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고

‘부당한 권위에 호소하는 오류’ 범한 후쿠시마 시찰단

유영안 칼럼 | 기사입력 2023/06/02 [00:03]

‘부당한 권위에 호소하는 오류’ 범한 후쿠시마 시찰단

유영안 칼럼 | 입력 : 2023/06/02 [00:03]

▲ 출처=연합뉴스  © 서울의소리

 

후쿠시마 오염수 시찰단이 돌아와 31일 정부청사에서 주요 활동 결과를 발표했으나예상대로 맹탕이란 비판을 받고 있다오염수 시료도 채취하지 않고 그저 일본(도쿄전력)과 세계원자력기구(IAEA)가 제공한 자료만 보고 판단한 것이기 때문이다도쿄 전력이나 IAEA이나 사실상 한통속으로 말하자면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격인 것이다도쿄 전력은 후쿠시마 원전의 주체이고, IAEA는 원자력을 장려하는 기관이지 오염수를 연구하는 기관이 아니다.

 

국내에선 원자력 전문가들 수십 명이 45일 동안 후쿠시마 원전에 파견되어 나름대로 활동을 폈지만그야말로 수박 겉핥기만 하고 온 셈이다문제는 시찰단의 수나 활동 기간이 아니라 실효성이다이번 시찰단의 결과 보고에 드러난 문제점은 다음과 같다.

 

시찰단 보고에 드러난 문제점

 

(1) 오염수를 정화하는 설비나 과정만 보고 왔을 뿐직접 시료를 채취하지 않았고후쿠시마 원전 주인인 도쿄전력이 제공한 자료만 봤다.

 

(2) 도쿄 전력이 제공한 시료가 애초부터 깨끗한 물인지 오염수를 정화한 물인지 알 수 없다.

 

(3) 시료 분석을 IAEA와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에 분석을 맡겼다고 했으나그 두 곳도 팔이 안으로 굽는 기관이다.

 

(4) 시찰단이 대부분 공무원 신분이라 설령 문제점을 발견했다 하더라도 마음대로 밝힐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격

 

이중 가장 큰 문제는 도쿄전력이 제공한 시료만 가지고 국제원자력기구(IAEA)와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이 그 시료를 분석하는 것인데이것은 마치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격이다왜냐하면 도쿄전력은 원전 폭발로 방사능에 오염된 물을 방류한 주체이고, IAEA는 원전을 선전하는 기관이며한국의 원자력안전기술원 역시 팔이 안으로 굽을 수 있는 기관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 정부는 이렇게 했어야 했다.

 

(1) 시찰단을 검증단’ 혹은 조사단이라 명명하고

(2) 조사단 구성은 정부가 정할 게 아니라민간인 원자력 전문가 50%,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50%로 구성했어야 했으며

(3) 후쿠시마에 가서도 독자적으로 활동할 수 있도록 권한을 보장을 받아야 했고

(4) 각종 시료를 조사단이 직접 채취해 그 시료를 국내로 가지고 와 직접 분석했어야 했다.

 

그러나 윤석열 정권이 보낸 시찰단은 말 그대로 시설만 둘러보고 온 것이지 무엇을 검증하고 조사하고 온 것이 아니다이런 걸 눈 감고 아웅이라 하고요식 행위라 한다그저 국민의 눈과 귀를 속여 뭘 한 체 폼만 잡은 것이다.

 

언어 착시 효과

 

착시는 시각으로 나타나는 착각의 일종이다가령평면도형의 성질이 주위의 선과 형의 관계 속에서 다르게 보이는 것도 착시다달의 착시는 지평선 가까이에 있는 달과 태양이 중천에 있을 때보다 크게 보이는 현상을 말한다달밤에 구름이 빠른 속도로 흘러갈 때 달이 구름 사이를 빠르게 지나가는 것처럼 보이는 현상도 착시다.

 

언어에도 착시가 있다윤석열이 걸핏하면 자유자유민주주의인류 보편적 가치’ 운운하는데이는 그렇지 못한 자신을 숨기기 위한 이미지 탈색용 언어에 지나지 않는다군부 독재자 전두환 정부의 국시가 정의사회 구현이었고단군 이래 최대 사기꾼으로 통하는 이명박의 가훈은 정직이었다이 모든 게 언어의 착시 효과를 노린 이미지 탈색용 사기다.

 

이번 시찰단의 주요 활동 결과 발표브리핑에서도 언어의 착시가 드러났다유국희 시찰단장은 "시찰에서 시료를 채취하지는 않았다시료를 채취해 분석하는 부분은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에서 직접 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렇게 말하면 국민들은 마치 시찰단이 직접 채취해 가지고 온 시료를 우리나라의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이 분석하니 믿어야 한다는 생각을 할 수 있다그러나 그 시료는 우리의 시찰단이 직접 채취한 게 아니라 도쿄 전력이 일방적으로 전해준 것이고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도 원전과 한통속이니 믿을 수 없는데국민들은 그만 깜박 속고 마는 것이다.

