 있기에 부르는 별칭이다. 당원들은 끊임없이 대의원제도 페지를 주장하지만 결국 이들 두 그룹의 반대로 대의원제도는 유지되고 있다.

 

대의원제도는 과거 독재정부 시절 민주당 계열의 정당을 향한 탄압이 극심하던 시기에 만들어 진 제도이다. 온갖 탄압과 고문으로 당원가입을 두려워하는 상황에서 민주당[신민당]에 대한 충성도 높은 국민들을 대상으로 대의원제도를 운영했다. 71년 대선당시 신민당의 경선으로 대통령후보가 된 김대중은 이 대의원제도를 통해 후보로 선출된바 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시절이 아니기에 일부의 대의원에게 다수의 권한을 부여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이다.

 

또한, 대의원제도는 당원을 대의하는 제도이다. 모든 당원이 당의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할 수 없기 때문에 당 소속 국회의원 및 지방자치단체장·지방의회의원, 지역위원장, 시·도당위원장, 일부 핵심당원 등을 대의원으로 삼아 당무를 결정하고 집행한다. 하지만 이는 과거의 이야기이다. 현재는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당원들의 의견을 직접 물을 수 있고, 당원들도 충분히 의사결정에 참여할 수 있는 상황이다. 즉, 대의원이 의사결정에 주도적으로 참여해야 한다는 논리는 이른바 수박의원들의 논리에 지나지 않는다.

 

그렇다면 대의원 제도는 문제는 무엇일까. 

첫째는 표의 등가성 문제이다. 민주주의 선거제도는 1인 1표가 원칙이며 상식이다. 그러나 대의원제도는 대의원 1명의 표가 권리당원 50~60명 표만큼의 가치가 있는 상황이라는(현행 투표 반영 비율 대의원 30%, 권리당원 40% 기준) 말이 나올 정도로 ‘표의 등가성’에 문제가 있다. 지난해 전당대회 기준으로 1만6282명인 대의원은 국회의원, 지역위원장, 당직자, 지역 핵심당원 등으로 구성되었다. 120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진, 당비를 6개월 이상 납부한 권리당원의 1.3%가량에 불과하다. 민주당의 대의원 1% 남짓한 숫자가 당의 운명을 좌우하는 상황인 셈이다. 

 

둘째, 대의원제도는 계파정치와 줄세우기 정치의 뿌리라고 볼 수 있다. 수박의원들은 대의원제도를 통해 당내 부족한 입지를 지역에서 확보한다. 자신들을 따르는 당원들에게 대의원의 권리를 부여하기도 하고 광역의원이나 기초의원 등의 공천에 영향력을 행사하기도 한다. 이러한 일부 대의원들은 민주당의 지역 내 적폐의 핵심이 되기도 하고 민주당의 대의원임을 과시하며 부정부패를 저지르기도 한다.

 

셋째, 민주당의 지역기반이 취약한 영남지역을 위해서라도 대의원제도를 존치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정작 영남지역에서 민주당 간판을 달고 꾸준히 국회의원에 도전하는 의식 있고 양심 있는 지역위원장들은 이러한 논리에 동의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영남지역의 취약한 민주당 기반은 당원의 숫자를 늘리면서 해결할 문제이지 대의원제도 존치와는 관련이 없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넷째, 대의원제도의 폐지는 민주당의 전국정당화를 포기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일부 수박의원들은 주장한다. 그러나 영남지역 등 취약지역에서의 민주당은 과거에 비해 엄청난 확장성을 이루었다. 김대중 대통령 당선당시 대구경북의 민주당 득표율은 10% 내외였지만 이재명 후보는 대선당시 민주당의 전통적 취약 지역인 대구에서 21.6%, 경북에서 23.8%의 유권자 표를 얻었고, 부산, 울산, 경남에서 각각 38.15%, 40.79%, 37.38%의 득표율을 기록하였다. 이는 그동안 민주당의 노력이 결과를 만들어 내고 있는 증거이기도 하다. 즉 대의원제도와 민주당의 전국정당화는 사실상 관련이 없는 문제라는 것이다.

 

다섯째, 정당법상 대의원제 폐지가 불가능하다는 주장도 있다. 정당법 제29조에서 “정당은 민주적인 내부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당원의 총의를 반영할 수 있는 대의기관을 가져야 한다”는 규정 때문이다. 대의기관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 대의원에게 엄청난 권한을 주는 것과는 전혀 다른 문제이다. 법적인 규정으로 폐지가 어렵다면 법을 바꾸든가 대의원의 권한을 대폭 축소시키면 될 일이다. 

 

21세기 첨단 IT세상에서 아직도 독재시절의 당헌당규로 대다수의 권리당원을 무시하는 행태는 이제 중단되어야 할 것이다. 민주당이라는 민주정당에서 민주주의가 사라지고 있다는 당원과 지지자들의 한숨 섞인 비판을 민주당은 겸허히 수용해야 한다.

 

 

 

 
  • 도배방지 이미지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