 

부당한 권위에 의한 오류

 

사람들은 IAEA가 세계적으로 공신력 있는 기관이니 믿어야 한다고 생각할지 모르나 IAEA는 원자력을 세계에 보급하는 기관이지오염수를 분석해 인체에 해로운지 안 해로운지 분석하는 기관이 아니다다만 국제적 기관임을 내세워 신뢰를 강조할 뿐이다이런 걸 논리학에서는 부당한 권위에 호소하는 오류라고 한다.

 

부당한 권위에 호소하는 오류를 쉽게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A:주식 사려면 A기업을 것을 사.

B: ?

A: 세계적 투자가 워렌 버핏이 추천했으니까.

 

이때 A가 부당한 권위에 호소하는 오류를 범하고 있다특정 기업의 주식을사려면 그 기업의 재무제표사업 전망이나 수급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하는 것이 더 합리적이다워렌 버핏의 추천은 단지 참고 사항일 뿐그게 주식 구입의 절대 조건은 아닌 것이다워렌 버핏도 주식 투자로 수십억 달러를 잃은 적도 있기 때문이다.

 

이 책 말이야 국회의원들은 물론대통령께서도 읽었다는군그러니까 나도 읽어봐야겠어너도 읽어봐.”

 

이런 식의 주장도 부당한 권위에 호소하는 오류에 해당한다국회의원과 대통령의 권위가 독서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데도그렇게 말하면 그럴듯해 보이기 때문이다.

 

교묘한 말돌리기

 

유국희 시찰단장은 “IAEA는 도쿄전력 원전 오염수의 시료를 권위있는 기관에 맡겨 교차 분석을 하고 있다실질적인 검증 프로그램은 IAEA가 진행하고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이 직접 분석한다.”라고 말했다.

 

이렇게 말하면 자세한 내막을 모르는 국민들이나 시청자들은 그런가?” 하고 자기도 모르게 그 말에 수긍하게 된다부당한 권위에 호소하는 오류에 깜박 속고 만 것이다대다수 국민들과 시청자들은 도쿄전력, IAEA,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등이 한통속인 것을 모르고 있다권위에 주눅 들어 그저 믿어 버리는 것이다.

 

경찰이 검찰 믿으라는 꼴

 

유국희 단장은 "도쿄전력이 시료에 대해 제공한 데이터의 신뢰를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에...“라고 말했는데아니 후쿠시마 원전 주인인 도쿄전력이 제공한 데이터를 왜 우리가 믿어야 하는가?

 

이건 마치 잘못한 경찰이 검찰 수사를 믿으라사법부 판단을 믿으라고 하소연하는 것과 하나도 다르지 않다윤석열 정권에서 경찰이나 검찰이나 한통속인데 누굴 믿으란 말인가더구나 도쿄전력은 후쿠시마 원전 주인이 아닌가 말이다.

 

오염수 문제가 없으면 왜 바다에 버리나?

 

오염수를 바다에 버리려는 자체가 그 오염수가 문제가 많다는 것을 일본 스스로 인정하는 것이다오염수를 정화해 아무 문제가 없다면 왜 하필 바다에 버리려 할까대단위 저수지를 만들어 보관하든지 아니면 공장으로 보내 쓰게 하면 될 것 아닌가이처럼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문제는 그 자체로 수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으나중국을 견제하려는 미국의 압력에 굴복한 윤석열 정권이 그에 부화뇌동해 민족의 생존권 문제를 안보 논리로 이끌어 호도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다른 것은 몰라도 오염수 방류 문제는 여야보수와 진보를 떠나 국민 85.4%가 반대하고 있기 때문에 차기 총선을 염두에 둔 국힘당에서 먼저 반발이 터져 나올 것으로 보인다윤석열 정권의 굴종적 대일 외교로 자신들의 당락이 결정될 수 있다는 것을 그들도 알기 때문이다.

  

이런 걸 자충수’ 혹은 자승자박이라고 한다윤석열 정권이 최근 불법 집회 운운하며 경찰에게 집회 진압 훈련을 시키고실제로 노동자 한 명이 머리에 부상을 입은 것도 알고 보면 오염수 방류 반대 집회가 커져 탄핵의 빌미가 될까 두렵기 때문이다그러나 다 이겨도 학부모는 못 이긴다유모차에 물대포를 쏠 수는 없기 때문이다.

 

 
  • 도배방지 이미지

광고
포토뉴스
메인사진 없음
  • 썸네일없음
  • 썸네일없음
  • 썸네일없음
  • 썸네일없음
광고